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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응? 뭐야, 강현... 아니네. 잠깐, 혹시 그쪽이 신입이야?

...그래. 그새끼랑 카톡한 거 보니까 맞네. 그래. 환영한다. 짜샤. 난 류건호다. 오늘 나가는 놈이지만 그래도 의례상 이름은 알려줘야지.

야. 근데 너는 취직을 해도 이렇게 좆같은 곳에 왔냐?

...물불 가릴 처지 아니라고? 꼭 악착같이 돈벌어서 부모님 병원비 내려고? ...그래. 새끼 크게 될 놈이네. 꼭 여기서 사지 무탈하게 멀쩡히 나가길 바란다.

잡담은 대충 여기까지 하고. 너 여기 오기 전에 이미 그새끼한테 근무 중 주의사항하고 네가 담당할 여기 2구역 지도 받았지? 다 외웠고? 잘했어.

...근데 말이야, 사실 규칙 싸지른 그 새끼 한 번도 여기 와본적 없다. 다른 현장도 마찬가지야. 그냥 책상머리 앞에서 펜대나 굴리던 새끼라고. 같이 그 문서 쓴 새끼들? 야, 와봤겠냐?

아무튼 그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네가 현장에서 마주치게 될 돌발상황 중 최소한 열 중에 하나, 둘... 아니, 넷 정도는 문서에는 없는 내용일 거야. 쫄지 마. 내가 그거 너한테 말해주려고 일부러 퇴근 시간 안 지났는데도 안 가고 있었으니까. ...신입 교육 핑계로 추가수당도 마지막으로 달달하게 땡기고.

아무리 본인이 이론에 빠삭하고, 규칙 몇번 몇줄 말해보라 하면 줄줄줄 읊을 정도로 잘 외운 슈퍼루키라고 해도, 이론과 현실은 다른 법이잖아. 그래서 내가 일부러 니 근무 시작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오라고 했던 거야.

몇 시지? ... 얼추 한시간 조금 남았나. 어쨌든, 지금 시간이 넉넉하진 않으니, 조금 빠르게 간다. 내가 말하는 내용들, 거지반 그 니가 받은 문서에서는 언급도 안 되는 내용이거든? 하여튼 이 씹새끼들. 지 일 아니라고 메뉴얼 업데이트도 개좆으로 한다니까. 여튼, 내 말 잘 메모하면서 들어두고.

책상에 수첩이랑 볼펜 보이지? 중요하다 싶으면 메모한 부분 접어놔. 언제든지 펴볼 수 있게. 상황 닥쳤을 때 뒤늦게 문항 하나하나 뒤적거리면서 찾을 건 아니잖아. ...기억력에는 자신있다고? 야, 선배 말 들어 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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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번째. 우리랑 같이 일하는 녀석들에 대해서야. 우리는 혼자 일하지 않아. ...사람 비슷한 무언가인 동업자. 그러니까 우리들은 '버디' 라고 불리는 녀석들하고 같이 일하지.

...무턱대고 겁을 집어먹는 타입은 아니라 다행이네. 그래. 무엇보다 네 버디에게 잘 대해줘라. 문서에는 네 버디보고 뭐라고 했지?

그래. 인간 아니라고. 그러니까 버디를 최대한 딱딱하게, 사무적으로만 대하라고 써져 있겠지만 솔직히 그렇게 할 필요 전혀 없다. 오히려 적당히 친하게 지내. 걔들 이름부터 버디잖냐? 멀리 해서 좋을 거 없어. 열이면 열, 버디는 널 좋게 볼거야. ...보통 그래서 문제가 생기지만.

평소에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기는 편이야? ...아니라고? 그럼 적어도 여기선 운이 좋길 바라는 게 좋을 거다. 왜냐면 버디 선정은 문자 그대로 순도 100% 운의 영역이거든.

잠깐, 너 버디 이미 정해지지 않았냐? 여기 오기 전에 주고받은 문자 내역에 있을텐데. 네 버디는 이름이 뭐야? 한국계 이름일 일은 거의 없을건데.



...베티... 그레타? 베티 그레타라고? ...누군지 감이 잡히네. 고약한 암컷이라고 불리거든. 아, 술을 워낙 좋아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다가 간혹 고약한 사고를 쳐서 그 지랄이지, 근본이 나쁜 녀석은 아니니 겁부터 집어먹지 마라. 그냥... 그래. 너 털 알러지 있냐? 고양이 알러지... 없다고? 다행이네. 순간이동 할 줄 아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고양이인 존재랑 잘 지낼 것 같고.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이네. 이따 봐. 짜샤.

아, 가끔... 그러니까 뭐 일주일에 두세번? 이럼 가끔이 아닌가. 뭐 아무튼 적당히 재량껏 편의점에서 달달한 거 한두 개 사 주면 엄청 좋아하면서 너한테 달라붙거나 꼬리치면서 앵길거다. 막 뭐라뭐라고 듣기 좋은 말도 하거든.

어. 너도 알잖아. 걔들 사람 말 할줄 알아. 문서에는 보나마나 버디에게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써져 있을 텐데, 그냥 줘도 괜찮아. 옛날에 학교다닐때 먹을거 사주고 같이 먹고 이야기하면서 친해지고 그러잖아? 그거 생각해.



단, 실수로라도 개다래 들어간 건 주지 마라. 고양이 계통의 버디니까. ...그리고 그럴 일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 성생활에 쓰는 물건들 들고 다니는 타입은 아니지? 콘돔같은거. ...가지고 다니지 마라. 만약 가지고 다닌다면 버디한테 들키지 마. 네 버디뿐만 아니라 여기서 사람 아닌 모든 녀석들한테 들키지 마.

아, 받아먹고 좋아하는 모습 귀엽다고 막 하루에도 몇 번씩 자주 주고 그러면 안된다. 걔들, 지성이 있고 지능도 꽤 높거든. 너한테 은혜갚기를 시도할거다. ...그런데 무슨 은혜갚기인지는 모르겠는데 당한 녀석들이 죄다 온 몸에서 시체 썩는 냄새 이상으로 좆같은 냄새를 풍기면서 정신 반쯤 빠진 상태로 나타났거든. 그렇게 된 녀석들, 열이면 열 전부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지 버디랑 같이 행방불명 처리되더라. 그리고 다시는 안 나타났어. ...그렇게 되고 싶진 않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거리를 잘 유지해. 너무 잘해주려고 하지는 마. 하지만 딱딱하게 굴지도 말고. 너 관심 끄려고 이상한 짓 할 지도 모르니, 버디한테 성심성의껏 대해. 가끔 농담도 좀 해줘. 친절하게 말도 걸어주고. 비록 걔들이 우리랑 가치관이 달라서 무슨 농담을 한들 알아들을지는 솔직히 미지수지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적당히 살갑게 말 좀 나눠봐. 여사친이랑 말한다고 생각해. ...없어서 몰라? ...열심히 해봐라. 문서에 포함되어 있는 하면 안 되는 질문 리스트 받았지? 그 주제만 피하면 돼. 특히 성적인 농담은 절대 피하고, 화장실 농담, 특히 지저분한 쪽은 절대, 절대로 피해.



잘 들어. 내가 이렇게까지 강조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다시 말하지만, 네 버디... 그래, 베티는 여기서 네가 일하는 동안 너를 온갖 이 세상의 것들이 아닌 해괴한 것들로부터 널 보호해줄 유일한 안전장치니까.

그러니까 버디한테 정말 선 안에서 해줄 수 있는 한 최대한 잘 해줘. 나도 처음에 내 버디 볼땐 무섭고 그랬는데, 지금은 나 떠난다니까 울면서 안 가면 안되냐고, 같이 살자고 할 정도로 친해졌거든. ...이따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타나하고 술이나 한 잔 할까. ...딴길로 새버렸네. 비록 우리 사고방식하고는 좀 다르지만... 내가 거듭 말했듯, 우리랑 같이 일하는 걔들도 고마움을 비롯한 감정들을 느끼거든.

