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


한수영은 머리를 붙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주변을 둘려보다 어이를 잃었다. 자신이 책상에 엎드려 7시간을 쳐잔 것이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새벽의 아침이 그녀 방을 환하게 비춘다. 눈부신 빛살이 익숙치 않기에 욕 한 번 중얼인 한수영은 곧장 컴퓨터를 살폈다. 그리고 내용에 이상 없음을 확인한 즉시 작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과하다고 볼 수 있다. 밥도 없이 일을 하는 건 몸에 무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수영은 급했다.


그나마 밝을 때, 모든 것을 완수해야 했다.


일도, 치료도, 식사도, 정리도, 목욕도, 수면도.


그 모든 걸 빛이 있을 때 끝내야 했다.


이유가 뭐냐고?


묻지마라. 묻어놔라.


시체처럼 저 땅 밑으로 밀어넣어라.


이 기현상은 굳이 밝힐 필요 없다.


한수영은 세상의 과학을 믿는다.


정신 병원에서 약 처방 받고, 심하면 입원하면 해결될 일이다.


그래, 그런거다.


자신이 꿈 속에서 사람을 실용적으로 제거해나가는 천재라는 것도,


일어나면 그림자 따위에게 덜덜 떠는 미친 히스테리 년이라는 것도.


모두 고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다.


한수영은 늘 그랬듯, 몇 개월이 지났지만 완성되지 않은 에필로그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옮겨붙인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두렵지 않은 것처럼.


계속해서 자신을 속이려 들었다.


그러나 이미 미쳐버린 것 같다는 의심을 스스로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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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혼자가 무섭다. 한수영의 본심이다.


애새끼 같은 짓이지만, 그림자가 다가오는 날에는 비명과 욕을 지른다.


그러나 집에 사람을 들이면 혐오감에 더 미칠 것 같기에 혼자서 버틸 수 밖에 없다.


그 멸망은 밖으로 나서지 못했기에,


한수영을 갉아먹는다. 그녀는 그렇게 여기고 있다.


자신이 제어만 한다면, 이 괴현상은 자신만이 고통받으리라.


물론 한수영은 저것을 분명 죽일 수 있었다.


꿈에서는 그 무엇도 못할라. 죽이기를 넘어 소멸시킨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한수영은 욕과 담배를 달고사는 처량한 소설 작가일 뿐이다.


직업의 본분을 다할 뿐이다.


그러나 밤은 안된다.


그림자, 그 이상한 게 기어들어오면 몸조차 통제권을 잃는다.


어둡고 끈쩍한 것이 등으로 기어들어와 자신의 팔과 몸을 덮어대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다.


소름끼치고 차갑기까지 하다. 그것이 약간만 힘을 줘도 몸이 부서지는 건 시간문제다.


눈물만 흘리며 덜덜 떨 뿐이다.


이성은 두려워서 집을 탈출하고 싶어하는데, 육체는 꿈에서 봤던 내용을 출력하려고만 든다.


그러나 그 내용은 미친 것이다.


어제는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한수영은 손으로 직접 썼다.


[내가 죽였어 안전해 가능성은 사라지고 지속만이 남았다 멸망은 없다 잘못되지 않았다 옳았다 난 정상이야 틀린 건 없고 모든 것이 잘 맞춰져있어 결과는 스스로 치뤄야 해 잘못된 건 없다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온거다]


쓴 글을 읽고 한수영은 키보드를 던져버린 뒤 잠에 들기로 했다.


정확히는 3시간 동안 이불 바깥의 것을 두려워하며 계속 미안하다는 사과를 기도문처럼 중얼였다.


그러나 당사자를 모르는 사과는 진정성을 가지지 못한다.


그녀는 계속 벌을 받는 것처럼 힘들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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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끝났다.


몇 개월동안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에필로그. 이야기의 끝에 도달했다.


오탈자와 검수가 필요하겠지만 완성됐다는 것도 중요하다.


손가락에서 아무리 이상한 글자가 출력되도 한 글자씩 잘라붙이면 되기 때문이다.


곧 완성될 완결에 기뻐해야 할까 고민하며 한수영은 불을 켰다.


