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시작 전부터 힘껏 내달리는 일은 확실히 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곧 쓰러질 듯 휘청이면서도 계속해서 달렸다.
대강당이 있는 건물의 커다란 문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입학식 시작까지 고작 몇 분만이 남았을 때의 일이다.
***
학교가 넓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운동장이 넓거나 교실이 넓으면 높은 인구 밀집도를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이동 수업 때나 청소 시간 때는 끔찍한 지옥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 해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후자의 경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방법은 먼저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이동 수업이라면 먼저 도착해 기다리면 되었고, 청소 시간 때는 쉬는 시간에 틈틈히 청소를 해나가면 아무리 넓어도 제 시간에 끝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약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미리 한다는 것이 더한 지옥을 맛볼 수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동 수업 장소가 바뀌었다던가 청소가 그 날 만큼은 면제가 되었다던가 하는 일들 말이다.
먼저 움직이는 바른 습관을 가진 신입생들이 마주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왔던 문자는 입학식 장소가 소강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정확히 교문의 정 반대편에 있는 소강당 말이다.
교문과 소강당이 있는 건물은 넓디 넓은 운동장을 가운데 두고 있었다. 사각형 형태를 띈 운동장의 대각선 상에 서 있는 건물들이란 멀찍히 떨어져 있는 게 당연했다. 일찍 오지 않았다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잠겨있던 소강당의 문 앞에 서 있던 학생들에게 다시 온 문자는 공지의 소강당이 오타였다고 적혀 있었다. 소강당이 아니라 교문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는 대강당이었다고 말이다.
소강당에서는 대강당이 흐릿하게만 보였다. 너무나 먼 거리가 그 이유일 것이다.
소강당에 서 있던 학생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일찍 와 놓고서도 멍하니 넋 놓고 지각한다는 선택지와 지금이라도 달려서 도착한다는 선택지 말이다.
당연하게도 전자를 선택하는 멍청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학교가 괴성으로 가득 차고 지진을 경험하게 된 이유였다.
땅이 울리고 운동장이 괴성으로 가득 찬다. 아수라장이라고 해도 더 없이 어울릴 광경이었다.
물론 아수라장보다도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인도 쪽 출신이라면 아수라도 저러진 않았다며 혀를 찰 게 분명해 보였으니 말이다.
아무리 혈기 왕성한 학생들이라 해도 한계는 있었다. 힘차게 달리던 다리는 힘이 풀려 후들거리기 시작했고 거칠었던 숨은 더욱 거칠어졌다. 건조대에 널어놓은 반건조 오징어 마냥 흐느적거리며 달리는 모습이란 참으로 안타까워 보이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힘이 다 빠져 흐느적거려도 어디서 힘이 난 건지 궁금할 정도로 괴성을 불러제끼는 학생들도 있었다.
"아아아아악! 학교 공지에 오타가 말이 되는 얘기냐고오오!"
"야이 망할 미■ 선생님아!"
괴성에는 때때로 공지사항을 담당하게 된 선생님에 대한 욕설도 섞여 있었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이들 중 누군가의 담임 선생님이 될 지도 모르는 선생님이었지만, 선불 맞은 멧돼지 마냥 눈이 까뒤집힌 학생들한테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질주는 땅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하늘에서의 상황도 땅과 다를 것은 없었으니 말이다.
날개가 걸레짝이 되도록 날아다니거나 구름 같은 것을 타고 날다 바람에 얼굴이 구겨지는 모습은 더하지는 않더라도 결코 덜하지는 않았다.
어찌나 빠르게 달리는 지 심해에 있을 블롭피쉬가 물 밖에 나온 채 곳곳에서 출몰하곤 할 정도였다.
"히이이이잉!"
다그닥 거리는 말발굽 소리와 말 숨소리가 섞인 운동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학교에서 달리는 말이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눈 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이었다.
카우보이 복장의 원숭이는 말 위에서 특유의 개구진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말은 좀 아닌 거 같지 않냐?"
"괜찮아, 내 뒤는 더 심해."
"말 타고 다니는 것보다 심한 게 어디에...."
뒤에서는 다섯을 태운 코끼리가 달리고 있었다.
"뿌우우우우!"
코끼리 왔져염 뿌우우를 외치며 등장한 코끼리란 경악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말 부터 시작해서 소 등등 온갖 동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이상할 것은 없었다. 물론 고삐를 쥐고 있는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다시는 이런 거 안 할거야아아!"
"괜찮아, 어차피 다음에도 똑같이 하게 될 거야."
"그걸 위로라고 하냐 망할 자식아!"
"그렇다고 수르야의 열차를 탈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인드라?"
"코끼리는 뭐 나은 줄 아냐?!"
"열차보다는 낫겠지."
고삐를 쥔 코끼리의 주인은 입을 다물었다. 뒤에 탄 이들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따스한 봄 날이었지만, 입학식의 시작은 개판이었다.
+
카우보이 복장의 원숭이-필마온
코끼리 등에 탄 다섯-수르야, 인드라, 바유, 쿠베라, 아그니
저 다섯은 같은 성운이기도 하고 신화 상 인드라가 코끼리를 타고 다닌다고 하길래 한 번 넣어 보았습니다. ㅎ
되게 입학식이 개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