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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유년(癸酉) 을묘월(乙卯) 경진일(庚辰)
(양력:1933년 3월 15일) (음력:1933년 2월 20일)
{“여긴 어디지? 아저씨...? 길영아..?”}
다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아이는 눈앞의 풍경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미동도 없이 쓰러져있는 부모님 그리고 그 앞에 피를 뒤집어쓰고 내려다보는 한 남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하였지만 그 남자의 시선을 끌 뿐이였고 그 차가운 눈빛이 이네 나에게 쏟아지고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당신 뭐야! 오지마!”}
바락바락 외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듯했고 이네 칼날이 나의 숨구멍을 옥죄이는 순간
마치 자신의 몫이라는 듯이 나타난 한 남자가 그 칼날을 받아낸다.
{“꺼져라.”}
그의 말과 동시에 안개가 끼듯 그 남자는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유승아....”}
{“아저씨!!”}
울먹이는 그녀를 그는 한없이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거라.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어둡고 두려워서 지래 겁먹기 마련이지만.”}
나는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웃었다.
{“내 약조하지 않았느냐? 그림자가 되어주기로 걱정하지 말고 너의 길을 나아가거라.”}
*
흘러 들어오는 빗살에 눈을 부스스 비비며 일어나니 건너편엔 뭔지 모를 잠꼬대를 하는 길영이..
“와 육즙...신유승 그만 먹어...”
그리고 옆에 있어야 할 사람...
“어디가셨지??”
나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부는 마당으로 급히 나갔다.
“....!! ”
그를 마주하는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혹여 이 모든 것이 꿈일까 두려워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이 따스했던 꿈이 깨질까 두려워서...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좋지 못한 꿈을 꾼 것이냐?”
따스하게 웃으며 걱정스레 보는 그의 눈빛에 나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을 삼키며 애써 웃어본다.
“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저씨”
......
길영이가 잠에서 깨어난 후 다 같이 시장을 거닐며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저는 신유승이고 얘는 이길영 둘 다 12살이에요!!”
통설명은 어제 했지만 재잘재잘 떠드는 것이 퍽 귀여워 웃으며 들어주었다.
*숭례문=남대문
“숭례문(崇禮門)시장 참 사람이 많네요!”
“오늘이 장인가 보구나”
....
“꺄아아악!!!”
“이게 지금 뭣 하시는 게요!!”
“그건 너희가 알 필요 없다.”
한 사내가 말을 마치자 수십의 장정들이 일제히 그곳의 점포를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아저씨(형)!!”
“너희들은 잠시 안전한 곳에 있거라 내 잠시 일이 생긴 듯 하구나”
“조심하세요!”
날 걱정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땅을 박차며 내달렸다.
“넌 뭐지? 목숨이 아깝다면 저리 꺼져라.”
“미안하지만 이곳 주인장의 가락국수가 맘에 들어서 말이지.”
“저희는 가락국수를 판매 한적이 없는데....”
“.........”
“쳐라!!”
“어이쿠....칼을 휘두를 땐 상대를 반드시 죽인다는 마음으로 휘둘러야 하지.”
“뭐라고 떠드는 게냐!!”
“이렇게 말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그의 검술에 수십의 장정들이 우후죽순 쓰러지는데 일각(一刻)이 채 걸리지 않았다.”
“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느냐!”
“참으로 진부하구나 3000편이 넘는 서책을 읽는 것보다 지루할 수가 있다니 아주 놀라워...”
“그만 썩 사라지거라.”
“그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고맙소. 허나 괜찮겠소?”
“무얼 말이오?”
“저자들은 한씨 가문의 수하들이오 그대의 무위를 못 믿는 것은 아니네만 왜 이런 무모한 짓을....”
“말했잖는가 맘에 들었다고 가락국수가.”
“저희는 가락국수를 한 적이 없사온데 어찌 그런 농을 하십니까?”
서시:고대 중국의 4대 미인
서시(西施)가 생각날 정도의 수려한 미모 꽤나 길지만 비단보다 고운 머릿결 또한 따스한 느낌의 분위기를 내는 여인이 말을 이었다.
“흑심은 없고....”
사내는 한 발자국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멸제회(滅諸會)의 참모...유상아씨 맞으시지요.”
*滅諸會(모든것을 멸하기위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