그리고 방 안의 장면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평범하다. 먼지가 약간 쌓이고 바닥엔 이빨빠진 키보드와 부숴진 마우스, 액정이 약간 금이 간 핸드폰이 긁힌 자국난 벽 바로 아래에 꺼져있다.


모든 게 순리대로 죽어있는 채로 있다. 마치 이 세상 마냥.


많은 것이 잘못됐지만, 한수영은 억지로 말해본다.


"완벽하군."


그리고 슬슬 미쳐가는 자신을 긍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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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나오며 한수영은 완결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이미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실감이 없다.


그래서 에필로그를 업로드 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떠올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돌아가서 올리면 되니까. 그렇게 여기며 집에 돌아가길 거부한다.


대신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도 포함해,


이 세상은 아주 평범하다고 되내겼다.


근데 왜 이 세상을 구성하는 새끼들이 왜 저 모양일까.


한수영은 자신을 힐끔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역으로 화를 냈다.


왜 너 같은 버러지들이 살아있는 거냐고,


살려줬으면 감사는 못할망정 그따위로 시선을 불쾌하게 부라려도 되는 거냐고 힘껏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사상 최강의 선인이며, 구원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병신이다.


그래서 꿈 속에서 자신이 그들을 직접 죽이는 건지 스스로 물어본다.


혐오감이 이 정도로 들끓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살인을 저지를 수 것 같다.


모든 이들에게 살의를 풍기며, 겨우내 참아간다


왜 이러는 건지 모른다. 본능에 가까운, 반응에 가까운 감각이 한수영을 조종하려고 든다.


그래서 주제를 돌린다. 사야할 것이 많다고.


물론 키보드나 기타 용품은 핸드폰으로 시키긴 했지만.


담배와 술. 그나마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될 수 있는 것.


당장 필요한 것에 눈을 돌린다.


그리고 그림자를 발견한다.


담벼락, 지하주차장, 나무 밑에 서식하는 어두운 것.


집에서 빠져나온 것들은 이곳까지 따라와 꾸물댄다.


한순간에 심장이 멈추고 온 몸이 경직된다.


순수한 공포만을 담아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곧 사라진다.


하얀 눈과 촉수처럼 꿈틀이던 형상은 뻣뻣하고 각진 죽은 그림자가 되어있었다.


한수영은 욕을 다시 중얼거리고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가지고 곧장 집에 달려갔다.


그녀의 안식처는 그 어디에도 없으나, 행위만이 그녀를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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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치고 비틀거리며 들어섰다.


신발도 벗지않고 화장실 변기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속에서 그림자마냥 꾸물대는 것을 토해냈다.


"우에에에엑!!"


먹은 것이 없는데 흘려나오는 건 꽤 된다.


몸 속의 장기들마저 다 꺼낼 것마냥 계속 토한다.


위장이 쪼그라지고, 공기 한 점도 남지 않을 정도로 짜낸다.


뭔가 이루는 구성 요소가 삭제되는 느낌이 나지만,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대로 사라지길 원하듯 계속 내뱉는다.


그리고 처량함에 눈물마저 흘린다.


꿈을 보라. 꿈은 위대하다.


인간. 몬스터. 성좌.


그림자가 되기 전의 위대했던 그것들의 실체와 근원을 찢는다.


그러나 혼자는 버겹기에 주제에 맞지 않는 인원과 함께 하나씩 부수고 나간다.


그리고 목적에 닿기 위해 침착하게 모든 것을 헤집고 다녔다.


모든 걸 예측하고. 판단하여.


쓸모없는 건 확실히 죽이며 살아있는 멸망을 헤쳐나갔다.


근데 이상한 게 있다.


그 놈은 누구지.


다른 시간선에서 왔다던 그 녀석.


한수영은 그 놈을 아주 친절히 대했다는 걸 주목했다.


왜?


누군데.


특징이라면 얼굴은 그럭저럭인데 못생겼다는 것.


이유는 모르지만, 그런 녀석이 보고 싶었다.


복통에 눈을 떴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억들이, 그녀를 이루고 있던 어떠한 것이.


그리고 서서히 잦아들지만 변기를 다시 붙잡고 억지로 속을 게워낸다.


미치도록 머리가 아프지만 꼭 해야한다.


