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 째깍 째깍

 

시간이 오래 지났다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하늘 위에 그녀의 별이 있던 자리는 어둠이 채우고 있었다서울 외곽의 작은 공원에 그녀의 동상이 서 있었다한 여성이 동상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어디야사부벌써 3년이나 지났어이제 그만... 그만.. 돌아와 주면 안 될까?”

 

이지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동상은 미동도 없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뒤에서 지켜보던 백발의 젊은 남자가 그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울고 그러냐대장이 이걸 좋아하겠어?”

 

그런 말을 하는 김남운의 눈에도 역시 눈물은 고여있었다뒤에서 한 남성이 다가왔다

 

벌써 와있었구나.”

 

김남운이 눈물을 훔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군인 아저씨가 늦은 거겠지.”

유승이도 곧 도착할거야.”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 여자가 천천히 이쪽을 향해 걸어갔다잠시 침묵이 이어졌다그들은 그저 멍하니 동상을 쳐다볼 뿐이었다모두가 저마다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돌아와줘사부.’

대장어디야?’

대장님이게 최선이었습니까?’

대장보고 싶어..’

 

처음 그녀가 사라지고 1년이 지난 날 많은 사람이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2년이 지난 날 그녀와 함께 싸운 사람들만이 모였다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4명만이 동상 앞에 있었다마치 그때를 잊기라도 한 듯그때였다하늘에서 개연성의 스파크가 튀었다얼굴에 혹이 붙어 있는 늙은이가 하늘에서 나타났다.

 

“...혹부리 왕무슨 일이냐시스템이 사라졌을텐데... 어떻게 개연성을 쓰는거지?”

 

혹부리 왕이 그들을 조용히 내려보았다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되었느냐?”

여긴 왜 왔지?”

“...그저 나의 세계가 아닌 곳에서도 시나리오의 끝을 본 곳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을 뿐이다.”

혹시... 김독자 씨가 있는 세계입니까?”

... 그래위대한 모략이 그 자를 여기에 보냈었지그거 아나너희가 바라보고 있는 이 사람도 내 세계에 있네.”

 

그 말에 일행들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이지혜가 입을 열었다.

 

사부는... 무사한거지?”

그녀는 행복하다.”

알려줘그녀가 지금 어떤지.”

크하하하하... 너희가 생각하는 그녀는 이제 없어.”

 

도깨비 왕이 그들을 이끈 1863회차의 한수영은 이미 1864회차에게 흡수되었다고 말해주었다.

 

... 잠깐그 안에 어쨌든 사부가 있다는 거잖아.”

“...그만하지이제 난 돌아가야겠으니지금까지 대답해준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라.”

나도... 나도 데려가!”

 

이지혜의 말에 일행들이 그녀를 쳐다보았고 혹부리 왕은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제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래도 보고 싶어.”

 

이지혜의 눈이 다시 촉촉해졌다.

 

그 사람이... 우리를 흐윽... 잊을 리가 없어.. 우리가 부르면.. 흐윽... 나올거야..”

... 저도 데려가주실 수 있으신가요?”

... 나도 데려가.”

저도... 저도 데려가주세요.”

 

혹부리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나는 데려가준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그러나... 너희의 이야기가 재미있군데려가마대신 너희의 존재는 사라질 거다.”

그게... 그게 무슨 말이죠?”

나와 계약하려면 이야기를 주어야한다그런데 너희가 요구하는 일은 개연성이 너무 커서 너희의 모든 이야기너희 자체를 나에게 넘겨야 한다.”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내가 자비로 힘을 좀 쓰면 한 30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다그렇지만... 너희는 이곳의 행복에서 벗어나 굳이 그곳으로 가서 죽을 것이냐?”

 

신유승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이현성은 주먹을 꽉 쥐었다김남운은 혹부리의 왕을 째려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적막을 깬 것은 이지혜였다이지혜가 울부짖었다.

 

상관 없어그 사람을... 그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괜찮아데려가줘.. 흐윽.. 제발... 어짜피 그 사람이 없었으면 죽었을텐데 그게 뭐가 중요해나는... 나를 데려가 줘.”

