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14편


***


"으어ㅓㅏ아ㅓ~!! 기분이 이상해ㅣ...."

"....어롸ㅏ라? 저ㄱ,저거 그... 그거 아니냐ㅏㅇ..? 그 성ㅅ...송사리인가 머ㅓㄴ가 하는 그거...."

"끄윽... 딸꾹! ㅁ...맞ㄴ는 거 같지? 맞지 하루ㅋㅏ?"


"딸꾹.... 끄윽."

"ㅁ,맞는것 같은ㄷ ㄷㅔ요...? 헤헤헤..."


[...아루? 하루카? 거기서 뭐하는거야???]


꽐라가 되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겁없이 성소를 향해 다가가는 그녀들.

선생은 난생 처음보는 광경에 당황하며 그 전율에 떨었다.

그리고 이는 총학생회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대체 뭘 하려는거죠...?"


[나도...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데...]

[잠깐, 설마 쟤네들 술 마신거야?? 어디서 구했길래... 아니, 애초에 구할 수가 있나???]


"후후..... 쪼오오오우아...!!"

"하뤀, 끄윽. 하루카...!! 출동아다ㅏㅏ아앗!!!"


"히ㅣ...히ㅣㅎ히히히히히ㅣㅎ히......."

"....죽어ㅓ어어ㅓ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하루카는 병에 담겨있는 수상할 정도로 알딸딸한 액체를 들이킨 뒤, 병을 내던지곤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총학생회장의 말 처럼, 정말로 성소는 하루카와 아루를 공격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대놓고 다가가도 공격하기는 커녕 오히려 아군을 맞이하듯 길을 열어주는 것 처럼 보였다..

이에 더더욱 기세가 등등해진 그녀들은 흡사 츠루기가 연상될 정도의 광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총알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캬하ㅏㅎㅎ핳ㅎ하하ㅏ하하!!!!! 아루님!!!! 이 녀석 쫄았는데요ㅗ오오오?!?!?!?"

"우리가 무서워서...ㅎ핳핳하ㅏ하하하ㅏ하하하하!!!!"


"그런가아아??? 우리가 그렇게 무숴운가ㅏ앙???"

"히ㅣㅎ....히히ㅣ히히히히히ㅣ히!!!!! 역시, 난 하드보일드한 최강의 악당이야아아!!!!"


이윽고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성소는 온 몸을 뒤틀며 줄기들을 휘둘러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루와 하루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흐흫....흐흐흫ㅎ흐ㅡ흐흫흥...."

"타게에엣... 발겨어언!!!"


콰아아아아앙!!

아루의 총구로부터 뿜어져나온 붉은 빛 화염이 성소의 틈에 정확히 직격했다.

이에 재빨리 몸을 뒤틀며 발버둥 쳐보는 성소였지만, 단단히 박혀버린 폭탄을 빼내기엔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퍼어어엉"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잠시 뒤, 귓가를 찢는 끔찍하고도 추악한 비명소리와 동시에, 마침내 성소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내 작렬하는 흙먼지와 함께 거대한 성소의 몸뚱아리가 지표면에 떨어져 흩뿌려졌다.

하늘에서는 이를 기념하기라도 하듯, 붉은색 빗방울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43분 14초.]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어...?]


"그러게요... 정말... 이 정도일줄은 저도 잘..."


그녀들의 놀라운 활약에 선생과 총학생회장은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도움을 주기 위하여 그녀들을 공중에서 따라다녔으나 지켜주는 학생은 있을지언정 지원을 받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상처를 받아도 치료를 받지 아니하였으며, 엄폐를 할 시간에 한 발자국을 더 전진하기를 택하였다.

그 정도로 그녀들은 간절했고, 또한 처절했다.


잠시 후.

성소의 폭발에 휘말려 저 멀리 날아갔던 아루와 하루카가 천천히 눈을 떴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허억....."

"ㅁ...뭐지... 머리가 엄청 찡하고 아픈데...."


"그,그러게요... 저도 지금 머리가...!"


"허억... 허억... 아루!! 리쿠하치마 아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루는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사오리를 필두로, 수많은 학생들이 그녀들을 맞이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들의 외형은 모두 전투로 인하여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친이는 하나 없었다.


"방금 전의 공격... 허억, 너의 공격인가?"


