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멸살법이 없는 세계'와 내용이 일부 바뀌었습니다.
*전독시와 내용이 일부 다를수 있습니다.
내 이름은 김독자. 어머니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 나는 살인자의 아들.
언제나 나를 쫒아다니는 수식언. 살인자의 아들.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언제나 살인자의 아들이었다. 언제까지 나는 살인자의 아들일까? 내가 죽고나서?
..라고 김독자는 학교 창문에서 뛰어내리며 생각했다.
멸살법이 없는 세계
쿵!!
어? 무슨소리지?
한수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잠시 멍을 때리다가 한수영은 정신을 차리고 그리로 달려갔다.
긴 속눈썹과 하얗게 빛나는 뺨, 예민할듯한 얼굴
..왜소한 몸
와 잘생겼다..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한수영은 외쳤다.
"야!! 괜찮아?!"
곧바로 119를 불렀고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는것 같다.
"휴..갑자기 집가다가 개깜짝 놀랐네."
'걔는 뭐 중3 밖에 안된애가 자살을 한다냐..나도 중3이지만~'
라고 생각하며 한수영은 병원 밖으로 나갔다.
*
뭐지..? 나 살아있나..?
"아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고작 학교 창문에서 뛰어내렸다고...죽겠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건 그렇고 누가 신고해준거지?
*
1년이 지났다.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렇게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1년전 그 애가 생각난다. 걔도 입학했으려나?
..또 죽으려고 한건 아니겠지..?
한수영은 불쾌한 생각이라도 한듯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자..오늘은 전학생이 온단다."
어? 전학생?
반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우리학교가 워낙 성적이 높아야만 진학할 수 있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들어와라."
"..안녕. 김독자라고 해. 잘부탁해."
긴 속눈썹과 하얗게 빛나는 뺨, 예민할듯한 얼굴
..키는 고작 1년만에 많이 컸지만 왜소한 몸
잘생긴 얼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
쉬는 시간이 되었다. 반 아이들이 전학생을 보고 수군거린다.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잘생겼다는 얘기를
남자아이들은 그 얘기를 듣고 짜증내며 전학생을 바라보았다.
책을 읽고 있는것 같았다. 아주 집중해서.
어떻게 전학 첫날부터 아무랑도 얘기 안하고 저렇게 뻔뻔하단 말인가.
한수영은 생각했다.
김독자는 며칠간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러지?
쪽지시험 본걸 보니 공부도 잘하는듯 하다.
며칠이 지났다.
어김없이 쉬는시간. 김독자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옆반애들 몇명이 교실로 들어왔다.
그러던 그때, 무언가 큰 소리가 들렸다.
"야!!!!!"
송민우다.
"너 나 알지."
뭔 개소리지. 아무래도 송민우는 전학생이 잘생겨서 애들이 수군거리는게 맘에 안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또 이유를 만들어서 시비를 걸겠지..마침 왜소하니 만만해보이는 모양이다.
"..."
"대답안해 이ㅅㄲ야??"
송민우와 그 주위에 있던 송민우 패거리는 김독자를 끌고 갔다. 김독자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힘없이 끌려갔다. 반전은 없었다.
송민우네 패거리는 우리학교에서 유명하고 또 유일한 패거리이다.
교장선생님이 할아버지란 이유로 입학할수 있었다.
낙하산 인거다.
하지만 누구도 건드릴수 없었다. 교장 선생님에게 찍힐테니까.
*
쉬는시간이 끝났지만 김독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송민우와 패거리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나는 걱정되어서 다음 쉬는시간에 학교를 돌아다녀보았다.
아무데도 없다. 집에 갔나?
나는 교실로 돌아갔고.
다행히 다음날에 김독자는 등교했다. 하지만 꼴이 다행이라 할수만은 없는 꼴이었다.
*
며칠동안, 아니 몇주동안 김독자는 학교가 끝나고 항상 송민우에게 끌려갔고, 다음날에 김독자는 항상 상처투성이로 등교했다.
몇몇 학생들은 김독자를 걱정하고 괜찮냐고 물었지만 그때마다 송민우는 그쪽을 째려봤다.
