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https://arca.live/b/regrets/85929807?p=1


머나먼 과거의 꿈.








"비켜! 비켜! 얘 치료해야돼! 메라크!! 메라크 어디있어!!"


"무슨 일인데? 두베?"


"알카이드. 이 인간. 혼자서 혹한의 일족을 죽였어!"


"...인간이?"


"어! 그니까 치료해주고! 환영해주고! 축하해줘야지!"



영웅이라고 불러도 모자랄 업적을 달성한거니까! 그만한! 보답을! 해! 줘야지!



그리 말하며 피투성이 인간을 낑낑거리며 데려가는 두베.


"도와줄게."


"아. 고마워. 미자르! 그럼 네가 다리를..."

...

..

..

.

.


----------------------------






커튼이 쳐지고 환한 햇빛이 눈꺼풀을 따갑게 때렸다.



"안녕 미자르. 잘 잤니?"


눈 앞엔, 커튼을 치고 나를 깨워주는 알리오즈가 있었다.


"응...초대의 꿈을 꿨어...아마도?"


"무슨 꿈이었는데?"


"두베가 피투성이 남자를 데려오는 내용."


"아 그때인가..음..으음..."


"알리오즈?"


"뭐. 옛날 일은 옛날 일이니까! 일단, 씻고 밥부터 먹어야지! 오늘부터 승마연습이었지? 힘내렴. 혹한의 괴물들과 싸울 때 도움이 될거란다."


"응."


햇빛이 기분좋아서 나른하게 하품이 나왔다.

아---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시종들이 새로 들어왔었지?"


"응."


그럼, 전속사용인을 한명 고용해야될까...


머릿속에 얼핏, 며칠 전에 창문 밖으로 힐끔 봤던 검은 머리칼의 소년이 왠지모르게 생각났지만 이내 지웠다.


"시종장한테 일 잘하는 사람 한명만 소개시켜달라고 해줘."


"그래~"








-------------------------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 이름을 물으신다면 나는 레니!


좋다! 셉텐트리온 성!

힘들다! 일!

살려달라! 아무나!


내게 주어진 일은 셉텐트리온가문 사람들이 쓰는 물을 옮기는 일.


매일 아침부터 물동아리를 옮기다보니, 온 몸에 근육통이 와서 엉거주춤하게 움직였다.


"좀 쉬면서 해요."


"뚜와이씨!!"


옆에서 갑자기 새하얀 손이 물병을 쥐고 튀어나와서, 화들짝 놀랐다.

뭐지? 물귀신인가?


"아... 마리아씨. 안녕하세요오..."


"안녕하세요. 레니씨."


놀란 나를 보며 쿡쿡거리며 웃는 마리아씨.

마리아씨는 원래부터 셉텐트리온 성에서 근무하던 분이라, 모르는건 많이 물어봤었다.


마리아씨가 주신 물을 받아들고 마시면서 '이 물 내가 옮긴거 아닌가?' 란 의문이 살짝 들었지만,


"감사합니다아.."


몸이 지쳐서 의문을 말하기도 힘들었다.

아무튼 날 신경써 줬다는게 고맙기도 했고.


"이야. 그건그렇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신입도 처음이네요~"


"감사합니다아..."


"원래 하루에 쓴 양만큼 채우기만 하면 되는데, 물창고를 아예 다 채워버리시고..대단해요 레니씨!"


...어..?


"....네..?"


"그야, 셉텐트리온 내성에서 지내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거든요. 외성에서 지내는 사용인들은 우물에서 직접 길어다 물을 쓰고.. 내성에서 지내는 분들이 하루에 쓸 물만 옮기면 되는 일인데..."


"...그걸..왜 이제 알려주셨어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면서요!!


원망스런 눈길로 쳐다보자, 은근슬쩍 눈을 피하는 마리아씨.


"어...그게..내성에서 쓰시는 분들 물 옮기는 것도 하루에 하기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사용인 한명이 물창고를 매일 채우다가 비축분이 부족해지면 다른 사용인들하고 같이 한꺼번에 물창고 채우면 되는 거였는데.. 아하하..대단하네요 레니씨!"


하며 짝짝짝 박수치는 마리아씨.


웃음소리를 똑같이 따라하면서


"아하하...저 온몸이 아파요. 마리아씨..."


라고 답하니 다시 쿡쿡거리며 웃는 마리아씨.


"그래도, 레니씨한텐 이득일걸요~?"


"확실히 근육통이 오면 근육이 늘긴 하죠..."

'근데 매일 검은 빵만 먹어선 몸이 못버텨..!' 라는 생각도 잠시,


"외성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사용인은, 내성으로 추천되거든요!"


"오..?"


"내성에서는 식사도 더 잘나오고... 셉텐트리온 가문원과도 볼 수 있고..."

어쩌다 은혜라도 받으면, 인생 피는거죠 뭐!


"열심히 해서 저랑 같이 내성에서 일해요~ 그럼, 저는 다른 분들 도와주러 가볼게요! 며칠간 고생하셨으니 오늘은 이제 푹 쉬셔도 좋아요!"

'일단 마굿간의 빌 할아버지한테 약 좀 전해주고...' 라며 중얼거리는 마리아씨. 아니 마리아님.


하루 휴가라니..


"마리아님.."


"님?"


"혹시 천사님이신가요..?"


천사가 분명해..!


"아..아하하...그럼, 가볼게요!"


라며 빨개진 얼굴로 뒤도는 마리아님을 급하게 불렀다.


"잠깐만요 마리아씨! 빌 할아버지한테 약 전해주는건 제가 할게요!"


"음...그럼 부탁할게요. 그것만 하고 푹 쉬세요?"


"네에~"


약을 받아들고,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근육통을 참아가며 10여분 정도 걸어가니, 마굿간과, 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세 사람이 보였다.


"아니..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곤란한 표정을 짓고있는 빌 할아버지와, 5살 남짓해 보이는 어린아이 두명.

은빛 머리칼의 쌍둥이 자매.


여섯번째 별. 메라크님.

일곱번째 별. 두베님.


"시..실례합니다.."


간단히 주의를 끌고,


"고귀한 일곱별의 화신을 뵙습니다."


일단, 인사부터 했다.

인사 안했다고 혼나면 어떻게해.


"넌 무슨일이야?"


쌍둥이 자매 중 한명이 불---편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빌 할아버지한테 약을 전해주러 왔습니다."


약만 전해주고 갈생각이니 화내지 말아주세요!!


"아이고... 고맙네. 레니."


약봉투를 건내주고, 급히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이제 숙소로 가서 편히 쉬어야지. 하고 생각할 때.


"있짜나. 너."


쌍둥이 자매 중 한명이 내게 말을 걸었다.


"말 탈 줄 알아?"


"아뇨.. 평민은 말을 타기는 커녕 보기도 힘들답니다."


"모야.. 우리 데리고 언덕에 데려가 줄 사람이 필요한데.."

어쩌지? 어떻게 하지? 하면서 속닥거리는 두 자매.


무슨 일인가 궁금해져서, 옆에 있는 빌 할아버지한테 물어봤다.


"...무슨 일이예요? 빌 할아버지?"


"아. 글쎄.. 오늘 미자르님의 승마연습이 있어서..."


""미자르를! 놀리러! 갈거야!""


미자르. 그 이름을 듣고,


".....그런 이유로 승마연습하는 언덕으로 데려가 줄 사람을 찾고있다네..."


본능적으로 말했다,


"저 달리기 빠른데 제게 업히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