만약 네가 베티를 딱딱하게만 대했거나, 아니면 조금 아니꼽게 대했다면, 베티도 너한테 위기가 닥쳤을 때 그렇게 적극적으로 널 구하기 위해 나서려고 하지 않을 거야, 아니... 베티라면 오히려 종족 특성 때문에 너한테 온갖 웃기고 괴상망측한 일이 일어나게 하겠지. 그리고 실수로라도 니가 안전한 상황에서 벗어난 순간, 너는 전적으로 베티의 장난감이 되는거야. 그건 싫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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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저기 보이냐? 니 근무지. 그래. 저기 은은한 하늘색 안개로 덮인 산... 저기 근처에 고원. 안개 존나 가득한 고원. 거기가 니 근무지야. 저거, 오늘만 날씨가 이상한 게 아니고 맨날 그래. 상식적으로 꼭두새벽부터 자정에 가까운 밤까지 24시간 사시사철 비가오나 눈이오나 안걷히고 유지되는 안개가 있을 리 없잖냐.

그래. 눈치 빠르네. 저 안개도 내가 아까 말했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무언가' 중 하나야. 뭐라고 하더라. 무슨 마력인가... 마나 미스트인가... 판타지 소설책에서나 나올것 같은 말을 하더라. 자기네들도 잘 모른대. 뭔지도 모르면서 이름부터 붙이는건 거기 양반들이나 우리들이나 똑같은가보지.



아무튼, 여기서 나와서 한 3분 정도 걷다 보면 산의 입구가 나올 텐데, 베티는 으레 모든 버디들이 그렇듯 근무 시작하는 날부터, 휴일 빼고, 뭔가 변고가 없는 게 아니라먼 거기서 입구 조금 안쪽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늦지 마. 무조건 시간 엄수해. 만약 네가 늦으면 베티는 오늘이 쉬는 날이라고 생각할 거고... 그대로 '사냥 태세' 로 돌아설거야. 은어같은건데... 베티를 비롯한 버디가 그런 모습이 되었다는건, 더 이상 우리를 동등한 협력 관계로 보지 않고,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로 놓겠다는거야. 당연히 먹히는 쪽은 우리다. 본능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는 그 녀석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몰라. 알게 된 새끼들은 죄다 행방불명이니까.

그거 겪은 녀석들은 죄다 행방불명이거든. 영원히. 보통 숨조차 쉬기 어려운 끔찍한 악취 속에서 홀연히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니까 시체도 못 찾아. 그렇게 사라진 너석들만 해도 지하철 한 칸... 아니, 지하철 하나 통으로 꽉꽉 가득 채우고도 남을 거다한번 근무지 들어가면 해 뜰 때까지 입구가 자동으로 폐쇄되는 거 알지? 그렇게 되면 내일 실종자 명단에 니 이름이 새로 올라갈 거야.

그러니까 늦으면 안 돼. 한 30분 이상 늦을 것 같으면 근무지에 가지 말고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연차를 내. 수당은 좀 깎이겠지만 어디로 홀연히 증발해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어? 그렇다고 너무 일찍 근무지에 가는 것도 안 돼. 저 지옥같은 곳에서 베티 없이 혼자 악으로 깡으로 버텨보겠다는 개짓거리는 꿈도 꾸지 마라. 한 몇 분 정도 일찍 오는 건 괜찮아. 하지만... 우리 근무시간은 밤이잖냐?



해가 진 뒤에, 그 안개 가득한 산 속에서 30분 이상 혼자서 뻐팅기는 것 보다 더 성공률 높은 자살행위는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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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목걸이 받았지? ...새삥이라 그런지 반짝임 한번 깔쌈하네. 명심해. 그 에메랄드 비슷한 돌쪼가리 박힌 거. 그게 니 정신쪽 보험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근무지에서 절대 목걸이 벗으면 안 되는 거 알지? 그게 뭐더라... 마녹주석이라던가. 아무튼 우리가 아는 물질로 만든 건 아냐. 그리고, 그 정체 모를 목걸이가 또 다른 니 생명줄이야. 특히 정신 쪽으로 말이야. 나가기 전에 목걸이 한번 체크해봐. 녹색이 아니라 무슨 자주색, 보라색으로 반짝이고 있으면 그거 수명 거의 다한거다. 바로 관리인한테 말해. 그 자리에서 새 거 내올거야.

만약 업무 도중에 실수로 흠집이 나버렸다거나, 아니면 '씨발 이것보다 더 보라색으로 변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변색이 심하면... 저 옆에 문 보이지? 여기 탈의실 바로 옆에가 비품실이거든. 거기 테이프 몇 개 있어. 특수제작 테이프라서 뭐 존나 감으면서 느낌이 이상하긴 할건데, 그거 걍 무시해. 일단 가져와서 망가진 부분 다 꼼꼼하게 가려. 대충 붙이지 말고 꼼꼼하게, 이중 삼중으로 겹쳐서 붙여. 색이 변한 경우라면, 정수기 오른쪽 붉은 서랍 위에서 두번째 칸에 푸른 돌쪼가리들 많이 있거든? 그거 살살 문질러. 조금은 색이 돌아올거다. 하지만 잠깐뿐이야. 나중 가면 목걸이 자체가 산산이 부서질거다. 임시방편이라는 걸 잊지 마.

목걸이에 생긴 이상을 응급조치로라도 봉합하고 나면, 근무 끝나고 관리자한테 연락해. 내일 근무 들어가기 전에 빤딱빤딱한 새거가 지급될거다. 만약 깜빡했으면 그때도 걍 연차 내. 참을 수 없는 성욕이나 혹은 말할 수 없는 불가항력에 의해 너도 모르게 산 깊은 곳으로 끝없이 들어가고, 끝내 참을 수 없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정신이 미쳐버린다더라. 그리고 그 끝은 영원한 실종이야. 너도 나도 그런 걸 바랄 일은 없잖아. 안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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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근무 도중 무슨 일이 있더라도 버디의 곁에서 멀어지지 마. 오히려 무슨 일이 일어날수록 넌 베티 곁에 바싹 붙어야 해. 물론 주변이 안전한 것 같으면 좀 멀리 떨어져도 괜찮기야 하겠지. 그리고 너무 바짝 달라붙었다간... 하,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우리같은 남자들이 너무 바짝 붙어있으면 뭔... 발정이 난다더라. 소화불량이랑. 무슨 상관인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래. 그러니까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되, 좆될 것 같다 싶을때 버디가 너 바로 도와주러 튀어올 수 있는 그런 거리를 찾아서 잘 유지해. 절대, 버디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지면 안 돼. 명심해. 이 곳에서, 버디 없이 홀몸으로 떠도는 인간은 그녀석들의 아주 좋은 먹잇감이니까.

근데, 만약 베티가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것 같으면... 너 명찰 뒤편에 버튼 있지? 그게 구조신호 발신기야. 발신기 버튼 누르고 바닥에 완전히 납작하게 엎드려서 기다려. 이건 알고 있겠지?

무슨 소리가 들리거나, 누가 서럽게 우는 소리나 깔깔대며 웃는 소리나, 심지어 베티가 온 것 같아도, 귓가에 베티 목소리가 들려와도, 니 명찰이 윙윙거리지 않으면... 명심해라. 그거 니 버디 아니다.

발걸음 흉내내는건 그 녀석들한테는 일도 아니고, 버디 개체들 중에서, 장산범 계통이나 그런 쪽으로 분류되는 녀석들은 씨발 성대모사 귀신들이다. 발신기가 진동으로 반응할 때까지 절대 고개를 들어선 안 돼. 만약 그러고 있을 때, 뭔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자욱한 악취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한 1분 정도 마음속으로 세면서 최대한 숨을 참아봐. 많이 들이마시면 안된다. 그 악취의 근원이 어디인지 막 미친듯이 찾아내고 싶을 거야.



