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특히 높은 피폐 농도, 약 료나 요소 주의)


***


"아루님... 아루님..."

"괜찮으세요? 이거라도 좀..."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아."

"지금은 뭘 먹을 기분이 아니라서."


"...하지만 벌써 3일이나 아무것도 마시지 않으셨잖아요."

"지금 아루님이 얼마나 초췌한 모습인지 아세요...?"


"...몰라. 알고싶지도 않아."

"이제와서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샬레에 도착하여 선생의 시신을 목격한 것도 어느덧 3일째.

그녀들의 심신은 좋게 말해 최악의 상태였다.


유우카는 식음을 전폐하고 스스로를 혼수상태에 빠트렸며, 히나는 그래도 어느정도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결코 정상적인 상태라고는 볼 수 없는 상황.

아루는 상술했다시피 유우카와 같은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중 이었고 사오리는 스스로를 해치다 못해 살해하려고 한 탓에 전신을 구속당한 채 무력화 되어있는 상태였다.

결국 유일하게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학생은 오직 하루카뿐이었다.


물론 그녀 또한 심정이 참담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선생님을 애정하는 학생들만이 헤일로가 변화된다는 사오리의 이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헤일로가 변해버린 하루카 또한 선생을 애정한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상사인 아루와 함께 그녀를 걱정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인물.

잡초이던 그녀를 아껴주고 무럭무럭 키워주며 애정하였던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인물이 바로 선생이었다.

그런 그가 그녀의 눈 앞에서 썩어 문드러진 시체로 발견되었다.

멘탈이 금이 가지 않는게 이상한 상황이었다.


모두가 무너져버린 이 상황. 그녀 또한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존경하던 아루마저도 심신이 황폐해진 이 전례없는 사태속에서 그녀는 강해져야만 했다.

그녀마저 무너졌다가는 선생의 거룩한 죽음이 헛된 행위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루님."

"그래도 스스로의 몸은 챙기셔야죠..."


"...모르겠어.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선생님이... 선생님이 사라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게 있기나 한지...."


"아루님...."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뒷일을 맡기셨어요."

"이는 선생님께서 우리를.... 아루님을 신뢰하고 계신다는 증거라구요."


"...그렇다고 해도 내가 무능력한건 바뀌지가 않아."

"날 봐... 총알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고... 매번 너희들을 고생하도록 만들고... 흥신소를 지키지도 못했어..."

"그리고 이번에는.... 선생님마저도 지키지 못했어...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다는거야...?"


"그건 우리가 잠들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일 이었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순간, 아루의 생기를 잃어버린 두 눈이 희번득 거렸다.

하루카는 눈 깜짝할 사이 멱살을 잡힌 채 벽으로 처박히고야 말았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말을 쉽게 할 수 있어...?"

"얼마나... 얼마나 두려우셨겠어... 그렇게 혼자서.... 우리가 바보같이 자고있는 동안...!!!"


"윽,케엑... 켁...!!'


"잘 들어 하루카....  폭발로 인해 기절하였다 할지라도 깨어나지 못한건 우리들의 책임이야..."

"선생님은.... 선생님은 우리가 지키지 못한거야... 알겠어??"


"켁...켁켁.... 아,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루님...!"

"제가... 제가 실언을... 켁켁...!!"


"...!!!!"


이윽고 무언가를 깨달아버린 아루는 황급히 하루카를 잡고 있던 손을 때어놓았다.

바닥에 떨어진 하루카가 숨을 고르며 켁켁거리는 사이, 아루는 몸을 한껏 웅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내가 잠시 어떻게 되었었나봐."

"미안.... 정말 미안... 훌쩍, 흐윽....!"


"쿨럭... 아루님..."

"...저도 고통스러워요."

"저도... 저도 제 자신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란 말이에요..."


"..."


"하지만... 하지만 그러면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의미가 헛되어버리잖아요..."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뒷일을 맡기신건데... 이 사태를 해결할 사람들은 이제 오직 우리뿐인데...!"

"흐윽, 흑... 그런 우리가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의도는 잘 알겠어."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네?"


"머리로는 항상 움직여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차마 몸이 움직이질 않더라. 어차피 우리가 성소를 부순다고 해도 선생님은 돌아오시지 않잖아...."

"이제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는거야...?"


하루카는 대답할 수 없었다.

무너져 내린 마음이 얼마나 참담한지, 한 번 꺾인 마음이 돌아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더 이상 자신의 사장의 심신에 부담을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루카는 말없이 그녀 발치에 물과 식사를 놔둔 뒤, 문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휴우..."


그리고 그런 그녀를 총학생회장이 맞이해 주었다.

작전의 통수권을 쥔 유일한 사람이자 작전의 발인자인 선생의 유일한 후계자.

지금 상황에서는 그녀가 곧 선생인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 어때요?"


"...모르겠어요. 여전히 아무 것도 드시지 않아요."

"정말... 이젠 뭘 어떻게 더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담대해지셔야 합니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오직 당신들 뿐이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키보토스 각지에선 수많은 구조요청과 생존신호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

"알고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당신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들의 사력을 다해 쏘아올린 신호들도 머잖아 끊기고 말겠죠."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힐 시간은 없습니다."


"...ㅁ,뭐라구요???"


순간, 하루카는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에 격분하여 달려든 그녀였지만 총학생회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끔찍하게도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말없이 내려다 볼 뿐.

하루카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뒤로 물러난 뒤, 자리에 주저 앉고야 말았다.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라. 라고 했습니다."

