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링크

2화 링크

이번 화는 1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 1화 내용을 알면 이해하기 더 쉬울거임

빈약한 필력이지만 누군가를 딸잡게 만드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그림은 모툰이 AI화가 기능으로 생성했음


[ 하이렌 리부스크 (22, 女) ]



유럽 귀족 가문 '리부스크 가'의 자제인, 하이렌은 사교모임을 마치고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오던 중,

저택 입구 앞의 빨간 우편함에 꽂혀 있는 편지 1개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편함에서 편지를 꺼내, 편지 봉투에 쓰인 수신인을 확인하는 하이렌. 곧 자신에게 보낸 편지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연회 초대장인가...'



하이렌이 무표정하게 편지 봉투를 뜯자, 그 안에선 편지와 놀이공원 입장권이 나왔다.



'웬 놀이공원 입장권?'



뜻밖의 내용물에 의아해하면서 편지 내용을 읽던 하이렌은, 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헤... 헤르츠다인님이 나에게...?!?"



바로 그 편지가 하이렌이 세상에서 가장 사모하는 남자이며, '완벽'이란 단어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남자, 헤르츠다인 슈라이너의 데이트 신청 편지였기 때문이다.

편지를 든 채 덜덜 떨다가, 볼을 꼬집어보자 통증이 느껴졌다. 



'아파... 그렇다는 건 이건 꿈이 아니라는... 거지??'



곧, 하이렌은 평소에는 거의 보여주지 않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달콤한 상상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다음날, 규모가 꽤나 큰 놀이공원 '카르나랜드' 정문 앞에 서 있는, 보라색 샤기컷 머리를 한 빨간색 눈동자의 남자, 헤르츠다인은 가만히 선 채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헤르츠다인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윤기있는 긴 하늘색 머리를 찰랑거리며 헤르츠다인에게 다가온 하이렌은, 작은 수줍음이 담긴 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하늘하늘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가 헤르츠다인에게 최대한 잘 보이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마나 빡세게 공을 들였는지는, 그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뇨. 저도 방금 왔습니다. 오늘도 역시 아름다우시군요."



헤르츠다인의 '아름답다'라는 말이 하이렌의 마음을 파고들었는지, 곧 그녀의 얼굴빛은 붉은 홍조를 띠게 되었다.



"감사해요. 헤르츠다인님. 이런 좋은 곳에 초대해주신 것도..."



인도어파, 이른바 '집순이'에 가까운 하이렌은 평소 놀이공원 같은 것에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그녀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인 헤르츠다인과 함께라면, 그녀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등산을 가자고 해도, 두 갈색 눈동자를 반짝반짝거리며 '좋아요!'를 외칠 자신이 있었다.



"하하...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럼, 가실까요?"



그렇게해서, 하이렌이 어젯밤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기대했던 그와의 꿈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오리배를 타며 헤르츠다인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솔직히 초딩도 공포를 느끼지 않을 것 같은 유령의 집 안에서, 무서운 척하며 슬쩍 헤르츠다인에게 찰싹 달라붙기도 하고...

회전목마에 앉아서 듬직한 헤르츠다인의 뒤태를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감상하기도 하고...

그런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



황홀한 시간을 보내던 그녀에게 갑작스러운, 일생일대의 위기가 찾아오게 되었으니...







'큰일 났다... 이걸 어쩌지...'



헤르츠다인과 함께 회전컵에 오붓하게 앉아있는 하이렌은, 겉보기에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듯했지만...



'방귀... 나올 거 같은데...'



쿠르루루르르루루루루루루르르르르륵-



'끄으으극...'



사실은 헤르츠다인 앞에서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줄 설 때부터 느낌이 좀 안 좋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해지다니...'



무엇이 문제였을까. 

헤르츠다인 앞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너무 긴장한 탓? 

그게 아니면 데이트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부푸는 바람에 잠을 못 잔 탓?

그것도 아니면 어제 아침에 소설 보면서 한 손으로 마들렌을 무의식적으로 하나씩 집어 먹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왕창 먹어버린 탓? 


물론, 지금 원인을 알아낸다고 해도 때는 이미 늦었지만.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 탈 때는 괜찮다가... 왜 하필 이런 조용한 걸 탈 때 갑자기 그러는 거야...?'