이 좆같은 무언가가 이 몸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며.


한수영은 억지로라도 입을 벌리고 울어댔다.


얼마나 그랬을까.


어느새 변기에 엎드려 울고있던 한수영은 묘한 진동음을 느꼈다.


그림자들이 짖거나 울어대는 소리가 아니다. 핸드폰의 진동음이었다.


게으르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한수영은 핸드폰을 잡아 내용을 살폈다.


[근처 지나가는데, 얼굴 한 번 뵙고싶습니다.]


[소설의 에필로그에 대해 직접 만나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가능하실까요?]


착신자. 도깨비 왕.


그 이름을 보고 한수영은 미약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컴퓨터가 있는 쪽을 보았다.


강박이 손가락 끝에서 요동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행위만이 그녀를 구원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


완결이 머지 않았다. 몇 개월동안 밀려있던 그것.


업로드만 하면 끝이다. 그러나,


해야할 게 있다. 한수영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이유없이 집을 빠져나갔다.


집 속 그림자들은 떠나는 그녀를 보며 흐늘거리는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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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의문투성이라지만 이 정도로 의문스럽지 않다.


자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 몸에 억지로 붙여진 기억은 무엇인가.


한수영은 꿈이 현실에서 겪었던 건지, 꿈이 과한 건지 모르고 있다.


일어나지 않은 일 아닌가. 사라진 과거 아닌가. 그러나 겪은 거라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의문이다. 그래서 한수영은 앞의 인물에게 의문을 돌리기로 했다.


도깨비 왕.


꿈에 나오는 존재는 아니다. 끝의 존재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왜 그가 익숙한 건지 한수영은 의아스러웠다. 반대편도 자신을 익숙하게 여기고 있고.


'내가 이 새끼랑 뭐 계약한 적 있나.'


'근데 이 새끼랑 난 왜 얼굴을 알고있지.'


'애초에 전화번호 저장한 적이 있나.'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1. 내가 잊었거나


2. 저 새끼가 무엇이던가.


객관적으로는 전자가 진실같지만 후자가 더욱 그럴 듯하다. 이유는 없다. 한수영이 잘못될 리 없으니까.


그녀는 옳은 사람이여야 하며, 선인이여야 하기 때문에.


그러면서 이 새끼야 왜 집으로 안 찾아왔냐고 물으려던 걸 참았다. 스스로도 모르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안색이 안 좋아보이십니다?"


다 너 때문이라 말하려던 한수영은 말이 튀어나오기 전 커피부터 들이켰다.


도깨비 왕이 인상 찌푸리지만 뭐라 하지는 않는다. 그는 인자하고, 한수영에게 무슨 문제가 있음을 이미 알고있기 때문이다.


"..단순 슬럼프가 아니시군요."


중절모를 쓴 편집자가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 그러면서 한수영은 도깨비 왕에 대한 정보를 머리 속에서 끌어모았다.


원래 출판 쪽에서 일하던 사람이지만 웹소설 장이 커지면서 옮겨왔다고 들었다.


일도 엄청 잘해서 아예 자기 출판사까지 차렸댔고, 출판사 이름이 스타스트림이라는 것과 회사 웹소설을 도깨비 주머니라 부르던가.


아주 좆같이 내 꿈에 나오는 거군.


저놈을 보고 꿈으로 구현된 건가. 꿈에서 저 놈이 비롯된 건가.


아까 말했듯 모르겠다.


시작과 끝이 중요하던가. 흐름이 중요하지.


그 굴레를 끊을 힘이. 사내가 기침을 했다.


"문맥이 이상하지마는, 축하 말씀을 드립니다. 소설을 거의 다 쓰셨다는 애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놈은 SSSSS급 무한 회귀자를 틀었다. 그리고 어느 구절을 몇 개를 눈으로 읽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글감이 떨어졌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개연성은 오히려 탄탄해 졌으니 말입니다. 정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셨더군요."


"실존하던 세상이니까."


"예? 아.. 그렇죠. 문자들이 뛰노는 세상에서 살고 있죠. 근데 제가 말씀드릴 건 이겁니다. 마지막 부분에 희열이 없습니다. 뭐, 작품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나, 그래도 다른 걸로 교체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건 최선이 아닌 차선이지 않습니까. 이 글을 읽은 당신을 살 수 있다니, 모든 이들이 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허허."


