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13편



https://www.youtube.com/watch?v=oNCQTE6NxVI


(몰입을 도와주는 BGM)



***


"....알겠다. 콤라드."

"전방 1군... 포격 개시!!!"


펑. 퍼벙.

흙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난 전차들의 포가 맹렬하게 불을 뿜기 시작했다.

짜릿한 소음을 내며 날아간 포탄들은 이내 삽시간만에 블랙마켓 일대를 초토화 시켜버렸다.


"...시작 되었군요."


[응... 시작되었네.]

[그럼, 우리도 가볼까.]


미처 밤기운이 떠나지 않은 고요한 새벽 시간.

붉은겨울 잔존 전차부대들의 포격을 시작으로, 마침내 최후의 전투의 서막이 올랐다.

선생도, 그녀들도. 이 전투에 모든 것을 건 만큼 그 비장함의 정도는 이전과 궤를 달리할 정도였다.


"데미지가... 역시, 포격만으로는 무리였군."

"뭐, 이 정도는 예상했다고. 콤라드들이여!!! 포격은 모두 끝났네!"

"이제부턴 자네들의 싸움일세!! 우리들을 믿고 전진하게나!!!"


후방을 담당하는 체리노와 히나.

그녀들이 몰려오는 성소의 군세를 상대하는 사이, 다른 학생들은 빗발치는 총탄 사이로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을 던졌다.

상처와 고통은 지난 일주일간 지긋지긋하도록 겪어온 그녀들이기에, 성소는 감히 그녀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기억해, 히나와 체리노. 미사키는 후방을!]

[이즈나, 유우카, 노아는 전방을... 사오리와 아즈사는 줄기를 처리하며 길을 열어줘!]

[그리고 열린 길을 아루와 하루카는 따라가기만 하면 돼, 참 쉽지?]


선생의 브리핑이 끝남과 동시에 몰려오는 붉은 빛의 이형질체들.

끔찍한 형태는 둘째치고 최후의 전투인 만큼 물량도 어마무시하게 많았지만 그녀들이 알 바는 아니었다.

그동안 쌓아온 애환, 슬픔, 분노를 모두 여감없이, 그리고 잔인하게 쏟아내며 그녀들은 전진했다.


"진격!!!! 전진을 멈추지 마!!!!"

"뒤는 내가 보고 있을테니까...!!!!!"


맹렬히 불을 뿜는 히나의 기관총.

탄창이 모두 비면, 발로 총기를 걷어차 총알을 장전.

장전이 끝나면 다시금 쏘아대기를 반복하였다.


"용서할 수 없어... 너희들 때문에 모든게 망가졌잖아...!!"

"아코... 이오리... 치나츠... 모두를... 모두를 돌려내!!!!!!"


쉽사리 그치지 않는 그녀의 분노.

수많은 줄기들의 공격도, 이형질체들의 공격도 그녀 앞에 무의미 했다.


[히나, 3시 방향에 더 오고 있어.]


"응... 고마워, 선생."

"역시... 당신이 있는 전투는 뭔가 다르네..."

"사실 이 느낌이 줄곧 그리웠어, 선생..."


[...에엑, 그...그거 영광이네.]


"...그럼, 다시 한 번 지도를 부탁해. 선생."


히나는 사태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수줍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체리노는 영 미심쩍은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흐음,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힐 시간이 없거늘."

"지금은 매우 중대한 때란 말이다...! 모두의 명운을 건 최종막의 국면이거늘...!!"


"푸훗."


"왜, 왜 그러는가...!!"

"이 서기장의 말이 우스운겐가!"


"아,아니... 그냥."

"너무 귀여워서 말이야."


"ㅁ...뭣??? 무....무엄하다!!!"

"이 권력의 상징인 수염까지 붙여 두었거늘... 흥!"


"...그 수염, 바닥에 떨어진 저거 말하는거야?"


"바닥... 이라니...?"