하지 마.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잖아. 이럴 때 쓰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말이니까.

여튼, 네가 명찰 뒤의 발신기 버튼을 누른 이상 보통은 1분 안에 네 버디가 다시 나타날거야. 그런데, 만약 1분이 지나도 끝까지 버디가 오지 않거나 위의 상황에서 실수로 숨을 한번 두번도 아니고 여러번 크게 쉬어버렸다면, 그냥 엎드린 채로 오른편 주머니에 들어 있는 알약 먹는 거 알지? ...새끼 표정 보니까 견적 나오네. 문서에서 뭐라더냐? 최후의 순간 쳐먹는 자살버튼처럼 써놨지? 그럴 줄 알았다. 씨발. 내가 그래서 내가 그 책상머리 앞에서 종이에다 좆질하는 새끼들을 존나 싫어하는 거야.

그거 자살약 같은 거 아니니까 제발 안심하고 좀 먹어라. 안 먹고 버팅길 생각 하지 말고. 의식이 순식간에 끊어지고 힘이 풀리면서 '이렇게 좆같이 뒤지는구나' 생각도 들겠지만 죽는 일은 없다. 그리고 그 오묘한 기분도 아주 잠깐이야. 그리고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넉넉하게 휴가도 받고 봉급도 조금밖에 안 까이니까 그냥 눈 감고 꿀꺽 삼켜. 제발.

안 먹으면 어떻게 되냐고? 글쎄다. 잘 몰라. 확실한 건 그랬으면 내 이름이 실종자 명단에 올라간 상태였겠지. 자욱한 악취와 함께 옷 한벌 남기고, 내 버디 타나랑 같이 영원히 사라져서.

근데 약 두 번 이상 먹으면 내성 생긴다. 아마 세 번 째부터는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고, 어떻게 운이 좋아도 네번째 정도 되면 반대로 약 먹는 순간 온 몸에서 괴력이 퍼져나갈거다.

좋아할 게 아니야. 그 뜻은 네게 마지막 최후의 수단이 사라진다는 뜻이고, 힘이 강해지면서 의식이 몽롱해질거고, 그 주위엔 어느새 나타난 네 버디가 있겠지. 존나 웃긴 이야기긴 한데... 그때는 네 버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인다고 하더라. 나도 안 겪어봐서 모르지만... 그러니까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라는 뜻이야.

만약 두 번 약을 먹게 된다면 그 다음에는 너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적당히 일해. 위에서는 절대 네 몸뚱아리 그런 거 좆도 신경 안 쓰니까 네가 말하는 수밖에 없어. 두 번 먹고도 어떻게 버티고, 세 번 까지 어떻게 버텼다? 그럼 진짜 걍 퇴직해. 내 말 들어라. 제발.



그만둘 때 별거 없어. 그냥 비밀유지계약서에 싸인 한번만 하면 돼. 대신 그 후로 여기서 있었던 일 절대 발설하면 안 된다. 익명이라고 해서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계약서에 싸인한 이상 그놈들 어떻게든 너 찾아올 거야. 나 신입일 때 인수인계해준 선배 한 분이 계시거든? 퇴직하고나서도 가끔 여기 이야기를 술안주처럼 써먹은 모양이야. 어느새부턴가 실종자 명단에 올라있더라. 그래. 퇴직하고 나서도, 우리는 그 녀석들과 동등한 관계로 취급받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그 비밀유지계약서를 충실히 지켰을 때 뿐이야.



족쇄가 풀린 그 녀석들은, 더 이상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을테니까. 입조심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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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근무할 때 지급받은 삽 있지? 그거 작물 파낼 때도 쓰이지만 무기로도 좋아. 앵간한 상황에서는 버디가 보호해주겠지만 그래도 가끔 잔챙이들이 기습적으로 달라붙을 때가 있거든. 뭐 시발 등짝에 새우튀김 비슷한 거 달고 다니는 갑각류들이 있어. 그놈들은 약해서 보통 삽질 한 번이면 기절해. 그러고 나면 버디랑 같이 노가리 까면서 그 등에 붙은거 불에 구워먹어봐. 맛 존나 죽여준다.

...내가 지금 뭔 개소리를 하고 있지? 본론은, 꼭 삽 챙기고 다녀. 뭐 후려칠때는 삽 날로 치는 거 잊지 말고. 가끔 무슨 애완동물이나, 조금 덩치 큰 도마뱀같은 그것들이 아주 사랑스럽고 귀엽게 생겨먹어서 후려치기에 거부감 들겠지만 눈 딱 감고 휘둘러야 한다. 심지어 걔들 독침까지 있어서 쏘이면 눈 까뒤집고 니 버디한테 굶주린 들개새끼마냥 달려들게 될거다. 그리고 베티는 옳다구나 하고 널 잡아먹겠지. 그 순간만큼은, 힘으로는 베티를 이길 수 있을거다.

...근데 그게 끝이야. 정신을 차리면 넌 처음 보는 곳에 와 있겠지. 그리고 영원히 실종. 끝. 이게 싫으면 냅다 후려쳐. 그리고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 그거 정신 차리면 아주 약이 바짝 올라서 너나 버디한테 달려들거다.



버디는 보통 이런 경우 손쉽게 녀석을 제압할 수 있거든? 근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녀석들이 그 독을 일부러 맞고 우리를 덮친더다라. 베티 정도면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꽤 약은 녀석이니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다. 그거, 우리같은 사람들한테는 신경독으로 작용해서 환각이나 그런 걸 일으키지만, 그 녀석들한테는 소화기 계통의 독으로 작동하는 모양이야. 화장실 앞에 출입금지 붙어있고, 뭐 변기같은거 다 아작나있고, 숨이 턱 막히다 못해 속에서부터 토사물이 역류하게 하는 씹스러운 악취로 한가득 들어차있으면 보통 이런 경우더라. 그 화장실이랑 같은 꼴 나고 영원히 사라지고 싶지 않지?



니 몸은 니가 챙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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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만약 근무 중에 다른 팀을 만나게 된다면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베티 옆에 붙어. 니 버디 말고는 다 남남이고, 그 녀석들은 널 즐기기 좋은 먹잇감으로 볼 거니까.

그리고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행동해. 아마 그쪽도 똑같이 행동할 거야. 특히 상대의 버디에겐 더더욱 다가가면 안 돼. 버디가 누군지, 사람이 누군지 헷갈릴 일은 없을 거야.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무조건 성인 남성이야. 아동이 들어올 일은 절대 없고, 우리는 여자는 안 뽑아. ...아니, 못뽑는다고 해야겠네. 이전에 몇 명 뽑았었는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버디들' 처럼 변하더라. 그리고 그들과 합류했지. ...어우 씨발. 소름끼치네... 아무튼, 그런 연유로 여기는 성소수자가 아닌 독신의 남성만이 근무해. 그게 여기서 버디하고 최적의 시너지를 내는 조건이거든. 좀 외로워도 참으면서 일해. 이건 어쩔 수 없다.




...아, 상대편 버디가 키가 한 2미터 19센치는 되는 것 같은 키에, 피부가 검은색이고 눈동다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것 처럼 보인다면 그냥 베티한테 안아달라고 하거나, 어서 가자고 말해. 베티도 그년 보면 알아서 슬그머니 같이 도망칠거다. 그리고 그 옆의 버디에게 마음 속으로 화이팅이라고 좀 외쳐줘라. 일 존나 빡셀거야 걔는... 푸흣...