하이렌은 자신의 원망스러운 운명에 대해 불평을 하다가, 이윽고 쿠크베타호에서 겪은 치욕스러운 일이 생각났다. 그때랑 똑같이 한 장소에 발이 묶여, 방귀를 참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지라 그랬던 것일까.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헤르츠다인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는데, 이것은 헤르츠다인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하이렌에게 있어서, 정말, 매우, 대단히몹시아주무척굉장히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였다.

헤르츠다인을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 앞에서 자신이 방귀를 뀌는 모습을 풀HD로 생중계한다고 해도, 그의 앞에서만큼은 절대 그런 추잡한 꼴을 보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거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회전율 같은 건 전혀 신경 안쓰...'



쿠루루루루루루루루뤼리르르르르르르르릉-



'하으윽...?!??? 더... 더 이상은...'



단단하게 조였던 봉쇄의 끈이 완전히 풀리기 바로 직전까지 왔다는 느낌이 들자, 결국 깊은 절망의 순간이 매우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헤르츠다인님... 정말 미안해요... 정말... 정말로... 이런 모습 보여 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나름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하는 하이렌이였지만, 자신의 무력함을 잔혹하리만큼 강렬하게 체감하는 이 순간만큼은,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순순히 슬픈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찰나, 하이렌은 자신이 이 자리에서 방귀를 뀌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 상상해보았다.

빙글빙글 도는 회전컵 안에서 세차게 울리는 부끄러운 소리... 확 퍼지는 지독한 방귀 냄새... 매우 당황한 표정의 헤르츠다인... 고개를 힘없이 떨구고,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하는 자기 자신...



'역시... 난....'



자신 안에서 타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할 수 없어!'



하이렌이 다시 뜬 두 눈은 불굴의 의지로 빛났다. 대충 최종 보스에게 복날 개 패듯이 두들겨 맞고 뻗어있다가 처형용 BGM과 함께 일어서는 소년만화 주인공의 표정을 떠올려보면 되겠다.



'저급한 가스 따위에게 굴복해서... 헤르츠다인님께 실망을 안겨 드릴 수는 없단... 말이야!!'

"...씨..."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발현된 하이렌의 굳센 투혼에 감응했던 것일까.

풀려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봉쇄의 끈이. 다시 팽팽하게 조여지기 시작했...



"하이렌 씨?"

"네? ...네! 말씀하세요!"



...는데 헤르츠다인이 자신을 계속 부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인지하는 바람에 깜짝 놀라 도로 아미타불이 될 뻔했다.



"혹시 지금 어디 편찮으십니까? 표정이... 비장하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안 좋으셔서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헤르츠다인의 말을 듣고서야, 유독가스의 배출을 막는데 정신이 팔려 표정관리 하는 것을 어느새 까먹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하이렌은, 억지로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헤르츠다인이 자신을 걱정해준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가슴이 두근댔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고양감을 느끼기에는 아랫배의 현재 상황이 너무나 위급했다.



"저,전 괜찮아요! 단지... 감상에 잠시... 젖어있었을 뿐이에요... 괜한 심려를 끼쳐 드린 것 같아 죄송하네요..."

"땀도 좀 많이 흘리시는 것 같은데..."

"그... 그건... 날씨가 좀 더워서..."



남들은 다 트렌치코트나 재킷 같은 것을 입는 날씨에, 원피스 하나 걸치고 덥다는 반응을 보이는 하이렌이, 헤르츠다인은 약간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하이렌은 회전컵이 멈출 때까지 뱃속에서 몸부림치는 방귀를 참으며 표정도 관리하고...



"이렇게 컵 안에 앉아서 빙빙 돌고 있으니까... 공전과 자전을 동시에 하는 지구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군요."

"네? 부전자전이요?"

'...?'



가끔씩 말을 걸어오는 헤르츠다인과의 대화에도 참여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드... 드디어 끝났네...'



다행히도 대형사고를 치지않고 회전컵에서 내리게 된 하이렌은, 최대한 나긋나긋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저... 손에 더러운 게 좀 묻어서... 손 좀 씻고..."

"아, 그런 거라면 제게 마침 손수건이 있..."

"올게요오!!!"

"?!?... 아... 알겠습니다..."



간신히 헤르츠다인 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하이렌.

이제 화장실에 도달한 뒤, 남들 앞에 보이기 민망한 생리현상을 해결하기만 하면 되는데...

남은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 복통을 통해서 너무나도 분명하게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화장실을 향해 전속력으로 전진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많은 사람 앞에서 가스를 분출해버리는 참사가 일어날 것 같았기에, 조심조심하며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비켜! 길 막지 마!'



