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 둔 후, 나의 일상은 지루해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괜찮아 졌다고 생각한다. 그 날이 지난 후 대충 3개월 쯤 지났을까. 당시에는 너무 괴로웠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고, 그것은 공황 장애를 만들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뭐.. 원래도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 학교도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만 하고 있으려니 지루하다.
오늘도 언제나 처럼 책을 펼친 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똑 똑
집에는 학교를 자퇴한 나, 한 명 뿐인데, 집에 누군가 찾아올 리 없다. 잘못 들었을 것이다.
-똑 똑
잘못 들었을 것이다.
-쾅!
하... 대낮부터 누가 대체 이러는 것인까, 술 마시고 깽판은 귀찮은데
현관 카메라를 통해서 밖을 내다보았다.
“헙...”
그럴 리가 없잖아. 대체 왜 그녀가 있는 거지? 이상하잖아. 내가 잘못 봤을 거야.
그렇게 다시 보아도 그녀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저 얼굴, 머리 모양, 유치한 옷까지.. 내가 좋아했던 그녀라는 것을 몸이 알고 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흥분? 긴장? 아니면 아직 완치되지 않은 공황 장애의 영향인가? 지난 3개월간 그녀는 나를 찾지 않았다. 아니, 내가 피했다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처음엔 가끔 씩 문자가 오기는 했다. 그러나 내가 읽지 않고 넘어가자 그것은 2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이제야 누나가 없는 삶에 적응했는데, 대체 왜 이제야 나를 찾는 거야. 대체 왜..
문을 열어본다. 그 앞에는 절망한 얼굴의 그녀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채 그녀를 바라봤다. 그때야 눈치 챌 수 있었다. 팔에는 작은 멍들이, 그리고 옷들은 헝클어지고, 곳곳에 피가 묻어 있어 절대로 좋은 상태라고 할 수 없었다.
“동민아...동민아...동민아..동민아....”
“응, 누나”
“나...나... 어떡해...나...”
“...일단 들어와”
-
그년 처음 만난 것이 대충 몇 개월 지났나. 뭐, 그딴 게 중요해? 그렇게 같이 다녔지만 아직도 별 감정은 없다. 그 년이 도망간 것이 조금 짜증 나긴 하지만, 아니 좀, 존나, 아 씨발 존심 상하게.
학교에서 그 년이 처녀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얼굴도 좋은데 대체 왜? 당연히 거짓이라고 생각했었다. 딱히 관심 없는 채로 나의 인생을 살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그 년이 남자하고 떠들면서 자신이 경험이 없다는 것을 넌지시 흘리는 것을 들었다. 뭐,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후배한테 경험이 있는지 제대로 말할 필요는 없으니까, 여전히 거짓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뭐 해볼 만한 확률이잖아? 학교가 끝난 후, 동아리 실에 들려 잠깐 나오라고 말하고, 얘기를 하며 사귀기로 했다. 고백 받을 때나, 나랑 있을 때나, 남자 경험이 없다는 것이 너무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순진한데, 왜 내가 이걸 몰랐지?
그런데, 얘 주변에 남자 하나가 존나 거슬렸다. 거의 하는 짓은 남친 마냥 하던데, 불쌍한 새끼, 만약에 얘가 마음 급해져서 그 년이랑 한다면 내 수 개월 간의 개 고생은 의미가 없어지기에 내 쫓으려 했다. 근데 생각보다 쉽게 떨어져 나가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몇 일전에 분위기를 타서 내 집으로 데려왔다.. 이유는 뭐, 당연하잖아? 내 수 개월 간의 개고생을 보상 받기 위해서지. 근데, 왜, 이제 와서 안 된다는 거야? 이미 할 거 다 해놓고 섹스만 안 된다고?
“하...씨발...”
그래, 뭐, 처녀니까, 무서울 수 있지. 근데 그 후로 나랑 있는 것을 불편해 했다. 씨발, 이렇게 끝나면 내 수 개월간 그 멍청한 년 데리고 다닌 개고생은? 씨발... 오늘 결국 집으로 데려왔고, 싫다 해도 억지로 할 생각이었다. 그래봤자 범생이 여고생이 날 힘으로 이길 리는 없으니까.