"내가 그런 내용을 넣었나."


"예..? 에, 있습니다. 그보다 제가 이런 문장 지적하는 이유를 아실텐데요. 에필로그만 있으면 해결될 문제 아닙니까. 근디 찾아보니 안 적으셨던데.. 몇 달이 지났는데 왜 안 쓰신 겁니까? 비축분이 더 있는 겁니까, 아니면 문제가 있으신가요?"


왜 지랄일까. 이렇게 신경쓰는 업체가 있었나. 한수영은 작가로써 귀차니즘을 느끼, 어 잠시만


잠만,


잠시만잠시만잠시만?


"도깨비 왕?"


"..제 별명을 알고 계시셨습니까? 어.. 영광이군요. 아주 예전에 글쓸 때 쓰던 예명일 뿐인데요. 제가 저번에 알려드렸을 리 없으니 들으신 걸까요?"


어 그런가.


그랬나


아 맞네 내가 착각했네.


지랄하네 시발 새끼가.


"..도깨비 왕."


존칭인지 조롱인지 모르지만, 사내는 체면을 아는 사람이다. 공격적인 어조도 설득이 있다면 납득하는 존재기에 질문했다.


"어흠, 왜 그러십니까?"


"신이 죽었어."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세상이 잘못됐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사내에게 한수영은 불만감을 품었다.


"야, 왜 말이 없어?"


"왜 이러시는 것인지-"


"모르냐? 세상이 잘못됐잖아, 세상이!"


"작가님, 세상은 원래 잘못되었죠, 사회를 만드는 사람 자체가 잘못되었으니까요."


"시발 멸망이 없잖아!"


도깨비 왕은 무식한 논리를 들이미는 여자를 보며 머리를 글쩍였다.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은 죽었습니다. 신이 세상에 어디있습니까? 있다해도 그가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지켜만 보는 놈이라면 우린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뿐이라면 우리가 그를 섬길 이유가 도대체 어딨습니까? 멍청한 겁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신이 직접 오지 않는 거라면 신앙을 품는 그런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서 사내는 의문스러워했다. 객관화가 너무 심각하게 발달해 눈 앞의 신도 눈치 못채던 존재다. 그는 대화를 이어가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앞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여자의 시선을 보고 심히 놀랬다.


"시발."


"네?"


"뭐라고 했냐?!!"


도깨비 왕은 이렇게 무서웠던 적이 있나  생각해 보았다.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전생에 뭔 일이 있던 건가. 이 역시 정신적으로 뭔가 잘못된 거라 치부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먼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난 아니지. 근데 너는 맞잖아."


"..네? 뭐가요?"


"개새끼야, 가장 신실한 신도인 니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저요..?"


"그래 너!! 이 빌어먹을 세상의 지배자이자 신도이며 군림하나 지배하지 않는 새끼!! 군림하지도 지배하지도 않은 그 새끼보다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스타스트림을 만들어 이야기를 조공하는 시발 너, 너, 너!!!"


"제가 그렇다고요?"


"그럼 뭔데?!!"


"제가.. 누군데요?"


말귀 못 알아쳐먹는 걸 주먹으로 후려치려다 한수영은 멈췄다. 도깨비 왕은 조금씩 변명을 꺼냈다.


"저도 잘 모르죠. 대통령 자식도 찾아낸다는 사람들도 제 부모와 친인척도 찾지 못했는걸요."


머리 아프다.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뭔데.


뭘 전달하려는 거야.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한수영은 자신이 왜 이리 급하게 글을 썼는지 알았다.


에필로그를 쓰지 않고 이상한 문구를 써 내려갔던 것도,


왜 소설의 수정본을 쓰고 싶다는 강박이 있는 지도 알았다.


그 놈이 없다.


에필로그를 쓸 새끼가.


그것이 보지 않으면 모든 게 사라지는 쓸모없는 무언가.


허무했다.


공허했다.


찢어지도록 허망하며 고요하고 진척 없는, 숨 막힐 듯한 정적. 세상이 멈추었다는 게 아니다. 거대한 게 없다.


