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21화


***


"총학생회장, 지금 상황은?"


[...좋지 않아요. 성소는 여전히 멀쩡하고, 색채는 지속적인 회복을 하고 있어요.]

[아마 신비를 지속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은데... 장기전으로 가면 우리가 불리해요.]


"젠장..."

"일단 어떻게든 버텨볼테니, 뭔가 알아내면 말해줘...!"


사오리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신비를 흡수한다라... 어쩐지 아까부터 회복 속도가 느려진 것 같은 느낌이더라니...'

'위험한데, 이러다간 유우카 일행들이 깨어날 때 까진 커녕, 히나가 도착할 때 까지도 버티지 못하겠어.'


"큭...!"


망설일 틈 조차 주지 않으며 공격을 퍼붓는 색채.

선생의 모습을 한 그것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탄약도 모두 떨어진 상황. 사오리는 조용히 어금니를 씹었다.


"하앗...!!"


사오리는 제빨리 탄창을 분리, 결합 후 연막을 터트렸다.

색채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뒤를 노려 치려는 속샘이었다.


"...느리구나, 사오리."


"...!"


그러나 미처 방아쇠를 당기기 전, 그녀를 낚아챈 색채.

사오리는 격렬하게 저항해 보았지만 색채의 힘은 어마 무시했다.


"으극.... 아아아악...!!!"


"저런, 사오리. 고작 이 정도로 아프다고 하는거야?"

"너가 날 쏘았을 땐... 난 이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다, 닥쳐... 넌 선생이 아니다..."

"유사하게 급조해낸 기억 따위에 속아 넘어가지 않아...!!"


색채는 말 없이 미소지은 뒤, 다시 한 번 그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세기의 힘에 사오리의 단단한 뼈도 점차 으스러지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악!!!!"


"사오리... 눈치 챘지?"

"너희들, 더 이상 구르면 위험하단다? 죽을지도 몰라."

"만약... 너희들이 알고 있는 공포의 비밀을 알려준다면, 너만은 살려줄게."


"허억... 허억... 공포...?"

"모른다... 설령 안다해도 너 따위의 것에게는 알려주지 않겠다..."


"저런... 나는 다 알 수가 있는데?"

"너희들이 그날 본 태블릿의 정보만 말해. 그럼 살려준다니까?"


"...쿨럭, 차라리 죽여라...!!"


"하하... 정말, 안 그래도 그렇게 될거라니까?"

"애초에 나와 대적하여 싸움을 벌인 그 순간부터... 너희들은 이미 죽은거나 마찬가지란다."


그것의 말을 대변하듯, 사오리의 으스러진 피부는 쉽사리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전에 스친 상처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음은 물론이었다.


"끅, 끄아아악....!!!"

"하아...!! 하아...! 하아..."


"그러게 그냥 그대로 죽어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도대체 이토록 저항하는 이유가 뭐야, 응? 말해봐 사오리."

"이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를 계속해서 살아가려는 이유가 따로 있는거야?"


"쿨럭... 쿨럭... 흐으..."

"가짜 따위에게... 알려줄까보냐..."


"흐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오리..."

"아루에게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나는 너가 그렇게 좋아하던 선생과 동일 개체라고?"

"단지 육신의 주인이 바뀌었을 뿐이지 기억은 그대로 가지고 있단다..."


"...쿨럭, 시끄러워."

"더 이상 그 이의... 선생의 어투를 흉내내지 마라..."

"너에겐 그럴 자격도 없으니ㄲ... 끄아아아아악...!!!!"


더욱 강하게 그녀를 조이는 촉수들.

사오리는 온 몸의 구멍에서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색채의 유도심문에 당하는 일은 없었다.


"아악...!!!! 끄흑, 끄아아아아아악...!!!!!"


"정말... 좀~"

"이 정도 했으면 그냥 말하고 끝내자~!"

"뭣하러 계속 의미없는 저항을... 우왓??"