"왜죠?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너무하잖아요 그런 말은."

"우리.... 우리도 사람이고... 선생님을 사랑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

"헛소리는 그쯤하시길."


"...네?"


"선생님을 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검은 헤일로 당신들..."

"그런 당신들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선생님의 이름을 입에 담을 수가 있죠?"

"양심이 있다면 닥치고 제 말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그런...!!"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아프게 박혀오는 총학생회장의 말.

이에 하루카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한 채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총학생회장은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동정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 냉혈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주제를 알아야지... 살인자 녀석들이."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 쫒아내버리고 싶지만... 선생님의 마지막 뜻이라 참는겁니다."

"...아셨으면 빨리 가서 다른 버러지들이나 깨우십시오."


"..."

"난... 않았어."


"네?"


"난 선생님을 해치지 않았다고!!!!"


분노한 하루카의 눈물.

총학생회장은 이에 잠시 당황하면서도, 그 평정을 잃지 않았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설움이 마침내 터져버린 하루카의 눈물은 쉽사리 그칠줄을 몰랐다.


"내가 그랬어? 내가 선생님을 쏘았냐고...!!"

"나는.... 나는 깨어나보니 몸도 이상하게 바뀌어 있고... 선생님은 돌아가시고...!!"

"지금 이 상황이 혼란스러운건 나도 마찬가지란 말이야...!!!!"


"..."


"선생님을 해친건 쟤들이지!!!! 내가 아니라고!!!"

"나는... 나도 피해자란 말이야... 다들 내 헤일로만 보면 죽이려고 들질 않나..."

"흐윽... 흑.... 난 아무 것도 모른다고...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건데..."

"왜... 내가 모든 죄악을 덤터기 써야하는건데...!!"


"..."

"하루카ㅆ..."


"조용히 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튀어 나온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가 이 고통을 알기나 해??"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버린 느낌을... 이를 무력하게 바라봐야만 했던 느낌을 아느냔 말이야...!!!"


"크윽...!"

"네!!! 압니다!!! 아주 잘 알고있어요!!!"


"...에?"


갑작스러운 총학생회장의 윽박에 하루카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겨울의 살얼음처럼 냉철하던 그녀의 눈빛이, 지금은 맹렬한 분노와 적대로 불타고 있었다.


"무력하게 바라봐야만 했던 느낌?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죽은 느낌??"

"그건 당신이 할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해야할 말에 더 가깝다구요!!"

".....제가.. 제가 그때 전원이 꺼지지만 않았더라면... 제가 조금만 더 튼튼했더리면....!!"

"선생님께서는 다치실 필요가 없었습니다... 알아 들으시겠어요??"


"그게... 그게 대체 무슨..."


"제가 선생님을 지키지 못했다구요!!!!"

"그런데....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런 저를 용서하시고..."

"저에게 모두를 부탁한다는 전언을 남기셨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건데..."

"다들...!!! 자기만 힘들다는 듯이 꼴값을 떨기나 하고.... 정말..."


아마도 처음 보는 총학생회장의 분노.

그토록 고고하고 단호하던 눈빛이 망가져버린 모습에 하루카는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단지 부들거리며 분노를 표출하는 그녀의 넋두리를 말없이 들어줄 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이 세계의 존망이고 뭐고 상관없이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을.... 당신들의 그 쓸데없이 초롱초롱한 두 눈알을 뽑아버리고 사지를 찢어발겨서...!!!!"

"...으득으득 씹어먹어도 성이 안 찰 상황에 뭐....? 나도 피해자라고? 나도 힘들다고??"

"정말이지... 제 분수를 알아야지..."


"..."


"그러니...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고 잠이나 처자는 당신의 동료들이나 깨우세요."

"날이 밝는데로 작전을 실행할 예정이니 그렇게 아시고."


잠시동안 멍하니 서있던 하루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천천히 몸을 돌려 물러났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비친 총학생회장은 실로 처량하고, 연약한 뒷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에 그녀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총학생회장을 향해 말했다.


"..."

"...저기, 총학생회장님."


"뭔가요?"


"...그, 그게."

"미안... 합니다."


"..."

"어째서죠?"


"...당신의 아픔을 몰랐으니까요."

"당신도 사람이고... 우리들과 같은 학생인데... 갑작스럽게 중대한 직책을 맡게 되어서 부담스러웠을텐데..."

"그럼에도 이를 몰라본 채 너무 우리들의 생각만 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총학생회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침묵에 뻘쭘함을 느낀 하루카는 고개를 꾸벅 숙인 채 근처에 마련된 골방으로 들어갔다.

이를 말없이 지켜보던 총학생회장은 하루카의 모습이 마침내 사라지자 한숨을 쉬며 제자리에 주저앉고야 말았다.


"하아.... 선생님."

"어째서 제게 이런 직책을 맡기신거에요...?"


[...미안하구나. 아로나.]


"정말... 이젠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녀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며 사랑으로 품으라고 하셨는데..."

"솔직히 말해서 못하겠어요... 그녀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해야지. 어쩔 수가 없잖아.]

[사오리도... 유우카도. 모두 본심이 아니었다는건 너도 잘 알잖아.]


적막한 공간속에서 조용히 울리는 선생의 목소리.

이에 반응하듯 총학생회장 또한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말했다.


"그래도...!!!!"

"....그래도 억울하지 않으세요? 선생님을 죽게 만들었잖아요..."