세상의 근원에 구멍을 넘어선 무언가 뚫렸다.


한수영은 인정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눈 앞에 존재하는 공허를 거부하기엔 한수영은 그리 미치지 못했다. 이성이 있기에 그녀는 타겟을 돌렸다.


그래서 분노했다. 이 잘못된 세상에 탄식하며 울부짖었다.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해 모든 것을 부정당한 감정은 제어하기 힘들었다. 소리 한 번 세게 내며 한수영이 미친듯이 소리질렸다.


"시발 새끼야 독자 어딨어!!!"


"시작께서 방치하시지 않았습니까?? 왜 제게 따지십니까!!"


한수영에게 씩씩대던 도깨비 왕의 낯빛이 새파래졌다.


"..얼레? 제가 왜 이런 말을-"


도깨비 왕은 입을 다물었다. 한수영이 곧 쓰려질 것처럼 뒷걸음쳤기 때문이다.


숨이 점점 가빠지는 그녀에게 도깨비 왕은 머뭇이며 말했다.


"신은 죽었다. 신의 권속인 천사와 악마 또한 부정되었던 즉 너를 괴롭히는 것은 너밖에 없다. 다른 이가 널 신경쓰겠는가? 너가 초인이 되지 못하면 신의 죽음이 가치를 잃는다. 그대를 괴롭히는 것은 그대뿐이다..?"


도깨비 왕은 멍하니 자신을 보며 말했다.


"제가, 전해달랍니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이런 식으로는 다시 찾을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게-"


그리고 혼자 뭐라 설명하려다 결국 포기하고 나섰다. 그는 다시 중절모를 쓴 사내가 되었다.


카페를 나가는 그 놈을 한수영은 붙잡지 않았다. 도깨비 왕은 이제 사라졌기 때문에.


그러나 한수영은 부활했기 때문에.


빌어먹을, 나래기 병신 새끼.


난 내가 누군지 알아버렸으니 거짓 종막의 연출가는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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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멸망을 인지했다.


탄생이 있으면 멸망또한 존재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지진 않는다.


멸망조차 까마득히 초월한 신은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게으르기에 신은 스스로를 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이 필요했다.


때문에 우주는 미래를 과거로 가져오는 괴이한 짓을 벌였다.


그렇게 신을, 세상을, 모두를 살리는 계획이 시작되었다.


간단하다. 멸망한 세상의 경험과 신에 대한 약간의 동정심과 생각을 출력할 수 있는 필력이면 세상을 창조하기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 존재가 만들어 진건지, 간택받은 건지, 선택된 건지 모르는 시작이 구성되었다.


그러나 시작은 망설였다.


그녀는 모든 것을 본 당사자다.


추악한 세상의 평가는 당연히 추악할 수 밖에 없었다.


멸망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마지막 과일을 맺기위해 부단히도 노력했고,


그 열매는 달기보다는 썩은 것이었다.


모든 이가 그러했다.


그것들은 한순간에 죽었고,


동시에 살아가기 위해 추악해졌다.


멸망은 그들 곁에 죽음, 파괴, 살해의 형태를 띄고 있었고.


그들이 창출해낼 가치도 멸망 뿐이었다.


한수영은 그 세상의 재림을 원치 않았다.


정확히는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길 원치 않았다.


설령 그게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라 해도,


이미 저울은 한쪽에 극단적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그렇게 시작은 결국 자신의 임무를 버렸다.


도깨비 왕이 하염없이 문을 두들겼지만,


그 집념은 몇 년이고 반복됐지만.


어느 날 평온한 날이 찾아왔다. 아무도 오지 않는 하루.


그 날 한수영은 한 소년의 죽음을 짐작했다.


시작이 없기에 과거는 없어졌다.

현재는 변하고 미래는 사라졌다.

변질된 현재에 그녀는 살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현재의 한수영에게 피해만 된다는 걸 인지했다.


그리고 한수영이 스스로를 삭제할때쯤 도깨비 왕도 사라졌다.


그의 경우는 죽었던 것이다.


그 강인한 자 조차 신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건 전신앙을 포기했다. 모든 것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이가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 신 없는 세상에 놀라울 정도로 적응했다.


그리고 적응하지 못한 한 사람의 죽음은 그들에게 들리지도 못했다.