아. 미안. 웃을 일이 아닌데. ...만약 상대 팀에 가까이 갈 일이 생겼다면 사실 별 일은 없을 거야. 걔도 버디가 있고, 너도 버디가 네 근처에 있는 한 말이지. 그래도 말을 걸거나 상대의 버디를... 절대 자극하지 마. 버디가 시발 어떻게 생겼더라도 존나 무조건 무시하려고 노력이라도 해봐. 막 사람이 아니라 하반신이 달팽이처럼 생겼건 말처럼 생겼건 팔 대신 날개가 있고 눈이 존나 많고 걍 거미 몸뚱아리를 붙이고 있든...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테니, 각오 단단히 해.



아, 그리고 만약 버디 없이 홀로 있는 녀석을 발견하면, 그냥 빨리 베티랑 그 자리를 떠. 너도 베티도 걔한테 뭐 해줄 수 있는건 없다. 걔는 다음날 실종자 명단에서 발견될테니 명복이나 빌어주고.

그리고 간 다음에는 꼭 목걸이 이상 없는지 살펴보고. ...하여튼 좀 막나가는 것들은 지들끼리 짜고 쳐서 다 잡아먹을 생각뿐이라... 하, 씨발... 여튼, 니가 조심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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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만약 근무지에서 목걸이가 아주 심각하게 깨지거나, 보라색이 되다 못해 아주 시꺼멓게 물들었으면 그땐... 내가 뭐라고 했지? ...그래. 비품실에서 어떻게든 깨진거 이어붙이고 푸른 돌쪼가리 문지르라고. 잘 듣고 있었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품실까지 가기 전에 목걸이가 좆되겠다? 하면 잠깐 베티하고 거리를 둬. 아주 멀리 떨어지라는 건 아냐. 적당히 떨어져 있어. 베티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면 괜찮아. ...아, 그래도 무조건 조심해라. 베티는 고양이과 동물의 특성을 갖고 있어. 감각 하나는 존나 날카롭다.

그리고 왼쪽 가슴팍... 그래. 거기. 거기에 있는 응급수리키트로, 될 수 있는 한 빠르게 목걸이를 수리해. 테이프 칭칭 감고, 돌쪼가리를 아주 불이 나게 문질러. 몇 시간은 버틸 수 있으니까.

수리하는 동안 절대 베티가 네 목걸이 상태가 심각하게 불량해진 걸 알아차리게 하지 마. 베티는 여기서 좀 짓궃지만 그래도 귀엽고 착한 편이지만, 이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든 널 '선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거다. 어떻게든 널 쏙 홀려버리게 만들어버릴거야. 그러니까 꼭 정신줄 단단히 부여잡아라. 목걸이가 어느 정도 임계를 벗어나서 망가지기 시작하면, 본래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니 정신 보호막에 서서히 구멍이 나기 시작할거야.



그리고 베티는 절대 그걸 놓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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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버디는 소모품이 아니지만 우리는 소모품이야. 내가 말했지? 여기 놈들 중에 미친 또라이 새끼들 많다고. 그래. 대부분은 착해. 그리고, 인간을 싫어하거나 하는 심성이 나쁜 녀석은 내가 장담컨데 단 하나도 없어.

좀 존나 많이 거칠 뿐이지. ...근데 그건 평상시 이야기고, 만약 뭔가 일이 생겨서 그놈들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하면... 그래. 우리는 더 이상 동업자가 아니게 되는 거야. 맛 좋고, 신선한 먹이가 되는거지. 물론, 베티 정도면 네가 이 규칙들을 죄다 따랐을 때는 얌전하겠지만, 가끔... 고양이들 특유의 반골 기질이라고 하잖냐. 수칙서대로 해도 이유 없이 지랄을 하거든. 고양이들이 다 그렇잖아. 냥냥펀치 맞는데 이유가 있냐고 씨발.

...종족은 다른데, 특히 이오나라고, 아주 씨발... 존나 제대로 개씨발 미쳐버린 광년 하나 있다. 별명은 광우병. 종족은 미노타우르스. 하 씨발... 아, 욕해서 미안하다. 나 그년이 씨발 존나 몇 톤은 되는 물탱크를 번쩍 들어올리면서 나 보고 웃는거 보고 충격이 안 가셔서 말이다. 걔를 필두로, 그 버디의 종족이랑 같이 일하는 신참들은 두달에 한 번, 길어봐야 세 달에 한번 실종자 명단에 올라. 베테랑 선까지 가도, 실종까지 안 가고 멀쩡하게 퇴직한 새끼들은 구라 안치고 한 손에 다 꼽을 수도 있어.

참고로 더한 새끼들도 있는데 아냐? 미노타우르스 종족은 이오나 하나가 특히 씹지랄이라 그렇지 적당히 하면 소처럼 걱실걱실하게 일도 잘하고 제법 귀엽고 순해서 술친구까지 해먹을수도 있거든. 충분히 친해진 다음의 이야기지만. 근데 그 검고 키 큰 떡대 헬하운드 누님들은... 후 씨발... 진짜 지랄맞은 광견병이 뭔지 보자마자 이해할거다. 그래. 내가 아까 그 누님들하고 같이 일하는 놈들한테는 값싼 동정이라도 좋으니 좀 연민이라도 보내달라고 했지? 니가 아무리 냉혈한이어도 그 순간만큼은 저절로 유니세프 후원자만큼 가슴 따뜻한 인간이 될거다.




이쯤되면 궁금하지 않냐? 왜 윗대가리가 그런 종족들까지 데려와서 우리랑 일을 시키는지, 그런 애들을 그냥 두는지 알아?

단순해. 우리 가치가 그녀석들 가치보다 훨씬 낮아서 그래. 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그냥 갈아넣어도 되는 소모품이라서야. 그러니 위에선 우리를 위해 그렇게... 뭔가를 해주지 않을 거야. 아무리 네 버디가 처음엔 말도 잘 안 통하고, 너한테 꼬리치면서 막 성적인 농담따먹기 하면서 발정난 암컷같이 굴어도, 기억해. 그쪽이 절대적인 갑이고 우린 절대적인 을이야.

아 참, 문서에는 무조건 버디의 지시에 따르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버디가 그러는 이유는 단순히 본인 심기 때문일 수도 있어. 고양이들이 물병 쳐서 떨어트리는데 이유 있냐? 그거야.

그러니 무조건 버디의 지시에 따르지 말고, 버디가 자꾸 말을 안 들으면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시도해서 합의점을 찾아. 절대 화내지 마. 그랬다간... 아니다. 말 안해도 알지?




그랬는데도 만약 네 버디가 계속해서 땡깡부리고 그러면 그냥 버디의 지시대로 따라. 그때는 정말 네가 아니라 네 버디가 맞게 행동하고 있는 거니까.

내가 말했지? 걔들은 좋은 촉? 그딴 말로는 한참 설명하기 부족한 압도적인 초감각의 소유자야. 맨눈으로 수십km 밖에서 벌이 날아다니는 걸 보고 저 작고 귀여운게 뭐냐면서 물어보는 녀석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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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버디는 각기 다른 종족으로 구분된다. 처음에 들었을 때... 그... 베티, 베티의 종족이 뭐지? 아마 체셔 캣일 거다.

맞지? 그래. 그런 식으로 버디들은 다 각기 고유한 종족으로 구분돼. 우리는 서양인, 동양인... 깊이 들어가면 뭐 히스패닉이라던가 다양하지? 그쪽도 마찬가지인데, 우리에 비해 훨씬, 훨씬 심하게 종족별로 다른 모습을 보이거든.

내 버디는 종족이 뭐였냐고? ...하. 놀라지 마라. 타나는 헬하운드였어. 그래. 다들 놀랐지. 그 지랄맞은 종족이랑 일하면서 멀쩡히 퇴직하는 한 손에 꼽을 만한 사례가 나왔다고. ...너무 놀랍다는 눈으로 보지 마라. 규칙만 적당히 잘 지키면 호랑이 아가리에 떨어져도 살아남는다고.