"이젠 두 번 다시 이전처럼 돌아가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실 수 없을거에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아시는거죠?"


[알지. 알다마다. 그래서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어째서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어째서 조금 더 신중하지 못했을까... 등등.]

[...그래도 그녀들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어.]


"...어째서죠."


[그야 당연하잖아?]

[선생은 학생을 보듬어 주는 존재지, 탓하고 분노하며 욕하는 존재가 아니야.]

[설령 그녀들이 실제 의지를 가지고 나를 쏘았다고 할지라도 나는 몇번이고 그녀들을 용서할거야.]


싯딤의 상자 화면속에 비치는 선생의 환한 미소.

욱신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총학생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얘기, 저번에도 하셨잖아요..."

"...하지만 선생님. 저는 모르겠어요... 어떻게 그녀들을 용서할 수 있는건데요?"

"어째서 선생님은... 그토록 미련하시고 착해 빠지셨는지... 저는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아직 네가 학생이라는거야. 아로나.]


"또.... 또 그 말씀을....!!"

"대체 선생이 뭐죠? 선생이라는 직함을 달면 뭐가 조금 달라지는건가요?"

"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저는 그녀들을 용서할 수 없어요... 그것이 설령 선생님이라고 할지라도."


아로나는 싯딤의 상자 전원을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동안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생각을 하던 그녀는 이내 천천히 선생의 좌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좌석은 넓고, 어지러웠다. 미처 정리되지 않은 서류철들과 수많은 과자 봉지들, 커피.

그리고 한 마리의 종이학까지.


"....크윽."


그녀는 말없이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비밀번호는 모니터 가장자리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쉽게 해제할 수 있었다.

이윽고 그가 모아둔 수많은 자료를 탐색하던 그녀는 터져나오는 눈물을 겨우 참으며, 엔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을 향하여 그녀의 메시지가 전송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다름 아닌 무너진 그녀들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병력들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긴박한 상황속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학생들, 검은 헤일로들을 향한 메시지.

이들을 바라보며 총학생회장은 천천히 말을 꺼내었다.


"...선생님. 과연 당신처럼 그녀들을 사랑할 수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일단은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당신처럼은 못 되더라도, 당신을 비슷하게나마 흉내낼 수는 있도록..."


[...그래. 고맙구나. 이해해줘서.]

[하지만...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이곳에 다 불러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모르겠어요. 다만..."

"시도는 해봐야죠."


그녀의 눈빛은 불안에 떨리고 있었다.


***


문을 닫고 들어온 하루카는 쓰러지듯 벽에 기대었다.

총학생회장의 그 표정. 그 얼굴. 그 소름끼치는 태도와 냉기까지.

그 모은 것이 그녀에게 있어 부담이었고 감옥과도 같았다.

하루카는 말없이 얼굴을 쓸어담듯 감싸쥐었다.


"하아..."


앞길이 막막했다.

그녀를 항상 이끌어주던 아루는 무너졌다.

게헨나의 행정부원인 히나는 무언가가 잘못된 듯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들중 총학생회장을 제외하면 유일한 학생회 출신인 유우카는 죽은 듯이 잠들었다.

그리고 사오리.


"...흐앗?"


어째선지, 하루카의 눈 앞에 공허한 눈빛의 사오리가 나타나 말없이 그녀를 처다보고 있었다. 

하루카는 이윽고 본인이 잘못된 방을 찾아온 불청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소리없이 절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오리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ㄲ...깨어 있으셨네요...?"

"죄,죄송합니다... 방을 잘못 찾아온 것 같아요...!"


"..."


"어.... 그,그러니까...."


"..."


"ㅅ...실례했습니다...!!" 


"..."


"어어..."


마치 죽은 사람 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사오리의 기세에 하루카는 서서히 위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분명히 그녀의 사지를 구속했을 터. 눈빛과 시선은 둘째 치더라도 어째서 그녀가 풀려났는지 부터가 의문이었다.

하루카는 다시금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그녀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상황에서 섣불리 나갔다가는 괜스레 그녀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카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무기를 끌어안으며 조용히 사오리의 눈치를 살폈다.

퀭한 눈빛과 공허함이 절로 느껴지는 시선. 그녀의 몸에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애초에 살아는 있는건지, 그 정도로 사오리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그러다 문득, 하루카는 그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피폐 그 자체인 현 상황에서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한다면 어떡할거란 말인가.

물론 이는 방금 전 총학생회장의 말이 일부 곡해되어 떠오른 탓도 없잖아 있었다.


"저,저기..."


하루카는 조용히 사오리를 향해 말했다.

역시나, 사오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하루카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가 핏기를 잃어버린 그녀의 팔을 쿡쿡 찔러보았다.

그럼에도 사오리는 흔하디 흔한 반응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가만히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저,저기요오오?"

"살...살아 계신거 맞죠...??"


그 순간.

사오리의 죽은 빛깔의 두 눈이 하루카를 향해 움직였다.

이에 그녀는 기겁을 하며 사오리로부터 떨어진 뒤, 총 뒤에 숨어 벌벌떨기 시작했다.


"히...히이이익...!!!!"

"사...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

"...내가 무섭나?"


"....에?"


사오리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말했다. 라고, 하루카는 생각했지만 물증이 없었다.


이에 하루카는 다시 한 번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사오리는 그런 하루카의 손가락을 낚아채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하는거지."


"...오!"

"여,역시 내 귀는 틀리지 않았어....!!"


"..."

"내 반응이 궁금했던건가."


