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15편 


***


"으...으으... 하,하루카! 괜찮아?"


"저,전 괜찮아요 아루님...!!"

"그런데... 방금은 대체 뭐죠...?"


"...하루카. 저거보여?"

"저 검은색... 우리 예전에 본 적 있지?"


"...네."

"우리를 이렇게 만든... 그 구체..."


"젠장... 아직 끝난게 아닌거야?? 그렇다면..."


이윽고 안개가 걷히고, 잔해 사이에서 나타난 검은색 구채.

그동안 감춰져있던 색채의 진정한 모습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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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시끄러워...!!!"

"허억... 허억... 뭐,뭐라는거야???"


"아... 아루님, 저기..!!"


웅웅거리는 소음과 함께 천천히 성소의 껍질로부터 벗어나 강림하는 색채.

우주의 기본힘들 조차 초월하는 알 수 없는 신비에, 공간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왜곡되었다.

곧이어 신묘한 힘을 방출하며 색채는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하루카!!! 조심해!!!"

"뭐든 꽉잡아!!!!"


"으...으아아아아아악!!!!"


파편이 떠오르고, 먼지들을 비롯한 수많은 대상들이 빨려들어가 색채의 안으로 흡수되었다.

곧이어 그 물체들은 마침내 거대한 송곳으로 변모하여, 학생과 선생들을 향해 발사되었다.

그것의 파괴력은 실로 엄청나 아무리 단단한 강철의 벽도 종잇장처럼 꿰뜷리며 쓰러져갔다.


"우... 우와아아앗!!!"


"하루카...!!!!"


색채의 폭풍에 휘말려 날아가는 하루카.

다행스럽게도, 전봇대를 있는 힘껏 붙잡은 덕에 그녀는 더 이상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당황며 자신을 걱정하는 아루를 보며 하루카는 소리쳤다.


"아,아루님.....!!!!"

"전... 전 괜찮으니까 선생님을...!!"


"아,알겠어..!!!"

"선생님... 선생님은 어디있지? 선생님!!!!"


이윽고 아루의 눈에 저 멀리 쓰러진 총학생회장과 사오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빗발쳐 날아오는 파편들에 섣불리 전진할 수도 없는 노릇.

이내 낭패에 빠진 아루는 곤란한 듯 되내었다.


"크윽.... 너무 많은데...!!"

"스치기라도 하면 끝장이ㅇ... 어, 어라?"


순간, 그녀의 몸을 감싸는 푸른 보호막.

뒤를 돌아본 아루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말없이 엄지를 치켜든 유우카의 모습이었다.


"Q.E.D."

"...아마 10초 정도는 버틸 수 있을거야!! 달려!!!"


"고,고마워!!!!!"


아루는 날아드는 송곳들을 피하며 그녀들을 향해 내달렸다.

유우카의 보호막은 성능이 굉장해서, 그녀가 달리는 동안 날아오는 파편들을 모두 막아주었다.

보호막이 딱 끝날,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아루는 그녀들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어이... 정신차려!!! 조마에 사오리!!! 총학생회장!!!"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있는 사오리.

아루는 다급하게 그녀를 흔들어 깨우며 소리쳤다.

이에 감겨있던 사오리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윽, 으윽..... 뭐...뭐지...."

"....리쿠하치마 아루...? 어떻게 된 일이냐...?"


한땀한땀 말을 이어나가는 사오리.

기분탓인지는 몰라도 아루는 그녀의 목소리가 이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 따위, 아루가 신경쓸 시간은 없었다.


"모르겠어... 갑자기 색채가 본 모습을 드러내고는..."


"색ㅊ... 색채... 분명 색채라고 했나...?"

"우리들을 그렇게 만든... 그 색채...?"


"응...! 맞아, 색채."

"왠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깨어나서 우리들을 전부 공격하고 있..."

"....어?"


"...왜 그러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REBQH-9HC3o




"어어.... 어어어...."

".....어? 어어어어어.....??????"


사오리의 상태를 확인한 아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복부를 관통한 거대한 H빔 철골, 수없이 박힌 날카로운 파편, 전신에 그을린 화상까지.

피는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그녀의 안색은 날이 갈수록 창백해지고 있었다.


"ㄴ...너 이게 도대체...."

"아까 그 폭풍 때문에 그런건가...??? 이...이걸 어떡해.....!"


이 정도의 상처라면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아도 살아날 확률이 적었다.

허리를 가로지르는 대동맥은 물론, 주요 장기들까지 모두 손상된 비극의 상황.