하지만 김독자의 표정은 아직도 예민했으며 저정도 상처가 날 강도면 맞자마자 소리라도 질러야 할텐데 아무데서도 김독자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언젠가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학교가 끝나고 맞으러간 김독자를 찾으러 다녔고, 그날은 무언가 달랐다.
김독자를 찾다가 지친 나는 1층 여자화장실에 갔다.
그곳에서 어디선가 무언가에 베인것만 같은 얕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방금 막 맞은듯한 김독자가 태평하게 손목을 긋고 있었다.
"쓰읍..좀 아프네."
"야..너 또 죽으려고..!"
"어?"
"..또?"
말실수 했다.
처음엔 누군가 자신이 하는 행위를 목격한것에 당황한것 같았지만, 이제는 내가 한 말에 당황한것 같았다.
"또...라고?"
"아니 그건 됐고! 지금 뭐하는거야?? 빨리 보건실이라도 가!"
"..."
한수영은 피로 물든 빨간 김독자의 손목을 잡고 보건실로 데려갔다.
*
다행히 보건선생님은 없었고, 한수영은 김독자의 상처와 손목을 치료해주었다.
"너...누구야?"
"아. 내 이름은 한수영이야. 너랑 같은 반이지."
"아니..그거 말고. 너 나 알지?"
한수영은 김독자의 그런 물음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기로 했다.
"어 알아."
"그럼 1년전에 무슨일이 있었는지도 알아?"
"..어."
"하하핳하"
상황에 맞지 않는 생각이지만, 쓴웃음이라도 지으니 평소보다 배로 잘생긴것 같다.
"아까, 진짜 죽으려고 한거야?"
"아니."
"그럼 왜 그런거야?"
"그냥..편해서."
"그럼 그때는..왜 그런거야? 그때도 괴롭힘 당했어?"
"몰라도 돼."
뭐야..궁금하게.
"아니 뭔데 그래..사람 궁금하게."
김독자는 한수영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치료해준건 고맙다 하고 보건실을 나갔다.
*
다음날도 독자는 어김없이 수업이 끝나고 끌려갔고, 한수영은 어제 그 여자 화장실에 가보았다.
'오늘은 꼭..!'
한수영은 생각했다.
퍽! 퍽!
어디선가 사나운 소리가 들렸다.
한수영은 화장실 문 앞에서 크게 외치고 도망갔다.
"야이 ㅆㅂㅅㄲ야!!!!!"
"?어떤 ㅅㄲ지?"
송민우와 패거리는 화장실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멀리서 외침이 들렸다.
"야!!김독자!! 튀어!!!"
"..?"
패거리들이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았을때 이미 김독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런 ㅆㅂ!!!!!"
*
김독자는 학교 밖으로 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를 먹으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야."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한수영이었다.
"..뭐야. 따라왔냐?"
"우연이거든!"
"아깐..고마웠어."
"별말씀을!"
한수영도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를 사왔다.
"..근데 너 왜 맨날 그냥 순순히 끌려가서 맞냐?"
"그냥..별 방법도 없고."
"아..그러셔? 안힘드냐?"
"딱히.."
"힘드니까 화장실에서도..그러고 있던거 아니냐.."
"야 너 그때 '또'라고 했지? 어떻게 안거야?"
이걸 말해야하나..
그때 한수영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면 너 내가 말해주는 대신 나 소원 2개만 들어줘."
"...?왜 2개야?"
"들어보면 알아."
내가 119를 불러줬으니까.
"음..좋아. 그대신 내가 가능한 선에서야.
이제 말해줘."
"그때 신고한거, 나야."
"뭐?"
"그때 신고한거, 나라고."
"아..그래."
"?별로 안놀라네?"
"예상은 했어."
"그래~클리셰지. 나같이 예쁜 미소녀가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하는 뻔한 클리셰."
"그 말은 두가지가 틀렸어. 일단 난 주인공이 아니야. 그리고 두번째는.."
"?뭔데?"
"넌 미소녀가 아니야."
"아..예예."
"그래서 소원 두가지가 뭔데?"
"첫째, 맞고 다니지 말것.
둘째, 나와 친하게 지낼것."
"내가 가능한 선이 아닌것 같은데?"
"왜?"
"누가 맞고 다니고 싶어서 맞고 다니냐?"
"그건 내가 도와줄게."
*
"..아빠"
한수영은 우리 학교의 투자자인 아빠를 이용하기로 했다.