"앗, 수...수염이...!!!!"


황급히 바닥에 떨어진 수염을 주워 먼지를 후후 처는 체리노.

그런 체리노의 모습을 선생과 히나는 말없이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크흠... 흠... 방금 일은 부디 모른 척 해주게."

"앗... 온다!! 모두 전열 정비 후 발사 준비!!!"


"...선생. 다녀올게."

"그리고 지켜봐줘. 헤헷."


[...응.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있을게.]

[자, 아즈사. 사오리! 그 밖에 제 1군들!! 모두 진격이다!!!!!]


"알겠다... 다들 들었지? 진격이다!!!"

"멈추지말고 처들어가라,  아즈사!!!!"


"응...!!!"

"전방에 줄기 하나!!!! 조심해!!!"


비록 몸상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아리우스는 아리우스였다.

사오리는 최정예 부대의 지휘관 다운 능숙한 솜씨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줄기들을 요리조리 피한 뒤, 가차없이 총알을 박아 넣어주었다.

아무리 다른 우주로부터 찾아온 이형의 존재라고 할 지언정, 유기체는 유기체.

그리고 그녀는 유기체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앗!!!!"


사오리는 몸을 사리지 않으며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마치 이 순간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는 듯이, 성소의 군세를 향해 아낌없이 총알을 퍼붓는 그녀.

이형질체들의 골통을 깨부수는 그녀의 눈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Vanitas... Vanitatum....!!!!!!!!"

"아즈사!!!!! 전방이다!!!!!!"


"핫...!!!"


자신의 머리 위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찍히는 성소의 줄기들.

충분히 매섭고 공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이미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어온 그녀에게 있어 그것은 단순한 촉수놀음에 지나지 않았다.

아즈사는 자신에게 전투를 가르쳐준 사오리가 그랬던 것 처럼 요리조리 성소를 피하고, 파괴했다.


"모두 헛되고, 헛되다...!!!!"

"기분 나쁜 고기 덩어리 따위.... 모두 처부숴주겠... 꺄아아악!!!"


그러나 그 순간, 미처 포착하지 못한 줄기 하나가 아즈사를 덮치고야 말았다.

이내 굉장한 충격과 함께 멀리 날아간 그녀는 몇 번이고 바닥을 구른 끝에서야 겨우 멈춰설 수 있었다.

그녀는 신체의 중심이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으으.... 쿨럭,쿨럭..."

"허억... 허억... 하아.... 하아.... 여기서.... 멈출 순 없ㅇ..."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그녀를 향해 곧바로 또 하나의 줄기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충격으로 인해 뒤틀린 척추와 골반, 부숴진 갈빗대 때문에 회피도. 공격도 불가능한 상황.

이에 순간적으로 최후를 직감한 아즈사는 말없이 어금니를 씹었다.


"으윽... 이런..."

"젠장...."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로켓 소리.

곧이어 맹렬하게 그녀를 향해 날아오던 줄기가 커다란 폭음과 함께 공중에서 분해 되었다.

멀리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미사키. 곧이어 매섭게 다가오던 이형질체들도 모두 사오리의 참격에 산산조각났다.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줄기의 살점을 맞으며, 사오리는 무서운 눈빛으로 아즈사를 향해 말했다.


"...누가 멋대로 포기하라고 했지? 나는 너에게 포기를 가르친 적이 없다!!"

"아직 안심은 이르다, 아즈사!!! 약해지지마라!!! 내가 시간을 버는 사이 장전을 끝마쳐라!!"


"사오리..."


"시간이 없다, 어서!!!"


"....응. 알겠어, 리더!!!"


그 순간. 잠깐이지만 그 리더라는 말에 아즈사를 바라보는 사오리의 눈빛이 흔들렸음을, 선생은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흔하디 흔한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우드득, 재빨리 몸을 뒤틀어 빠져버린 팔과 뒤틀린 뼈를 맞추었다.