 

일행들이 이지혜를 당황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이내 혹부리 왕에게 말했다.

 

저도...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죽어도 상관 없어요필요 없습니다데려가 주세요.”

하 씨... 데려가그 사람한테 할 말 많아.”

 

혹부리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혹부리가 손가락을 튕겼고 1863회차의 일행들의 몸에 스파크가 튀더니 어느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바람만 조용히 불고 있었다

 

 

 

 

 

1864회차의 한수영이 노트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다최근 다시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 한수영은 어느새 플랫폼 1위를 찍고 있었다그러나 오늘 따라 다음화가 안 써졌다한수영이 머리를 잡아뜯으며 짜증을 냈다.

 

아 씨발왜 안 써져ㅈ 같네...”

 

방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김독자가 들어왔다.

 

점심 먹자수영아나와.”

 

사랑스러운 그의 얼굴에 한수영이 싱긋 웃고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먹고 하지 뭐.”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유중혁이 오늘은 파스타를 해 온 듯 했다자리에서 김컴 멤버들이 아기 새 마냥 침을 흘리며 유중혁의 플레이팅을 지켜보고 있었다한수영도 자리에 앉았다그때그녀의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왜 온거야...

 

1863회차의 자신의 분신이 울고 있었다자신의 냉정한 부분만이 넘어갔기에 그녀가 운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그리고 지난 번에 자신에게 완전히 흡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남아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본 김독자가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어디 아파?”

아니... 괜찮

 

그러나 그녀가 말을 마치기 전에 집의 문이 부서졌다이지혜가 집 안으로 뛰쳐들어왔다일행들은 잠시 당황했다이지혜는 분명 그들의 옆에 앉아있었다그러나 당황도 잠시 일행들은 저번에 온 999회차의 재앙들과 같이 재앙이 강림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화신 이현성이 성흔 강철화 Lv.10’을 발동합니다!]

[화신 정희원이 심판의 시간의 발동을 요청합니다!] 

.

.

.

 

그러나 그녀의 행보에 모두들 당황했다달려온 이지혜가 한수영에게 안겼다한수영의 후두티 위로 그녀의 눈물이 떨어졌다.

 

거기 안에 있지사부흐윽... 보고.. 보고 싶었어.. 흐윽.. ... 왜 사라진 거야?”

 

그녀의 몸에서 설화들이 빠져나가고 있었다한수영의 안에서 1863회차의 또 다른 그녀가 조용히 흐느끼며 말했다.

 

잠시만... 흐윽.. 잠시만 몸 빌려줘...

...한 번만이야

 

[화신한수영의 화신체의 모든 권한이 누군가에게 넘어갑니다.]

 

한수영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하다... 내가... 미안해..”

 

곧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치챈 김독자가 일행들을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독자 씨한수영은 괜찮은 겁니까?”

“...괜찮습니다빨리 들어가시죠.”

 

조용히 문이 닫혔다거실에는 한수영과 이지혜만 남아있었다뒤늦게 이지혜의 몸에서 설화가 빠져나오는 것을 본 한수영이 울부짖었다.

 

이거... 이거 왜 이래... 왜 설화가 떨어져왜 이러는거야아니야...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지제발... 흐윽... 제발 아니라고 해줘.. 제발...”

 

그러나 그녀의 [예상 표절]은 한 가지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한수영이 무릎을 꿇고 이지혜를 붙잡았다

 

가지 마... 제발.. 살아야 돼...”

 

항상 냉정했던 그녀의 사부가 이러는 것을 처음 본 이지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이지혜가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다른 목소리에 묻혔다.

 

장난해우리가 대장을 안 찾아올 거라 생각했어?”