"어...어어? 그,그게..."


엄밀히 말하면 아루의 공격이 맞았으나, 지금의 아루는 뒤늦게 찾아온 숙취로 인하여 필름이 끊겨버린 상태였다.

어쩔줄을 몰라 우물쭈물 하는 그녀의 앞으로, 미카가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대단해. 게헨나에 그런 무력이 존재했을 줄이야."

"리쿠하치마, 아루라고 했지? 이전의 일은 사과할께. 조금 다시보게 되었어☆"


"뭐야... ㅇ..왜 이러시는지.."


"흐응~☆ 자세한 이야기는 샬레로 돌아가서 하자!"

"그나저나, 성소도 부쉈으니 이제 다들 돌아온건가?"

"흐음... 뭐가 달라진건지 잘 모르겠는데... 뭐! 일단 돌아가서 생각하자고! 헤헷."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헬기소리.

이에 그녀들의 시선이 모두 한 데 집중되었다.

잠시 뒤, 헬기의 문이 열리고 총학생회장과 선생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생님...!!"


[오랜만이지?]

[모두... 고생했어 얘들아.]

[정말... 정말 고맙구나.]

[...!]


"...선생님?"


상처투성이가 된 아이들을 바라보며, 선생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무모한 계획과 일방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꺼히 사력을 다하여 싸운 그녀들.

승리했다고 할 지언정 충분히 위험한 싸움이었고, 이에 내심 그녀들을 잃을까봐 두려워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이미 한 번 모든 학생들을 잃어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끝났다.

성소는 파괴되었고 적들의 군세는 사라졌다.

학생들은 멀쩡히 살아있었고, 다시금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이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그녀들의 미래는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이 맞이할 미래에 그가 설 수 있는 자리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

[... ....]


선생의 육신은 그 활력을 잃었다.

단지 정신만이 살아남아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을 뿐.


육체를 잃어버린 채 정신만 남아 구천을 떠돌고 있는 그, 선생.

그것을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선생과 동일한 존재이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어쩌면 그저 자신을 선생이라고 생각할 뿐인, 급조된 Ai일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감정은 남아 있었다.

적어도, 뒤늦은 승리의 때를 축하할 수 있을 정도는 말이다.


그의 눈가에서는 기쁨과 슬픔, 안타까움과 행복이 알맞게 배합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를 애써 숨기고자 했던 그였지만, 눈치가 빠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미카의 눈에 그만 그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선생님, 울어?"


[으,으응? 아니야...!! 잠시 먼지가 들어가서...]


"..."

"거기서 어떻게 먼지가 들어가."


하지만 그의 학생들은 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고작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시선을 피할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야 선생님의 목소리가 흔들일 일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괜찮아? 선생님?"


처음으로 듣는, 그만을 위한 따뜻한 위로의 목소리.

결국, 이에 그가 그동안 줄곧 참아왔던 설움과 한이 폭발하고야 말았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그녀들이 걱정되어 섣불리 화를 낼 수 조차도 없었기에.

그 누구도 그의 암투를 알아주지 않았기에, 자신의 신념을 어기면서까지 그녀들을 위해왔기에.

그 상흔은 그의 마음에 그대로 남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누구에게도 상담할 수 없었다.

딱 한 명이 있긴 했지만, 그의 마음을 완전히 털어놓을 수는 없었기에.

그렇기에 그동안 꾸욱꾸욱 참아온 것이다. 선생이니까.


[...흑, 흑.]


"..."

"...선생님..."


"주,주군...."


"선생..."


이후 선생은 한참 동안이나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잠자코 이를 바라보던 총학생회장은 그를 위해 말없이 싯딤의 상자를 반대로 돌려 덮어주었다.

이에 그녀들 역시 절로 마음이 착잡해진 탓에, 승리를 축하하는 분위기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선생이었다.

선생이란 바야흐로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직업.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감정을 숨기는 것 따위 일도 아니었다.


그는 솟구쳐 오르는 울음을 애써 억누르며, 한껏 일그러진 얼굴을 도로 폈다.

잠시 뒤, 말끔해진 표정의 얼굴과 함께 환히 웃으며 선생은 말했다.


[으흠, 흠..!! 너무 알면 다쳐.]