아랫배의 상황이 급박해질수록, 하이렌은 매섭고도 공포스러운 기운을, 주위에 더 강렬하게 내뿜게 되었다.

그녀 나름의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던 그 모습을 본 혹자는, '그런 인간의 형상을 보고도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는 평을 남겼다.



"엄마야!"

"으아아앙~ 저 누나 얼굴 너무 무서워..."

"흐어억!! 잘못했습니다!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못했습니다! 죽이지 말아주십쇼!!!"

"...참으로 살벌한 처자야..."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화가 났을까...?'

'...타겟이 저 여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 덕분에 몸이 다부진 성인 남성은 물론,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검은 양복의 범죄 조직원이나, 살아생전 남에게 길을 비켜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이 유일한 인생 업적인 동네 할아버지까지 그녀에게 길을 터주게 되었다.



'도착... 했... 다...!'



겨우겨우 화장실 입구까지 도착해서야, 하이렌은 무시무시한 표정을 거두고, 조그맣게 환희가 담긴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화장실 입구 문턱을 넘으려던 순간이었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웅-!!



'히익!'



화장실 문턱을 넘기 전에 데드라인을 먼저 넘겨버린 하이렌은, 급박하게 화장실 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아무도 자신을 보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면서...



부아아악-


푸르륵-


뿌와아앙-



달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하이렌의 아담한 엉덩이에서 터져 나오며, 치마를 팔랑이게 만드는 가스는, 그녀의 얼굴을 점점 빨개지게 만들었다.



-



철컥-



화장실 칸에 재빠르게 들어가 문을 걸어잠근 하이렌은, 곧 엉덩이를 변기에 향한 채, 허리를 약간 숙이고는,



뿌우욱- 부북- 뿌아아아아아악-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부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뿌다다닥- 부아아아아아아뿍-


뿌부부부부부부뿌아아앙부라라라라라라락뽀옥-


피쉬이이이이이이이익...



계속 꾹 참고 있었던 방귀를 내보냈다.



"하아..."



위기를 넘긴 하이렌은 눈을 살짝 감은 채,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분출한 가스의 냄새를 감지하게 되었다.



'...이런 독한 걸 헤르츠다인 님 앞에서 내뿜지 않아서 다행이야...'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하이렌과 헤르츠다인은 어느덧 대망의 대관람차를 타게 되었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는, 하이렌과 헤르츠다인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헤르츠다인 님도 얼굴이 빨개질 때가 있구나... 근데 왜 그러시지?'



상기된 얼굴로 한참을 우물쭈물 대던 헤르츠다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 사실... 하이렌 씨를 '산비아소 공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이렌 씨에게 마음이 있었습니다."

"네!?"



자신이 진정으로 사모하는 대상도 알고 보니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된 하이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이렌 씨의 청려하면서도 도도한 느낌이 드는 용모와, 고운 마음씨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해야 할까요."

"저ㄷ..."

"그런 하이렌 씨와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이것저것 생각해봤는데요."

'...말 할 틈을 안 주시네...'



하이렌은 '저도 헤르츠다인님을 첫 만남 때부터 좋아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저번에 쿠크베타호에서 하이렌 씨는 누구에게도 무도회 파트너 신청을 받지 못하셨죠?"

"네? 헤르츠다인 님이 어떻게 그걸...?"

"우연히 듣게 되었거든요. 그것에 대해서 혹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음... 돌이켜 생각해보면... 네.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하이렌은 사교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빼어난 외모 덕분이었는지 무도회 때마다 파트너 신청을 5건 이상 받고 있었는데, 저번 때만큼은 왠지 모르게 단 한 건도 받지 못했었다.

그 이유가 혹시 만찬회에서 와인 퍼마시다가 필름이 끊겼을 때 술김에 남성분들 앞에서 옷이라도 벗어재꼈기 때문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건... 사실은 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지인들 앞에서 하이렌 씨에게 파트너 신청을 할 거라고 말하고 다닌 지라... 지인들이 저를 배려해준 모양이더군요."

"네? 하지만... 헤르츠다인 님은 저에게 파트너 신청을 하지 않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게... 말이죠... 사실 쿠크베타호에 탑승하고서, 파트너 신청을 하려고 하이렌 씨를 찾아다니다가, 갑판 쪽 의자에 앉아있는 하이렌 씨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고 있었는데 말이죠..."