잠시 뒤, 모든 준비가 끝난 그녀는 다시금 전장에 복귀한 그녀의 지휘관과 함께 숙명의 적을 향하여 망설임 없이 돌진하였다.


"아즈사, 네 뒤는 내가 맡겠다."

"전방에서 오는 적들은 내가 처리할테니, 너는 저기 달려가는 붉은 머리를 원호하도록!"


"응, 알겠어!!!"


파편들과 이형질체들의 살점 덩어리들을 모두 피하며, 아즈사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그 순간 만큼은 트리니티 학원의 괴짜 전학생이 아닌, 아리우스의 미친 개로 돌아간 아즈사.

그녀의 표정에서는 남모를 해방감 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다시 모인 아리우스 스쿼드의 스승과 제자.

그 둘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

.

.


"우... 우와아아앗???"


사방에서 빗발치는 폭음과 총알, 그리고 육편들.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광경에 아루는 질색팔색을 하였으나, 차마 그 다리를 멈출수는 없었다.

그녀는 하루카와 함께 공포의 비명을 지르며 다른 이들이 뜷어준 길을 질주하고 있었다.


"힛... 히이이익...!!! 아,아루니이이임....!"


"히익!!! ㅎ...하루카, 떨어지지마!!!"

"정말.... 이게 뭐냐구우우...!! 이럴 줄 알았더라면 후방으로 가는거였는데, 괜히 선두에 선다고 해서엇...!!!"


"아,아루님 조심하세요!!"


"ㅎ,히이이익!!!!"


측면을 스쳐가는 총알에, 아루는 하루카와 함께 근처 무너진 벽에 몸을 숨겼다.

가까스로 피신에 성공한 뒤, 한껏 목끝까지 차오른 숨을 거칠게 내쉬는 아루와 하루카.

너무나도 두렵고 떨렸지만 그렇다고 도로 돌아갈 수는 또 없는 노릇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아,아루님.... 무서워요오..."


"하아... 하아... ㅁ,뭐?"

"ㄱ...괜찮아! 우린 맞지 않으니까! 학생회장이 그랬잖아!"


"ㄱ...그래도 우릴 노리지만 않는 것 뿐이지... 쏠거 다 쏘더만요...??"

"이..이러다가 우리 다 죽는거 아니에요??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 아루님...!!"


"무섭다고? 하아..."

"...그래... 나도, 나도 무서워... 무서워 죽겠어..."

"솔직히 말해, 가고싶지 않아.... 도망치고 싶어...!!"

"저 생지옥을 너와 단신으로 처들어가라고? 죽을게 뻔하잖아!!"


"그,그러니깐요.... 어떡하죠...?? 돌아갈 퇴로도 없고... 흐윽..."

"선생님이 계셔도 어떻게 무서운건 똑같은걸까요...?? 흐윽... 흑..."


"어,어어? 우...울지마! 뚝! 뚜욱!"

"하아... 젠장... 어쩌지...??"


앞길이 막막했다.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행여나 다칠까봐 그럴 수도 없었다.

이에 아루는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짓누른 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 애초에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잖아...?'

'대체 어떤 미친 사람이 저기에 단신으ㄹ...'


"흐아아아아앗!!!!"


그때, 아루의 눈에 혈혈단신으로 줄기를 향해 달려나가는 이즈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뒤쳐질세라, 온 몸에 방어막을 두르고 그녀를 따라 돌진하는 유우카와 노아. 

아루는 아연실색하며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있었네. 미친 사람."


"훌쩍... ㄴ,네에...?"


"...아니야. 아무것도."

"하루카. 우리들도 가자. 방법이 생각났거든."


"ㄱ,그치만 무서운걸요... 죽으면 어떡해요오오...!!"


"...그래서 이걸 가져왔지. 자!!"


아루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하루카에게 불쑥 내밀었다.

이슬이 송골송골 맺힌, 차갑고도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큰 병.

