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고 지나, 유상아의 배가 더욱 불러왔고, 어느새 9개월이 지나 만삭에 가까운 배가 되었다.


그리고 유상아는 출산을 위해 회사에 휴가를 냈다.


"...독자 씨."

"네, 부장님."

"제발 보고서 좀 성의있게 써주면 안되겠나? 정말 부탁하겠네. 왜 자꾸 유중혁이라는 사람 이름이 나오는지 모르겠군..."

"그거야 제가 전에 설명드렸다시피..."

"그만! 그만해! 그 얘기를 몇 번을 들었는지 알아?!"

"그럼 이제 수긍하시는게 어떨까요."

"...사원 보고서를 해석하면서 읽는 부장은 나밖에 없을거야."

"오, 친절하시네요."


그 말을 들은 한명오가 일순 체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어깨를 축 내리고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맞다, 유상아 씨 이제 곧 출산인가?"

"...네, 아마 빠르면 이번주에 출산하고 늦어도 2주 뒤에 출산할 것 같습니다."

"오... 이름은 정했나?"

"태명은 김노을입니다."

"음..그렇군. 난 이제 다름이 보러 퇴근할 생각이라... 독자 씨 태워줄까?"

"또 저번처럼 벤츠 기능 설명하시면서 가다가 박아서 유상아 씨 과부로 만드시려고요?"

"큼, 크흠! 그러면 난 가보겠네! 독자 씨는 지하철 타고 가게!"


한명오가 벌게진 얼굴로 내게 소리치며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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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서자, 쇼파에 누워서 자고 있는 유상아가 보였다. 배를 어루만지며 자고있는 그녀를 보자,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조심히 이불을 유상아에게 덮어주려는 순간, 유상아가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으응... 독자 씨? 왔어요..?"

"아, 상아 씨. 침대가서 자세요. 여기서 주무시지 마시고.."

"...네.."


유상아는 비몽사몽한지 몸을 일으키고는 한참을 나를 보고있더니,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는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누웠다.


"..."


나는 가만히 유상아의 옆에 누워서 그녀의 배에 귀를 대어봤다.


"...자라면서 왜 그러시고 있어요."


유상아가 힘없이 웃었다.


"...많이 힘들어요?"

"힘들긴 한데... 이 노력이 곧 결실을 맺는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다행이네요."

"그렇죠?"


유상아가 가만히 자신의 배를 쓰다듬더니, 이내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난 잠시동안 유상아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볼에 키스한 뒤, 씻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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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직 자고 있는 유상아의 머리를 쓰다듬고 출근하자 QA팀에 비상이 나있었다.


"독자 씨, 큰일 났어!"

"...김 팀장님?"

"지금 물약 버그 때문에 QA팀이 폭탄 맞게 생겼다고!"

"...QA팀 업무 실수 아닙니까?"

"아니야! 이번에 해외까지 서버 확장하다가 프로그래밍 팀에서 오류낸거라고! 근데 우리쪽에서 실수한것처럼..."

"그걸 확인하는게 QA팀의 업무 아닌가?"


한명오였다.


"당장 물약 관련해서 테스트 하면서 버그 케이스들 다 확보하도록. 오늘 내로 해야하네. 그리고 독자 씨는 이번에 프로그래밍 팀으로 부서 이동 예정됐었지?"

"네, 다음달부터 프로그래밍 부서 쪽에서 일하기로 되어있습니다."

"그럼 미안하지만 독자 씨가 어느정도만 버그 케이스들 분석해서 보고해줄 수 있을까? 물론 다 해달라는건 아니고 간단히 알 수 있는거 몇개만... 지금 프로그래밍 팀에서도 신작 마무리 작업중이라서..."

"...네, 알겠습니다."


한명오가 내게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프로그래밍 팀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내 옆에서 윤성호가 조소를 머금었다.


"와~ 독자 씨 부럽네! 유상아 씨도 따먹고, 이제 모르모트 팀도 탈출해? 하하!"

"뭐... 윤 대리님처럼 살진 않으려고 꽤 노력했거든요."

"하, 그러시겠지."


윤성호가 얼굴을 굳히며 날 째려보더니 이내 다시 컴퓨터를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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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간이 지나 밤 11시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QA팀의 업무엔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버그 케이스 하나 또 찾았습니다..!"

"잘했어! 독자 씨한테 넘겨!"

"이거 분석하려면 며칠은 걸립니다. 프로그래밍 팀으로 넘겨야돼요."

"그럼 프로그래밍팀으로 넘겨!"


무려 13개의 물약 버그가 발견되었다. 물약 버그 말고 우연히 발견한 버그까지 합하면 무려 17개의 버그를 발견하며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그 말은 QA팀이 저번 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했다.


그 순간, 내 전화벨이 울렸다.


"...유상아 씨?"

[독자 씨...! 저 진통이...]

"...! 상아 씨! 괜찮아요!?"

[으.. 40분 전에도 이러길래 단순히 복통인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외투를 입자, 신경질적인 소리가 전방에서 들려왔다.


"지금 뭐하는거야! 프로그래밍 팀 간다고 QA팀 업무도 내팽겨치려고? 장난해?"


...윤성호.


"마, 맞네! 무슨 일인지 짐작은 간다만 그건 아니지!"

"지금 장난하십니까?"


내가 순간 분노에 화를 내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독자 씨, 가게. 무슨 일인지는 알았으니까."

"부장님! 말이 됩니까? 저 새끼 지금 가면..."

"윤 대리, 말이 안된다는걸 잘 알잖나... 그만 하게, 추하니까."

"...이런 씨.."


그리고 나는 그들의 대화를 다 듣지 않은 채, 회사 밖으로 뛰어가서 택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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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씨..."

"많이 아파요 상아 씨?"

"지금은 괜찮아요... 근데 좀 괜찮다 싶으면 다시 아프고 그래서.."

"..."


난 그저 택시가 어서 도착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택시 주변에 흐르는 한강에 비추는 도시는 아름답기 그지없었지만, 우리는 그저 어서 이 광경이 사라져 병원에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택시가 병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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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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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아가 발버둥쳤다. 계속해서 아픔을 호소하는 그 모습에, 내 마음도 찢겨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너무, 너무 아파요..."

"...상아 씨.."


언제 끝난다는 보장도 없는 이 시간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병실에는 그녀의 신음소리만이 가득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조금만, 아주 조금이라도 그녀의 고통을 나눠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몇 시간 즈음 지났을까. 의료진들이 몰려오더니 유상아를 옮긴 후, 뭐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힘! 좀만 더 주시면 돼요!"

"곧 나옵니다! 조금만 더 힘주세요!"


그 광경을 그저 보고만 있던 내게, 하얀 가운을 입고있던 여자가 손수건을 가져다주었다.


"곧 나올거에요. 준비하세요."

"..."

"눈물 닦으세요. 산모분이 보면 맘아프겠어요."

"...네."


하얀 가운에 흰 백발의 장발을 가지고 있는 여자. 마치 멸살법에 나오는 이설화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시답잖은 생각은 이내 멀리 날아가 사라졌다. 멀리서 온 아이가, 곧 온다는 생각에 그저 하늘에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병실에 아이가 우는 소리가 퍼졌다.


"...!"

"축하드립니다 산모님..! 건강한 여자아이에요!"


감격스러웠다. 그 감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순간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상아 씨..."


침대를 보자 누워서 웃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상아가 보였다. 그 표정을 본 나 역시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우리는 서로를 보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남편 분! 오셔서 탯줄 잘라주세요!"

"...네!"


아이가 울고 있었지만, 그리고 퉁퉁 부은 얼굴이었음에도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