충격에 어쩔줄을 몰라하는 아루의 두 손을 잡으며, 사오리는 나지막히 말을 이어나갔다.


"쿨럭...! 걱정하지 마라. 경미한 부상이니. 선생은... 선생은 어디있지...?"


"ㅁ...뭐가 경미한 부상이야... 이,이 피가 이게...!!!"

"아아아... 어떡해... 어떡해....!!!! 이걸... 이 피가... 피가 이게...!!!"

"아아... 어떡하지??? 어떡해어떡해어떡해...!!!!!"


"...아루."

"리쿠하치마 아루...!!"


"에.... 에에에.....?"


"이성을 되찾아라... 지금 중요한 것은 선생이다."

"선생은... 선생은 어디있지...?"


아루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사오리의 아래에 떨어져있던 싯딤의 상자를 주워 보여주었다.

이를 본 사오리는 다행이라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지금 당장 선생님을 부를게... 조금만 더 참아ㅈ"


"...안돼. 아직 켜지 마라. 선생이 확인하면 귀찮아질게 분명하니."

"단지.... 허억, 전원이 들어오는지만 확인해다오..."


"....그,그런....!"

"사오리... 너.... 너 지금 위험한 상태야... 빨리 가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오리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장갑을 벗어던지고, 처음으로 맞닿은 사오리의 맨살.

그녀의 살결은 얼음장과 같이 차가웠다.


"후우.... 후우.... 보면 알지 않냐..."

"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후우... 흐흐..."

"그래... 비로소 흔히들 말하는 죽음의 문턱 앞에 서게 된거지..."


"사,사오리이... 무리하면 안ㄷ..."


"크흑..... 끅...!!!! 하아.... 하아....!!!!"

"리ㅋ, 하아... 리쿠하치마 아루....윽!!! 후우... 대답해다오..."


아루의 손을 쥔 사오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비록 서서히 힘이 빠져나가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녀의 의지는 단호했다.


타오르는 사오리의 눈빛에 아루는 자신도 모르게 하려던 말을 잊어 버리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깟 기억따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사오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으...으응...."


"전원이... 전원이 정상적으로 켜지는가...?"

"선생은 무사한가...? 내 노력은 헛되지 않았는가...?"

"나는.... 나는 선생을 지켜낼 수 있었는가....?"


아루는 천천히 전원 버튼으로 선을 가져다 대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싯딤의 상자는 멀쩡한 상태였다.

아루는 흘러넘치는 눈물을 애써 억누르며, 사오리에게 말했다.


"응... 멀쩡해. 선생님은 무사하셔."


그녀의 간결한 대답.

이에 독기가 가득하던 사오리의 눈빛이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후후. 후후후.... 그래.... 그럼...  그럼 됐다."

"쿨럭, 쿨럭...! 흐으.... 흐으.... 흐흐흐.... 흐흐흐.."


"사오리...!!!!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출혈이 더욱 심할ㅌ..."


"후우... 흐으.... 괜찮다..."

"어차피... 모든 것은 헛되어... 결국 무로 돌아갈... 후우... 돌아갈 뿐..."

"아루... 너는 살아남아라... 부디... 윽,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쿨럭, 살아남아다오..."

"살아남아서.... 후으... 이 악연을 끝내다오.... 그렇게 해줄 수 있겠나...?"


"...응. 살아남을게... 꼭 살아남을테니까...!"

"눈 떠.... 눈 떠 사오리... 안돼...!!! 안돼.... 제발 눈을 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사오리.

그 순간, 아름답게 떠오르는 일출의 여명이 그녀를 향해 비쳐 왔다.

이에 사오리의 피투성이가 된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후욱.... 후우.... 흐흐.... 재미... 있군...."

"정말... 으윽, 이렇게 마지막이 되어서야... 하아... 하아..."

"나는.... 드디어 비,비로소... 헛되.지 않...은 일.을 할... 수 있었어..."


"사오리... 아니야, 포기하지마. 넌 살 수 있어...!"

"자,잠깐만 기다려... 내가 들것을 가져올ㄱ..."


툭.

일순간이지만, 느껴지는 무게감.

그 순간 아루의 손을 잡고있던 사오리의 팔이 힘없이 늘어지고 말았다.

이를 목격한 아루는 떨리는 눈빛으로 천천히 사오리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더 이상 생기는 남아있지 않았다.


아루는 천천히 사오리의 볼을 쓰다듬었다.

생명체의 활력을 잃어버린 채, 단순한 물질처럼 푸석거리는 피부.

