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의 입구에 다다를 때쯤, 나는 수많은 마차가 교구 근처에 주차한 것을 봤다.

마차에 새겨진 문양을 보니, 전부 내 옛 친구들의 가문 것이었다.

마차가 어떤 가문의 것인지 알아보고 나서야, 나는 왜 이 마차가 여기있는지 그 까닭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나를 보러 온 거겠지.

물론, 가면을 쓴, 용사인 나를.


아무리 절교를 했다 한들, 옛 친구를 만나는데, 가면을 쓰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 무고함을 잘 아는데 꿀릴 것이 있겠나.

교구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몇 사내가 한 사제님을 잡고 나의 행방을 묻고 있었다.


"사제님, 용사님께선 어디에 계십니까?"

"그...그것이, 용사님께선 딸랑 쪽지만 하나 놔두고 교구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쪽지에는 뭐라고 적혀있었죠?"

"잠깐 수도 구경만 하고 오겠다고만..."


아치형으로 사제를 둘러싼 옛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웬 바쁜 사제님을 귀찮게 하고 그러냐."

"...너는"

"오랜만에 만나네. 막심, 겔릭, 프랜시스, 카를."


저들이 나를 보자 온순한 눈빛은 간 데 없고 사나운 기색만 얼굴에 드리웠다.


"뭘 잘했다고 아는 척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잘한 건 없어도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는데."

"제 잘못도 부정하는 꼴을 보아 하니, 가문에서 제명되는 게 아니라, 감옥에서 썩어야 했겠어."

"이곳은 너 같은 죄인이 들어올 만한 장소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용사님께서도 머무르고 계시니 용사님의 눈에 띄기 전에 썩 꺼져라."

"너 때문에 아저씨의 심려가 얼마나 크셨는지 알아? 그런데 너란 놈은..."


예상과 다르지 않게 싸늘하거나 뜨거운 반응만을 보이는 내 옛 친구들.

그 중 덩치가 큰 겔릭은 아예 나를 교구에서 쫓아내려고 성큼 다가왔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에, 뒤에서 우물쭈물하던 사제님이 그제야 우리를 중재했다.


"이곳은 여신님의 집입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지 마십시오."


사제의 중제에 달궈졌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진정한 내 옛 친구들은 오늘은 날이 아니라며 교구를 나섰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덕분에 쫓겨나지는 않게 됐습니다."

"저분들은 신실하기론 저도 익히 아는 분들인데, 저분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형제님께선 무슨 일을 하신 겁니까?"

"언젠가는 사제님도 모든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좀 더 자세히..."


두루뭉실하게 말을 해서 신부님은 이해하지 못하셨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정체를 밝힐 날만 고대하며 나는 내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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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몸상태는 백신을 안 맞은 때처럼 괜찮습니다.


친구나 가족 빌드업은 약혼녀 빌드업에 비해 유난히 짧네요.


친구나 가족 빌드업 할 거리를 찾으면 찾을수록 약혼녀 빌드업이 떠오릅니다.


약혼녀 빌드업은 끝냈다고 했는데 자꾸만 쓰게 됩니다.


이러다가 빌드업이 너무 과해서 독자님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아 고민도 됩니다.


그리고 분량이 짧으므로 이따가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어차피 주말이니까 글을 쓰다가 늦게 자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