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라는 컨셉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설정 오류 해결용 땜빵으로 뇌절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아무튼 재단은 특히나 이런 평행우주 설정과 큰 관련이 있는데, 뱀의 손의 본거지인 방랑자의 도서관이 바로 수많은 평행우주의 허브라는 설정, 그리고 카논은 없다에 따라 각각의 문서가 서로 설정이 모순될 수 있음을 세계관 내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바로 평행우주다.

아무튼 어느정도 평행우주의 존재 자체를 확실하게 정해둔 상태라 이걸 이용해서 다양한 작품이 나오는 거 같다.

한번씩 풀어보겠다.




1. SCP-1437 다른곳으로 통하는 구멍

SCP-1437은 지금까지 미지수의 평행우주로 통하는 접근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평행우주로 통하는 구멍. 거기에 물건을 던질 수 있고, 다른 우주의 물건도 오기도 한다. 거기 우주의 재단이 그 구멍을 관리하면서 쓴 보고서도 볼 수 있다. 다른 세계의 재단은 어떤 모습인지, 그들이 어떤 물건을 넣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재미난 요소의 작품.



2. SCP-1322 글로리 홀

“사양한다. 당신들은 할 만큼 했소.”

평행우주의 존재와 연락할 수 있게 해주는 구멍. 그쪽 평행우주는 바이러스로 인해 멸망의 위기에 쳐해 있어서 재단이 이들을 돕고자 백신을 보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공리주의가 항상 악당의 사상으로 나와서 많이들 공리주의가 그냥 나쁜거라고 생각 하는데, 그 반대에 있는 칸트주의(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거)도 나름 따지고 보면 공리주의만큼 부조리한게 많다고 생각한다. 굶주린 개에게 초콜릿을 주는것이 바로 그 예.

아무튼 이 작품이 바로 이런 점을 잘 활용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더 나아가 이런 소통의 미스로 인한 오해가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암시를 하는거 같아 꽤나 좋아하는 SCP.



3. SCP-1764 DARP 정보 제한

또한 물체의 분류로서 "ㅋㅌㄹ"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대체 기관이 물체의 현실 변경 정도를 나타내는 데에 신비주의적 용어를 시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안도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문서를 평행우주의 DARP기관과 바꿔버리는 원판. 저쪽 세계에서는 이 문서를 초자연 현상 사건파일(Supernatural Phenomenon Casefile)이라 부르며 일련번호 SPC-1764라고 붙여놓았다. 

서로 은근히 까내리기에 바쁜 모습이 재미지다. DARP기관이 어떻게 부심을 부리고 재단을 까내리는지 한번 보도록 하자.



4. SCP-3493 위대한 SCP 재단 공동작업

다중우주 네트워크 전체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SCP-3493을 즉각 제거해 주길 바란다.

자신의 정보를 집어삼키는 블랙홀. 평행우주에는 해당이 안되서 재단은 온 평행우주에 있는 다양한 재단들과 합동작전을 통해 해당 블랙홀을 조사한다.

평행우주라는 요소를 극도로 잘 활용한 작품이 아닐까 싶음. 젤 좋아하는 SCP중 하나. 다양한 세계의 재단의 모습이 흥미로우면서도 이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합동한다는 설정이 매우 재미지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근원우주 UNI-ZERO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면, 역시 재단 특유의 공포스런 테이스트가 장난 아니다.

스케일, 재미, 공포 다 잡은 수작 작품인 듯.




솔직히 영화에서 너무 멀티버스 가지고 뇌절하는거 같아서 요샌 평행우주라면 좀 피곤해지는 듯.

하지만 역시 이런 요소가 서사적으로 잘만 활용된다면 그만큼 꿀잼이 보장되기도 한다. 영화중에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이런 걸 잘 활용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음. 

암튼 그만큼 평행우주라는 요소는 재미와 뇌절 그 사이를 잘 캐치해내는게 중요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