"?수영이 너가 무슨 일이냐? 말을 다 걸고."
"우리 학교 교장 손자 있잖아."
"어."
"징계좀 먹여달라고 교장한테 말해봐."
"음..괴롭힘이라도 당하니?"
"어 나 말고 내 친구."
"...알았다. 말해보겠다."
*
다음날 아침 송민우는 교장실로 불려갔다.
"야이 호로새끼야. 널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괴롭혀도 상대를 봐가면서 괴롭혀야지...의원님 딸 친구를 쳐 건드리고 자빠졌냐.."
"응? 응..."
그 이후로, 송민우는 조용해졌고, 패거리들은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송민우는 그저 봉사활동 몇시간을 채워야할 뿐이었다.
다행히도 아무도 괴롭히지 않았다.
한수영은 학교가 끝나고 김독자를 따라갔다.
또 그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를 사먹고 있었다.
한수영도 바나나 우유를 사서 옆에 앉았다.
"?왜 왔어? 또 우연이야?"
"아니. 두번째 소원 잊었어?"
한수영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무언가 부끄러운것을 말하듯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내가 친구 해줄테니까. 혼자 다니지 말고, 송민우도 이제 안괴롭힐거야. 그니까 맞고다니지 말고..알겠냐?"
한수영은 뻘쭘한듯 마지막에 '알겠냐?'를 덧붙였다.
"..그래."
어릴때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려 사람을 두려워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죽였다.
나는 어딜가나 살인자의 아들로 낙인찍혔고, 언제나 따돌림 당했다. 나는 따돌림 당한것은 오히려 사람을 두려워 하는 나에겐 잘된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참을수 없는건, 어딜가나 붙었던 나의 수식언, 살인자의 아들이었다.
친구없이, 애정없이 우정없이 살아온 나는 마침내 '친구'라는 것이 생겼다.
김독자는 깊게 생각했다.
"야. 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아냐..그냥 좋아서."
한수영은 뭘 그런것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냐는 눈빛으로 김독자를 쳐다봤다.
*
김독자가 송민우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은지는 벌써 한달이 넘었다.
나는 그동안 학교에선 어려웠지만 학교가 끝나면 김독자와 만나 마침 방향이 같아서 같이 하교했다.
더이상 다른 학생들도 김독자를 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독자가 송민우의 괴롭힘으로부터 해방된 후, 몇일이 지나자 다시 반 아이들은 김독자에게 몰려들었다.
특히 옆옆반의 우리엘. 쉬는시간마다 김독자 자리에 가서 옆에 꼭 붙어있고, 점심시간에는 또 취향은 어떻게 알았는지, 바나나우유를 매점에서 사서 김독자 자리에 갔다 놓았다. 다음과 같은 메모와 함께. '독자야 맛있게 먹어! -우리엘'
이건, 빼박 김독자에게 들이대는 거다.
우리엘은 어렸을때 터키에서 이민을 왔다고 한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외모에, 친절한 성격때문에 항상 인기가 많았다.
(고고학자들은 에덴 동산의 위치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만나는 이라크 남부지역일 가능성 또는 두 강의 상류인 터키 지역일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한수영에게 우리엘은 눈엣가시였다. 모처럼 김독자와 친해졌는데, 저런 유명인이 계속 붙어다니니 학교에 있는동안은 김독자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독자가 맞고있을때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한수영은 우리엘에게 매우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고, 우리엘의 태도에 어쩔줄 몰라하며 거절하지 못하는 김독자에게도 화가났다.
*
수업이 끝나고 한수영은 김독자에게 학교 끝나고 OO카페로 오라고 문자했다.
-이따가 끝나고 OO카페로 오셈
-알았어.
'참나, 문자도 말투가 아주 딱딱하구만.'
한수영이 카페에 같을때 김독자는 바나나 커피스무디를 홀짝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바나나를 좋아하는거지? 전생에 형제가 원숭이였나?
"오 먼저 와있었네?"
"왜 부른거야?"
만나자 마자 그런걸 묻는 김독자가 미웠다. 친해지기로 해놓고 여전히 태도는 딱딱하다.
"그냥 부를수도 있지.."
한수영은 작게 중얼거렸다.