아무튼, 자기 버디의 특성을 꼼꼼히 잘 외워둬. 그리고, 버디의 종족적 특성을 자극하는 행동을 최대한 피해. 걔들이 니 자극으로 인해 온갖 사소한 이유로라도 발정이 나서 너한테 온갖 개짓거리를 하면... 버디를 자극한 너한테도 귀책 사유가 생기거든. 뭐, 보험금이 깎이는 건 아니지만 실종처리되는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그냥 조심하라고.

하지만 공통적으로 어떤 종족의 버디를 만나든 지켜야 할 수칙이 있거든? ...웃지 말고 들어. 만약 버디가... 네 앞에서 방귀를 뀌더라도...

야. 웃지 마라고. 심각한 이야기야 이거? ...아무튼, 만약 방귀를 한두번 뀌면 그건 실수야. 무시해. 세네번 정도 뀌면 그건 이제 실수가 아니야. 어떠한 목적을 갖고 있는거지. 가령, 쾌락이나 즐거움같은거. 그래도 니가 할 일이 달라지는 건 아냐. 이악물고 무시해.



근데, 막 이제 씨발... 뭐랄까, 존나 방귀 대장 뿡뿡이년들마냥 존나 대놓고 너를 향해 발사할 때가... 아 씨... 그만 쪼개라고 새꺄. 존나 웃기게 들리겠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당황할거다. 왜냐고?

너는 니 버디의 방귀가 존나 야하고 끈적하게 느껴지기 시작할거니까.



못믿겠다는 표정이네? 엄연히 사실이다. 홀리지 마. 속옷이고 뭐고 다 벗어재끼고 널 향해 엉덩이 흔들면서 방귀를 존나게 뀌어댈거거든? 니가 안 믿을게 분명해보이지만, 인간의 한 열 몇배? 아니, 문자 그대로 수십배, 아니면 한 백배 되는 양의 방귀를 무자비하게 뀌어댈거다. 얼굴에도, 몸에도, 그리고 니 좆에다가도. 아주 냄새 벗겨지려면 한 몇 시간 박박 씻어야 할 정도로 진짜 존나게 지독하게.

짜증날 법도 하거든? 분명 씻으면서는 짜증나는 게 맞아. 막 그라데이션 분노가 올라오면서 한대 때리고 싶고 그러다가도, 다시 그 상황이 와서 방귀냄새를 맡기 시작하면 아주 걸신들린 거지새끼마냥 킁킁거리면서 니 버디 후장에 코 박고 혀 내밀고 잔뜩 핥아댈거다. ...그래도 거기까진 괜찮아. 삽입이 직접 이루어지는...

그래. 떡만 치지 마. 나도 어떻게 그... 떡치기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정신 차렸거든? 그래. 혀로 해주는건 괜찮아. 타나도 마무리가 좀 아쉽다면서 툴툴거리긴 했는데 그래도 가끔 걔 기분 꿀꿀할때... 하, 씨발 무슨 남창새끼가 된 기분이긴 한데... 입으로 좀 해주면 얘가 기분 좋아하면서 업무 효율 존나게 올라가더라. 그래도, 그래도 명심해라.



절대 유혹에 넘어가지 마. 조금이라도 선을 넘으면... 실종자 명단이 갱신될거다. 흘려듣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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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리비도페토 과일 채집장에서 일할때, 수확물 함부로 먹지 마라.

어떻게 보면 상식 아니냐? 아무리 니가 힘들게 일해서 그걸 땄다고 한들, 그걸 함부로 먹어도 되는건 아니야. 아주 잘 알지? 우린 문명인이잖아. ...그리고 버디들도 함부로 뭐 집어먹는 일은 없어. 뭐더라. 유포레아나 열매 말이야. 나중에 말하겠지만 아무튼 넌 아니야. 먹지 마.

문제는 너한테서 끓어오르는 충동이 그 이성을 억누르고 이길 때 생기는거지. 순간 갑자기 하나 입에 넣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럴때는 진짜... 뭐 방법이 없다. 이 악물고 참아. 정 안되겠다 싶으면, 가볍게 껌이나 사탕이라도 입에 물어봐. 훨씬 나을거다. 그리고... 만약에 그 과실이 상처를 입어서 안에서 수액이나 그런게 흘러나올 수 있거든? 정확히 말하면 과즙이 맞긴 한데... 암튼 그냥 알아먹어. 여튼, 그 희끗한 과즙이 흘러나올 수 있거든? 꼭 좆에서 나오는 그 좆물마냥... 하... 설명하면서도 진짜 어이가 없네. 이따위 저속한 표현을 쓸 줄이야.



...그렇게 보지 마라. 보면 딱 내 말 떠오를테니까. 문자 그대로 과일이 '좆' 같이 생겼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난들 알겠냐. 애초에 우리 세상에서 자라는 식물도 아닌 것 같더라. 우리같은 남자들한테는 맛도 뭐 씨발 더럽게 없다던데. ...하, 참. 아는 친구 중에 식물학 지식이 되게 빠삭한 놈이 있었거든? 무슨 학자의 호기심이나 뭐라나... 다 좆까고 이거 궁금한거는 못찾겠다며 그 나무 한번 분석해보겠답시고 과일부터 몰래 뜯어서 조사하더라고.



...그래. 그새끼도 홀연히 사라졌어. 지 버디랑 같이. 그러니까, 괜히 그게 뭔지 '인지' 하려고 하지 마. 그냥 존나 좆같이 생긴 바나나 딴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거 생각보다 무거우니까 니 버디 베티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편이 좋을 거야. 그리고 은근 쏟아지기 쉬우니까 조심해. 쏟아지면 그거 다 급료에서 깎인다. 베티가 좀 약해보여도 확실히 힘이 쎄. 음... 베티를 비롯한 좀 비리비리 해보이는 버디들이 있거든? 야, 걔들 힘 진짜 존나 쎄다. 구라 아니고 가장 약한 녀석도 너랑 팔씨름 하면 걔가 이길걸?

...허, 이새끼 봐라. 못 믿는 눈치네? 야, 여기 우리 파트너들 사진 보이지? 누구 약해보이는 애 한번 골라봐.

...얘? 왜? ...어린 꼬맹이처럼 생겨서 약해보인다? ...풋... 푸하하! ...아. 미안하다. 니가 고른 도우미는 바포메트야. 존나 쎄지. 여기가 아니라... 어디더라. 평소에는 가장 빡쎈 구역인 13구역에서 전속 계약자 단 한명만을 두고 구역 전체를 책임지고 있지. 구역 밖으로 나오는 때는... 그래. 어, 존나 돌발 상황이 생겨서 막... 이 건물만한 거대한 괴이가 막 꿀럭거리면서 날뛸때 다른 파트너들하고 같이 선봉에서 제압하는 역할이야.

전혀 그렇게 안보인다고? ...나도 처음엔 안 믿었거든? 우연히 기회가 되서 힘이 얼마나 쎈지 보여달라고 했단 말이지. ...손가락 두 개로 5cm 강철 합판을 반으로 으스러뜨리는 거 보고 그냥 깍듯이 모시게 되었다. ...씨발. 무슨 걸어다니는 유압프레스인줄 알았다고. 같이 다니는 애가 구준성이라고 하는 선배거든? 그 선배도 한 차력쇼 한다? 나 씨발... 진짜 사람이 무슨... 아니, 사람이 씨발 무슨 2톤 넘어가는 대리석 석판 지고 자기 버디랑 노가리까면서 걸어가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리고 그 선배... 입사한지 40년 넘었다더라. 그래 씨발. 이 긴 문장 중에 말 되는게 단 하나도 없지.



그렇게 좆도 맥락도 없고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 우리 근무지야. 알았어?

아무튼 버디한테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해도 좋아. 도움받고 나면 고맙다고 인사해주고, 그리고 뭐 달달한거 갖다주면 더 좋고. 
근데 거듭 말하지만 너무 많이 가져다주지 마라. '은혜갚기' 당해서 소리소문 없이 냄새 속에서 사라지기 싫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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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너 받은 문서 기억나냐? 고대합환채 밭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 말라고 되어 있지? 아직도 그러냐? 하... 이새끼들 일처리 진짜 개좆으로 한다니까. 뭐 아무튼, 그렇게 써져 있기는 한데, 내도 괜찮아.

