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이 회사에서 일하던 후붕이에게 처음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 잠깐.. 근처 카페인데 시간내줄 수 있어? "


누군지 몰라서 후붕이는 그 번호로 전화해 보았고 핸드폰 너머로 듣던 목소리에 낯이 익었다. 전화 상대방은은 후순이였고 후붕이는 금방 나갈테니 기다리라고 하였다. 서둘러 회사 앞에 나가보니 후순이는 손을 붕붕 휘두르며 여기야~ 말했고 후붕이는 반가운 마음에 후순이와 같이 카페에 들어갔다.


처음 만났을 때는 반가운 마음이 앞섰지만 막상 카페에 마주 앉으니 무슨말을 해야 좋을지 생각이 안났다. 머뭇거리다가 후붕이가 고생했어 하는 한마디에 자신의 커피잔만 보던 후순이가 고개를 들고 고마워 하며 웃어주었다.


후붕이는 그간 7년 동안 친구들 얘기를 먼저 꺼냈다. 개똥이 녀석은 회사에서 힘들어서 들어간지 1년만에 이직한다더라 소똥이 녀석은 얼마전에 고깃집 차렸는데 의외의 재능이 있다더라 말순이 녀석은 조만간 결혼한다더라 등등 친구들 얘기를 하다보니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그러던 중 후순이가 물어봤다.


" 너는..? "


후붕이는 자신도 여전히 후희랑 지내면서 아마 내년이나 조만간 결혼얘기는 하고 있다. 자신도 솔직히 그럴 줄 몰랐는데 후희가 후순이 너 걱정많이 하더라 얘기하니 후순이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후순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새 교도소는 의외로 밥도 잘나온다는 얘기부터 우리 부모님에게 실망을 끼쳐서 너무 걱정했는데 오히려 부모님이 자식 걱정이 지극해서 죄송스러워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처음 선고 받을 때 자신도 이미 변호사랑 예상하고 있던 수준 그대로 선고가 내려와서 당시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알았다고.

얘기를 하다보니 후순이는 그간 지내왔던 역순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 사건에 대하여 얘기하기 시작했다.


" 그녀석을 수원으로 꼬드긴거는 크게 어려운게 아니었어. 사실 수원에서 지내던거 돈 벌려고 거기서 있었던 거야. 막말로 대학교중퇴 이후에 뭘 먹고 살지 막막했고 집에서는 좌불안석이었는데 그래도 몸뚱아리 하나 남았자나? 처음부터 복수 같은걸 꿈꾸던것은 아니었어. 일단 집에서 내쫓길거 같았고 돈버는게 중요했으니.. 그래도 쉽게 돈버는 방법을 찾았는데.. 서울에서 있으면 왠지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웠고 그래서 수원의 오피업소에서 일하던 거였어.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도 안났었어.


그렇게 하루하루 일하며 지내다가 죽고 싶었어. 마지막으로 너라도 보고 죽어야지 생각하고 명문대학교 캠퍼스에 무작정 들어갔어. 어디서 너를 찾아야 할지도 전혀 모른채.


그러다가 후희라는 분이 아는 척 인사를 해줬어. 그리고 너의 소식을 얘기해줬어 너 군대갔다고.


나는 죽으려고 왔는데 너는 한단계 한단계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 그런 너와 같이 앞으로 걷는 후희라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빛나더라. 


그래서 마음먹었어. 내 과거를 끝내자고. 내손으로 끝내자고. 내가 업소에서 일하던걸 이미 알고 있는 선배를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외롭다는 핑계로 수원으로 부른건 너무 손쉬운 일이었지. 아마도 날 생각없는 창녀라고 생각하고 쫄래쫄래 내려왔을걸? 술에 수면제를 타서 재운 후 부터는 모든 일이 순조로웠어. 가장 힘든일은 소리지르는거 막는 것 정도? 혹시 몰라 방음부스에 가둬놓고 일하러 나가기전에 물에 수면제를 타 먹이고 나갈때 신경쓰이는 정도? 눈앞에서 물에 수면제를 타도 먹을게 하나 없으니 꼴깍꼴깍 잘도 먹더라.


찌르고 싶었어. 후벼파고 싶었어.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 굶어서 이제 소리 지를 힘도 없는 기운도 없는 그 모습이 마치 미래를 잃은 나같았거든. 


그래 이렇게 나약한 나는 쓰러져 사라지고 다시 일어나자. 이제 눈도 뜰 힘 없어 보이는 사람을 보면서 스스로 힘을 얻는다는거.. 나도 알아 역겨워 보인다는거.. 그렇지만 난 이런사람인걸 나보다 약한 사람과 같이 있어야 생기가 도는 괴물같은 사람..


그렇게 강인해지고 시련을 견디고 너를 보려고 했어. 나 이렇게 강해졌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그래서 너희 둘 면회 받을 때 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어.


그리고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알았어.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나를 안쓰럽게 보는 모습을 보고 알았어.



아..


나는 어디서부터 망가진거지.. 

내가 뭘 잘못 알고 산거지..



그래도 살아가려고 노력하려고 해 "



긴 후순이의 독백을 듣고 후붕이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


" 응! "


후순이는 밝게 말했다. 그리고 후붕이와 후순이는 카페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이제 후붕이가 다시 회사에 들어가려고 할 때 옆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후순이가 후붕이에게 물었다.


" 예전.. 그러니까… 우리 아직 만날때… 내 생일날… 내가 했던 거짓말.. 알고 있었어..? "


" 응 "


" 어떻게? "


" 너에게 반지를 주고 싶었으니깐.. "


" 하하하 그래 그날.. 그날이.. 아프네 "


" 뭐 예전일이자나 "


" 잘가. "


과거에 후붕이에겐 가장 아팠었던 날은 이젠 빛바랜 옛날일이었다. 왠지 가슴 속 한구석 아팠던 기억이 더이상 아프지 않다는걸 알게 된 후붕이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후희야~ 오늘 후순이 만났었는데… …. … … "



그날 저녁 후희와 저녁을 먹으며 낮에 있었던 얘기를 하던 후붕이는 이제 후희와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것이 후순이와의 마지막 만남이었고 그 이후 후순이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은 후붕이와 후희의 첫째 아이가 한번 재수하게 되고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던 날


후순이의 지인으로 부터 들은 후순이의 부고 소식이었다.


이미 후순이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외동이었던 후순이의 장례식에는 처음보는 상주가 있었고 들리는 얘기론 그나마 친했던 친척이라고 하였다.


장례식장을 나와서 집으로 가던 중 뒷자석에는 누구의 장례식인지도 모르고 부모님 따라 온 자식들이 꾸벅꾸벅 자고 있었고 옆에서 후희도 피곤한지 쌕쌕 하품해 가며 졸음을 쫓고 있었다.



" 피곤하면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 "


" 당신이 운전하는데 나 혼자 어떻게 옆에서 자.."


" 사랑해 "


" 왜 이래 당신? "


" 그냥 당신이 고생이 많아 보여서. 하하 "


" 같이 고생하는 거지 앞이나 제대로 보고 운전하십쇼 서방님 "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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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를 어떻게 할 지 몰라요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후순이를 굴리려다가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ㅋㅋㅋㅋ


아….. 굴리는것도 굴려본 놈이 굴리는구나 싶네요...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