얼떨결에 이를 받아든 하루카는 병 표면에 붙어있는 붉은 곰 모양의 라벨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붉은 227 캄포트]...?? 이게 ㅁ,무슨..."


"제정신이 아닌 사람만 지나갈 수 있다면... 제정신이 아니게 되면 되는거잖아...?"

"사실 그때 히나에게서 하나 슬쩍 했어... 히나와 선생님에겐 비밀이야!"


수줍게 엄지를 척 내밀어 보여주는 아루.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하루카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그...그럼..."


"어어..?? 다 마시지는 마! 나도 필요하니까!!"


병의 뚜껑을 딴 뒤, 천천히 캄포트를 들이키는 하루카와 아루.

단순한 캄포트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마시는데엔 아무 문제가 없을 터. 따라서 합법이었다.

곧이어 전신이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과 함께 용기를 얻은 그녀들은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총기를 빼들었다.


"이거... ㅁ워ㄴ래 주스가 이렇ㅎㄱ게 뜨갑던ㄴ가요오ㅗ?"


"딸꾹... 쿨럭, 으으ㅡ으... 나도 자ㄹ몰루겠는ㄷㅔ...?"

"끄윽... 헤ㅔㅔ헤ㅔㅎ.... 알 ㄱㅔ뭐야... 가즈아ㅏㅏㅏ아~!!"


작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루는 엄폐물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 그런 아루를 빤히 바라보며 미소를 짓던 하루카 또한 망설임 없이 그녀를 따라 달려나갔다.

이제 더 이상 그녀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

.


[다들, 전방에 줄기 하나야! 조심해!]


"유우카 짱, 조심하세요!"


"응... 알겠어, 노아!"


노아와 함께 등을 맞대며, 하나하나 줄기들을 처리해가는 유우카.

그녀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줄기들의 약점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뒤틀린 괴성을 내지르며 부르르 떠는 성소. 이는 그녀들의 공격이 직격하였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우카의 육체도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크윽... 그래도 아직은 무리야."

"아무리 쓰러트려도 계속 재생을 하니... 젠장!"


"유우카 짱, 더 이상 무리를 하면...!"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쿨럭."

"쿨럭, 쿨럭...!! 흐으... 흐으... 괜찮아... 정말로!"

"방어막... 허억, 방어막 정도야 더 두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과는 달리, 그녀의 다리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풀썩, 하고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은 유우카.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크윽... 아직 끝나지 않았어... 더 움직일 수 있다고...!"


"흐음~ 아닌 것 같은데☆"

"유우카 짱, 뭔가 굉장히 무리하고 있지 않아? 코피가 나고 있다구~"


그 순간, 유우카의 뒤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이내 고요히 울리는 구두소리에 유우카와 노아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분홍빛 머릿결을 하늘거리며 등장한 백복의 여성.

미소노 미카였다.


"으,응...?? 너는... 미소노 미카??"

"대,대체 언제 뒷편으로...?"


"괜찮아 괜찮아! 유우카짱은 충분히 노력해줬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잠시 쉬도록 해. 이제부터는 나에게 맡겨줘~☆"


엄폐물에 숨은 유우카의 앞으로 걸어나오며, 미카가 말했다.

철컥. 탄약을 장전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그땐 말이 너무 심했지, 유우카 짱?"

"미안해. 잠시 이성을 잃었었거든☆ 헤헷."


"괜,괜찮아... 이해해..."

"하지만 어떻게...? 참여 안 하는거 아니었어?"


"흐음... 처음엔 그러려고 했는데 말야..."

"..."

"..."

"그게... 선생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셨거든~☆"


"...뭐라고?"


"헤헷☆ 비~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가식이 아닌, 진실로 행복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에 몹시 당황하는 유우카를 두고, 미카는 말없이 장전된 총을 들어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성소를 향해 겨누었다.

이윽고 험오스럽기 짝이 없는, 비극의 근원지를 향해 그녀의 총구가 맹렬한 화염을 뿜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에에에엑!!!!"