타다당.

빗발치는 총알과 함께 색채의 촉수가 썰려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동시에 자신의 가슴에 박혀들어온 붉은 빛 탄환을 본 색채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하아... 너희들도 참 끈질기구나."


퍼어엉!

폭음과 함께 색채는 색채 '였던 것' 이 되어 조각 조각 해체되었다.

여기저기 떨어지는 육편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아루와 히나는 재빨리 사오리를 향해 달려갔다.


"사오리... 사오리...!"

"젠장... 우리가 너무 늦어버린건가...!!"


처참한 사오리의 상태를 보며, 아루는 머리를 짚었다.


"쿨럭, 흐으... 아니다. 나는 괜, 크윽...!!!"


"뼈가 모두 부러지고 상처는 회복되지 않고 있어..."

"아루, 아까 전에 했던 그 말이 정말 사실인 것 같아."


"응... 총학생회장의 말처럼..."

"색채의 저 어마무시한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우리들의 신비야..."


곧이어 덜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모여드는 육편들.

당황하는 히나를 뒤로하고, 아루는 익숙하다는 듯 총기를 꺼내어 겨누었다.


"아, 아루...? 지금 뭐하는거야?"


"히나. 사오리를 대리고 유우카 일행을 챙겨줘."

"어차피 저거, 죽여도 죽여도 계속 살아나니까 말이야."


"완전히 죽이는 방법은 없는거야?"


"샬레에 있던 정보에 따르면 일단 성소를 전부 부숴야 하는데..."

"...너도 알잖아. 지금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오직 우리 세 명 뿐이야. 불가능해."


"그, 그런..."

"그럼 이제부터 어쩌려고... 설마 너 혼자서...?"


"그럴리가..!! 나도 생각 정도는 하고 산다고...?"

"체리노... 체리노를 찾아야 해... 우리들 만으로는 화력이 부족하니까."


잠시 뒤, 완전한 모습으로 다시금 재조립이 된 색채가 두 눈을 떴다.

아루는 그것이 깨어나기 무섭게 곧바로 사격을 가해 넘어트리며 외쳤다.


"가!! 무전은 늘 열려있으니까 찾으면 말해주고!"


"아... 알겠어!"

"너무 오래 머무르지는 말고!!"


아루가 시간을 버는 틈을 타, 히나는 의식을 잃은 사오리를 들처매고 몸을 피했다.


"모두, 정신을 차렸으면 나를 따라와...!!!"


"히... 히나?"

"어떻게 된거야? 사오리는 또 왜..."


"시간이 없어! 체리노를 찾아야만 해!"


"잠깐, 히나... 진정해 봐."

"뭐가 어떻게 된건지 설명을 좀 해줘...!"


"설명이라니... 지금 그럴 타이밍이 아ㄴ...!!"

"크으으읏...!!!!"


불현듯 그녀들을 향하여 날아오는 포격.

멀리서 먼지를 해치고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게헨나의 전차부대였다.


"...!"

"젠장, 미카...!!!! 사오리를 부탁할게..."


"ㅁ, 뭐어? 왜 하필 나한테..."

"...오케이, 일단은 알겠어. 그럼 너는?"


"나는 뭐..."

"...너가 예전에 그랬었지, 게헨나가 싫다고."


"....에에?"

"여기서 갑자기 과거 이야기를...?"


"저들은 게헨나야... 게헨나의 자랑인 전차부대... 만마전의 하누마 마코토가 이끄는 토라마루 부대..."

"그리고 나는 게헨나의 선도부야... 다른건 몰라도 토라마루 만큼은 내가 막아야 해..."

"그러니까... 크읏, 먼저 가... 아루도 여기 남아있어. 함부로 버리고 갈 순 없..."


순간, 머리에 전해지는 충격.

히나는 찍소리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정말~ 여러모로 사람 곤란하게 한다니까☆"

"그렇게 멋들어진 척 한다고 해서, 누가 고마워 할 줄 알았어?"


