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시점 - 

서연이와 나는 결혼 2년차 부부이다.

우리는 대학교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취직 후에 주위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으며 결혼하는데 성공했다.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서연이가 나같은 사람과 함께 해준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대학생때부터 서연이는 항상 도도하고 빛이나는 사람이였다.


외모, 학력, 몸매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사람이였다.

성격은 조금 차가운 듯했지만 그 정도론 결함이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연히 같은 동아리가 되어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다.

남자답지 못하게 여리고 이리저리 휘둘리던 나는 서연이가 데리고 다니기 딱 좋은 사람이였는지

이곳 저곳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렇게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다가 부끄럽게도 고백 또한 서연이가 해주었다.

강아지같아서 계속 눈길이 간다나.. 약간 남자로서 자존심이 깎이는 느낌이였지만

그런건 아무렇지도 않을정도로 행복했다.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만 같아서 결혼 후에도 항상 노력했다.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도 차리고.. 집안일 등 번거로운 것들은 모두 내가 도맡아했다.

나에겐 그것마저도 행복이였으니까.

서연이의 손에 물을 묻히고 싶지 않았다.

세수하는 것조차 내가 해주고 싶었지만.. 역시 그건 너무 했던 생각인지 서연이에게 혼났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지 서연이의 퇴근이 늦어졌다.

요즘따라 일이 많은건지 스트레스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여 평소보다 더 노력했다.

돌아오면 안마도 해주고 발도 씻겨주며 할 수 있는건 모두 하기 위해 노력했다.


날이 갈수록 퇴근시간은 늦어졌고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다.

나는 걱정이 더 심해져만 갔다.

그래도 서연이는 힘들다는 말도 없이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잔업도 도맡아가서했지만 서연이의 퇴근보단 빨리 하기위해 노력했다.

혼자 시키는건 미안하다며 서연이가 조금이나마 도맡아하던 집안일도 다 해버렸다.

내가 해줄수있는건 이런거밖에 없어서..

취해서 들어오는 서연이를 보면 가슴이 아파왔다.

내가 좀 더 잘났으면 서연이가 저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않았을까.

못난 내가 조금은 원망스러워졌다.


원래 몸이 좋지않던 나는 줄곧 코피를 쏟아가며 일을 했다.

집에 돌아오면 기절할 것만 같았지만 꾹참고 집안일을 마저하고 서연이를 마중했다.

혹시라도 서연이가 일찍오거나 배가 고프다고 할지도 몰라 매번 늦은 저녁이나 야식도 준비해두었지만

빈번히 괜찮다는 말만 돌아왔고 피곤해서 빨리 자고 싶다는 말만 했다.

우리의 대화는 줄어갔고 나는 점점 불안해져만 갔다.


우연히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돌아오는길에 서연이의 회사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요즘 너무 바빠서 힘들겠다고 이야길 했는데 평소와 다를바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는게 느껴졌다.

아닐꺼야. 왜 거짓말을 하겠어. 그냥 잔업을 더하거나 그런거겠지..

애써 부정해보았지만 빨라진 심장박동은 느려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친구가 안색이 안좋아보인다며 괜찮냐고 물어왔다.

나는 요즘 일이 바빠서 그런거라며 괜찮다고 답했다.


요즘따라 일도 집안일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직장에사 실수를 많이 하는 바람에 상사에게 무슨일있냐는 잔소리를 들었다.

집안일을 하다가도 다치기 십상이였다.

음식준비를 하다가 손을 썰어먹는건 일상이고 어딘가에 부딪혀 몸에 멍도 많이 생겨버렸다.

혹시라도 서연이가 보고 신경쓰일까봐 일부러 항상 긴바지와 긴팔을 끼고 있었다.

손은 어찌해도 가릴수없어서 일부러 설거지나 다른 집안일 하는척을 하며 고무장갑을 끼고있었다.

다행히도 서연이는 그런걸 신경쓸 겨를도 없는지 집에 돌아오면 피곤하다며 바로 방에 들어가 잠에 들었다.


항상 회식도 빠지고 빠르게 퇴근을 했었지만 연말회식 필참이라는 말에 오늘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

평소에도 잘 못먹던 술이였지만 컨디션이 좋지않은채로 마셨더니 더 몸에 받아주질 않았다.

조금만 마시고도 이내 곧 토해내버리고 쓰러질 것만 같이 정신이 몽롱해졌다.

상사는 영 상태가 안좋은 나를 보고 일찍 들어가보라며 택시비를 챙겨주었다.

감사하다며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척을 하다가 곧바로 앞에서 내려 걸어서 대중교통까지 가기로 했다.


정신은 멍하고 눈은 천근만근 무겁고 발은 땅에 붙은듯 했지만 

이거라도 아껴야 한다는 마음에 이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유흥가를 빠져나가려던 순간 취객들 사이에서 서연이를 보게 되었다.

서연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줄순 없다는 생각에 애써 뺨을 때려가며 정신을 차리고

서연이를 부르려던 그 순간

낯선 남자가 취한 서연이를 데리고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가는걸 보게 되었다.


뺨을 때렸을때도 깨지않던 술이 단번에 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남자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갔다.

낯선 남자와 서연이는 키스를 하고 있었다.

서연이는 취해있다고 하기엔 남자의 목에 손을 감고 정열적으로 키스를 하고있었으며

남자의 손은 서연이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곤 이내 손을 잡고 골목길 끝에 보이는 모텔을 향해 끌고 가려는 듯했다.

그리고... 서연이는 그걸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손을 잡고 따라가고 있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머리가 너무나도 어지러웠고 입으로는 내장을 게워낼 것 같았으며 손발엔 피가 통하지 않아 싸늘해졌다.

온몸의 감각이 사라지고 오로지 심장박동만이 느껴졌다.

이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내 몸은 무너져갔다.

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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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랑 이것저것 후회물보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한번 써봄.

3~4편가량 될것 같음. 난 맵찔이라 그리 맵진 않을 듯함.

해피엔딩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