[자아 자아~! 이제 모두 끝났으니, 샬레로 돌아가서 파티라도 할까?]


"..."


[...음? 다들 왜 그래?]


하지만 그녀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주변에서 하나 둘씩 자그마한 흐느낌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기껏 텐션을 올렸건만 다시금 가라앉은 분위기에 선생은 적잖히 당황했다.


그동안 몰랐던 그의 고충을 솔직히 마주하게 된 탓일까.

지난 시간 동안 자신들을 위하여 무한한 희생을 한 선생에 대한 고마움과 죄책감.

그것은 마치 전염병 처럼 학생들 사이에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흐윽.... 흑... 미안해 선생님..."

"생각해보면 가장 고생했을 사람은.... 흐윽, 우리가 아닌 선생님일텐데..."


"주군... 죄송합니다..."

"백귀야행을 지켜주셔서... 그리고 우리들을 지켜주셔서..."

"하지만 저는 주군을 지키지 못했는데... 흐윽.... 흑..."


"선생님... 괜찮아...?"

"울지마 선생님... 나와 하루카는 선생님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던거야..."

"선생님이 울면 우리 마음도 아파... 그러니 울지마... 부탁이야..."


[왜,왜 그래 얘들아??? 나 진짜 괜찮다니깐!!]

[어차피 모두 끝났고, 이젠 다시금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잖아!]


모두 끝났다.

모두 끝났다.

모두 끝났다.


모두 끝났다.


"모두 끝났다" 라는, 단순하고도 인상적인 말.

그 말은 곧 그동안 그녀들이 행해왔던 모든 노력이 마침내 보상을 받는 순간이라는 것.

동시에 그녀들이 저지른 모든 죄들과 마주할 순간이 찾아왔음을 의미했다.


"...그,그래. 모두 끝났지."

"그...그럼 이제 우리는..."


"...그래. 우리들이 한 짓이 있으니까..."

"하...하지만 어떻게..."


모두가 각각의 원죄를 지니고 있었고, 모두가 죄인이었다.

다만 어느 하나 누구 섣불리 자신의 죄를 고해할 수가 없었다.

그야 그것은 심히 말하기 부끄럽고, 꺼내어봤자 좋을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선생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떄문에 그녀들의 죄를 일부러 캐묻는 짓은 하지 않았다.

설령 자신의 죄를 고백해도 용서로 일관 했던 이유도 모두 그의 학생들을 위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선생."

"그동안 계속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말이다."


사오리가 무기를 내려놓고 천천히 그를 향해 나아왔다.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무슨 행동을 취할지는 이미 너무나도 뻔했다.


"...죄송합니다."


털썩, 먼지투성이인 바닥에 무릎을 끓는 소리.

사오리는 천천히 두 손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없이 그 위에 자신의 이마를 찧어 올렸다.

이에 몹시 당황한 선생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사... 사오리...?]

[ㅁ...뭐하는거야...? 내가 이러지 말라고 했잖아...]


"...미안하다. 선생."

"다른 모든 아이들을 보아도, 나만큼 큰 죄를 지은 학생이 없다..."

"당신을 상처입히고... 해치고 꿰뜷고... 정말... 어떻게 사죄를 해야할지..."


[사오리... 괜찮으니까 일어나...]


"...아니다. 일어날 수 없다... 어떻게 선생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나는... 훌쩍, 용서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이에 걸맞는 합당한 처벌을 내려주길 바란다... 부탁이니 제발..."


간절한 사오리의 목소리.

이에 선생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분위기가 괜히 숙연해지고 말았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선생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사오리. 일어나줘. 부탁이야.]

[난 이미 너희들을 모두 용서했어. 그러니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마.]


"...안된다. 제발... 선생. 더 이상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다오...."

"나는 알고 말았다...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괜찮아. 어차피 다 너희들을 위해서 감내해야만 했던 일이야.]

[아무도 탓하지 않아. 너희는 더더욱. 이것이 나의 사명이었고, 떄문에 그 누구도 책임 질 필요가 없어. 알겠니?]


"아아... 안된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한다...!!"

"나의 죄는 너무나도 심각하여... 어찌 사함을 받아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이 죄가 용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선생을 배신한 존재... 은혜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선생을 해치고 말았다... 배신자는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사오리...]