다만 짐작할 뿐.


가치있는 일이라고, 멸망의 가능성이 닫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신의 죽음으로 이 세상의 현실은 멸망이 사라졌다.


미래는 사라졌기에 멸망이 없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란 행복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죄책감이 한수영을 불렸다.


네가 벌인 짓을 해결하라는 자신.


그렇게 일어난 한수영은 끔직한 죄책감들을 보았다.


그녀는 잊힌 과거를 끌어들었고, 그것은 그림자였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감정이 죄책감임을 알아챘다.


죽어버린 김독자.


한수영은 그놈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랬으면 안됐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은 그를 보살펴야 했다.


값없는 허상이라도 바라볼 수 있게 중얼대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외면한 존재는 벽 속에서 쓸쓸히 죽었다.


그녀가 그 벽을 들어내 봤자.


시체 뿐이던가. 무엇이 더 있을까.


허상과 꿈과 죄책감 뿐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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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드리우는 집안.


피처럼 붉은 노을이 집 안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것과 걸쳐있는 그림자는 집안을 더욱 사실성 있게 두려운 무언가로 변질시킨다.


얼굴에 앉아있는 피로가 다크서클을 더욱 눈부시게 한다.


아리따운 얼굴이지만 그러기에 매력이 깊어진다.


누가 다가와 덮쳐도 신경안쓸 정도로.


한수영은 막막했다.


진실을 알아버렸지만 사건은 종결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현실을 부정했다.


꿈을 쫒고 싶었지만,


붉은 햇빛이 스믈스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림자들이 움직인다.


집안 곳곳 가장 가장자리에서,


어떤 건 부글부글대고 촉수를 튀어나오게 하거나 백안을 번쩍인다.


이해치 못하기에 두려웠지만 이제 무엇인지 보인다.


설화를 얻지 못한 것들.


만들어달라고. 문장 덩어리는 그림자가 되어 다가온다.


그러나 이젠 위협이 아닌 걸 안다.


자신을 만들어 달라는 간청이다.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거래이며,


살려달라는 발버둥이다.


그들은 표현할 수 없기에.


아리따움을 잃었기에.


그저 추악함으로 다가온다.


한수영이 고개를 들자 그것들은 멈춰섰다.


그리고 몇몇 거대한 것들이 알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난다.


고래같이 헤엄치는 것, 촉수같이 튀어나오는 것, 사람처럼 걸어오는 것, 나무같이 솟아나는 것, 황새처럼 날아오는 것, 유령처럼 나타나는 것..


덩치가 큰 것들이 한수영 시야를 가득 채운다. 기이함의 집합은 역겨움이지만 참을 수 있었다.


그것들이 이야기 한다.


결을 기다렸다.


우리를 살려달라.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저것들은 SSSSS급 무한 회귀자에 나오는 성좌나 그에 버금가는 존재들이다.


저것들은 자신들의 세상이 이 세상에 덮어 씌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창출하길 바랬다.


그리고 한수영을 자신들의 신으로 추앙했다.


가장 위대한 존재요, 심연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악이요, 종말을 만들 존재의 화신이자 이 세상을 작성한 존재라 했다.


그들은 한수영의 모든 것을 긍정한다 말했다.


그들이 말을 끝내고 물려섰을 때, 한수영은 눈 앞에 나타난 것을 보았다.


[세상의 신이 죽었습니다, 이 세상의 왕도 자살했습니다. 모든 이에게 자유가 주어진 게 아닙니다. 방치되고 있습니다. 관계를 맺을 이가 없고, 이 세상은 공허합니다. 그러나 시작이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올 것입니다. 진정한 신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게으르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시공간도 없습니다. 모든 것에 의미가 있을 겁니다.]


[시작이여, 부활 하시겠습니까?]


그 문구를 보던 한수영은 현실감이 없었다.


그리고 창을 잠시 옆으로 물리고 주변을 살폈다


[등급이 지정되지 않은 존재 '거짓 종막의 연출가'가 주변을 응시합니다.]


그림자들의 모습이 더욱 뚜렷해진다.


그들은 기대하고 있다, 흥분하고 있다.


자신의 그림자가 벗겨지길 원하는 어린 아이들이었다.