"미, 미카...? 방금 무슨..."


당황하는 유우카를 향해 웃어보이며, 미카는 사오리에 이어 히나까지 함께 들처매었다.


"가자! 체리노 짱을 찾으러."

"히나의 마지막 명령이니깐, 어쩔 수 없지☆"


"그, 그치만 어떻게 찾을거야?"

"무전은 닿지도 않고... 설마 전차 이동 자국을 보고 따라가려는..."


"딩동댕 정답~☆"


"뭐어...???"

"장, 장난해? 지금 그걸 아이디어라고...!"


"그럼 뭐, 다른 방법이 있어?"


"...그건 아닌데."

"하지만 그래도 너무 리스크가 크잖아...!!"

"우리가 한 둘도 아니고 지ㄱ... 꺄아아앗!!!!"


또 한 번 내리 꽂히는 포격.

강대한 폭발에 의해 유우카는 저 멀리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귓가에 울리는 이명과 함께 자욱한 연기.

폭발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유우카의 귀에 중후한 기계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카. 미카?"


"...."


"...!"

"이, 이럴 때 기절하면 어떡해?? 저기, 노아... 노아...!!!"

"하이씨.... 이즈나? 아즈사?? 하루카??? 제발... 아무나 제발...!!!"


연기가 걷히고.

패닉에 빠진 유우카의 앞으로 거대한 AMAS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압도적인 위용과 공포에 유우카는 그만 제자리에 굳어리고 말았다.


"...아, 아아."

"크윽... 젠장...!!!!"


하지만 이도 잠시.

유우카는 근처에 떨어져있던 노아의 권총을 집어들어 겨누었다.

이윽고 멈춰선 AMAS. 유우카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서서히 방아쇠를 쥐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하야세 유우카.]


"이 목소리는... 리오 회장???"


서서히 그녀를 향하여 내려오는 한 드론.

잠시 뒤, 홀로그램의 형상을 한 리오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체리노를 찾는다고 들었어.]

[따라와. 내가 안내할 수 있으니까.]


"자, 잠깐..."

"대체 어떻게...?"


[AMAS 군단을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나야.]

[그것들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고 해서, 주도권까지 잃었을거라 생각하면 곤란해...]

[시간이 없어. 자세한건 안에서 설명할테니 부디...]


AMAS의 해치가 열리고, 비무장 상태의 리오가 천천히 걸어나와 두 손을 들었다.

이에 지금껏 줄곧 그녀를 겨누어 왔던 유우카의 총구도 서서히 내려갔다.


"...붉은 겨울 자치구 외곽."

"현제 내 통제가 닿지 않는 AMAS들의 위치야."

"모두 공통적으로 비허가 교전을 벌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


"그렇다면... 체리노도 그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게헨나의 포격이 멈춘 지금이 기회야. 서둘러야 해."


"아, 알겠어요..."

"...저기, 회장."


"...응?"


"그... 통제...라고 함은 회장도..."

"회장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뜻 이죠...? 그날의 악몽을..."


"..."

"...그 질문은 시기상조인 것 같군, 하야세 유우카."


리오는 대답을 거부한 채 유우카와 함께 해치로 들어갔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유우카는 그녀의 뺨에 무언가 방울방울 맺힌 것을 볼 수 있었다.


.

.

.


"자, 잠까아아아안...!!!"


몸을 돌려 멀어지는 AMAS를 향해 달려가며, 아루는 소리쳤다.

그러나 그녀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AMAS는 부스터를 작동하여 멀리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망연자실 하고 만 아루는 자리에 주저 앉으며 절규하였다.


"누가 피해있으라고 했지, 버리고 가랬냐고오오...!!!!"

"총알도 다 떨어졌는데... 하이씨, 이제 어ㅉ... 꺄아아악!!!"


연이어 공격해오는 색채의 촉수.