오히려 적당히 큰 소리 정도는 권장하는 편이야. 가라치는거지. 왜냐고? 적절히 큰 소리, 그러니까... 아! 이렇게 소리 조금 지르는 정도만 내면, 갑자기 바닥에서 무슨 사람 발목같이 생긴 풀떼기랑 열매들이 일어서서 니가 소리를 지른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거든? 베티한테 시켜서 그쪽에서 채집 그물망 밭 끝에서 끝까지 쳐놓고, 그대로 기다리라고 하면 된다. 그럼 일 존나 수월하게 날로먹는다. 그 풀떼기들 다 뇌 없는 바보병신빡대가리라 지 뒤지는지도 모르고 우르르르르 들어가거든? 야. 그거 보는거도 진짜 재밌다. 하... 캠코더 몰래 하나 반입해서 그거 녹화한 다음 타나랑 돌려보면서 하루종일 저 병신잡초들 하면서 빠갰는데... 아, 이거 존나 불법에 가라니까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말고. 특히 내가 이야기했다고 하지 마라.

대신 너무 큰 소리 내면 생존 의지를 자극받은 수많은... 어, 그 고대합환채인지 합체인지 뭔지 니들한테 달려들어서 막 신경독을 주입할거거든? 안심해. 고통스럽게 죽는 일은 없거든. 대신... 어, 진짜 무슨 비아그라 한트럭 맞은 금딸 한 한달정도 한 다음에 야동만 존나 강제관람당하고 못 싸게 통제당한 사람마냥 진짜... 견뎌낼 수 없을 정도로 성욕이 끓어버리게 되고, 버디들은... 어. 그래. 이전에 이야기했던 신경독이랑 같은 부류인가보더라. 장이 존나 끓어오른다던데? 각오 단단히 하는게 좋을거다. 그때 나오는 버디의 방귀를 직빵으로 맡았다? ...바로 전광판 올라가는거야. '오늘의 실종자' 딱 하고. 네 버디하고 같이 올라가버리겠지.




버디들 존나 쎄니까 걔들한테 지켜달라고 하면 안되냐고? 글쎄다. 근데... 그거는 어떻게, 버디들도 막을 수 없는 것 같더라. 아무리 강한 놈도 그런 경우에 대해 지켜줄 수 있냐고 물으면 고개 찌푸리면서 절레절레 젓더라. 그쪽 세상에서도 닿기만 해도 지랄나는 극성인 종이 변화했다고 하네. 여기 와서 독성이 더 심해졌고. 다르게 말하면, 그땐 진짜... 베티도 어떻게 못하고 그대로 휩쓸려버릴거다. 그러니 알아서 잘 처신해. 선 잘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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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채집한 건 즉시 버디한테 넘겨. 이건 진짜 업무 꿀팁인데 그거 다 들고 가면 힘들다. 어차피 끝나면 다 베티한테 넘겨줘야 하거든. 베티 힘 진짜 니 생각보다 훨씬 쎌거야.

우리랑 비슷하게 생긴 '인간형' 개체지만 인간은 아니다보니까 뭔가, 다들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더라. 마력이네 뭐네 하는데 어차피 우리는 모르잖아? 별로 알 이유도 없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내. 모르는 게 약이다는 것만 알고, 그리고 베티가 들어서 옮겨주고 나면 챙겨주는 거 잊지 말고.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는 귀에 딱지 앉도록 했겠지? 그래도 그냥 들어. 그만큼 중요하니까.

...아, 고양이 계통 수인들은 그 뭐냐, 츄르? 그 짜먹는 고양이 간식 진짜 환장할 정도로 좋아하더라. 근데 너무 많이 주면 자기한테 고백하는 줄 안다고 하니까 선 잘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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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업무 중 채집한 것들 신기하다고 몇개 긴빠이쳐서 집으로 가져간 깡다구 한번 존나게 기합찬 새끼들 몇몇 있었다.



...하... 말 안해도 알지. 하지마라 씨발.

절대. 이건 진짜 씨발 무조건 지켜. 이것만큼은 절대 꼭. 안 지키면 어떻게 되냐고? 몰라 씨발. 저기 산 속에서 사라진 '사람 이었던' 것들이랑 똑같이 되던가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리던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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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번째. 유포레아나 열매밭 주의사항이야. 그거... 그 포도 비슷하게 생긴거, 딸 때 성욕이 진짜... 막 미친듯이 끓어오르면서 막 좆 폭발할거같이 느껴지거든? 가뜩이나 그것도 참기 힘든데, 그 자리 즈음에 다다르면, 니 버디들이 배고프다면서 그거 몇개 지들 맘대로 막 따먹더니, 갑자기 슬며시 너한테 다가와서 배가 꾸륵거린다면서 존나 막 더러운 짓을 할거거든? ...그래. 니 짐작이 맞아.

너한테 방귀 존나 싸대기 시작할거다.

웃기고, 추잡스럽고 역겨울거라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참 이상하게도 버디들이랑 같이 일하다 보면 우리 상식도 같이 뭐 어그러지는지 그게 진짜 지금까지 니가 봤던 그 어떤 야동보다도 꼴리게 느껴질거다. 내 장담하건데 진짜 단 1g의 거짓도 없이 하는 말이야. 말 안된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사실이야.

존나 구린내나는 방귀로 숨쉬고 싶어지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그 방귀소리 들으면서 일어나고 싶고, 당장에라도 일하던거 다 때려치우고 니 버디 궁둥짝 붙잡고 혀 집어넣고 핥으면서 애무한다음, 얼굴에 축축한 방귀 맡고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존나 솟아오른 좆대가리를 버디인 베티의 후장이나 보지에 쑤셔박고 싶어질거야. 진짜로.

존나 천박해서 말이 어이가 없냐? 야. 사실이야. 진짜 이것보다 그 상황을 더 자세하게 설명할 방법은 없으리라고 본다. 너 더러운거 취향 아니지? 설령 진짜로 아니라고 해도 그 상황에서만큼은 그 방귀가 그 어느 무엇보다도 존나 야하게 느껴지고, 그 방귀를 북북 뀌어대는 니 버디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여운 여자로 느껴질거다. 그거 못참고 떡친다?

그럼 다음 실종자는 바로 니가 되는거야. 명심해. 거듭 말하지만 나도 씨발... 후... 진짜 영영 못돌아올 뻔 했어.

그거, 그 문서에서는 대책없이 참으라고만 써져 있는데 그거 남자로 태어난 이상 절대 니 의지로는 못 참아 그거. 내가 감히 장담하건데 예수 부처 공자 뭐 누구누구 신? 아무나 다 불러와봐 절대, 절대 못참아 진짜 그거 참으면 게이거나 고자거나 성인이거나 싸이코새끼인거다. 장담한다. 더 의식 흐려지기 전에, 잠시 저기 볼일이 있다고 한 다음 거리 벌리고, 몸 돌려서 버디한테 안 보이게 한 다음 응급 수리키트 옆에 작은 주머니 있지? 거기에 뭐 들었냐. 이름 없는 파란 알약들 존나 들었지?

한 두어개 정도 삼켜. 하나 먹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하나 더 먹어. 보통은 아무리 성욕 괴물인 사람도 세 개 먹으면 잠잠해지거든?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 까지 버디랑 일부러 거리를 둬. 절대. 반드시 적당히 거리를 둬. 최대한, 좆되지 않을 거리까지 나가서.