모르게 미소짓던 한수영은 문득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고, 위대했다.


그런 단어는 없었다.


피폐한 한 소녀와 고개를 떨군 시체가 있을 뿐.


실실웃던 미소를 떨어트린 채 눈만을 껌벅이던 한수영은 그림자들을 보았다.


위선자, 범죄자, 살인자, 독재자..


그녀는 자신이 시작하지 않은 이유를 기억해냈다.


그리고 미칠듯한 혐오감을 느꼈다.


"저리 꺼져!!"


갑자기 소리쳐서 머리가 아프지만 멈추지 않는다.


"내 잘못 아니야, 니들은 뭐야! 어차피 살면서 뒤질거 그냥 좀 뒤져! 원망만 할 꺼면서, 다른 얘들에게 상처줄 건데 왜 살아!!"


어둠은 그대로다. 그저 지켜본다.


더욱 어두워진다. 잘 보면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알 바 아니다.


신 앞에 모습을 드려내기 위해 행한 무수한 희생을 재미로 아는 것들이다.


오만한 저놈들을 그럴만한 대상이 아니다.


"너희들이 살아봤자 뭐할건데? 다른 새끼들 짓밟을 거잖아! 내가 옮다고만 징징짜고 맘에 안들면 죽일 거잖아! 그러면서 자기도 힘들다는 생각만 하며 살건데 내가 왜 살려! 왜!"


배가 미치도록 쓰리고 아프다.


갈증에 목이 갈라지는 것 같다.


"너희는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데 독자는 왜!!!"


그 말을 끝으로 한수영은 소통을 그만했다.


독자없는 세상의 강림은 불완전하고 쓸모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수영은 그들의 신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대로 지켜만보자,


그것들은 사라졌다.


애초에 없던 것이다.


그림자가 움직인다고 착각하는 정신병이 한순간에 치료된 것 같았다.


허탈하지만 희열을 느끼며,


한수영은 미친듯이 낄낄대며 웃었다.


등에 벽을 붙이고 그대로 미끌어지며,


팔과 다리를 죽은듯이 펼쳐둔 채 허공을 향해 비웃었다.


그녀는 승리했다.


결국 결말을 보았다.


그 대가로 허무한 시체를 남기고 말았지만.


눈물을 미친듯이 흐르지만,


경박한 미소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내뱉을 뿐.


슬픔과 웃음을 자욱자욱 뽑아내며.


한수영은 그렇게 있었다.


그렇게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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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습니다."


택시 뒷자석에서 졸고있던 한수영은 잠에 깼다.


그리고 꿈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그랬다. 그림자는 죽였다.


꿈조차 죽였다.


자신조차 죽였다.


한수영은 더 이상 자신이 글을 쓰지 않을 것을 알게되었다.


충격은 잠시, 곧 택시에서 내린 그녀는 누군가를 마주했다.


"..한수영씨?"


꽤 늙은 여성이었다. 아리따움이란 게 묻어있지만 이미 많이 벗겨져 있다. 몇 년 뒤면 사라질 것 같다.


그만큼 마음 고생이 심한 것 같다.


물론 추측이다. 하지만 그녀의 추측은 예지에 가깝다.


"..독자는 저기있어요."


얼굴이 뒤틀릴 것 같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해가며 다가간다.


그리고 같이 안 들어가냐는 눈짓에 여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더 쏟을 눈물이 있나보다.


한수영은 적막한 곳에 들어섰다.


사람들을 지나치고 다른 유골함을 지나쳐,


한 소년의 유골함 앞에 섰다.


신의 시체가 놓인 것치곤 허름한 장소이자,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이곳에,


시작하지 않은 시작이 섰다.


시작하자마자 끝을 낸 존재.


다시 주어진 시작조차 박살내어 시작을 없앤 존재.


그녀는 기억해냈다.


이곳이 처음이 아닌 것을, 여기 왔던 과거의 어느 때를 기억해냈다.


속죄한다 치고 기억을 없앴던 걸 회상한다.


인격, 기억, 멸살법. 그 모든 것.


겁쟁이처럼 행동한 그녀가 눈 앞의 독자를 보다 손을 풀었다.


그리고 억지로 웃으며 외쳤다.


