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첫 날, 다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학교에 오는 날 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이길영이 있었다.
“예, 이것으로 입학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모두 각반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따분해 죽을 것 같았던 입학식이 끝나고, 터벅터벅 자기반으로 가던 이길영을 누군가가 불렀다.
“야! 이길영!”
이길영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신유승? 너 이 학교 다녔냐?”
“응, 너인가 싶어서 불렀는데 맞아서 다행이다.”
이길영과 신유승은 기억도 안 날 만큼 어릴때부터 같이 지냈지만, 중학교로 올라가며 학교가 갈라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냐?”
“뭐 그럭저럭 무난하게 살았지. 너는?”
“나도 뭐 비슷하지 뭐.”
틀에 박힌 대화가 끝나고, 둘은 각자의 반으로 갔다.
반으로 걸어가며, 신유승은 뭔가 쎄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안부를 물었을 때, 이길영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매우 슬픈 얼굴이었다.
-퍼억
“이새끼야, 내가 씨발 돈 들고 오라고 했어 안했어?”
“…미안.”
“미안?? 하..씨발. 야 이새끼 똑바로 잡아.”
이길영이 신유승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딱 한 가지 있었다.
-퍼억!!
“으헉?!”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 이었다.
“잘못했어…돈 안 가지고 온거 미안해, 이번 주 내로 어떻게든 가져올게, 응? 그러니까, 제발 그만 때려..”
이길영을 패던 남학생은 그 말을 듣고는 비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다음주에 못 가지고 오면 진짜 뒤지는거다? 알겠지?”
일진 무리는 이길영을 화장실 구석에 던져놓고 나갔다.
비참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당해야 하는걸까.”
하지만 헛된 생각을 하기도 잠시, 그는 대충 옷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아무런 일도 없던 것 처럼, 다시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사흘이 흘렀다.
신유승은 그 날 이후, 이길영과 더욱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점점 그녀의 의심은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쉬는시간마다 찾으면 없어져있고, 다시 찾으면 어딘가 몸이 아파보였다.
그리고 분위기가 매우 우울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의 곁에 항상 있었다.
급식시간마다 같이 앉아서 밥을 먹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잔뜩 하고, 옛날처럼 집에 갈때도 같이 갔다.
그녀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이렇게 변한 원인을 찾고 싶었다.
그를 구원하고 싶었다.
그를 옆에서 지켜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길영은 아침이 두려웠다.
예전에는 매일 일진들에게 맞는 것 때문에 아침이 오는 것이 싫었다.
차라리, 영원히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랬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신유승이 있기에, 그는 아침이 두렵지 않았다.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초등학교 때,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항상 즐겁고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단순한 감정이 아닌, 복합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유승이에게 고백하려고 한 그날, 신유승은 청천벽력같은 말을 한다.
“나, 부모님 일 때문에 다른 중학교로 가야 할 거 같아.”
-쿵
그의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그가 점점 우울해지고,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던 때가.
그리고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길 3년, 다시 고등학교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그가 느낀 감정은 행복함과 우울함이었다.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남들에게 맞고 다니는 자신은 신유승과 함께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유승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와 매우 친밀하게 지냈다.
그리고 이길영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 난 아직도 유승이를 사랑하는구나.’
여러 시간이 지난 뒤, 그녀가 있어서였을까, 이길영은 자신감과 옛날의 미소를 되찾고 있었다.
이길영도 행복했고, 신유승도 행복했다.
“길영아!’
신유승은 앞에 가는 이길영을 불러서 말했다
“길영아, 오늘도 같이 집에 갈거지?”
“당연하지, 교문 앞에서 기다려. 우리 담임 종례 엄청 늦잖아.”
“알겠어, 이따 봐!”
다시 돌아가며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꼭! 고백할거야!’
약속을 받아낸 그녀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반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반으로 가는 이길영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유승이한테 사귀자고 말할거야!’
-쾅!
“으윽!”
“길영아, 오늘이 씨발 무슨 날일까?”
“…돈 가져오기로 한 날.”
“근데 왜 씨발 돈이 없어 이 개새끼야!”
“이미 저번에 다 줬잖아! 더 이상 너희들한테 줄 돈 없어!”
“하, 이새끼봐라. 갑자기 뭘 믿고 이렇게 지랄하는거지?”
