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reader/26804446?target=all&keyword=love&p=1

이 소재로 쓴 글(위 링크의 원글은 독수임) 원글 댓글에 보면 중상으로 써달라고 했던 댓글이 있어서 한 번 써봤음. 근데 분량이 원글 보다는 더 많이 나오더라.



 크리스마스에 가까워진 어느 겨울 날이었다.

하얀 눈이 내리고, 연인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그런 평범한 겨울 날.

그런 겨울 날의 거리를 쌀쌀한 바람과 흰 눈을 맞으며 걸어 다녔다.


그날은 LOVE. 라 쓰인 엽서를 곳곳에서 팔던 날이었다.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때문에 연인들이 많이 돌아다녀서 일 수도 있고, 사랑 고백을 위해서 러브레터를 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눈에 자주 보여서였는 지, 아니면 그저 사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충동적으로 그런 엽서를 샀었다.

어렵기만 한 감정을 단 한 개의 낱말에 담아낸 모습이 속 시원해 보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포근한 이 감정이 사랑은 맞는 지 의문이 들정도라, 그렇게나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것을 간단히 표현하는 모습은 속 시원해 보일 정도였다.


하얀 눈이 내리고 네온사인이 밝게 빛나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했다.

제 방의 책상에 앉은 유상아는 손바닥만 한 엽서를 꺼냈다 집어 넣기를 반복했다.

제 눈에 담긴 것이, 그저 네 글자에 불과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마냥 어렵기만 한 감정을 단 한 개의 낱말로 표현할 수가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뭘 그렇게 바라보는 거지?"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눈 앞에는 유중혁이 서 있었다.

집중하느라 발걸음 소리도 놓쳐버렸나. 꽤나 시간이 지난 듯한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보아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중혁 씨. 그냥 엽서를 좀 보고 있었어요. 조금 전에 거리에서 샀었거든요."

"그런 것 치고는 빤히 바라보던데. 그 엽서에 특이한 것이 있어서 그런가?"


"그냥, 사랑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신기해서요. 여러 문학에서는 화려한 문장들로 묘사한 것을 그저 한 단어로 담아내잖아요."


겨우 이해가 될 듯한 화려한 문장들로도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감정을, 그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것이 아닌가. 네 문장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겨우 네 글자의 철자로 모두 다 담아낸다는 것은 놀랍지 않은가.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저 단순한 영단어 하나에 불과한 것이 그렇게까지 궁금해진 것은.

사람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고 했나.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은 사랑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무슨 감정이 사랑인지도 모르고,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가족과 관련 된 사랑은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고, 이성과의 사랑은 이게 과연 사랑이 맞는 지 의문이 드는 것에 불과했었다.


"정 알고 싶다면 어설프게나마 알려줄 수는 있다."


그렇게 말한 유중혁이 활자를 하나 씩 짚기 시작했다. 한순간 닫혀있던 입이 열린 것 또한 그때였다.


L.

"팔을 굽혀서,"


O.

"둥근 원을 만든다."


V.

"팔을 뻗어 껴안고,"


E.

"닫힌 문을 열어 마주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이유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얼추 답이 되었길 바란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떤가. 알지 못한다면 배우면 된다. 당연하지 않나."


알지 못한다면 배우면 된다, 언제나 잊고 있던 당연한 말이었다.

처음하는 것이라 실수투성이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앞전의 말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지도 모르지만, 그게 내 나름대로의 답이다. 받아주겠나?"


"말장난에 불과한다면 말장난이 아니게 하면 되지않을까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포근한 감정은 아마도 사랑이었던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알려줄 수 있으시다고 하셨지요?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데 맞나요?"


알지 못한다면 배우면 된다. 사랑을 알고 싶어졌고, 당신을 알고 싶어졌다. 그러니 가르쳐줄 수 있겠냐고 묻고 있었다.


L.O.V.E.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랑이 눈에 담겨서. 사랑이 알고 싶어졌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