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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뭐야?"


승마 연습을 하던 미자르의 질문.


그 말에, 메그레즈는 미자르가 가르킨 곳을 쳐다봤다.


"....."



"아하하! 빠르다! 더 빨리!"


페크다가 어떤 시종의 왼팔에 매달려 빨리 달리라고 재촉하고,


"....!"


두베는 무서운지 눈을 감고 시종의 오른팔 안에 안겨있고.


'근..육..통...살..려..줘...'


그리고 그 시종은 엉거주춤한 폼으로 달리는 희귀한 광경.



위험하다고 오지 말랬는데, 기어코 오는 쌍둥이를 보며 메그레즈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저 쌍둥이를 품에 안고 달리는 시종은...



누가 때리는 것도 아닌데 고통에 눈도 뒤집어진거 같고...

입가에 침도 흐르는거 같고...

심지어 엉거주춤한 폼인데 뭐 저리 빠른지.



"...미친놈인가..?"



메그레즈의 말을 듣고, 미자르는 결국 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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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가!"


허억. 허억.


"응? 뭐라는 거야?"


"어디!"


헥. 헥.


"반말?"


흑. 헉.


"예요?!"


꺄르륵 하며 웃는 왼팔의 쌍둥이.

오른팔에 매달린 쌍둥이는 눈을 감고 있어서 방향을 알려달라고 할 수도 없다.


"비~밀~"


확실하다.

이 아이은 달리는 시종의 마음을 모른다.


셉텐트리온 가문은 무서운 곳이군요. 어머니.. 악마가 있어요...


"안!"


"알려!"


"주면!"


"여러!"


"분이!"


"곤란!"


죽겠다 진짜.


"또 반말?"


"해요!!"


그 말에, 눈을 감고있던 아이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히이익..."

빠른 속도에 무서


그러고는, 어느 한 쪽을 가르켰다.


"저 쪽.."


그러고는 다시 무서운지 눈을 꼭 감고 팔을 더 강하게 잡는다.


셉텐트리온 가문은 좋은 곳이군요. 어머니.. 천사가 있어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숨이 벅차올라서 멈추기 직전,


저 끝에 두마리의 말과,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중년 즈음 되는 은발의 남성.


그리고, 내 또래의...


저분이,


나의...




"거기 쌍둥이! 그리고 시종! 멈추거라!"


남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자리에 멈춰섰다.


온..몸이...아파..


그렇다고 주저앉으면 결례일테니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더니, 말을 타고 두 사람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에휴. 이 말썽꾸러기들. 오지 말랬더니, 결국 오고말았구나."


"응! 왔어!" "등장!"


밝은 목소리의 쌍둥이 두명.


"고귀한 일곱별의 화신을 뵙습니다."


내 담담한 인사.


그리고,


"..어쩔 수 없지. 얌전히 기다려야 돼?"


처음으로 듣는, 쌍둥이동생의 목소리.


"거기 시종은, 이만 돌아가도 좋다네."


마음같아선 여기 더 있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네."


"에~싫어~ 같이 구경할래~"


왼팔에 매달려서 더 빨리 달리라고 하던 아이가, 이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페크다. 시종은 시종이 할 일이 있단다."


기회였다.


"아. 저 오늘 할 일은 전부 끝냈습니다!"


그 말에, 두베라는 아이가 나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


"우리 둘만 있는 것보다 보호자 한명 있는게 메그레즈도 좋자나."


"음...그럼 아이들 좀 데리고 있어주게나."


"넵!"


이 쌍둥이들.. 천사가 분명해...


그렇게 미자르님하고 메그레즈님은 천천히 말을 타고 움직이고,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쌍둥이들의 장난감이 됐다.


"검은 머리카락은 신기하네!" 하면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쌍둥이들.


"저는 은색 머리카락이 더 신기한데요. 다들 동경하는 색이기도 하고요."


"그치만 가족들은 전부 은색인걸~"


"....그렇네요."


가족들.

그말에 솔직히, 쌍둥이들이 부러웠다.

어느 쌍둥이는 헤어졌는데, 어느 쌍둥이들은 같이 행복하게 지낸다는게.


그리 생각하며, 나는 멀리 있는 미자르님을 바라봤고

쌍둥이들은 조용해진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은 멈추고 둘이 속닥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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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베. 네가 가족 말고 남한테 안기는건 처음아냐? 신기하네!"


"웅.. 저 사람. 다른 시종들하고 달라.."


탐욕. 셉텐트리온 가문을 이용하려는 사람.

질투. 태어나길 화신으로 태어난 사람들을 운이 좋다고 폄하하고, 부러워하는 사람.


온갖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은 많았다.


그리고, 두베는 '감정'에 예민해서 더더욱 그런 사람을 꺼렸다.


그랬던 두베가  스스럼 없이 처음 본 사람의 품에 안겼다는게 메라크는 뭇내 신기했다.


"친부모한테도 안기기 시러하면서?"


".메라크. 너도 알자나. 그 사람들 우리 이용할 생각 하는거."


"그건 그렇지만 그렇게 심하진 않자나. 가족으로 대우도 해 주고."


"그래도.. 나는 그런거 시러."