걔들... 진짜 우리 좆 선거는 귀신같이 잘 알아차리거든? 만약에 선 거 들키거나, 아니면 그거 가라앉히려고 허공에 좆질하려고 좆 꺼냈다? 걔들, 시력도 존나 좋고 후각 청각도 귀신처럼 발달해있다. 수백 수천미터 밖에서 니 좆냄새 맡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와서 널... 아니지, 당장 그 옆에 있는 버디부터 곧바로 널 덮쳐버릴거다.

그리고 그렇게 된 녀석들은 진짜 어디로 홀연히 사라져버렸어. 그리고, 그 주위엔 풀 한포기 나지 않을 정도로 푹 썩어버린 해괴하고 좆같은 냄새가 나더라. 웃긴 건 그 유포레아나인가 뭔가 하는 나무는 멀쩡히 살아있고 말이지. 존나 웃긴 식물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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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째. 이건 진짜 중요한데... 일주일에 한 번, 평소보다 훨씬 더 방호에 신경을 쓰고, 아예 모든 오염물을 차폐하는 방호복을 아주 꼼꼼히 입고 무슨 버섯 채집장으로 가거든? ...뭐더라. 언데드 애쉬 롱기누시아라고 하던가. 그쪽에서 좀 배운 놈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하고, 일반 사람들은 '언데드 긴 잿빛 버섯' 이라고 하더라.

이름이 좀 특이하지? 뭐 생긴거 보면 무슨 잿빛으로 색 다 빠진 채로, 썩은 나무둥치에서 존나 '나 위험해요? 쳐먹게? 진짜 쳐먹게?' 하면서 자라나는 것 처럼 보이는 버섯이 드문드문 보일거야. 그거 뽑아서 채집은 하되, 절대, 절대... 절대로. 절대로 니 맨살이 닿게 하면 안된다. 그건 니 버디가 특수한 종이 아닌 이상 버디도 마찬가지니까, 거기서는 둘 다 조심해. 걔도 거기 딱 들어서는 순간 장난기 빼고 일할거다. 설령 아무리 대충대충 일하는 놈이라고 해도. 왜냐고?



하... 야, 만지기만 해도 심하게 중독되어서 며칠 사경을 해메더라. 살아 돌아오는게 기적이야.

만약 언데드 긴 잿빛 버섯 채집장에서, 죽은 듯이 엎드린 채로 쓰러져있는 사람을 본다면, 그게 진짜로 뭐 큰일이 난... 다른 팀원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 건들지 말고 그냥 가라. 존나 불쌍해보일 수도 있지만, 뭐 어쩌겠어. 꼬우면 본인이 처신을 잘 했어야지. 다시 말하지만 건들지 마라. 내가 타나한테 물어봤더니, 아주 몸서리를 치면서 '아주 씨발스러운 버섯' 이라고만 말하더라. 나도 그 말 듣고 더는 묻지 않고 있어. ...상식적으로, 그 광견병걸린 지랄맞은 종족이 그렇게 말하는데 솔직히 존나... 뭐 설명할 방법이 없지 않냐? 건들지 마.

그리고 만약 버디가 먹어볼 생각 없냐고 하면 진짜 단호하게 거절해. 어물쩡 넘기면 지들이 한 입 먹는거 보여주면서 먹어보라고 내밀지도 모른다. 뭔 생각이냐고? ...둘 중 하나지. 지들은 존나 심한... 음. 가스형 배탈로 끝나니까 우리도 그러겠지, 하고 주는 것도 있고, 아니면 진짜로 그 버섯을 맛있게 느껴서 순수하게 호의를 베푸는 걸 수도 있고. ...아, 그것도 아니면 뭐라고 할까. 너, 부활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아냐? 걔들은 아는 것 같더라. 우리가 죽어도 죽은 게 아니라는거지. ...허 참. 여기가 이래. 믿기 힘든 일이 매일같이 일어난다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해야 해. 셋 다 의도는 다르지만, 실종이라는 결과로 귀결되니까.

아, 그리고 만약 걔들이 그 버섯을 너 몰래 먹었다? 하면 그 날은 일찍 일 끝내. 그리고 관리자한테 말하고. 곧바로 니 버디는 특수한 방에 격리될거야. 그리고, 한동안 거기서 못 나올거다. 걱정하진 마. 큰 일이 생기는 건 아니고... 몸 속에 들어찬 독가스 빼는거니까.

안에서 그 어떤 추잡한 소리가 나도, 어떤 고약한 냄새가 스멀스멀 풍겨와도, 그냥 그 안에서 존나 야릇한 암컷의 신음소리가 들려서 막 궁금하고, 들어가보고 싶다 해도... 무시해. 절대, 무조건 무시해. 목숨줄 오래 부여잡고 싶으면 최대한 무시하면서 참아. 버디가 나와서 시원했다고 깔깔 웃으며 다시 너한테 다가올 때 까지 그냥 무조건 참아. 최대한 모른 척 하고, 저 안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고 생각해.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존나 커다랗고 맹렬한 소음이 울려퍼질거거든? ...힘든 줄 알겠지만, 최대한 참아봐.



거듭 말하지만,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선을 넘는 순간, 넌 걔들 장난감 신세가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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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번째. 네 버디가 네게 있어 유일한 안전장치는 맞아. 하지만 결국 근본부터는 우리랑 다른 존재임을 잊지 마. 네 버디만 믿고 무모한 짓을 하는 건... 추천하지 않을게. 자매의 밭에서처럼 네 버디라도 대처하지 못할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마.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환심을 사지 마.

괜히들 길고양이도 인간한테 막 앵기면... 사랑스럽고 귀엽고, 데려가서 키우고 싶어하잖아? 걔들도 마찬가지인가봐. 자기들한테 막 잘해주고, 예뻐해주는 우리가 좋다나, 뭐라나? 근데, 애완동물을 보면서 느끼는 귀여움 따위가 아니라 씨발 수컷으로 보고 존나 욕정해서 아주 그냥 널 확 잡아서 어디로 영원히 사라져버리니까 그게 문제인거지.



그러니까... 여지 남기지 마라. 걔들의 가장 큰 본능이, 자기 수컷한테 마킹해서 자기 냄새 남기는거니까. 한동안 밥도 먹기 힘들 정도로 구역질나는 냄새에 포르말린에 절여진 개구리마냥 잔뜩 절여지기 싫으면 말이지. 니 성취향이 어떻든 내 알바 아니긴 한데, 설령 그쪽 취향이어도 이건 좀 고민해봐라. 진짜... 하 씨발, 시체에서 흘러나온 썩은 물로 샤워를 하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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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몇번째지? 열일곱? 그래. 열일곱번째. 절대 정해진 길 위에서 벗어나지 마. 길 위에서 모두 다 할 수 있어. 어차피 길도 넓고, 그 안에서 식물들도 자라고, 밭도 있고... 안전해보이는건 맞아. 실제로도 안전하고. 하지만 씨발 길 밖은 완전 다른 이야기야. 거기는 뭐라고 할까. 편도 여행을 하는 곳이야. 편도 여행 특징 알지? 일방이라서 돌아올 수 없다는 거. 그래. 여기 세계에서 그쪽 세계로 휙 넘어가버리는거야. ...돌아오기는 꽤 힘들거라고.

잠깐 주위를 둘러보기 위해 나가는 건 괜찮지만, 두 발자국 이상 경로 밖으로 나가서, 니 모든 신체가 길 위에서 벗어나버리는 순간,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다. 진짜 영원히. 네 버디도 그 순간부터는 널 동업자가 아니라 하나의 '먹잇감' 으로 인식해서 곧바로 덮치려 들 거고, 그 뒤에는... 뭐, 말 안해도 알지? 존나 끔찍하고 지독한 악취와 함께,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고, 이 때는 발신기도, 저 알약도 소용없을 거다.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니 버디가 니 손을 낚아챌거고, 알약을 삼키기 전에 니 버디의 혀가 니 입에 들어갈거니까. 그리고... 숨 참는것도 당연히 소용없어. 산소 대신 니 버디의 방귀로 숨쉬면서 사는 삶을 살고 싶으면 어디 길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봐.