말끝을 흐리던 헤르츠다인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가는 도중에... 하이렌 씨의 그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이라뇨?"

"그... 방귀...를 뀌시는 모습 말입니다..."

"네??!!?"



헤르츠다인의 충격적인 발언에, 하이렌은 황급히 쿠크베타호에서의 기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쿠크베타호에서 헤르츠다인과 대화를 하기 조금 전에, 방귀를 뀌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분명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그랬는데... 설마... 멀리서 보고 계셨던 거야?'



혼란스러워하는 하이렌을, 헤르츠다인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만, 하이렌 씨와 대화를 할 때 근처의 냄새를 맡아보니... 확신이 서더군요."



헤르츠다인이 어떻게 자신의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모습을 보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끝난 순간. 하이렌은 대관람차의 유리창문을 깨고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다 끝났어... 헤르츠다인 님은 분명 나에게 실망하셨겠지... 역시 나 같은 건... 헤르츠다인 님과는 이어질 수 없는 건가 봐...'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붉히고, 주먹 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시선을 내리깔던 하이렌은, 문득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그런데... 왜 그런 내 모습을 보고도...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신 걸까? 그 쓰레기 같은 해적놈 마냥 날 개쪽주려고 그런 건 아닐 거 아냐?'



그런 의문이 풀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하이렌 씨가 그곳에서 방귀를 뀌셨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천박하지만 발...! 이, 이걸 그대로 말하기는 좀 그렇고... 급작스럽게 신체 변화와 관련된 일이 생겨서, 그때 파트너 신청을 하지 못했던 겁니다. 뭐... 결국에는 해적 때문에 무도회가 취소되어서 의미가 없어졌지만요."

'발...?'



그 순간, 안 그래도 빨갛던 헤르츠다인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그런데 그날 하이렌 씨를 만난 이후로...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하이렌 씨 생각이 떠나질 않더군요. 그 덕분에 해적에게 납치되었다는 것도 사실 실감이 잘 안 났습니다."



하이렌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헤르츠다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그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하이렌 씨가 방귀를 뀌는 그 모습에...!"



헤르츠다인은 두 눈을 부릅뜬 채, 하이렌 쪽으로 얼굴을 더 가까이하고는 외치듯이 말했다.





"궁극의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입니다!!!"





'아~ 내가 가스를 빼는 모습에 헤르츠다인 님이 홀딱 반하셨던 거구나? 이제야 왜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셨는지 이해가 되...







뭣?!?!???!!!'



헤르츠다인의 상상을 초월한 방밍아웃 선언에, 하이렌은 뒤통수를 슬레지해머로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하이렌은 과거 고백을 받거나 이성 교제를 경험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끝은 전부 좋지 않았는데, 하이렌이 상대 남성의 '마음에 들지 않는 특징'을 발견한 순간, 얼마 안 가 아무 미련없이 차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키스 이상의 스킨십이 진행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그 마음에 들지 않는 특징이라는 게...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뜨개질이 취미라거나, 민트초코를 좋아한다거나 따위의 것이었다는 것이 좀...

아무튼 그랬던 그녀가, 현재 자신이 정말 사랑하고 있는 남자가, 예전 그런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제가 진심으로 하이렌 씨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어마무시한 폭탄 발언 이후에도, 헤르츠다인은 고백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제 연인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어느샌가 헤르츠다인은 하이렌의 두 손을 꼬옥 잡은 채, 절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추잡한 걸 좋아하셨다니... 변태 같고, 이해할 수도 없고, 더럽기까지 한 성벽이야.'



그렇다는 건, 그런 성벽을 가진 헤르츠다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하지만... 하지만...'



한동안 말이 없던 하이렌은,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그래도 헤르츠다인 님과 함께하고 싶어!'

"좋아요!"



행복한 눈웃음을 짓는 하이렌을 본 헤르츠다인은 감동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고맙습니다... 하이렌 씨..."

"사실은 저도 헤르츠다인 님을 쭉 좋아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헤르츠다인 님에게 말 거는 것부터가 부끄러워서 고백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먼저 나서서 고백해주시니... 정말 너무 감격스럽네요..."

"아! 그래서 하이렌 씨가 제 앞에서만 평소랑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셨던 거군요?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겠네요. 그 모습들도 저에겐 꽤나 귀엽게 느껴졌지만요..."

