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오티기간이 지나고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후붕이와 후순이는 서로 연락 한번 한 적 없었다. 


후희는 후붕이에게 혼자 그렇게 끙끙 앓지 말라고 그 OT때 보니 그 아이 너 못 잊어서 남의 학교 OT 에도 쫓아오려고 하던 아인데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얘기라도 해보라고 했어. 사람관계든 일처리든 끝까지 마무리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선배는 후순이에게 너무 한사람에 매몰되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그건 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나도 너 좋아하지만 너가 힘들어하는 모습보고 깔끔히 물러나지 않았냐고 주위사람들에게 의지 좀 하라며 은근히 자신을 어필하였어.


그렇게 몇일 시간이 흐른 후 둘은 다시 연락하게 되었고 한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어.


처음엔 그간 잘 지냈냐. OT는 어땠냐. 대학생 되니깐 어떠냐. 등 서로의 안부얘기만 먼저 하다가 후붕이가 먼저 얘기했어. 너무 상처주는 얘기만 하고 너의 얘기를 들어보려 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후순이는 속으로 '그럼 그렇지' 생각하면서 아니다 너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얘기했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하며 진심으로 사과를 했어. 특히 말도 안하고 같이 놀이공원 놀러간 점에 대해서 분위기에 휩쓸려 그랬다며 특별히 더 사과했어.


후붕이는 속으로 씁쓸했어. 후순이의 속을 알 것 같아서. 뭘 잊고 있는지 알 것 같아서.


그렇게 서로의 사과가 끝난 후 잠시간의 적막이 흘렀어.


후순이가 먼저 입을 열었어. 아니 열려고 했어. 그러나 한발 먼저 후붕이가 우리 그래도 지내온게 있는데 의식적으로 서로 무시하지 말고 그냥.. 친구로 지내자.. 그렇게 말했다.


후순이는 차라리 전처럼 강하게 몰아붙였으면 매달려 보기라도 할텐데 이건 이것도 아닌것이 저것도 아닌것이 무언가 어정쩡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쌍욕박지 않은것만해도 다행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여지를 준다는 것이 후붕이는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는 반증 아닌가? 


하고 지금은 이정도에서 만족하기로 마음먹었어. 지금은 말이야.


그렇게 둘은 헤어졌고 친구가 되기로 하였고 친구들과 주위사람들에게 알렸어.


후희는 전보다 훨씬 정리된 듯한 표정의 후붕이를 보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고생했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고 


선배는 오히려 지금이 더 좋은 관계 아니냐면서 상대는 나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닌 즉 제한할 자격이 없는 편한관계지 않냐면서 후순이를 치켜세워줬어.


후순이는 그런가? 하면서 그래도 배신할 짓은 하지 말아야지란 생각했어. 그리고 후붕이와의 관계가 점점 회복되면 되는거야 라고 생각했어.


그러나 그 믿음을 배신하는 소식이 들려왔어.



3월이 막 지났을 때 후순이는 다른 친구들을 통해 후붕이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어.


들리는 얘기론 후붕이의 새 여자친구는 작년부터 후붕이 곁에서 봤던 후희라는 아이.


후순이는 당장 후붕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후붕이와의 약속을 잡았어. 그리고 따졌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자신을 배신할 수 있냐고


후붕이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정중한 어조로 말했어. 너와 난 친구관계라고 그러니 너가 나에게 누구를 사귀네마네 해선 안된다고


후순이는 눈물이 나올 것 같은것을 참고 이를 악물고 카페에서 나갔어. 길거리에서 엉엉 울며 걸었지. 후붕이얘기가 맞지만.. 맞는 얘기지만..


이래선 안되는 거잖아.. 왜 왜 후붕이 너는 나를 두고 다른 사람에게 치유를 얻으려고 하는데.. 나에게 미련있던 거잖아.. 왜 스스로도 힘드려고 하는건데..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엉엉울며 걷고 또 걷다가 문득 자신이 온 곳이 자취방이 아니란 것을 알았어.


여기는 그 선배의 집앞 스스로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네.. 나도 위로가 필요한가 보다 하고 후순이는 선배에게 전화를 했어 


저 선배네 집 앞인데 나와달라고..


곧 선배가 나왔고 눈물때문에 화장도 다 지워진 채 쪼그리고 앉아있는 후순이를 데리고 들어갔어.


그렇게 후붕이와 후순이의 연락은 끊어졌어.




시간이 빠르게 흐른 후 


후붕이는 군대를 제대하는 날 끝까지 군대를 기다려준 후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


끝까지 군대를 기다려줄거라고는 반신반의 했었지만 후희는 후붕이 집앞에서 제대하고 오는 후붕이를 향해 방긋 웃었어. 후붕이도 그런 후희를 보고 함박 웃음을 지었지. 


같이 들어가서 점심먹자고 손잡고 들어오는 후붕이와 후희를 향해서 부모님이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다 부려가며 맛있는 배달음식을 시켜줬어.


4식구와 후희까지 5명이서 밥을 먹다가 후붕이 동생 후식이가 갑작스레 말을 꺼냈어. 형 혹시 후순이 누나 기억하냐고 연락하냐고 후붕이는 연락 안하고 지낸지 오래됐는데 뭐 취준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대답했어.


근데 후식이의 대답은 놀라웠어 후붕이 제대하기 얼마 전 즉 몇일전에 후순이가 연락을 했다는거야 혹시 후붕이 언제 전역하냐고 그래서 후식이는 별 생각없이 알려주었고 알겠다는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은 후순이 누나가 좀 이상했지만 뭐 그런갑다 했어.


그러던 중 옆에서 후붕이 챙겨주며 밥먹던 후희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거야. 뭐 하얀거야 원래 피부가 하얗지만 젓가락 끝이 살짝 떨리는 모습을 본 후붕이는 무언가 있구나 생각했어.


점심식사를 마치고 후희를 데려다준다고 얘기한 후 집앞을 나서고 후붕이는 후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어 무언가 알고 있냐고

후희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에 후붕이는 가만히 후희를 기다려줬어.


잠시 시간이 지난 후 후희는 무언가 마음 먹었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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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살면서 알게 되었죠. 

집에서 편식쟁이 던 내가 밖에서 가리는 음식이 없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