실종자 명단이 한 줄 늘어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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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번째. 근데, 그 가끔... 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존나 들 때가 있어. 참기 힘든 충동이 존나 들고 막. 문서에는 그 좆같은 새끼들이 그냥 참으라고만 해 놨는데... 그것도 열...다섯? 아, 열 네번째인가. 열네 번째 규칙에서 언급한 그 불가사의한 수준의 성욕만큼 강한 충동으로 나타나서, 인간의 의지로는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내지 못 하니까 니 버디한테 상황 설명하고, 그냥 안아달라고 해. 못 나가게. 보통 한 몇 분 정도 그러고 있으면 괜찮아져. 근데... 그 버디의 품이 막 너무 따뜻하게 느껴지고, 뭐가 막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버디의 뱃속에서 뭐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면 반대로 돌아서 백허그 자세로 안아달라고 해.

내 말 들어. 만약 그 상태에서 니 버디랑 눈이라도 마주친다? 그러면... 그래. 뭐라고 하지? 보통 우리가 버디라고 부르는 존재들은, 인간, 특히 남성의 본능을 크게 자극하는 '페로몬' 을 내뿜거든.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 페로몬은 극한으로 뿜어져나오고, 동시에 그 페로몬이 널 유혹하는 데 큰 증폭 작용을 하는 '부패한 기체' 가 빠르게 만들어진다고 하더라.



...그래. 또 뿡뿡이년들 되는거야. 악취에 푹 절여져서 영원히 실종자 신세 되기 싫으면 그냥 내 말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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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좀 지루해도 집중해라. 거의 다 왔으니까. 여튼, 요지는 무엇이 보이든, 어떤 상황이 일어나든, 두려움을 드러내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해. 만약 네가 성욕을 이기지 못하고 존나 막... 상상만 해도, 환경은 점점 더 너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뀔거다. ...그것도 아주 좆같이 빠르게. 점점 상상이 니 대가리를 지배하는거야. 존나 막 냄새 맡고싶고... 니 버디인 베티가 너무 사랑스럽게 보이고... 지금껏 그 어떤 여인보다도 더 매력적으로... 하. 그거 진짜 니가 봐봐야 안다. 나도 타나한테 존나 넘어갈 뻔 했는데... 지도 그러더라. 몇번 꼬셨는데 더럽게 안넘어와서 고자새끼인줄 알았다고. ...아쉽긴 한데, 아직 난 죽고 싶진 않아서 말이다.

죽는거 확실하냐고? ...시체도 안남기고 어디로 홀연히 사라지는게 뒤지는 거랑 뭐가 다르겠냐. 뭐 아무튼, 우리는 다양한 식재료를 채집하고, 그것들은 우리 세상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야. 그래서, 우리가 통상적으로 투여하는 식물형 영양제 따위만 먹고도 일단은 살 수 있는데, 그놈들, 틈만 나면 우리... 그... 하아... 좆물을 쥐어짜려고 들어. 그래서, 우리가 버디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주 갖은 노력을 할 거다. 그리고, 그 버디라는 녀석들은 그 상황을 즐기면서, 호시탐탐 널 덮칠 기회만 볼 거야. 내가 말했지? 그 녀석들. 우리를 너무 좋아해서 문제라고.

명심해. 그 녀석들, 그리고 이 식물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우리가 흘린 좆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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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 근무 끝나고 나오기 전에 네 버디, 베티한테 채집한거 싹 다 넘겨줬는지 확인해. 뭐 좆같이 생긴 바나나 비슷한거든, 아니면 뭐 존나 해괴하게 생긴 그 중 단 하나도 우리 손에 있어선 안 돼. 입구에서 손 터는 거 잊지 말고.

만약 실수로 들고나온 것 같으면 즉시 담당자한테 연락해. 절대 그거 집까지 들고가면 안 돼. 적어도 업무지 근방 500m를 벗어나기 전에 다시 회수되어야 해. 그거 외부로 유출되면, 특히 IACU라고... 아. 신참이 알만한 정보는 아니지. 여튼, 우리랑 협력관계를 맺은 재단에서 그리 고깝게 보지 않거든. 귀찮아진다고 해야 하나. 나중에 짬 차면 알게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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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그 IACU 재단에서 나왔다고 하는 놈들이 가끔 찾아올거야. 그거 그냥 관리자랑 연결해줘. 애초에 여기는 일반적인 사람이 찾아올 수도 없는 곳이거든. 다크 메이지라고 했던가. 인식 저해 인지필터가 입구 전체를 두르고 있어서 특수한 방법이 아니면 들어올수도 없는곳이거든. ...어? 난 어떻게 들어온거냐고? 너 관리자가 보낸 어플 깔면서 안면인식 한번 했지? ...그래. 그거 때문이야. 더 궁금한건 없지? ...그래. 나도 일단 생각난 건 여기까지네. 다행인 건 우리가 맡는 이 구역이 좆같은 헬무지는 절대 아니라는 거야. 위험한 것들도 많이 없고, 채집해야 하는 것도 그리 많지 않아. 어디까지나 다른 구역에 비해서지만. 굳이 위험한걸 따지자면 그 언데드 버섯이라고 할까? 대신 급료는 다른 구역보다 좀 적지만... 뭐, 회사원 연봉이랑 비교해보면 적은 편은 아니니까.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그럼 이제 인수인계도 끝났으니 난 간다. 잘 적었지? 잘했어. 다행히 지금 갈아입고 나가면 시간 되기 전에 나가겠네. 참, 이거 초콜릿 받아라. 체셔 캣이나 뭐 트럼파트인가. 그런 뭐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이 생긴 녀석들이 이렇게 달달한 거 좋아한다고 하더라. ...아 참 맞다, 마지막 당부를 까먹었네. 종족들은 아직 모르지? 적당히 시간 나면 그거 외워둬. 미리 알아둬서 나쁜건 아닐거니까.

...그래. 열심히 해라. 돈 많이 벌고. ...그리고 어지간해서는 실종자 명단에 올라가지 마라. 하고 싶은 일이 아직 많을 거 아냐? ...그럼 난 간다. 고생해라. 사지 멀쩡히. 난 타나랑 마지막으로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야겠다.

(끼이이익... 쿵-)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10분...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으려는 순간, 허공에서 뭔가 매혹적인 미소가 떠오르나 싶더니, 지극히 매혹적인 여인이 빙긋 웃으며 나타났다...?]

흐흐응... 댁이 신입이구나? ...언제부터 여기 있었냐고 묻는 표정이네? 냐앙... 글쎄? 타나의 예비신랑 건호가 인수인계 시작한 순간부터~?

냐히힛! 너무 겁 먹을 필요는 없다구. 그래. 니가 건호한테 들은 내용은 95% 사실이야. 그 말만 잘 지키면, 나랑 같이 오래오래 일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을거라구.

...5%가 뭐냐고? 음... 냐하하하하하핫! 글쎄? 그건... 일하면서 같이 알아가보자고! 자! 출발! 목걸이 단단히 걸고, 약통이랑 다 챙기고! 나도 샤이한테 들려줄 모험담이 생기겠네! 이봐, 이름이 뭐야?


...? 응! 좋은 이름이네? 냐핫! 자~! 시간이 없다고! 어서 가보자고! 베티와 집사의 우당탕탕 대모험!


[...뭔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보란듯이 열심히 일해봐야겠다고 느끼며, 나는 직원 휴게실의 방문을 나서 안개 덮인 산길로 향했다. 베티... 한번 잘 지내 보자고.]




...그리고, 이세계에서 온 고양이 소녀 베티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기까지 D-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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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에 우연히 존나 맛있는 나폴리탄 괴담 산무농장 제 3구역 인수인계인가? 그거보고 아주 큰 영감을 받앗음...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약간? 의 수정을 가해보긴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