"귀, 귀여웠다니... 그런 말 처음 들어보는데 왠지 부끄럽네요..."



하이렌은 두 손을 붉게 물든 뺨에 갖다 대며,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헤르츠다인이 자신의 특이 취향을 까발린 이후로, '완벽한 헤르츠다인 님과 어울리려면 나 또한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가까운 무언가가 사라졌는지, 고백 전까지와는 달리 긴장감이 완화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 헤르츠다인 님... 절 진심으로 사랑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네. 정확히는 진심으로, 진정으로, 정말로, 진짜로, 참말로..."

"거... 거기까지만 하시고... 혹시... 그걸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 해주실 수 있나요?"



사랑이 듬뿍 담긴 행동을 원하는 듯한, 하이렌의 끈적한 눈빛을 본 헤르츠다인이, 그녀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를 챘다.



"물론입니다."



헤르츠다인은 살며시 오른손으로 하이렌의 목을 받치고,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얼굴을 하이렌의 얼굴과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하이렌은 떨리는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하이렌과 헤르츠다인은 방금 전 황홀한 순간의 여운을 느끼며, 애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눈빛을 한 채,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둘의 얼굴이 붉어진 이유는, 아마도 입에 들어온 자신의 것이 아닌 체액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까... 꽤 무모한 면이 있으셨네요? 헤르츠다인 님."

"무모한 면...이요?"

"제가 만약 헤르츠다인 님의 고백을 듣고 기겁해서, 헤르츠다인 님이 무슨 취향을 가지고 계시는지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으면 어쩌시려고 그랬어요? 그러면 정말 처지가 곤란해지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건 뭐... 운명으로 받아들이려고 했습니다. 까짓 거 평생 솔로로 살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하하... 가문에 폐를 끼쳐 부모님께는 좀 죄송하겠지만요."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얘기를 저한테 해주신 이유가 궁금해요."

"...하이렌 씨한테만큼은 숨기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요... 그 사실을 숨기고 하이렌 씨와 연인 관계가 되었다간 죄짓는 느낌이 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헤르츠다인은 하이렌을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이렌 씨는 심성이 곱기도 해서... 왠지 제 취향을 이해해줄 것 같았거든요."

"지혜롭지 못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낭만적이네요...♡"



헤르츠다인이 하이렌의 인성을 높게 평가하는 데는, 하이렌의 숙련된 내숭 스킬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하이렌 씨, 제 취향...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솔직히 좀 깨긴 했지만... 제게 완벽 그 자체였던 헤르츠다인 님과 저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오히려 좋은? 그런 느낌도 있어요."

"완벽이라... 전 한 번도 제가 완벽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후후... 그건 워낙 겸손하셔서 그런 거에요. 정말 헤르츠다인 님은 너무 완벽해 보이는 나머지, 저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니까요? 지금은 저와 똑같은 인간일 뿐이지만요."

"음... 그러면 하이렌 씨는 신을 인간계로 끌어내린 존재가 되는 건가요?"

"네? 제가요? ....아... 그...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하이렌은 왠지 모르게 헤르츠다인의 시선을 피한 채로, 오른쪽 볼을 긁으며 얼굴을 붉혔다.


어느덧 대관람차에서 내릴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헤르츠다인은 자신의 뒤틀린 욕망을 참지 못하고 하이렌에게 말을 걸었다.



"하이렌 씨... 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실례가 안 된다면?"

"이따가 제 얼굴에 앉아서... 방귀를 좀 뀌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극한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서요..."



하이렌은 욕구를 해소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헤르츠다인을 흘겨보았다.



"정말 실례되는 부탁이네요. 너무해요. 세상에 숙녀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남자가 어딨어요?"

"...죄송합니다. 하이렌 씨...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군요. 상하신 마음을 어찌 풀어드려야 할지..."



하이렌이 생각보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헤르츠다인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운 좋은 줄 아세요."

"예?"



헤르츠다인은 하이렌의 말에 담긴 의미를 곧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자세 그대로 앉으면 되나요?"



카르나랜드 근처에 있는 한 5성급 호텔의 객실에서, 하이렌은 침대 위에 바로 누운 헤르츠다인의 얼굴 위에 엉덩이를 위치시킨 채, 엉거주춤 서 있었다.

하이렌의 정면은 헤르츠다인의 얼굴 쪽을 향하고 있었다.



"네. 그대로... 앉으시면 됩니다."



