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감 잡듯이 쓰는 거라 스토리는 뻔함-


끼이익.


문의 손잡이를 잡고 내리며 밀자 오랫동안 관리가 안됐다는 듯이 녹슨 철이 서로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기에 관심조차 주지 않으며 이 문을 열게 한 장본인을 찾았다.


"어서와라"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워갔다. 언제 들어도 감미롭고 아름다운 목소리에 순식간에 취할 뻔 했지만 꽤 진지한 분위기였기에 눈치채지 못하게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꼬집으며 표정을 굳게 다졌다.


"하실 말씀이 있다고..."


눈 앞에 있는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꽤 중요한 말이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나가며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와 거리가 코 앞까지 도착하자 발을 멈추더니 나를 한번 훑어 보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죽여다오"


***


세상엔 각자의 사정이 있다.


누군가에겐 인간 관계로 인해 생긴 사정, 또한 누군가에겐 물질적으로 인해 생긴 사정.


이런 것들을 말이다.


나 또한 사정이 있었다. 물질적으로 인해 생긴 사정.


먹여 살릴 가족도 없어 그나마 먹고 살만 했었다. 하지만 그 또한 한순간이었고 나에게도 사랑하는 연인이 생겼다. 이토록 능력없고 보잘 것 없는 나였지만 언제나 따뜻한 마음씨로 날 품어주던 연인이었다. 그렇기에 나도 더 이상 내가 먹고 살만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가정을 꾸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시골 촌구석에 태어나 마법에 재주도 없던 나는 노가다만 주구장창 뛰었다. 그렇게 점점 적자만을 일구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구 불가능 수준으로 빚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줬다. 그렇기에 정신을 굳세게 다졌고 모든 노가다 일을 포기한 뒤 기사일을 시작하기 위해 기사단에 입단하였다.


그리고 다행이도 오랫동안 다져진 노가다 근육으로 초반 동기들보다는 근육량이 많아 훈련 점수를 더 많이 받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재능의 차이로 인해 격차가 벌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연인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훈련 끝에 휴가가 주어졌고 나는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추억의 집문을 바라보게 되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인 광경은.


마을 사람들이 추잡하게 나의 연인을 강간 뒤 살인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순간 나의 머리속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칠해졌고 허릿춤에 있는 칼을 꺼내 그 탐욕스럽고 증오스러운 인간들을 모두 죽였다.


그 후 사실을 들어보니 몇 번이나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나를 버리고 우리에게 오라고 권유를 받았지만 그녀는 게속해서 극구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그런 그녀를 내가 휴가로 인해 돌아오는 당일 날 강간 뒤 살인을 한 것이었다.


눈물이 나왔다. 그까짓 돈이 뭐라고 사랑하는 연인의 옆을 지켜주지도 못할 망정 죽게 놔뒀다는 것에 억울함과 나의 대한 증오감이 마음 속에서 분출되었다.


다행히 수용소에 끌려갔었지만 정당방위라는 명목 하에 무죄판결을 받고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녀는 이미 이 세상에 없고 더 이상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얘 무슨 일 있니?"


이것이 나와 그녀의 첫 만남이자. 비극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