그리고 두베는, 검은 머리 남자를 힐끔힐끔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저 시종은 그런게 없더라구."


그저, 다른 사람이 순수하게.


오롯이 순수하게 걱정과 친애만을 담아 셉텐트리온 가문을 보는 사람이 있단 것에.

가족끼리만 느끼던 친밀감이, 저 시종한테 느껴진다는 것에.


두베는 그것이 참 신기했다.


"아하하. 마음에 들었나보네!

그럼, 나중에 우리 집사로 삼는건 어때?"


"....생각해보고.."


하지만, 이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두베의 속마음은 달랐다.


'그런데 아마, 우리의 집사가 된다한들 이 사람은 싫어할거야.

이 시종의 감정이 향하는 곳은, 우리가 아니더라구.'


"...미자르가 부럽네."


"평민으로 태어나서?"


친부모가 제국의 황족이라, 어쩔 수 없이 관계해야 되는 쌍둥이.

친부모가 평민이라, 아무 간섭 없이 클 수 있던 미자르.


맥락없이 말한 '부럽다'는 말을, 그렇게 해석한 메라크의 질문에,


"아니."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아이.

두베는, 그리 답하며 미자르를 쳐다봤다.


검은머리 소년의 감정이 향하는 곳을.


그 일그러짐 없이 올곧고 순수한 마음이 가르키는 곳을.









말을 타고, 푸른 초원을 감상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내가 빨리 각성해야 될텐데. 걱정이네."


각성. 초대의 기억을 전부 되찾고, 모든 힘을 찾는 시기.


천천히 승마를 같이 하던 메그레즈가, 그 말을 듣고 작게 한숨쉬었다.


"후우.."


"메그레즈? 왜그래?"


"알카이드가 많이 연로한 지금. 네가 각성에 가까워지는건 좋지만..."

--나는, 걱정이구나.


"...메그레즈?"


"미자르. 알리오즈가 말하더구나."


"뭘?"


"네가, 초대의 꿈을 꾸었다고."


"그야, 자주 꾸지. 아직 완전히 각성한게 아니니까."


"...."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메그레즈는,


"...초대의 기억에서, 두베가 업고 왔던 인간은....너의, 연인이었단다."


"...에?"


"나중에 알카이드한테 물어보려무나."


알카이드는, 일곱 별 중에 가장 마지막까지 생존한 별이니까.

그에 대해 조금 더 많이 기억하고 있을게다.


머리 속이, 조금 복잡하고 답답해져서,


"....잠깐, 산책 좀 할게."


메그레즈와 떨어져, 홀로 말을 몰기 시작했다.


꿈에서 봤던 피투성이의 남자.

연인, 이라..


왜 나는 인간과 사귀었을까.


분명, 언젠가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사귈만큼 좋아했던 걸까.


답답했다.


그래서, 말을 조금 더 빨리 몰았다.


서서히, 서서히. 더 빨리.


더.


더 빨리.


그리고...





"머...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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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고있던 미자르님이, 속도를 점점 높여서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빠르지 않나?'


라고 생각한 시점.


"머...멈춰..!"


말을 강제로 멈추려던 미자르님의 행동에, 말이 광분한듯이 날뛰며 달리기 시작했다.


"메그레즈!!" "큰일났어!"


주변에 있던 메라크, 두베 쌍둥이는 메그레즈님을 보고 빨리 구하라고 아우성이고 메그레즈님은 열심히 미자르님을 쫒아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미자르님을 떨어트리려는 듯이 높이 뛰며 달리는 말은, 위험해보여서---



한 순간, 크게 뜀박질 한 말과 허공에 붕 떠오른 미자르님.



무언가의 강박이, 몸을 사로잡은 것 같아서.





몸이,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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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이 안보여서 그런데, 나 좀 두베한테 데려다줄래?"


"...메라크..."


"두베도 심하게 다쳤었단 말야. 빨리 가서 치료해줘야 돼."


"...네 상처부터 치료해. 내가 데려다줄게."


"아하하.. 안돼. 치유력이 부족해서, 한명밖에 치료 못할거같아."


"...."


그 말에, 아무 행동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내게, 메라크는 거듭 말했다.


"있잖아 ■■■. 나 좀 두베한테 데려다 줘.

부탁할게.


두베를 살릴 수 있으면, 난 죽어도 좋아."


.

.

.


그 날.


두베랑 메라크가 죽었다.


도착했을 땐 이미 죽어있던 두베.

그리고, 두베를 살리기위해 자신을 치료하지 않고 내게 업힌 채 죽은 메라크.


내가 조금만 더 빨랐으면 둘 중 한명은 살릴 수 있었을까.


조금만 더, 빨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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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애애애액!


공기를 가르며 달려나가는 소리.


길게 찟어지는 파공성.




"와, 아..."


쌍둥이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높이 솟아올라 낙하하듯 떨어지는 미자르.


마법을 쓰듯 손을 휘젓는 메그레즈.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빨리.


검은 빛줄기가, 순식간에 미자르의 곁으로 가 그 품에 받아낸다.



그 모습을 보며, 메라크는 입을 삐죽였다.


"....뭐야..."



우리를 안고 달릴 땐, 장난 수준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