헤르츠다인의 대답을 들은 하이렌은 헤르츠다인의 얼굴에 살포시 앉아, 자신의 아담한 엉덩이를 그의 입과 코에 밀착시켰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이렌이 입은 검은색 원피스는 헤르츠다인의 얼굴을 덮었다.



'내가 살다 살다 사람 얼굴에 앉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생소한 얼굴의 감촉과 호흡을 엉덩이를 통해 느끼던, 하이렌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헤르츠다인 님은 지금 내 팬티를 보고 계시겠네? 부끄러워라... 무... 무슨 생각이 드셨으려나...'



하이렌의 예상대로, 헤르츠다인은 그녀의 몸에 밴 잔잔한 재스민 향을 느끼며, 그녀가 무려 4시간 동안이나 고심해서 고른 보라색 레이스 팬티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에서 분출될, 구린내 나는 기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면서.



"그럼... 갈게요. 헤르츠다인 님..."



하이렌은 방귀를 뀌기 전에 미리 예고의 말을 전했다.

헤르츠다인이 그렇게 해달라고 따로 요구를 한 건 아니고, 말도 없이 갑자기 독가스를 얼굴에 대고 뿜어버리는 건,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대에게 불현듯 죽빵을 꽂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부와아아아아앙-

뽀오오옹-



'...정말 해버렸어... 내가... 헤르츠다인 님의 얼굴에 대고 방귀를... 뭔가 금기를 깨버린 느낌이야...'



하이렌은 헤르츠다인이 숨쉬기 편하게, 또 말을 할 수 있게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저... 냄새 많이 나죠? 그만 할까요?"



그녀는 은근히 헤르츠다인이 이 정도로 만족했길 바라는 눈치였으나...



"...저에겐 향기롭게만 느껴지는 걸요. 오히려 더 음미하고 싶군요..."

'어째서 이런 걸 향기롭게 느끼실 수가 있는 거에요...'



어림도 없었다.



-



부르륵- 

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헉... 생각보다 큰 게 나와버렸어...'



하이렌은 엉덩이를 들고, 자신이 입은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살며시 들쳐, 헤르츠다인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자신의 유독가스를 두 번씩이나, 그것도 초근거리에서 들이마신, 헤르츠다인이 정말로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헤르츠다인 님...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지금 표정 정말 개변태 같아요..."

"앗... 정말입니까? 그런데 하이렌 씨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까 왠지 기분이 좋군요..."

"하아... 헤르츠다인 님... 이상한 취향을 더 늘리지는 말아주실래요..."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하이렌 씨... 지금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계시군요..."

"네? 그... 그렇게 보이나요...?"



헤르츠다인에게 기습칭찬을 받아버린 하이렌.

이미 부끄러움 때문에 벌게진 하이렌의 얼굴이, 더욱 뜨거워졌다.



-



"아... 신호가 왔어요. 지금 갈게요..."



부부부부부부북-

뿌우우우웅-

뿌오옥-



하이렌은 또 고약한 가스를 내보내 헤르츠다인을 전율에 휩싸이게 하고는, 엉덩이를 살포시 들었다.



"스으으으읍... 하아... 하아... 스으읍..."



헤르츠다인은 방금 하이렌의 엉덩이를 통해 흩뿌려진 기체를 열정적으로 흡입하고 있었다.

하이렌이 자신을 위해 선사한 냄새를 한 모금도 남김없이 다 빨아들이겠다는 듯이.



"헤르츠다인 님... 정말 괜찮은 거에요?"

"하아... 저는 아주 멀쩡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고... 하이렌 씨야말로 괜찮으십니까?"

"...사실...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하이렌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많이 힘드시군요... 그럼 이쯤에서 그만할까요? 누가 뭐래도 저에게 제일 소중한 건 하이렌 씨니까요..."



헤르츠다인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그의 포근하고 부드러운 말 한마디는, 



'세...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이러면 제가 그만둘 수가 없잖아요... 정말 헤르츠다인 님은...♡'



하이렌의 '이 남자를 행복하게 해주고싶다'는 의지를 더욱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세상에서' 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넘어가자.



-




계속 헤르츠다인의 얼굴에 앉아있던 하이렌은, 순간 뱃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감지했다.



"곧 내보낼 테니까 준비해주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살짝 자세를 고쳐잡고는,



뿌오와아아앙-

부오오오오오오옥-



방금 전까지 하이렌의 몸속에 있었던 구릿한 가스를, 헤르츠다인의 얼굴에 대고 분사했다.



