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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문과 1등과 이과 1등은 안정적으로 서울대를 진학하는 그런 고등학교였다.

여기까지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찌질해보이겠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대놓고 밀어주기도 했고,

공부로 전교권 드는 애들이 내신 1등급을 안정적으로, 확실히 확보하려고 평균 등급이 낮은 우리 학교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부를 어중간하게 하는 친구들은 당연히 전교 1등을 고깝게 봤다.

물론, 그 전교 1등의 파멸을 진정으로 원하는 게 아닌, 장난식의 말투였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당 모임을 했다. 평균 등급이 3~5등급이 되는 애들 중 한 명이 중심으로 이런 계획을 펼친 것이다.

"전교 1등의 평균 등급을 2등급으로 만들어 버리자."


즉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우리들이 각자 한 과목만 죽어라 파서, 국영수사탐 내신 등급을 16766, 71667, 이런 식으로 받으면 전교 1등의 등급은 22222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굳이 참가한다고 공언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세계사 역덕이자 문창과 진학을 목표로 하던 내가 맡은 과목은 세계사랑 국어 전반이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들의 사악한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내가 세계사 1등급을 받았을 뿐 다른 아이들은 1등급은 커녕 3등급을 받으며 추락했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전교 1등이 기초를 쌓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얼마인데,

감히 몇 개월간의 벼락치기로 전교 1등을 앞서려 하다니 택도 없는 짓이었다.


그냥 기억 나서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