'뭐 근데 오늘은 할말이 있어서 부른거긴 하니까..'
"김독자."
"왜"
"너 혹시 우리엘 좋아하냐??"
"? 아니?"
"그러면 계속 걔가 들이대는거 인지 못해?"
"..들이대는거라고?"
"..너 바보냐?ㅋㅋㅋㅋㅋ 하..그러면 우리엘 좋아하는 거 아닌거지?"
"아닌거지."
"더 할 얘기 없는거야?"
"..너 없다고 하면 바로 갈거지."
"음..그렇지?"
"우리 영화보자."
"영화? 나 학교갔다가 바로 오는거라 지갑 없는데."
"그럼 내가 사지 뭐."
"..다음엔 내가 살게."
"오? 다음? 오올~김독자~ 너 왤케 자연스럽냐?"
"싫음 말든지."
'어휴. 얼굴만 잘생겼지. 뇌에는 오징어가 껴있나보다...'
"아냐아냐. 다음엔 너가 꼭 사라. 알겠지?"
*
"무슨 장르 좋아해?"
"공포 빼고 다."
"ㅋㅋㅋㅋㅋㅋ알았어. 공포영화 보자."
"?"
우리는 팝콘과 콜라를 들고 상영관에 들어가 앉았다.
아직 광고가 하고 있었다.
"오..시작한다."
*
"꺄아아악!!!"
김독자를 놀릴 생각에 공포 영화를 보러온 한수영이었지만, 본인도 공포영화를 못 본다는 사실은 간과하지 못한듯 하다.
한수영은 김독자의 한쪽 팔을 양손으로 붙잡고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다.
"야..왜그래ㅋㅋㅋㅋㅋ"
그때 김독자가 웃었다.
웃는 얼굴을 보자, 무서움이 날아가고 머리가 행복으로 가득 찼다.
'나는 김독자를 좋아하는 건가?'
영화가 끝났다. 한수영은 애써 냉정한척 하며 말을 걸었다.
"생각보단 무섭지 않군."
"..생각만큼 무서웠으면 팝콘도 쏟았겠네.ㅋㅋㅋㅋㅋ"
또 웃었다.
그러자 내 심장이 조금 더 빠른속도로, 불안하지 않지만 긴장되는 속도로 뛰고 있었다.
'나는 김독자를 좋아하는게 맞는것 같다.'
"독자야, 너는 웃는게 낫다."
"그래?"
독자가 씨익 웃어보였다.
*
영화관을 나와 함께 길을 잠시 걷다가 독자가 입을 열었다.
"영화 다 봤으니까, 이제.."
그때 독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링 띠리리링
"어? 전화오네? 잠깐만.."
"여보ㅅ..네? 네 알겠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미안한데 오늘은 가봐야겠다."
"?무슨 일인데? 큰일이야??"
"별일아냐. 다음에 말해줄게. 안녕."
"ㅇ..어."
*
'오늘 엄마 면회 날인걸 잊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며 김독자는 생각했다.
"어 독자야. 왔니? 아직 교복인걸 보니 밖에 있었나보구나."
"네."
"혹시 또 그런ㅇ"
"친구랑 영화봤어요."
"친구? 새로 사귀었니?"
"네."
그후로 어머니와 나는 시덥잖은 대화를 나눴다.
똑똑.
"면회시간 끝났습니다."
"잘가라. 독자야."
*
다음날 독자의 표정은 살짝 어두웠지만, 수업중에 수영이와 눈을 마주치면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모습을 봤는지 쉬는 시간에 책을 읽고 있던 독자 뒤에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야 쟤 한수영 좋아하나봐"
"어쩐지~그런것 같더라"
"근데 우리엘은?"
"헐~우리엘 갖고 논거?"
"얼굴만 보고 착할줄 알았더니, 쓰레기 아님?"
소문은 부풀려지고 있었고,
독자는 이 경험을 해봤다.
독자는 경험을 떠올렸다.
'야 쟤네 엄마 살인자래~'
'헐 진짜?? 쟤도 죽을뻔한거 아님?ㄷㄷ'
'쟤네 엄마가 쟤랑 쟤 아빠를 둘다 죽이려다가 실패하고 아빠만 죽였대.'
독자의 표정이 더 어두워지고 손이 덜덜 떨리자 우리엘이 직접 나섰다.