"헤르츠다인 님. 진심으로 이런 냄새가 좋으신 거에요? 전 아무리 맡아도 잘 모르겠는데..."



하이렌은 엉덩이를 사뿐하게 헤르츠다인의 얼굴로부터 떼어내며 말했다.



"훌륭할 정도로... 향기로워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꽃향기도 이 향기에 비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마음 같아서는 향수로 만들어서 틈날 때마다 제 몸에 뿌리고 싶군요. 후후..."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니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데요... 아무리 그래도 향수는 좀..."

"그리고 하이렌 씨도... 평소에도 아름다우시지만... 향기를 내뿜는 그 순간에는 특히 더... 굉장히 아름다운 여신과도 같은 모습으로 보이더군요..."



그리스 여신이 입을 법한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채 방귀를 뀌는 자신을, 하이렌은 잠시 상상해보았다.



'...역시... 아직은 이해하기 힘드네...'



순간. 한 가지 궁금증이 하이렌의 머릿속을 스쳤다.



"헤르츠다인 님. 혹시 저 말고... 헤르츠다인 님이 그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나요? 가족...이라던가?"

"하이렌 씨 외에는 없습니다. 이해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저 자신도 잘 아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거든요... 가족에게도... 지인에게도... 뭐, 너무 어린 제 남동생에게는 말해봤자 의미가 거의 없겠지만요."

"헤르츠다인 님도 남동생이 있으셨나요? 저도 그런데..."

"하이렌 씨도요? 와... 그 남동생분은 하이렌 씨 같은 누나를 둬서 정말 행복할 것 같군요..."

"아... 그... 그게... 제가 남동생을 잘 챙겨주는 편은 아니라서..."



하이렌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부드드득-

뽀오오오오오오오오옥-

부우우우우우욱-



연달아 방귀를 뀌어댄 후, 하이렌은 살짝 엉덩이를 들었다.



"헤르츠다인 님. 지금 무슨 생각하고 계세요?"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습니다... 너무 황홀한 기분이라... 스으으으으읍..."



헤르츠다인은 자신이 향기라고 주장하는, 지독한 냄새를 연신 자신의 몸속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겠군요..."

"헤르츠다인 님이 죽으면 저는 어떻게 살란 말이에요?"

"아... 맞군요... 이대로 죽으면 안 되죠. 하이렌 씨를 평생 행복하게 해드려야 하니까요..."

'펴... 평생 행복하게...!!!'



헤르츠다인의 달콤하고 끈적한 멘트가 하이렌의 장에 영향이라도 준 것일까.

가스를 뺀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그녀의 뱃속으로부터, 또다시 구린내 나는 가스 배출의 승인을 요청하는 신호가 왔다.



"저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행복을 안겨준 하이렌 씨에ㄱ... 으븝?!"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헤르츠다인의 입은 하이렌의 엉덩이와 붙어버렸고...



"준비되셨죠? 바로 갈게요...♡"



뿌와아아아악-

부아아아아아아앙-

뿌부부북- 부왕-

푸쉬쉬쉬쉬익...



...곧 그 둘이 있는 방 안에, 마음이 담긴 그녀의 부끄러운 연주가 울려 퍼졌다.



-



"저... 이제 더는 안 나올 것 같아요... 숨쉬기 불편하실 테니 이만 일어날게요."



하이렌이 자신의 엉덩이를 헤르츠다인의 얼굴에서 슬쩍 떼어낸 그 순간이었다.

헤르츠다인이 두 손으로 하이렌의 엉덩이를 탁 잡았다.



"앗... 왜 그러시죠?"

"...하이렌 씨의 엉덩이에 남아있는 향기... 좀 더 느끼고 싶은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아... 알겠어요..."



하이렌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헤르츠다인은 그녀의 엉덩이를 자신에 얼굴에 다시 밀착시켜 놓았다.

그런 후에도 그는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계속 잡고 있었다.



'으아아... 헤르츠다인 님이 내 엉덩이를 놔주지 않고 있어... 정말 이거에 진심이구나. 헤르츠다인 님은...'



하이렌은 자신의 심장박동이 빨라진 것을 아주 명확하게 느꼈다.