이에 아루의 두 눈빛도 점차 떨려오기 시작했다.


"...거짓말이지?"

"이...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장난치지 말고 빨리 일어나라고!!!!!"


"아... 아루님!!!!"

"아루님, 선생님은... 선생님은 무사하신가요?"

"다행이다... 싯딤의 상자는 무사했...지만 옆에 그분은...?"


"일어나라고 조마에 사오리이이이이!!!!!!!!"


"...!!"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녀의 시신.

아루는 몇차례나 이를 붙잡고 흔들며 절규하였다.

눈물이 흐르고, 이윽고 그 눈물은 피눈물로 바뀌어 처절하게 떨어져 내렸다.

하루카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며 아루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아ㄹ... 아루님...."

"가야해요... 제발...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사오리...!!! 사오리... 안돼.... 안돼...!!!"

"이런 일이... 어떻게...!!! 겨우 다 끝났는데... 어째서 우리들은 항상 이렇게...!!!"

"젠장...!!! 젠장젠장!!!! 모두 내 책임이야...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왔었더라면...!!!! 이렇게 사오리가 죽진 않았을텐데...!!!"


"아루님.... 일어나셔야해요..."

"제발...!!! 제발 일어나세요 아루님...!!!"


"어떻게... 아, 안돼.... 난 갈 수가 없어..."

"사오리의 곁을 지켜줘야해.... 색채가 빨아들이기라도 했다간...!!"


"흐윽, 흑.... 아루니이임...!!!! 제발...!!!"

"색채가... 색채가 이동하고 있단 말이에요오오!!!!"

"샬레를 향해서.... 색채가 이동하고 있단 말이에요오오......!!!!!!!"


"이거놔.... 이거놔아아아!!!!"

"어떻게... 어떻게 받은 용서인데... 그토록 바랬던 구원이 찾아왔는데 어째서어어어!!!!"

"너가 이렇게 가버리면 안되는거잖아.... 그런거잖아...!!!!!"


"흐윽..... 아루니이임!!!"


"어째서.... 어쨰서 우리는 항상 이렇게 당해야만 하는거야...?"

"조금이라도 행복을 누려선 안 되는거야...? 어쨰서 우린.... 항상 불행의 늪을 벗어나지 못해...?"

"이건 아니잖아....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아아!!!!!!!!"


"흑... 흑, 그렇지마아안...!!!!"
"이대로 색채를 놓쳐버리면 모두 끝장이란 말이에요오..."

"사오리씨는 죽었지만.... 그래도 우린 나아가야한다구요오오!!!!!"


"닥쳐!!!!!!!!"

"그렇게...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마.... 사오리를.... 사오리를 그렇게..."

"그토록 매정하게 말하지마....!! 아무일도 아닌 것 처럼 그렇게 말하지 말란말이야!!!!!"


"흐윽.... 흑.... 아루니이임...!!!!"


퍼어억.

격렬한 아루의 몸부림탓에, 그만 사오리의 시신이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비춰오는 아침 햇빛과 더불어, 그녀의 표정은 한없이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아아아..."

"하루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습... 너도 보이지...?"


"...네. 아주 환한 미소..."

"...훌쩍, 아주 잘... 잘 보입니다...!!"

"흐윽....! 흑... 아주... 아주 잘... ㅂ,보이입....흐윽...!!"


"....흑..... 흐으윽...."

"그,그래.... 그럼.... 그럼 된ㄱ.... 흐윽, 흑....."


"흐윽, 흑.... 쿨럭, 흑....."

"우흐으으으....!! 흐윽.... 흑....."


결국, 하루카 마저도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리 수많은 일들을 겪어온 그녀들일지라도, 동료의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다.

생사의 고락을 함께하고 수많은 길을 곁에서 걸어온 동료. 

조마에 사오리.


.

.

.


"끄응... 그래도 너무 성급한 일반화잖아."

"그리고, 너의 그 가설이 만약 사실이라고 한다면..."

"...너도 그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게 아니야?


"..."

"노코멘트 하도록 하지."


"엣."


"..."

"....진심?"


"..."


"...좀 깬다. 되게 의외네..."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뭐라 말할 줄 알고."

"얼굴 빨개진거 봐라? 계속 부정할거야? 흐흐흐..."


"...푸훗."


"어? 웃은거지? 방금 웃은거지??"

"야야~ 하루카!! 얘 웃은거지? 웃은거 맞지??"