 

한수영의 눈이 잠시 초점을 잃었다사실 그녀가 1864회차의 한수영에게 흡수되기로 결정했을 때 그녀의 마음속 깊숙이에서 무언가가 그녀의 소멸을 강하게 거부했다알 수 없는 그 감정 때문에 1863회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멸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이제야 알았다그 감정을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그녀의 일행을그들을 기다린 것이다그들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런 주제에... 그녀는 그녀의 일행들을 두고 그녀만의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눈물이 하염없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대장한테 우리는 뭐였어? 우리는 그냥 버려도 되는 존재야?”

 

신유승이 그를 말렸다.

 

오빠 그만해...”

 

 “조용히 해우리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는 알아내가... 내가... 얼마나 고통 속에 살았는지 알아내가... 대장이 보고 싶었다고...”

 

망상악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장님... ... 왜 저희와 함께 하지 못하신 겁니까저희와는 행복하실 수 없었나요?”

 

이현성.

 

대장... 보고 싶었어.”

 

신유승.

 

나는... 나는... 내가 미안해..”

 

한수영은 알고 있었다김독자가 수도 없이 한 말

 

미안해

 

그녀가 그렇게 듣기 싫었던 그 말.

 

미안해

 

그러나 지금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

 

미안해..”

 

아아... 이렇게 무력할 수가 있다니그녀가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아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이지혜가 조용히 무릎 꿇고 있는 그녀의 앞에 주저앉아 그녀를 끌어 안아주었다그녀를 시작으로 그녀의 일행이 하나 둘 씩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녀를 안아주는 포근한 사람들의 품에 한수영이 훌쩍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얘들아... 고마워... 미안해... 나도... 나도 보고 싶었어..”

 

그녀가 설화와 함께 조금씩 흩어지는 일행들을 붙잡았다.

 

가지 마... 가지 마... 제발... 제발 죽지 마...”

 

이지혜가 조용히 그녀의 팔을 잡았다.

 

아니야이거면 됐어사부가대장이 우리를 보고 싶었다는 거면 됐어.”

 

한수영이 외쳤다.

 

김독자도와줘제발... 제발 도와줘!”

 

김독자가 황급히 방에서 나왔다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그녀가 끌어안고 있는 1863회차의 일행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아무리 김독자라고 해도 혹부리 왕과의 계약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으아아악!”

 

한수영이 절규했다.

 

고마워대장다음 생에는 같이 행복하게 살아줄거지?”

 

신유승이 사라졌다.

 

항상 보고 싶었습니다대장이제 되었습니다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이현성이 사라졌다.

 

... ... 대장이 미워대장은... 대장은... 내가 더 미안해... 대장... 나 잊지 마..”

 

김남운이 사라졌다.

 

사부.”

지혜야.. 흐아아... 가지 마.. 가지 마 지혜야..”

사부... 좋아해.. 행복해야 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게울지 마우리 사부 우는 거 안 어울려나는... 나는... 괜찮아..”

 

지혜가 사라졌다

 

흐아아아아아

 

그녀가 절규했다일행들을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한참 동안 그녀는 그 자리에서 절규했다누구보다 비참하게 울었다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거실에는 정적이 흘렀다그녀가 숨을 헐떡였다

 

나는... 나 때문에 죽었어나는... 역겨워... 나는 왜 사는거지?”

 

다시 한 번 김남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장난해우리가 대장을 안 찾아올 거라 생각했어?’

 

.

 

나는 더 살 이유가 없구나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구나.’

 

야 1864회차 들려?”

 

...

 

이제 가져가니 몸이잖아.”

 

한수영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1864회차의 한수영이 자신의 내면에서 누군가의 의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동시에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들이 그녀에게 전해졌다그녀의 머리 속에서 누군가가 속삭였다.

 

 이제 됐다.

 이제 됐어.

 얘들 만나러 가야지.

 행복했다.

 이제..

 이제..

 ..

 ...

 

 

곧 그녀의 머리 속이 조용해졌다. 1863회차의 한수영의 기억이 고스란히 전해진 1864회차의 한수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김독자가 조용히 다가와서 그녀를 안아주었다

 

걱정마

내가 너를 기억할게.

내가 너희를 기억할게.’

 

한수영이 눈물을 훔친 뒤 작게 속삭였다.

 

김독자배고파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