하얀 가운들이 걸려있는 옷걸이.
김독자컴퍼니 멤버들의 건강 상태가 적혀 있는 서류들.
만들다 만 여러 약들이 널려 있는 책상.
이 방에서 이설화는 고민중이었다.

"중혁 씨 생일인데 뭘 해주지?"

유중혁의 생일.
이미 천번을 넘는 인생을 산 회귀자에게 생일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생일은 특별했다.
유중혁과 이설화가 사귀고 난 후 첫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중혁 씨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남에게 자기 얘기를 할리가 없는 유중혁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심지어 여자친구인 이설화도 그의 취향을 알 수 없었다.
단 한 사람, 1864번의 인생을 모두 지켜본 김독자를 제외하면 말이다.


"유중혁이 좋아하는 거요?"

"네. 생일이니까요."

"음... 무림만두랑 닭국물을 좋아하긴 하죠. 무림계에 갈 때마다 먹었으니까."

"무림만두랑 닭국물... 고마워요 독자 씨"

"아니에요. 사러 가실거면 같이 가죠. 오랜만에 파천검성도 뵈야 하는데."

"아뇨, 직접 만들려고요. 사는건 정성이 부족하잖아요. 그럼 가볼게요."


그렇게 이설화는 무림만두의 레시피를 알아내기 위해 모든 만두 가게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무림 만두를 파는 한 가게를 발견했다.


"무슨 일이냐."

"부모님은 어디 가셨니?"


어린아이 정도의 키.
묘하게 익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겉모습만으로 평가하는 건 누구랑 똑같군. 난 아이가 아니다."

"어머 죄송해요... 무림 만두 레시피를 알 수 있을까 해서 왔어요."

"만두 레시피? 그건 왜 찾지?"

"남자친구가 이 만두를 그렇게 좋아해서요. 생일선물로 해주려고요."


무림만두를 좋아하는 사람.
한 사람이 만두 가게 주인의 머리에 스쳤다.


"혹시 그놈이 닭국물도 좋아하나?"

"네. 어떻게 아셨어요?"

"아무래도 내가 아는 놈인 것 같군. 들어와라. 알려주겠다."


속재료는 어떻게 만들고, 피는 어떻게 반죽하는지.
얼마나 높은 온도에서 몇 분간 쪄야 하는지.
닭국물은 어떤 닭이 필요하고 얼마나 우려내는지.
모든 레시피를 전수받은 이설화는 감사인사를 하고 가게를 떠났다.

그런 이설화를 바라보며 만두 가게 주인은 도망자의 탈을 벗었다.
유중혁과 똑같이 생긴 얼굴.
어깨에는 999라고 써 있었다.

공단으로 온 이설화는 배운대로 만두와 닭국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접시에 담은 뒤 유중혁의 방으로 찾아갔다.

"중혁 씨. 들어갈게요."

문을 열자 칼을 닦고 있는 유중혁이 보였다.


"생일 축하해요, 중혁 씨."

"손에 그건 뭐지?"

"아, 선물이에요. 좋아한다길래 직접 만들어봤어요."

"난 남이 만든 건 먹지 않는다."


이설화는 실망한 표정을 하곤 방을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때 유중혁이 이설화를 잡으며 말했다.

"먹어보긴 하겠다. 줘라."

쟁반을 받아들곤 닭국물부터 한 숟가락 떴다.
한 입 맛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괜찮군."

이설화도 다행이라는 얼굴이었다.
다음은 만두였다.
유중혁은 만두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어..."

놀라움을 넘어 경외심까지 담긴 목소리.
자신이 한 음식보다 맛있어야 나오는 목소리였다.


"고맙다. 이설화. 요리가 늘었군."

"아니에요.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요."


그 뒤로 유중혁은 이설화한테 무림만두와 닭국물을 해달라고 하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끗


유중혁 생일 기념 단편인데 유중혁이 너무 싸가지없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