"ㄴ,네? 그..그게...."

"총학생회장님께서... 모두를 깨우라고 하셨기에..."

"생활 반응이라도 화,확인하려고... 그,그러니까....."


"...그렇다기엔 반응이 다소 격정적이던데."


"히,히익... 그,그러니까 아깐 실수..."


"...뭐, 이젠 상관없으려나."

"생활 반응이 목적이라 했으면, 확인이 끝났으니 가도 돼."


사오리는 여전히 공허한 눈빛으로 하루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하루카는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얼마 못가 도로 그녀에게로 돌아와 앉았다.

황당한 그녀의 반응에 사오리는 당황하며 말했다.


"뭐하는거지?"


"어...어.... 그게..."

"그,그냥 여기 있으려구요... 어차피 다른 방들은 다 주인이 있고...."


"...나는 주인 취급도 안한다 그 뜻 인가."


"아,아아아니요오오오??? 그,그런 뜻은 절대 아니고..."

"ㄱ...경과를... 지켜보기 위해서요..."


"...경과?"


하루카는 고개를 들어 사오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하루카의 눈빛은 촉촉히 젖어 좌우로 천천히 떨리고 있었다.

하루카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킨 뒤, 조심스레 말을 이어나갔다.


"호,혹시라도 그쪽이 그... 그러니까...."

"그... 있잖아요. 정신적으로 몰렸을 때 하는 그..."


"...자해 말인가."


"ㄴ,네? 어.... 비슷하긴 한데..."


사오리는 말없이 코트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은 뒤, 감추어 두었던 팔을 보여주었다.

양팔 가득,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끔찍하게 난자되어있는 피부와 미처 굳지 않은 핏방울.

이 끔찍한 광경은 하루카로 하여금 사오리의 심리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할 말을 잃은 하루카를 보며 사오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무정한 어투로 말했다.


"이렇게 해도 치료를 하면 도로 회복이 된다."

"...즤인을 위한 낙인으로써는 최악의 조건인거지."


"ㄷ...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시는거죠?"


"...음. 그게 무슨 말이지?"


"어째서... 그렇게 의미없는 짓을..."


"...의외로군."

"어째서 스스로를 해치냐, 뭐 이런 논지의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잠시동안 침묵하던 하루카는 말없이 스스로의 소매를 걷어 사오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사오리의 경우처럼 똑같이 난자된 상처의 흔적들이 이윽고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중학교 때... 따돌림을 당했었거든요..."

"그때 너무나도 아파서 이렇게 했는데...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어요."


"...많이 힘들었을 것 같군. 이해한다."


"이,이뇨.... 이해나 공감을 해달라는게 아니에요..."

"저는 이렇게 저 스스로를 해쳤지만... 바뀌는건 하나도 없었어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이는 여전해서... 한 번은 죽으려고도 해봤거든요..."


"...완전히 핀트를 잘못 잡은 것 같은데."

"자해를 해도 바뀌는건 없으니 하지마라, 그 이야기 아닌가?"


"ㄴ,네? 그... 그러니까..."


"한 번이라도 자해를 해봤으면 알텐데."


사오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품에 있던 수많은 잭나이프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하나같이 핏방울로 범벅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자해는 낙인과 표시가 아니야."

"그걸 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도, 나 자신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잠시동안 고통을 잊게 만들어 줄 수는 있지."


영문 모를 미소를 지으며, 사오리는 말했다.

이윽고 그녀의 손에 쥐어지는 칼을 보며 하루카는 본능적인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녀가 달려가 사오리를 막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푸욱.

칼날이 깊게 살갗에 박히는 소리.

사오리는 천천히 떨리는 숨을 내쉬며 고통에 떨었다.

하루카는 그저 말없이 공포에 떨 뿐이었다.


"윽..."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사오리의 손이 옆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살갗이 찢어지는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상처로부터 붉은 피가 꿀렁꿀렁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오리는 희미한 미소를 지을 뿐,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그만 두세요..."

"그만하시라구요!!! 지금 뭐하는...!!"


"...큿."

"흐읏, 끅....!"

"하아... 하아.... 하아...."


챙그랑.

이윽고 나이프를 떨어트린 사오리는 벌어진 복부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이에 하루카는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밀친 뒤, 자신의 내의를 찢어 상처를 지혈하였다.

그런 하루카의 모습을 보며, 사오리는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만둬라... 읏...!"

"어,어차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미, 미쳤어요???"


"...뭐라고?"


"할복이라니.... 대체 뭐하는 짓거리에요!!"

"아프지도 않아요...?? 자기 배를 왜 찌르고 난리에요 갑자기...!!"


"...훗. 후후... 후후후."

"아프니까... 아프라고 하는거지."


"...네?"


사오리는 하루카를 밀쳐낸 뒤, 피로 범벅이 된 자신의 복부를 쓰다듬었다.

쓰라린 고통과 더불어 끔찍한 통증이 그녀를 덮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지은 미소는 깨어지는 법이 없었다.

이따금씩 몸을 찌릿찌릿 떨며, 사오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선생이 입은 상처... 복부의 상처..."

"하야세 유우카가 입힌... 깊은 자상..."

"하아.... 이것으로 나도 선생의 고통에 일부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

"그게 지금 무슨 소리에요?"


"나는 너무나도 멍청해서... 어떻게 해야 그에게 속죄할 수 있는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저주하며 절망하던 도중... 마침내 좋은 생각이 떠오른거지."