"나 혼자 독자 좋아한거야. ㅆㅂ년들아."
우리엘이 독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독자야, 미안해."
독자는 다시 책에 집중을 시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학교가 끝나고 독자는 한수영에게 다가와 말했다.
"수영아, 이따 4시에 OO카페로 와."독자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 알았어."
*
음..뭐 입고 가지?
나갈때마다 입고 나가는 후드를 입고 나갈순 없다.
그렇다고 너무 꾸미고 나갈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수영은 연분홍색 블라우스와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치마, 그리고 리본 머리삔을 머리에 꽂았다.
'지금이...3시 20분이네 천천히 가야겠다.'
*
내가 카페에 가자 독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우리는 서로를 보고 당황했다.
"커플룩?!?!"
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수영은 애써 참았다. 독자도 비슷한것 같았다.
"크흠큼.."
'나는 저번의 김독자와는 다르게 부른 이유를 묻지않았다.'
"너 바나나 진짜 좋아하네."
"그런 편이지."
김독자는 말이 너무 없었다.
"어~~너 책 좋아하지?"
마침 옆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내가 아는 책을 읽길래 그 책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 좋아하지. 책."
"그러면 너 그 책 알아? 가정폭력범 남편을 죽인 살인자가 감옥에서 에세이를 썼는데.."
김독자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아 혹시 안읽은 책이야?"
"어. 안읽었지. 안읽을거고."
"음? 아 내용이 취향이 아니구나."
"맞아."
"그건 그렇고, 어제 제대로 못놀았잖아? 혹시 에오바앗랜드 가봤어?"
김독자가 빠르게 말을 전환하는게 느껴져서 한수영은 김독자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어? 에오바앗랜드? 유명하니까 몇번 가봤지."
"오늘 같이 갈래?"
"당연하지."
"내가 표는 미리 사놨어. 가자."
"그래! 가자!"
*
"음, 독자야. 너는 놀이동산 놀러오면 보통 뭐해?"
"유령의 집 빼고는 다하는것 같은데."
"그럼 유령의 집부터 가자!"
"?"
"와 줄 개짧다. 마침 잘됐네! 그치?"
"???어??"
나는 언젠가 김독자가 손목을 그었던, 얇은 손목을 잡고 유령의 집으로 데려갔다.
들어가자마자 귀신이 튀어나왔다.
"꺄아아아아아ㅏㅏ악!!"
모서리를 돌자마자 귀신이 또 튀어나왔다.
"꺄아아ㅏㅏㅏㅏ악!!!!!!"
어휴 드디어 끝이ㄷ
"까아ㅏㅏㅏㅏㅏㅏ악!!!!!!!!!!!!"
아니 출구에도 있냐고.
근데 김독자는 별로 안놀래고 나만 계속 놀란다. 이거 데자뷰 아닌가?
겨우겨우 나왔을때 보니 나는 김독자에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너 겁 되게 많네ㅋㅋㅋㅋ"
김독자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야! 너 일부러.."
"음? 나도 많이 무서웠는데~티를 안낼 뿐이지. 그건 그렇고, 이제 팔좀 빼줄수 있니."
"싫은데? 오늘 하루종일 이러고 다닐껀데?"
"오 저거 줄 길다. 저거 한번 타보자."
한수영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내내 김독자의 팔에 팔짱을 꼈다.
"어머, 커플인가봐요 중혁씨."
"좋을때군."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고, 한수영은 만족했다.
김독자와 한수영은 해가 저물고 놀이공원을 나와서 근처에 맛집에 갔다.
*
"독자야 독자야. 너 매운거 잘먹어?"
"음..조금?"
"오올~그러면 마라탕 먹자."
"그래."
마라탕을 먹으며 김독자의 얼굴을 관찰해 보았는데, 김독자의 표정은 태평했지만 얼굴은 마라탕색이었다.
"..매워? 물 좀 먹으면서 먹어ㅋㅋㅋㅋ"
"하나도 안매운데?ㅋ"
"마라탕 입에 맞나보네."
"여기 맛있네."
*
하 정말 즐거웠다. 만약 김독자와 사귀면 매일이 저 이상으로 행복할까?
한수영은 김독자와 함께 집에 가며 행복한 망상을 했다.