'헤르츠다인 님이 나에 대해서 집착하게 되다니... 하아... 부끄러움을 참아가면서 이 일을 한 보람이 느껴진달까...♡'



하이렌의 보드라운 손이, 원피스에 덮인 헤르츠다인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었다.



-



하이렌의 엉덩이에 얼굴이 깔린 채, 좀 힘들지만 행복한 호흡을 이어나가던 헤르츠다인은, 어느 순간 하반신에 있는 무언가가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더는 못 참겠다!'



헤르츠다인의 손은 하이렌의 엉덩이에서 떨어진 후, 하이렌의 다리를 쥐고 다급하게 흔들었다.



"어...? 무슨 일이시죠?"



하이렌이 영문을 모르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엉덩이를 든 순간, 헤르츠다인은 날쌔게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머리를 빼낸 뒤, 방에 딸린 화장실을 향해 후다닥 달려갔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헤르츠다인의 가랑이 사이에 존재하는 늠름한 물건이 빳빳하게 세워져 있었다는 것을, 하이렌은 끝내 알지 못했다.



-



"하이렌 씨... 무례한 제 부탁을 이렇게 정성껏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절 연인으로 삼으신 것, 꼭 영원한 행복으로 보답해 보이겠습니다..."



볼이 발그레해진 헤르츠다인은, 하이렌의 양손을 꼭 잡은 채, 마성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마치 자신에게 목숨이라도 구해진 것처럼,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헤르츠다인의 모습을 보며, 하이렌은 하늘을 날다 그대로 승천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을 만끽했다.



"기대... 할게요?"



어느새 얼굴이 달아오른 하이렌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잠시 뒤, 하이렌은 갑자기 침대 위로 몸을 던져 대자로 누웠다. 그것은 조금 전에 하이렌의 엉덩이에 깔려있던 헤르츠다인의 그 자세와 동일한 자세였다.



"헤르츠다인 님... 부탁 하나 들어주실 수 있나요?"



하이렌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금 놀란 헤르츠다인은, 곧 그녀가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매혹적인 눈빛과 마주하고는, '혹시 그건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입니다. 무슨 부탁이든 말씀만 하세요."

"저... 그럼...



제가 방금 했던 거랑 똑같이... 저에게도 해주실래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네?!?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헤르츠다인 님의 부탁을 받고 해드렸던 거... 저에게도 똑같이 해달라고 말했어요."

"네헤엣?!!?!"



하이렌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다시 한 번 듣게 된 순간, 헤르츠다인은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하이렌을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칠 수 있을 것 같았건만, 하이렌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말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를 망치로 맞을 줄 알고 열심히 돈을 모아 고성능 투구를 사서 착용했더니 뜬금없이 튀어나온 뱀에게 무방비한 팔을 물려버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RPG 게임에서 적이 물리공격만 사용할 줄 알고 물리방어력만 챙겼더니 예상치 못한 마법공격을 씨게 얻어맞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헤르츠다인 님의 부탁을 들어주다 보니... 저도 모르게 헤르츠다인 님과 똑같은 취향에 눈 뜨게 됐나 봐요..."



헤르츠다인의 동공이 매우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 대규모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마냥.



"저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헤르츠다인 님의 부탁을 들어 드렸는데... 설마 내빼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망설임에 가득 찬 헤르츠다인의 얼굴을 보며, 하이렌은 능글맞게 재촉하듯 말했다.



"자... 어서요... 헤르츠다인 님... 계속 절 기다리게 할 거에요?"

'...정말 이걸 해줘야 되나?'



헤르츠다인은 어마어마한 고뇌에 휩싸여 땀만 줄줄 흘렸다.

'못하겠습니다' 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데...



"푸흡..."



하이렌은 웃음을 가볍게 터뜨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농담이에요. 헤르츠다인 님 반응이 아주 볼만한데요?"

"아... 농담이었군요...? 후우...."



헤르츠다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하긴... 똥챈에 올라오는 소설에 그런 전개가 나올 리 없지...'



헤르츠다인은 자신의 이마에 흥건한 땀을 닦으며 말했다.



"하이렌 씨가 이런 짓궃은 장난을 치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후후... 저도 정말 친한 사람한테는 가끔 이런 장난을 칠 때가 있거든요."



이윽고 헤르츠다인은, 침대에서 벗어나 그의 앞에 선 하이렌과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 같이 행복한 시간을 오래도록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서 천천히 알아가도록 할까요?"



하이렌은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헤르츠다인 앞에서,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