"바로 그이가 느꼈을 고통을 똑같이 느끼는 것... 어때...? 꽤나 좋은 생각이 아닌가...?"


희미하지만 광기가 느껴지는 미소. 그러나 하루카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이 결코 겉치레를 위한 위선이 아닌, 그녀의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미소라는 것을.


"...아뇨. 전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어쨰서지...?"


"어째서, 라뇨... 당연하잖아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걸 속죄라고 부르겠어요...?"


"...이것이 속죄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속죄란 말인가...?"

"나는 죽을 죄를 지었다... 모두의 은인인 선생을 살해하는데 직접적인 일조를 하였다..."

"그런데 이런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은... 이미 그것 만으로 크나큰 죄나 다름 없는 일이다..."


"누,누가 그러는데요?"

"그래서 죽기라도 하려구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거에요??"


"죽기라도 한다고...??"

"죽을 수 있었다면 진작에 그렇게 했어!!!!"


사오리는 하루카를 밀쳐낸 뒤, 하루카의 총기를 뺏어 그녀를 겨누었다.

당황한 하루카는 재빠르게 몸을 움츠렸지만, 이내 무언가가 잘못됨을 알고는 도로 고개를 들어 사오리를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총구는 어느새 자기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키보토스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총알 따위로는 생채기도 낼 수 없다."

"다만 그것은 오직 그 학생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지니고 있을 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


"뭐,뭐하시는거에요... 총 내려놓으세요...!"


"지금의 나는... 살고싶은 의지 따위, 단 1mg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죽음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지."

"...궁금하지 않은가? 키보토스의 여고생이 총기로 상해를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해...?"


"그,그만두세요!!! 이번엔 말로 안 할겁니다!!!"


"...이구사 하루카. 라고 했나."

"넌 따뜻한 사람이다. 네 상상 이상으로."


"ㄴ,네? 갑자기 그게 무ㅅ..."


타앙!

그녀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이윽고 모든 것이 암전되고,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으. 으으으..."


귓가에 들려오는 누군가의 신음소리.

조마에 사오리는 천천히 두 눈을 떠 주변을 살폈다.

정말 놀랍게도, 그녀는 죽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분명히 총은 발사되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탄흔을 발견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그 총알은 대체 누군가를 맞힌거란 말인가.

질문에 대한 답은 멀리가지 않아도 찾을 수 있었다.


"으.... 으으...."


"...어이, 너 지금...!!!"


총을 맞아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하루카.

복부에 생긴 총상으로 인하여 서서히 체온이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사오리는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급히 자신의 코트를 주워 하루카의 배 위에 덮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상태는 위독하기 짝이 없었다.


"ㄴ...너....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거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어째서 갑자기...!!"


"허억.... 허억.... 히히...."

"상해... 입을 수 있었네요...."


"...잠깐. 어째서 총상을 입은거지...?"

"......설마. 설마 너도.... 설마....!!"


이윽고 천천히, 사오리의 눈가로부터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또 다시 사람을 해쳤다는 죄책감과 하루카의 진심에 대한 당혹감 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의 결과였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상처를 지혈하는 사오리를 보며, 하루카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보세요. 역시 당신도 좋은 사람이었잖아요."

"이렇게 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옷까지 이렇게..."

"쿨럭,쿨럭...!!! 흐으... 으윽, 여...역시.... 아프네요... 헤헤..."


"어째서... 내 앞으로 뛰어든거냐...??"

"대체... 대체 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걸 알면서도 왜...!!"


"...당신은 아직 죽으면 안되니까요."

"돌아가서, 선생님께 사죄를 드려야죠... 혼자서 그렇게 무책임하게 가버리면..."

"쿨럭...!!! 그것만큼... 허억.... 비겁한 일이 또 없잖아요...?"


사오리는 천천히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제서야 그녀는 방금 전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 깨달았다.

누구든지 자신의 행동에는 마땅한 책임을 져야하는 법. 선생이 아닐지라도, 책임은 책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오리의 행동은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도망치려는, 전형적인 비겁자의 표본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오리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녀가 저지른 행위를, 그녀가 저지른 죄악을 도무지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비록 그것이 비겁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도, 이미 무너져내린 그녀의 입장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때, 하루카가 떨리는 손길로 그녀의 피투성이 손을 잡으며 말했다.


"허억... 허억...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뛰어 내리려고 한다면, 저도 같이 뛰어내려 당신을 강가까지 끌고 갈거에요...."

"당신이 의식을 잃었다고 해도 어떻게든 살려낼거라구요... 그러니 죽지마세요..."


"....!"

"너....너가 그걸 어떻게...."


자신을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그녀의 의지.

사오리는 과거 자신이 미사키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소름에 몸서리 쳤다.

분명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자신을 겹쳐본 사오리는 할 말을 잃은 채 그저 오열할 뿐이었다.


"당신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에요..."

"당신이라면 모든걸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그러니 부디..."


"...어,어이. 하루카... 하루카...!!!"

"저,정신 차려라... 하루카...!!! 이구사 하루카!!!!!"


그때, 총성을 듣고 달려온 히나가 벌컥하고 문을 열어젖혔다.

이윽고 눈 앞에 벌어진 충격적인 광경에 히나는 잠시 패닉에 빠졌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하루카를 밖으로 대려갔다.

총학생회장과 히나가 전력을 다해 하루카를 치료하는 동안, 사오리는 터벅터벅 골방으로 돌아가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녀의 상처 따위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흐윽.... 흑.... 젠장... 젠장...!!!"

