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 그저 그 한마디로 설명할 수 밖에 없지만 동시에 한마디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듯한 이 형용할수 없는 기분.
"...그러다가 애 뚫어지겠어요..."
유상아가 나를 바라보며 웃음지었다. 힘없이 침대에 누워서 내게 웃음짓는 그녀를 보자 괜히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왜, 왜 울어요! 괜찮아요, 그냥 봐요! 보지 말라고 안 했는데!"
"아, 아니요 그게 아니고.."
유상아가 일순 당황했는지 허둥대며 내게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자 픽 하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산후 조리는 얼마나 해야하는건가요?"
"음.. 의사 선생님은 6주 정도 하는걸 추천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한 유상아가 살짝 고개를 사각으로 떨구며 아이를 바라봤다.
"그보다 아이 이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음..."
내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세 사람이 뛰어들어왔다. 장모님, 유지, 아니.. 장인어른, 그리고 우리 엄마.
엄마는 대체 언제 저 부부와 친해진거지...
"아이고! 상아야! 수고했다, 수고했어!"
"우악... 엄마 숨막혀..!"
"우리 딸! 고생 많았다! 아이고, 애 좀 봐봐 여보! 아주 이목구비가 뚜렷한게!"
그리고 호들갑을 떠는 부부와는 달리 엄마는 유상아에게 가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고 있었다.
"아이가 생긴 느낌은 어떠니?"
"...행복해요. 뭐든 다 해줄 수 있을거같고..."
그 말을 들은 어머니가 유상아와 아이를 번갈아보더니 나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저 놈도 저럴 때가 있었지..."
"어머니는 독자 씨 낳을 때 어떠셨어요?"
"모든 부모들은 똑같단다. 너희 부모님도 너를 낳을때 지금같은 기분이었을걸?"
"...그렇군요."
그리고 이내 아이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던 두 부부가 대화에 합류했다.
"그럼! 우리도 상아 낳을때 같은 기분이었지!"
"아이고, 난 아니었다. 그 때 니 엄마가 내 머리카락을 다 쥐어뜯은 덕에 너 나올때 내가 반쯤 기절해있었거든."
"...그 얘기가 왜 나와!"
"...여기서 싸우지마. 애 자고있잖아..."
.
.
.
어찌저찌 대화가 마무리되자, 유상아가 본론을 꺼내들었다.
"저.. 근데 사실 저희가 아직 아이 이름을 못 정해서.."
그 말을 들은 유지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엥? 노을이 아니었어?"
"그건 태명이었어요. 태명에는 딱히 뜻을 담지도 않았고... 새로 지을 생각으로 지은 이름이라..."
그 대화를 가만히 듣고있던 엄마가 말을 꺼냈다.
"채아는 어떠니? 빛날 채에 고울 아 자를 써서.."
그 말을 들은 부부가 맘에 들었는지, 호들갑을 떨어대는 바람에 결국 아이의 이름은 김채아가 되었다.
.
.
.
사실 사흘간 휴가를 냈지만, 언제까지고 병원에만 있을수는 없었다.
사실 나는 정말 가기 싫었으나, 유상아가 지금 안 가면 그냥 산후조리를 포기하고 퇴원할거라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결국 올 수 밖에 없었다.
회사 문을 열자, 한명오가 나를 맞이했다.
"독자 씨!"
"네 부장님."
"...다시 한번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QA팀으로 가는 동안, 한명오가 계속 말을 걸었다.
"상아 씨는 괜찮나?"
"조금 힘이 없어보이기는 한데 크게 아프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렇군... 혹시 나중에 유상아 씨 산후조리 끝나면 애 데리고 놀러오지 않겠나? 다름이한테도 친구를 소개시켜주면.."
"...싫은데요?"
"...상아 씨는 좋아할걸?"
"...이러실겁니까?"
한명오와 티격대며 걸어가다보니 어느새 QA팀 부서에 도착해있었다.
"그럼 독자 씨는 들어가게. 이따 상아씨한테 꼭 물어보고!"
"...예."
걸어가는 한명오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QA팀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커피에 절어있는 팀원들이 보였다.
"..."
아무도 말은 안 하지만 나를 원망하는 눈치였다.
"...물약 버그가 사흘동안이나 나온겁니까?"
"물약 버그는 진작에 케이스 다 분석했어. 문제는 거기에 딸려나온 13개의 다른 버그 케이스였지."
"...설마?"
"그래, 독자 씨 없는 동안 우리는 이렇게 게임 아이템마다 분석하면서 버그 케이스 찾고있었다고."
그제서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워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자신에게 닥쳐오는 상황만이 감정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되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얼른 와서 일 해. 지금까지 찾은 버그 케이스만 70개에 달해. 게임은 서버 중지 걸리고 지금 난리가 났다고..."
"...네."
그렇게 가만히 버그 케이스들을 찾다가, 간단한 케이스들은 분석하는 업무가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화장실에 들렀을때, 지금 회사에서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따라들어왔다.
"..."
"이봐, 독자 씨."
젠장. 최대한 말을 섞고싶지 않았는데 역시나였다.
"출산 축하해!"
"...네 감사합니다."
의외였다. 윤성호가 갑자기 왜 저러나 싶었지만 이내 한명오를 떠올리며 어쩌면 이 사람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그 뒤에 붙은 말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유상아 씨, 출산하느라 힘들었겠네? 산후조리중이야?"
"아, 네..."
"애 옆에서 산모 강간하는건 어떤 느낌일까?"
순간 엄청난 분노에 윤성호에게 주먹을 날릴 뻔 했다. 카메라로 찍고 있을걸 알면서도.
대체 이 인간이 내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뭐하자는거냐? 이 개자식아."
"그냥 그렇다는거지. 내가 언제 유상아 씨 강간한다고 한 적이라도 있어? 왜 과민반응인지 모르겠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겁니까?"
그 말을 들은 윤성호가 되려 화를 냈다.
"독자 씨가 내 업무 대신 하다가 중간에 멈춘 덕분에 내가 보고서 밤 새면서 다시 쓴건 알아?"
"고작 그딴 이유로 지금 남의 아내한테 그딴 소리를..."
그 순간 내 시선의 사각으로, 윤성호를 향해 날아가는 주먹이 보였다.
퍽!
"독자 씨는 대체 왜 이런걸 듣고만 있나? 호구야?"
"카메라로 찍고 있을텐데요."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는거 자체가 이상한거 아닌가?"
"크윽.. 한 부장.. 당신이 뭔데..."
그 말을 듣고 윤성호를 싸늘히 쳐다보던 한명오가 말했다.
"당신은 해고입니다, 윤성호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