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나 혹은 너 그리고 나 의 후편입니다.)

나는 그녀와 함께 대학교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길을 누군가와 다시 걷는건 오랜만이네."

"그래요? 전 처음인데 선배랑 걷는거"

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그래..그래.. 이제 너는 내 여자니까"

그렇게 10분정도 걷자 강의실이 나왔다.

"그러면.. 이따 점심때 보자 자.기.야."

"어머.. 선배 자기라니...히히..."

그녀와 헤어지고 나는 강의실로 들어갔다.

"야! 오랜만이다."

내 뒤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한 남성이 등장했다.

"오랜만이네.... 성유한..근데. 나 어깨아퍼"

"알아. 아니까 그러는거지."

성유한.
대학교에 와서 사귄 첫 친구이자 이제는 둘도없을 소울메이트.

"그나저나...너 괜찮냐?"

유한이는 처음본 얼굴과는 다르게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괜...찮아 이제는"

"그럼 다행이고. 난 니가 연락 없길래 죽은줄 알았어. 니가 죽으면 빌려간돈 2만원 못받잖아."

"그래그래.. 고맙다 걱정해줘서. 슬슬 들가자. 시간 거의다 된거같은데."

"어디를?"

"강의실이지 당연히."

"너.. 소식 못들었구나. 오늘 휴강이야 나도 방금 알았지만."

"왜? 그 교수님이? 휴강은 물론 단 1분도 빨리 끝내주지 않는 교수님이?"

"그러게다.. 이유도 웃겨. 사모님이 와서 말해주고 가더라. 한...2일정도는 강의 없을거래. 아마.. 쥐어짠다고..?"

"아...인정해야지...그러면."

우리과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교수님의 사모님또한 이 대학교의 교수님인데 무척이나 교수님을 사랑하신다고한다.
가끔은 좀 많이 사랑하시는거 같지만...

이제 뭘해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성유한이 내게 말했다.

"야 그러면 이왕 휴강이니까 오랜만에 피방ㄱ?"

"점심까진 시간될거같다."

"점심? 그 이후는 왜?'

"선약이 있어서."

"아 그래그래 일단 점심까진 피방이나 가자"

자신에게 무슨일이 있어도 허물없이 아무 편견없이 대할수있는 사람이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그렇게 3시간이 흐르고 나서 나는 성유한과 헤어지고 다시 강의실로 향했다.

"어 선배? 수업 벌써 끝난거에요?"

"아니 오늘 휴강이래."

"그러면 저도 이제 오후 수업없는데 같이 맛있는거 먹으러 갈래요?"

"나야 좋지. 배고픈데."

나는 그녀와 손을 잡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솔직히 뭘 먹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와 웃으며 행복하게 밥을 먹을수 있는 그 자체가 행복했으니까.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그녀는 서로 헤어져서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한 날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
(쌍년시점)

그가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 집에 들어갈수없다.

난 그의 곁에 있기에는 너무 천박하고 더러운 여자니까.

하다못해 그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볼수있다면..

내가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그의 집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다시는 듣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그의 목소리가 인터폰에서 흘러나왔다.

"ㄴ...나야...."

"나...? 누구신데요?"

그는 반쯤 짜증난 목소리로 문을 열었다.

"누구시...."

그가 날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봐주었다.

"ㅈ...저기.....그러니까..."

그는 나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왜 온거야? 너 같은인간이 나한테 볼일이 남았어?"

"ㄱ..그게 아니라.....ㅁ.."

"꺼져 씨발... 니같은 년은 알지도 못하니까. 안가면 경찰에 신고할거야. 그러니까.. 당장...내 눈앞에서...사라져.."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에게 뭐라고 말할수있을까.

나는 그에게 있어서 죄인인데.

씻을수 없는 죄를 저지른.

낙인이 찍혀버린 죄인인데.

난 그에게 들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그를 부를수 없었다.

그저 받아주지 않는 사과만을 계속 할수밖에 없을뿐.

그리고 나는 다시 내 집으로 향했다.

가면서도 나는 어디로 걷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머리속에는 그에게 사과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있을뿐.

잠도 잘수 없었다.

잠을 자면 옛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모르는 남자 위에서 그저 쾌락만을 쫓으며 허리를 흔들던 내가.

모르는 남자에게 사랑한다 말하며 키스하던 나의 그 추잡한 기억이.

그저 내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은 그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는 순간.

그리고...

"끄흐흑...아파....아아파아아...."

칼로 내 손목을 그으면서 그에게 사죄하는순간뿐.

죽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못한다면.

나는 아직 죽을수도 없는몸이다.

그가 나가서 죽어버리라고 말해야 죽을수있는 그런몸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신세를 한탄해도 내가 저지른 행위들이 달라지지도 사라지지도 않기에.

나는 계속 자해하기를 반복할뿐.

"미아해...정말로.....미안해.......제발.... 욕하고 때려도 좋으니까....한번만....용서해줘...."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건

그에게 이미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는것이다.

그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계속 나에게 과시하고 있었다.

마치 니가 한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린것을 자기가 독식한다고.

마치 우리사이에 끼어들 생각따위 하지말라는듯.

코웃음을 치며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인데.

그게 정사인데.

그것이 역사가 되어가는 중인데.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 틈도 존재하지 않는데.

난 테이블에 놀인 수면제를 한알 먹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현실도 꿈도 나에겐 지옥이었다.

차라리 기절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차라리.. 영원한 안식을 찾고싶다는 생각을 하며
내눈은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아... 내일은 또 어떤 지옥이 나를 기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