"어쨰서 나는.... 이토록 한심하고도 헛된 짓을...."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세차게 벽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받기 시작했다.

쿵. 쿵. 곧이어 짖이겨진 그녀의 살갗 사이로 흘러나온 핏방울들이 서서히 벽지를 적셨다.

잠시 뒤, 느껴지는 고통과 어지러움에 힘이 빠져버린 사오리는 처절하게 흐느끼며 말했다.


"그 순수한 아이를.... 상처입히고... 나를 걱정해준 유일한 인물을...."

"크흑...! 나란 녀석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젠장.... 흐윽, 젠장....!"


콰앙.

그녀의 울분 담은 주먹질이 사정없이 벽에 내리꽂혔다.

아픔은 느껴졌지만 그녀 가슴에 느껴지는 아픔이 더욱 컸기에 차마 멈출수가 없었다.

그러자 잠시 뒤, 언짢은 표정의 아루가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


"...미,미안하다. 시끄러웠나보군."


"...너 배는 또 왜 그래?"


황급히 상처를 가려보는 그녀였지만 이미 다 들통난 터라 효과가 있을리는 만무했다.

말없이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아루의 눈빛에 사오리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이것, 말인가?"

"그,그게... 찔렸다."


"뭐에 찔렸는데?"


"그... 파편에."


"거짓말. 아까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윽..."


아루는 말없이 거즈를 내밀었다.

어안이벙벙한 사오리에게, 아루는 쏘아붙이듯 말했다.


"붙여. 상처 덧나면 위험하니까."

"착각하지마. 딱히 너가 걱정되서 그러는건 아니야."


"...고맙다."


사오리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거즈를 받았다.

곧이어 응급처치를 하는 그녀 곁으로 아루가 다가왔다.

그녀에게 애써 부담을 주지 않기위해 시선을 피하는 사오리였지만 아루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사실, 난 지금도 너를 보면 화가 치밀어."

"아무리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한들 선생님을 상처입힌건 너가 맞잖아. 그치?"


"..."

"그래서, 이럴 심산으로 다가온건가."

"...그렇다면 계속해도 괜찮아. 화가 풀릴 때 까지 가만히 들어줄테니."


"뭐라는거야. 너를 씹어대는건 한 번으로 족해."

"...사실 할 말이 있었거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아루는 사오리를 향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당황한 사오리는 그녀를 발려보았지만 아루는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ㅇ...왜 이래?"


"고마워. 사오리."


"...응?"


"하루카를 살려줘서."

"내가 챙겼어야 했는데... 너의 응급처치가 아니었다면 하루카는 지금쯤 아마 죽고 말았을거야."


고개를 숙인 채 자신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아루.

이에 사오리의 굳어버린 심장이 쿵쾅쿵쾅 떨리기 시작했다.


아닌데. 하루카는 나 대신 총알을 맞아준 것인데.

목숨을 빚진건 오히려 난데. 큰 오해를 하고 있는건데.

사오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게 대체 무슨..."

"아, 아니다. 오해다 그건. 내가 그녀를 살린게 아니라 그녀가 나를..."


"알고 있어. 하루카에게 모두 들었거든. 하루카가 대신 맞았다며?"

"...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하루카를 살린건 너야. 자부심을 가져."


"그,그런..."


"갈게. 나중에 준비되면 나오도록 해."

"다들 완전히 마음의 상처가 아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사명이 주어졌으니까."


콰앙.

아루가 방을 나가고, 사오리는 또다시 골방에 홀로 남겨지고야 말았다.

잠시동안 침묵하던 사오리는 이내 서서히 웃음을 터트리더니 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행복의 의미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광소에 더 가까웠다.

그 증거로, 그녀의 눈가에는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

"....선생. 어째서 이 세상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거지?"

"어째서 계속... 나로 하여금 사명과 비전을 부여하는거지...?"

"선생... 듣고있다면 알려다오... 어째서 나는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나가야만 하는거지...?"


사오리는 털썩. 하고 옆으로 기대어 누웠다.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졸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는 바닥과 더불어 비릿한 피 냄새가 그녀의 콧속을 찔러대었다.

그러나 이과 같은 환경에 이미 적응해버린지 오래인 사오리는 역설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왜... 당신은 내게 일말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거야..."

"사과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나는 이제 그 누구에게도 용서를 받을 수가 없다 선생..."

"어째서... 흐윽, 어째서... 그토록 일찍 떠나버린거냔 말이다..."


아무리 해답을 갈구하고 대답을 원해도 응답은 전해져오지 않았다.

어두운 골방 속에 홀로 틀어박혀 있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듣는 이 하나 없는 혼자만의 고해성사 뿐 이었다.

이에 그녀의 심신도 점차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어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결코 선인이 아닌데... 오히려 모든 일을 망쳐버린건 난데..."

"왜 다들 나를 그리 거창한 인물로 보는거지...? 나는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기만 했는데... 모두에게 상처만을 줬는데..."


비참했다. 죽고싶을 따름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으로 발목을 붙잡혀 끌려가는 듯한 느낌.

아무리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도 운명의 굴레에서 그녀는 결코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포기했고, 모든 것을 헛되다고 믿어오며 스스로를 속박하였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를 가만 두지 않았다.

끊임없이 희망의 채찍질을 가하며, 그녀로 하여금 잠시나마 미약한 행복을 꿈꾸게 만들어주었다.

구원. 행복. 희망. 친구. 동료. 가족. 미래.