"하하하!! 이것봐라... 결국은 너도 우리와 같은 소녀일 뿐이었던거잖아!!"


"소녀..."

"소녀라... 음."

"...그것 참 듣기 좋은 칭호로군. 후훗."


.

.

.


"....흐아아아아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아!!!!"

"아아..... 흐윽, 흑.... 아아.... 아아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이. 죽어가는 사오리를 위하여 그저 손밖에 잡아줄 수 없었던 자신이.

그런 자신이, 아루는 사무치도록 한심하고 증오스러웠다.


또각또각.

문득, 어디로부턴가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그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에는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총학생회장이 서 있었다.


"...라쿠하치마 아루 씨."

"일어나세요. 여기는 당신들이 있어서는 안될 장소입니다."

"당신들은 전진해야만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전쟁에 대비해서, 결코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만 해요..."

"여기는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

"그,그치만...."


"조마에 사오리... 당신은 용서받았습니다. 선생은 물론, 전 키보토스의 존재들로 하여금..."

"당신은 더 이상 죄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편히 쉬도록 하세요."


총학생회장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사오리의 시신을 안아들었다.

근처 바위에 걸터 앉은 뒤, 사오리의 식어버린 육체를 무릎과 허벅지에 살며시 뉘이는 그녀.

한없이 침통한 표정으로 그녀를 안아든 총학생회장의 모습을, 아루는 차마 끝까지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아... 흐윽.... 흑, 흑.... 흐으윽....!!!!"

"흐으윽..... 우욱, 흑.... 흐으으..... 흐으으으윽...!!!!"


결국 움직이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때어놓는 그녀들.

잠시 뒤, 그런 그녀들을 향해 미카가 황급히 달려오며 외쳤다.


"어이, 아루 짱!! 괜찮아?? 하루카 짱도 괜찮은거지?"

"응...?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무슨 일있는거야?"


아루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뒷편으로부터 언뜻 보이는 광경에, 미카는 그만 진실을 깨닫고 말았다.


"에...?"

"뭐,뭐야...? 지금 장난하는거지?"

"저기저 파란 머리... 에? 혹시 삿짱?? 삿짱...???"


뒤늦게 참상을 목격한 미카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나기사에 이어 또 다시 친구를 잃어버리고 만 그녀는 천천히 얼굴을 감싸쥐며 현실부정을 하기 시작했다.


"뭐...뭐야?? 죽은...거야? 왜??? 어째서???"

"어째서 우리... 우리 동료가 죽은거야??? 어떻게 된거야???"


"...미카, 가야해."

"가야만 해... 사오리의 마지막 부탁이야...!"


"뭐야뭐야뭐야??? 어째서????"

"나...난 인정 못해. 어째서? 어째서 삿짱이 죽는거야???"

"삿짱... 삿짜아아아앙!!!!!!"


뒤늦게 그녀의 이름을 외쳐보는 미카였지만, 대답이 들려올리는 만무했다.

결국 끔찍한 현실에 좌절하며,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에 고개를 떨어트리며 흐느꼈다.


"...흐윽. 흑.... 뭐야...???"

"애써 용서해줬더니... 기껏 마음을 열어줬더니....!"

"...이번에는 정말로 새 친구를 사귈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이게 뭐야..."

"어째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째선지 그날따라 빗방울이 세차게 내리는 듯 했다.

비록 하늘은 맑고 구름 한 점 없었지만, 어쨋든 비라고.

미카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미카... 시간이 없어..."


"맞아요... 색채가 샬레를 행선지로 정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미카 님... 힘드시겠지만 부디..."


이에 미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총학생회장의 품에 안겨 마침내 그토록 바라오던 안식을 얻은 사오리.

이 광경을 말없이 지켜본 미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되내었다.


"...Pietà."

"응. 그런거네... 삿짱은 지금... 편히 쉬고있는거네...?"

"그런거지? 아루 짱...?"


"..."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내며 미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떨어트렸던 무기를 줍고, 탄약을 장전하고, 총구를 치켜올렸다.

그녀의 눈빛은 여타 다른 학생들이 그랬던 것 처럼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이윽고 모둔 준비를 마친 미카.

발걸음을 때어놓기 전, 사오리를 바라보며 그녀는 되내었다.


"잘가... 조마에 사오리."

"다음에 만날 때는.... 부디"
"처음부터 친구로 만나기를...."


***



Pietà.

경외, 연민, 공경심을 이르는 이탈리아어의 단어.

"피에타" 라고 발음하며, 동명의 조각상이 매우 유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