아루는 아크로바틱하게 몸을 움직이며 어떻게든 피했지만, 그녀에게도 한계는 다가오고 있었다.


"아루... 내가 싫어? 어째서 피하는거야?"


"우... 우와아아악...!!!!"


"흐음... 이젠 무시한다라..."

"좋아,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봐주지 않을거야?"


더욱 맹렬해진 색채의 공격에 그만 무기를 놓치고 만 아루.

하지만 이를 잡을 틈도 없었다. 색채는 여전히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몇 번의 합 끝에 당하고 만 아루는 멀리 날아가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윽... 으으윽..."


"저런... 아루. 그러게 선생님의 말을 잘 따라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닥쳐...! 그이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마...!!!"


"것봐, 다들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니까?"

"안 그래, 이오리? 아코?"


"...뭐?"


사악하게 웃는 선생의 뒤로, 눈이 붉게 충혈된 이오리와 아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때 게헨나에서 본 기억이 있던 선도부원들. 대체 왜 그녀들이 지금 이 곳에 나타난 것인지, 아루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 따위는 사치였기에, 재빨리 색채를 향하여 총을 겨눠 드는 아루.


타앙!

이오리의 사격에 아루는 그만 총을 놓치고야 말았다.

당황하는 아루의 모습을 보며, 색채는 그녀를 한껏 비웃어주었다.


"그래... 이래서 선생님 말을 잘 들으라고 한거란다."

"이제 어쩔거야? 총알도 없고, 궁지에 몰린 쥐새끼 마냥 숨어있잖아."


"...크윽!"


"하하... 하하하하...!!! 저 눈... 저 꼴...!!"

"...이오리? 처리해. 같은 학원 출신이라고 봐주지 말고."


"...알겠어, 선생님."


천천히 자신을 향하여 다가오는 이오리와 아코.

아루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녀들을 향한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선생님이라니... 정신차려!! 저건 선생님이 아니야...!!!!"


"..."


"들을리가 있겠니? 붉게 변한 눈이 너희들 말을 들어줄 것 같아?"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경우를 봐왔으면서... 아직도 배운게 없는거니? 하하핫!!"


마침내 그녀 앞에 당도한 이오리.

철컥, 하는 장전음과 함께 그녀의 총구는 겨누어졌다.


"이오리... 젠장...!!"


그녀를 노려보는 붉은 눈동자.

이내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아루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며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때, 이오리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루."

"리쿠하치마 아루, 맞지?"


"...뭐? 맞는...데?"


"쉿, 조용."

"내가 신호하면 따라와."


"...에? 에에에에???"


그 순간, 눈빛이 돌변한 이오리가 몸을 돌려 탄환을 발사하였다.

탕. 탕. 탕. 정확하게 색채를 향하여 발사된 세 발의 탄환은 그것의 몸을 꿰뜷어 갈가리 찢어놓았다.


"으으음...?? 이게 뭘까아아...????"

"부... 분명히 붉은 눈동ㅈㅏㅇㅕㅆ....."


털썩.

구멍이 숭숭 뜷린 색채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눈 앞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아루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에? 에에에???"

"너... 너희들 대체 뭐야...?? 날 공격하려던거 아니었어???"



말까지 더듬으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아루.

그런 그녀를 보며, 이오리와 아코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


대회도 끝나서 다시 복귀했읍니다...

그건 그렇고 2주나 걸릴 줄은 몰랐다... 기다려준 후붕이들에게 넘 미안타ㅠㅠㅠ

솔직히 글 자체는 대회 끝나자마자 다 썼는데 키보토스 정주행 하느라 올리는걸 까먹음ㅋㅋㅋ

삽화는 그림판 5분컷이라 퀄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해를 돕기위해 어쩔 수 없이 넣었음

빠르면 오늘, 늦어도 내일 쯤이면 다음화 바로 올라갈듯. 많은 기대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