그러나 그것은 오직 한 순간 뿐.


세상으로부터 부여받은 행복은 세상에게 도로 빼앗기고 말았으며, 그녀로 하여금 행복을 되찾을 수 있는 일말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헛되고 헛되다는 그녀의 말버릇 처럼.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찰나의 행복은 그렇게 그녀의 손에 도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차가운 바닥에 가득 흩뿌려진 붉은 혈흔들.

상처 하나쯤 더 낸다고 해서 티가 나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 데 모인 사이. 지금이 곧 기회나 다름 없었다.

이에 사오리는 다시금 천천히 나이프가 있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

.

.


'만약 당신이 뛰어 내리려고 한다면, 저도 같이 뛰어내려 당신을 강가까지 끌고 갈거에요....'

'당신이 의식을 잃었다고 해도 어떻게든 살려낼거라구요... 그러니 죽지마세요...'


'잘 들어라 미사키. 네가 거기서 뛰어내린다면 나는 곧바로 이렇게 할 거다.'

'먼저 코트를 벗고 곧바로 너를 따라 다리 아래로 뛰어들거야. 거기까지 2초도 걸리지 않아.'

'또 코트 주머니에 돌맹이 따위를 넣어뒀겠지. 상관없어. 거추장스러운 옷은 칼로 찢어서 밖으로 끌고 올라와주겠어...!'


.

.

.


"윽.... 으으윽.... 흑.... 흐윽...."

"흐으윽...!!! 흑.... 흑.... 흐윽.... 으으으윽..."


그러나 그녀는 할 수 없었다. 해서는 안됐다.

이미 타인에 의하여 수차례나 구원받았던 그녀는 더 이상 그 나이프를 들어 자신을 해칠 수 없었다.

그것이야 말로 그들의 희생과 사랑에 대한 반기와 모욕이었기 때문이다.


사오리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추태가 너무나도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미사키를 살리려던 그 모습은 어디가고 초라하게 삶을 포기하려는 그 자신의 괴리감이, 그 미련함이.

끊임없이 상기되어 그녀로 하여금 뜨거운 눈물이 그치지 않도록 만들었다.


과거 아츠코를 구하기 위해, 미사키를 살려내던 그 순간.

입으로는 항상 헛됨을 논하던 그녀였지만 소중한 동료들 만큼은 예외였다.

그러나 그런 사오리를, 지금의 동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 한심하게 바라볼 것이 분명했다.


"...선생. 어째서 우리를 두고 그렇게 멀리 떠나버린건가."

"돌아와다오... 부탁이니 제발 다시금 우리에게 돌아와다오..."

"흐윽, 흑... 제발... 한 번만 다시 그 미소를 보여다오... 흐윽..."

"제바알... 돌아와주세요... 죄송해요 선생님...."


그녀는 하염없이 흐느꼈다.

듣는 이가 아무도 없어도,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라며.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을 알고, 공감해주기를 바라며.


누군가가 자신을 구원해 주기를 바라며 말이다.


***


문 너머로 부터 들리는 흐느낌에, 히나는 자신도 모르게 노크 하려던 손을 내리고야 말았다.

조마에 사오리. 그 철인과도 같던 정신력의 소유자가 끝끝내 무너지고 만 상황.

이내 어지러움을 느낌 그녀는 근처 의자에 자리잡은 뒤, 쓰러지듯 기대었다.


앞이 막막해 보이지 않았다.

유일한 정상인이던 이구사 하루카는 부상으로 사경을 해매는 중이고, 그녀를 보필해야할 간호부 학생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리쿠하치마 아루의 정신상태는 어느정도 나아졌으나 그렇다고 해서 완전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조마에 사오리와 하야세 유우카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하아..."


그리고 소라사키 히나, 그녀 자신도 결코 정상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상태.

앞으로 다가올 어둠에 맞서 싸워야 하는 자신들의 처지가 문득 부당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그녀였다.

사오리의 말처럼 어째서 본인들이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나가야 하는지, 어째서 자신들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저야하는지.

일개 학생인 그녀가 답을 찾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였다.


단순히 원죄 때문이다. 라는 말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애초에 그 원죄는 그녀들의 본심도 아니었을 뿐더러 타의에 의한 참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모두 그녀들이 시작하고 벌인 일. 그렇기에 이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난제였다.

히나는 연거푸 한숨을 쉬며 골머리를 썩힐 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선생님..."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선생이었다.


비록 Ai의 형태로 살아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선생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선생의 목소리를 가진, 선생의 의사를 지닌 모조품에 불과한 그것.

아무리 머릿속으로 받아 들이고자 노력을 해보아도 무리였다.

그것은 선생이 아니었다.


선생은 죽었다.

그녀들 때문에 죽었다.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죄의식이 그녀의 심장을 지긋이 압박해왔다.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당장이라도 그 심장을 쥐어 뜯어버리고 싶던 그녀였지만.

그래도. 그래도 인내해야만 했다.


선생의 마지막 부탁.

진실된 성소를 공략해 달라는 것.


만약 그녀들이 성공하여 성소를 부수는데 성공할 시, 색채는 사라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모두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완벽한 해피엔딩. 이론적으로는 최적의 결과.


"...후우."


그러나 그것은 그녀들의 소유가 아니었다.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온다 할 지라도 한 번 잃어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선생은 죽었다. 오직 그의 사념만이 남아 있을 뿐.


히나는 고개를 들어 총학생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애수에 젖어 있었다.