[무슨 소릴 하는거니? 너가 왜 배신자야?]

[뭔가 당당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내 눈 앞에는 나의 소중한 학생들 밖에 보이질 않거든?]


"엣."


정곡을 찌르는 그의 대답.

이에 사오리의 공허한 동공에도 서서히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줄곧 어둠만 존재해왔던 그녀의 인생에, 한 줄기 환한 빛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하... 하지만 선생...!!! 나는 당신을 두 번이나 해쳤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그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밉지도 않은가...???"


[사오리...]

[잘 들어. 너가 무슨 짓을 하든, 난 너를 품을거야. 알겠어?]

[그리고 너가 밉긴 왜 미워. 모두 내 소중한 학생들인데.... 안 그러니 미카?]


미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사오리의 눈가가 다시금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끝내 터져버린 설움에 사오리는 하염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윽, 흑.... 어째서...."

"어째서 또 다시 나를 용서하는거냐... 어째서...!!!"

"나는... 내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어째서... 어째서 다시금 나를 품어주느냔 말이다...!!"


[...모든 학생들은 두번째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어.]

[그리고 그것이 설령 세 번이든, 네 번이든간에. 나는 너희들을 몇번이고 용서할거야.]

[그게 선생이고, 어른의 일이잖아?]


"그... 그런..."

"과,과연 ㄴ...내가... 용서받을 자격이..."


"이런이런... 정말 시끄럽네, 삿짱~"

"다 큰 여자가 그렇게 울어도 되는거야?"


어느덧 다가온 미카.

주저앉은 사오리에게 손수건을 내밀며, 미카는 말했다.


"어...어째서 이걸 나에게..."


"왜긴왜야! 눈물 닦으라고 주는거지!"


"그게 아니라... 어째서 내게 온정을 배푸는거지...?"

"분명히 너는 나를 증오하는게 아니었나...?"


사오리의 그 말에 미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내 자신을 향하여 서서히 손을 뻗어오는 미카의 모습에 사오리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나 1초가 지나도, 10초가 지나도 폭력은 커녕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무슨."

"아얏...!!! 미,미카...! 방금 것은 대체...?"


"후우~ 딱밤이야. 조금 따가웠지?"

"이걸로 나의 원한은 이제 없어~ 너에 대한 증오도 없고."


"그,그런... 고작 이런 것으로...!!"


당황하는 사오리를, 미카는 말없이 껴안아 주었다.

이에 사오리는 깜짝 놀라면서도, 따뜻한 미카의 품에 사르르 녹아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얼굴이 붉어진 사오리를 보며 미카가 말했다.


"이걸로 우리 화해한거다?"

"이제부턴 원수가 아닌, 친구로 지내자구 삿짱☆"


[들었지? 우리들은 모두 너를 용서했어.]

[그러니 일어나, 사오리. 함께 돌아가자.]


선생은 몸이 없었기에, 대신 총학생회장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어주었다.

사오리는 이를 말없이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정말. 괜찮은가...?"

"나는 다시금 모두에게로 돌아가도 되는가...?"


[글쎄, 그건 직접 물어보지 않을래?]


사오리는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들 모두 그저 말없이 미소만 지을 뿐.

어느 누구도 감히 악의를 품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따뜻한 환대에 잠시동안 멍하게 앞을 바라보던 사오리는 이내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처음으로 붙잡은 총학생회장의 손은 다소 따뜻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


[...응? 왜 그래 사오리?]


"...선생."

"서,선생... 선생!!!! 조심해!!!!!!!!!"


[...응?]


사오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선생을 향해 외쳤다.

그 순간, 무너져있던 성소의 잔해에서 다시금 붉은 빛이 뻗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사오리는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졌다.


콰아아앙!!!!

갑작스러운 폭음과 함께 작열하는 거대한 폭발.

그 후폭풍에 선생을 포함한 모두가 사정없이 바닥을 구르며 고통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선생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폭심지를 바라보았다.


[저...저 빛은...!!!]


형형색깔의 빛깔들.

그리고 이들의 복합적인 융합체까지.

이에 선생은 직감할 수 있었다. 


[...오. 안돼.]


그것은 승리가 아니었음을.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임을 말이다.


***



선생, 좆되다!

다음화도 오늘내로 올릴 수 있으면 올린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