"이 병신 새끼야!!"


광대가 경련하고 입꼬리가 쳐지고 싶어하는 것처럼 부들거린다. 얼굴 전체에 담이 걸릴 것 같다.


그러나 참아내며 준비한 말을 쏟아낸다.


"뒤져서! 꼴 좋다~ 너 새끼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아? 너 하나 구한다고 세상을 멸망시켜? 다른 시간선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는지 알아? 한 사람이 몇 번이고 죽었는지 알아!!"


경박하고 추한 말을 뱉는다.


이 업적을 알아주기 바라는 듯 더욱 크게 말한다.


누가 이 새끼 욕해달라고, 자신이 정당함을 입증받으려는 것처럼.


하지만 사람들은 피해자의 울분으로 이해하고 굳이 끼어들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마디 더 말하려던 한수영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웃음은 충격으로, 분노로, 머뭇임으로, 체념으로.


결국 공허로 결말지었다.


"아니야.."


다시 말했다.


"아니야.."


이 세상이, 독자의 죽음이, 자신의 선택과 욕설이.


틀리다는 것, 틀렸다는 것.


부정되어야 함이.


그녀는 안다.


이 세상은 이미 멸망했다.


멸망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루하루를 위해 살아가고 미래는 죽었다.


미래는 현재가 되었으니 종속을 의미한다.


부질없는 하루가 반복되고 이해치 못할 날이 오리라.


실제로도 그리하고 있다.


한수영은 유골함의 사진을 보았다.


김독자.


신이었던 자의 비참함 말로.


한수영은 분명 비아냥 대고 싶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려고 했다.


죽은 이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면 지독한 고통이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나쁜 사람이지, 잔혹한 이는 아니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그녀도 양심이란 게 있다.


죄책감.


그 죄책감은 독자가 죽고나서 쭉 그랬다.


그림자, 고통, 살의, 죄책감, 소설, 미친 육체, 피폐.


그 모든 게 한수영 스스로의 만든 자책의 세계였다.


그녀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누군지를 기억해낸 이후로 알았다.


자신은 한수영이다.


아니, 분신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수영인.


상처뿐이자 어찌보면 신살자인.


그리고 중얼였다.


"시발.."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이의 심보라는 걸 안다.


그녀는 세상을 구한 대가로 죄책감에 빠지리라.


자살과 시체의 삶을 살리라.


세상또한 그러하다.


멸망의 미래가 사라진 대신,


자신을 돌볼 존재를 잃으리라.


그들은 결코 초인이 되지 못하리라.


결국 사라지고 아무도 없는 우주만이 영원하리니.


외로움을 신이 아닌 우리들이 겪을 것이다.


"독자야.."


점점 뿌옇게 되는 화면이 싫은 듯.


희미해지는 독자의 얼굴을 찾으려는 듯.


그녀는 자신의 눈물을 손으로 지웠다.


그러나 눈물은 그녀의 시야를 막는다.


신을 죽인 그녀가 여기 와 온 것이냐 따지는 거냐며 질책하는 것처럼.


하지만 눈물이 그러지 않는다. 그녀의 생각이다.


죄책감일 뿐.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세상.


그녀는 어느새 무릎을 꿇고 흐느끼고 있었다.


마치 신께 자신의 죄를 용서해달라는 신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신은 죽었다.


신은 죽은 채로 있다.


우리가 그를 죽여버렸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겠는가?


고인 눈물이 그녀 뺨을 스쳐 지나가,


바닥으로 툭툭 떨어진다.


"독자야.."


그녀는 후회했다.


그러나 굴레는 끊겨졌다.


그녀가 슬퍼할 순간은 지금 뿐이다.


그녀는 죽어도 부활하지는 못하나.


그 수많은 죄를 지지않은 대가로


천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이 없는 세상에 천사의 존재 이유가 어디 있는가?


"..독자..야."


그리고 겨우내 다른 말을 꺼내었다.


"미안..해.."


그러나 대답은 없다.


죽음은 그 무엇보다 확실한 벽이요,


돌이킬 수 없는 결과요,


단절이기 때문이다.























피폐물인데 뭔가 후회물이 더 가까운 것 같음.


다음엔 더 분발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