사실 그녀도 가슴이 아프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녀도 절규를 하고 싶었고, 선생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바뀌는건 없잖아.

괜히 귀찮게 나서지 말자.

그런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에게 가면을 씌운 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다.

천성적인 게으름뱅이인 그녀의 입장에선 그만큼 편할 수가 없었다.

다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허전함을 느꼈다.


'역시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런거야.'


그래서 그녀는 일을 시작했다.

다른 모두가 절규하고 지쳐 잠들었을 때도 그녀는 홀로 묵묵히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했다.

다가올 작전을 위하여, 과거 자신이 그랬듯 대비를 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했다.


3일이라는 시간 동안.

그렇게 그녀는 유의미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언뜻 겉으로만 보면 그녀는 이전의 냉철했던 선도부장으로 돌아간 듯 했다.

실제로 그녀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고 말이다.


하지만 한 번 새겨진 고통의 낙인은 쉽사리 지워지는 법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회복한 것이 아닌, 단순히 보이지 않게 가렸을 뿐 이라는 것을.

히나는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이구사 하루카가 다쳤다.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상황.

불현듯 들려온 총성에 급히 달려가보니 그곳에는 패닉에 빠진 사오리와 하루카가 있었다.


히나는 사오리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선생에게 상해를 입힌 유일무이한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선생의 직접적인 사망에 일조한 사람이 다름 아닌 그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정말로 그녀를 죽일뻔도 했다.

다만 이미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지 오래였던 사오리이기에 그러지 않았을 뿐.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사오리의 두 눈은 생기로 빛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하루카의 눈빛이 죽어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자신들을 왕래하며 챙겨주던, 당번과도 같았던 그녀의 변화에 히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고 만 것이다.


'어쨰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카마저도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지금, 가용 전투인원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상태.

이대로 가다가는 성소 공략을 히나 스스로 수행해야 할지도 몰랐기에 그녀는 더더욱 다급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성소를 하루 빨리 공략해야한다.

성소를 공략하여 모두를 되돌리고 일상에 평화를 가져온다.

그래야만 나 자신이 편히 쉴 수 있다.

영원히, 누구의 방해도 없이.


하루만에 작전의 발의와 수정을 끝낸 히나는 오랜만에 잠을 청하고자 근처에 마련된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러자 그녀의 뇌리에 게헨나 슬럼가에서 머물던 시절, 그러니까 아루를 만나기 전 자신이 보내왔던 시간의 기억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흉악하게 변해버린 아코.

그런 아코와 자신을 말 그대로 죽일듯이 쫒아오던 정의실현부원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을 일순간에 제압한 뒤, 자신을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떠나버린 이오리까지.

모든 것이 혼란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술. 술이 필요했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잠을 자지 않은 이유도 술이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다.

술이 없으면 의식을 맑게 유지할 수 밖에 없었기에.

이는 곧 과거 악몽의 재현을 의미했다.


결국 또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 히나는 그날도 창 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암흑만이 가득한 D.U 중심가. 이전의 활기찬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오직 침묵만이 있을 뿐.

그런 정적을 즐기며, 히나는 그저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였다.


그때였다.

굳게 닫혀있던 샬레의 정문을 누군가가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그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었기에, 히나는 재빨리 총기를 들어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계세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문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히나는 대답 대신, 천천히 문을 향해 다가섰다.

건너편에 있는 이름 모를 학생을 경계하며, 그녀는 문을 열어젖혔다.


"손들어!!!"


"히...히익...!!!"


"누구야...!!!!"


"저,저기... 총학생회장의 연락을 받고 왔는데요오...!!"


"뭐...?"


문 너머에 있던 것은 자그마한 체구의 분홍머리 소녀.

그녀의 헤일로 또한 다른 모두들처럼 검게 물들어 있는 상태.

이에 히나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정체를 밝혀."


"어... 그,그러니까..."


그녀는 말없이 자신의 가슴팍에 적혀있는 명찰을 보여주었다.

스미 세리나. 트리니티 종합학원 구호기사단 소속 2학년 간호사.

때 마침 구급요원도 필요했겠다, 총구를 내린 히나는 그녀를 맞이하며 말했다.


"세리나."

"...너도 저주를 받았구나."


"이..이거요?"

"...네. 저주...이죠. 아주 끔찍한..."


미세하게 떨리먄서도 죄악감으로 가득찬, 특유의 퀭한 눈빛.

검은 헤일로라면 필연적으로 겪었을, 상상조차 하기 싫은 고통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트라우마의 눈빛이었다.


히나는 그런 그녀의 눈빛을 보며, 세리나 또한 자신들과 똑같은 일을 겪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세리나의 사정에 깊이 공감했던 그녀이기에, 히나는 차마 더 이상 캐물어 볼 수 없었다.


"..."

"괜찮... 아요. 정말로. 걱정 해주지 않으셔도 돼요."


히나의 침묵에 말없이 고개를 떨어트리는 세리나.

그러나 이윽고 마른 침을 꿀꺽 삼킨 뒤, 떨리면서도 명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다치신 분은 어디에 있죠?"


그녀의 표정은 결의에 차 있었다.


***



과제 지옥에서 겨우 벗어나 돌아왔음.

늦은 만큼 분량 꽉꽉 채워왔으니 용서해주십시오...

피폐는 여기가 최고점일 것 같고 이후로는 스무스한 전개가 이어질 예정이니 안심하고 즐겨주시길.


tmi)본인 사오리 안티 아님!!! 최애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