“니가 상관할 필요 없을텐데, 할 말 다 했으면 그만 갈게. 오늘은, 내가 좀 중요한 말을 해야 해서.”
그러나 그는 이길영을 그냥 보낼 생각이 없었다.
-획
“또 뭔 얘기를 할..크학?!”
일진의 주먹이 이길영의 얼굴을 가격했다.
왼쪽 얼굴을 붙잡고 끙끙거리는 이길영을 그는 후려패기 시작했다.
“씨발, 그러게 누가 개기래? 요즘 기어오르는거 좆같았는데 마침 잘된거같네.”
한참을 맞은 이길영의 모습은 처참했다.
코에선 코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몸은 맞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야, 이새끼 창고로 끌고 가.”
따까리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이길영을 창고로 끌고 갔다.
“어디 도망 못 가게 이렇게 하면 되겠지.”
-우드득
“으아악!!!!!!!!!!’
일진이 이길영의 발목을 꺾어버렸다.
이길영은 생생히 전달되는 그 고통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야, 이새끼 옷좀 벗겨봐, 몸사진이라도 찍어놓아야지 뭐라 못 개길 거 아니야?”
“야,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야? 이거 걸리면 완전 좆된다고 우리..”
“야 이새끼야, 우리만 아가리 닫고있으면 문제 될거 없다? 알겠냐?”
그나마 양심이 남아있는것 같은 학생 하나가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헛수고로 돌아갔다.
“어디, 한번 몸뚱이나 볼..”
-콰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이길영의 몸에 손을 대던 그가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야, 이길영! 괜찮아?”
“유승아..?”
“일단 옷 입어, 빨리 나가자!”
“안돼..나 발목이..”
“야, 그럼 내 어깨 붙잡고 오기라도 해, 빨리!”
-탁탁탁탁탁
“설화쌤!! 길영이가, 길영이가..!!”
“무슨일..길영아!! 왜 이런거야!!”
“쌤, 길영이가, 길영이가 정신이 나간거같아요.. 어떡해요.. 애 이러다 죽는 거 아니에요?”
“빨리, 병원으로 옮기자, 여기선 할 수 있는게 없어!”
이길영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신유승이 자신의 몸을 붙잡고 죽지 말라며 엉엉 우는 것 이었다.
그리고, 기억이 끊겼다.
깨어나보니 병원이었다.
“길영아! 정신이 들어? 나 누군지 알겠어?”
“유승아…어떻게 된건지 좀 말해줘…”
신유승은 이길영이 혼수상태로 지낸 일주일간의 일을 말했다.
보건선생님 설화쌤의 도움을 받아서 왔고, 설화쌤에게 신유승이 본 걸 말했고, 그 결과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는 것 이었다.
자신을 괴롭힌 일진과 따까리들은 강제전학을 당했고, 그제서야 학교가 다시 정상화가 되었다는 것 이었다.
신유승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이길영은 그녀에게 물었다.
“유승아, 난 진짜…너한테 너무 미안해…너한테 솔직히 말하지 못한것도 미안하고, 나때문에 고생하게 한 것도 미안하고…”
“길영아, 괜찮아. 내 앞에서는 안 그래도 괜찮아.”
“흐..흐아아앙!!!”
신유승의 말 때문이었을까, 지금까지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 않았다.
신유승은 그런 그를 그저 안아준 채로, 가만히 있었다.
어느 정도 울음이 가라앉자, 신유승이 말했다.
“사랑해, 길영아.”
“..?”
“나 사실, 학교에서 널 봤을 때부터, 쭉 계속 네 생각을 하고 있었어.”
“정말이야..?”
“그럼,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유승아…사랑해. 나도 너를, 오랫동안 사랑했어.”
“그래, 우리, 평생동안, 오래오래 사랑하자.”
한 쌍의 남녀가 눈물 젖은 사랑을 서로에게 고백하였다.
하지만 그 눈물은 그 둘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해줄 매개체이다.
앞으로, 그들의 앞을 어떤것이 가로막더라도, 그들은 함께, 해쳐나갈 것 이다.
그것이, 그들의 사랑이니 말이다.
간만에 힐링(?)물 써서 기분이 좋다
이제 공부하러감 ㅌ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