근데 한수영은 자신의 집에 다와가는데 본인 집 방향으로 가지 않는 김독자를 보며 의아해했다.
"..다 주려고."
"뭐?"
"데려다 주려고."
김독자가 수줍게 말하자 한수영의 얼굴이 빨개졌다.
"야 나 방금 너한테 반함."
지금 반한건 아니지만.
"ㅋㅋㅋ그러셔?"
진지하게 안듣네.
김독자는 한수영을 집에 데려다주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창문 내려다 보자, 저 멀리서 김독자가 보였다.
매일이..매일이 이랬으면.
한수영은 간절히 빌었다.
*
김독자는 아무도 없는 넓은 집에 들어가며 생각했다.
언제 봐도 혼자 살기엔 너무 넓네.
이 집은, 김독자의 어머니가 감옥에 있는동안 에세이를 써서 책을 출간해 번 돈의 일부로 산 집이다.
나의 삼촌 사촌, 친척들은 나의 어머니가 살인자가 되자마자 나와 어머니를 손절했고, 어머니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땅을 치고 후회했다.
수도권, 학교 근처, 주위에 많은 상가들, 넓은 평수.
한마디로 그냥 비싼 집이다.
언젠가 출소할 어머니와 함께 살수도 있는 집.
그나저나, 힘든 하루였다.
아까 한수영이 어머니의 책에 대해 얘기할땐 정말 깜짝 놀랐다. 사실을 안걸까, 하고.
나는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혼자밖에 없는 넓고 좋은 집의 공허하고 깨끗한 천장을 보며 잠들었다.
*
아침. 8시 40분. ㅆㅂ 늦었다. 정신이 몽롱했다. 아직 '꿈'인것처럼.
나는 빨리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가는길에 한수영이 보였다.
"수영아!"
"?어 독자네? 너도 지각?"
"어ㅋㅋㅋ나도."
"근데 독자야. 나 할말이 있는데."
"어? 뭔데?"
"너. 어머니가 살인자야?"
"..뭐?"
"왜 말 안해줬어?"
"아니ㅇ..말해주려 했어."
"근데 독자야 너 그거 알아?"
"너희 아버지를 죽인건. 너희 어머니가 아니야."
"뭐라고?"
"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너야"
"수영아?"
"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살인자"
*
"ㅆ발!!!!!!!!!!!!!"
어? 여긴?
"아..ㅆㅂ 꿈...ㅆㅂ...꿈...."
김독자는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5시..
잠이 오지 않았다.
책을 읽었다.
어머니가 쓴.
읽다보니 벌써 시간이..
나는 정상시간에 등교했고 등굣길에 정말 우연히 한수영을 만났다.
"야..독자야..너 다크서클이..어제 이 누님이랑 너무 재밌어서 잠 못잔거 아냐?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아냐. 그냥..책읽느라."
"어휴..이거이거 활자중독자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시덥잖은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학교이다.
*
쉬는시간마다 애들이 내 자리 주변에 와서 귀찮다.
그래서 나는 몰래 빠져나가서 관리가 잘 안되어 있어서 쉽게 문이 열리는 옥상으로 올라가 의자에 앉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어제 악몽을 꾸었고, 악몽의 내용은 사실 살인자는 나라는 내용. 일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가 쓴 책을 읽었고, 내용에 여러 결점이 있어 도달한 나의 생각은. 내가 살인자라는 생각. 서서히 돌아오는 기억.
나는 살인자의 아들이 아니었다. 나는 살인자였다.
"하하ㅏㅏ하핳핳핳핳ㅎㅎ핳하ㅏㅏㅎ"
너무 웃겼다. 그토록 어머니를 원망하고 살인자의 아들이 된것에 억울함을 품었는데. 내가 바로 살인자였다.
"독자야? 괜찮아?"
한수영이 문을 열며 들어와 조심히 물었다.
"수영아 너에게 해야만하는 이야기가 있어."
아름다운 얼굴, 진지하지만 조심스러운 성격, 여전히 그녀를 보면 내 심장은 빨리 뛴다. 그래. 난 수영이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내 이야기는 그저 트라우마가 있는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서로를 더욱 깊이 사랑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내용인줄 알았다.
아니었다. 극복할 수 없는 트라우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