"아직 안 끝났어, 엄살 피우기는☆"


탄창을 다 비우면 새로운 탄창을 꺼내어 장전하였다.

성소가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총구가 붉게 빛나거나 말거나 그녀는 결단코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탄알 세례에 그 많던 성소의 줄기도 잠시나마 주춤 할 정도였다.


"이 앞은..."

"지나갈 수 없어!!!!!"


이내 형체를 잃고 서서히 휘청거리는 줄기들.

잠시 뒤 그들의 뼈대가 부려지며, 그녀들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혀왔던 줄기도 쓰러지고 말았다.

곧이어 그들의 틈 사이로 붉게 타오르는 성소의 본체가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해치... 운건가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지금이야, 이즈나!!"


고요한 밤을 꺠우는 유우카의 함성.

무릇 새벽의 잠을 방해하는 자는, 자연의 노여움을 사는 법이니.

이들을 강권하는 존재들이 바로...

닌자였다.


"...음!!!!"

"인법, 매미허물의 술!!!"


순식간에 달빛을 가리며 모습을 드러낸 이즈나.

까마득한 높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긴장하거나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곧이어 품에서 여러쌍의 수리검을 꺼내 던지며, 그녀는 외쳤다.


"인법... 수리검!!!!"


기술명 외치기와 함께 수많은 수리검들이 성소에 박혀 푸른빛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의 세기가 꽤나 컸던 탓인지, 성소는 이내 중심을 잃고 천천히 휘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오!! 녀석의 중심이 무너졌다!!"

"앗, 저기다!! 쏴라!!!"


"발사!!!! 멈추지 마!!!!!"

"쏴라!!!! 있는 총알, 없는 총알 상관 말고 모두 긁어모아 저 녀석에게 쏟아부어라!!!!"


펑. 퍼펑!

빗발치는 사격과 포격에 성소의 표면은 점차 너덜너덜 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소의 저항은 매우 거세었고, 이를 극복할 방법은 근접하여 직접 데미지를 주는 것 뿐.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전이 개시된지  어느덧 30분이 훌쩍 넘을 동안 어느 누구 하나 성소에 제대로 근접한 이가 없었다.


[하아... 큰일이네... 아이들은 충분리 잘 싸워주고 있다만...]

[시간을 너무 끌었어... 작전 개시 40분이 지났는데도 성소는 커녕, 군세마저 꺾지 못했으니...]

[이러다가 또 실패라도 하면... 하아... 젠장... 안되는데...]


이윽고 그의 전자투성이 뇌리에 이전의 트라우마가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추락한 헬기. 무너지는 방어선들과 끔찍한 몰골의 성소까지.

그는 다시금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 또한 지키고 싶었다.


"...어떡하죠. 지금이라도 퇴각을 할까요?"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

이에 선생은 몇번이고 고민을 이어가며 골머리를 썩혔다.


[...그건 아니야. 잠깐만, 아주 잠깐만 더 기다려보자.]

[성급한 퇴각이 때론 화를 불러올 수도 있ㄱ... ]

[...어? 어어??]


"ㅇ,왜 그러시죠...? 선생님??"


[....아로나.]

[쟤...쟤들은 누구야??]


선생은 손가락으로 천천히 성소 근처를 가리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곳에는 성소에 잔뜩 가까이 근접한 두 학생의 모습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들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마치 술에 취한 것 처럼, 끊임없이 횡설수설을 하며 휘청거리는 두 학생들의 정체는 바로.


[...아,아루? 하루카?????]


아루와 하루카였다.


***



긴장을 없애주는 마법의 포션. 효과는 광장했다!


중간고사 시즌이라 글을 쓸 타이밍이 없었다... 미안.

틈틈히 쓴 결과, 이제서야 세이브 분량이 어느 정도 쌓여서 올림.

다음화도 아마 오늘 내에 올라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