역시나 이년은 옷가지를 다 벗고도 끝까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뭐, 예상했어.
-착
뺨을 때리니 당황스러운 얼굴을 한다. 흐, 분위기 좋네.
싫다, 무섭다, 징징거리는 것조차 재미있었다. 그대로 억지로 하려 하자 이 미친년이 나를 발로 찼다. 무슨 운동이라도 했는지, 내가 그것을 맞고 뒤로 튕겼다. 아, 씨발, 짜증 나게. 이미 기분은 식었고, 그냥 짜증만 남았다. 그 미친년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칼까지 들고 있었다.
“칼? 허, 그럼 정당방위네?”
구석에 박혀있는 야구 배트를 들고 왔다. 물론 나도 칼에 찔리면 큰일이지만, 범생이 따위가 배트를 피하면서 나를 찌른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칼을 들고 찌르러 오지만 복부를 발로 차 밀어낸 후 칼을 든 손을 내려 찍었다.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몇 번 내려친 후에는 비명조차 내지 않는다. 기절했나? 확인하기 위해서 가까이 갔을 때, 이 미친년이 칼을 내 허벅지에 박더라. 뭐, 그대로 균형을 잃고 넘어졌지. 그 년은 옷 챙겨 입고 도망갔고, 아 진짜 짜증 나게
-
“그래서 대체 나보고 어떡하라고 찾아온 거예요?”
대충 상황은 알겠다. 첫 경험을 하는 것이 무서워서 미루다가 남자 쪽에서 못 참고 하려 했다는 것이 아닌가. 칼부림까지 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싸우는 경우는 상당한, 그런 흔한 이야기다. 이야기를 하면서 거슬리는 말이 하나 있었지만
-하려고 할 때마다, 자꾸만 너 생각이 나가지고... 하기 싫었어.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그럴 것이었으면 애초에 처음부터...
“나..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힘들수록 너 생각밖에 나지 않아서.. 나 너를 그렇게 모른 척 한 것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그래서...”
“...나가요”
내가 힘들어 할 때는 둘이서 웃고 있었으면서, 힘드니까 그따위 말 뿐인 사랑을 말하면서 나한테 기대고 싶다고? 그동안 연락 한번 없었으면서, 내가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없었으면서,
“나... 너가 소중해서.. 진짜로...진짜..”
“하...제발...”
“그러니까.. 나 사실 처음부터..”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러지 말았어야지. 나도 힘들었다고, 지금 내가 무슨 상황인지 알기나 해?”
“어..어...?”
흥분이 뇌를 마비 시킨다.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대체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나는 울고 있을까. 아니라면 화가 났을까. 모르겠다.
“처음부터? 대체 언제가 처음인데? 처음 동아리 실에 왔을 때? 아니라면 나랑 놀 때? 그것도 아니라면 그 새끼한테 고백 받고 연애 할때? 대체 언제가 처음이냐고 대체!”
목구멍이 막혀온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시야가 흐려진다. 온몸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쩐지 정신은 멀쩡하다. 아니, 그렇게 믿는 것일까
“내가... 내가 그때 무슨 기분이었는지 알기나 해? 대체 내가 뭘 해주길 원하는 거야? 아니! 내가 옆에 있어주길 원했다면 당신은 그러지 말았어야해. 그러니까... 나가. 나가라고.”
“아...그...흐...흐흑....”
그러면서도 우는 얼굴을 보니 가슴이 아찔하다. 마지막 남은 사랑? 허, 그럴 리가 없다. 그저 인간으로써 남은 연민일 것이라. 그럴 것이다.
“이제야...이제서야 당신이 없는 삶에 익숙해졌는데... 이제 와서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더 이상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이제”
그녀는 마치 시체처럼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간다. 정신이 멍하다. 감정을 쏟아내어 정신이 멍하다. 나는 대체 지금 무슨 표정이지.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이 모든 것을 잊고 누워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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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러고 보니, 자기가 들어오라 해놓고 소리 지르면서 쫓아내는 주인공 인성 수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