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리디아에는 탄탈로스라는 왕이 있었음


주신 제우스와 리디아 지방의 재물의 여신 플루토*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영민한 머리와 신들의 환심을 잘 사는 처신 덕분에 뭇 신들의 총애를 받았음


그렇게 인기 많던 탄탈로스를 제우스는 종종 올림포스로 초대해서 연회를 함께 즐기게 해주었고, 이 연회는 당연히 신들이 즐기는 연회답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넥타르가 잔뜩 나오는 것이었음



하지만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고 했던가, 올림포스의 연회에 여러 차례 참가하며 신들의 총애와 대접에 점차 오만해지기 시작한 탄탈로스는 신들도 까짓 거 별 거 아니란 생각을 하기 시작함


그리고 그런 생각은 점차 손님으로서의 권리를 제멋대로 확장시키는 것으로 이어졌고, 탄탈로스는 연회가 끝나고 리디아로 돌아가며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조금씩 훔치기에 이름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는 인간이 먹으면 잠시간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고 장기복용하면 불로불사가 되어 신들의 바로 아랫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대단한 음식이었기에 탄탈로스는 처음에는 훔쳐온 것들을 혼자 몰래 먹어치움


하지만 웬일인지 신들은 탄탈로스의 도둑질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고, 자신감이 붙은 탄탈로스는 점차 훔치는 암브로시아와 넥타르의 양을 늘려갔고, 그에 더해 친구들을 불러다가 훔친 음식들을 놓고 같이 먹고 마시기에 이르렀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들은 더이상 탄탈로스를 초대하지 않음



탄탈로스는 그 영민한 머리로 신들이 자신의 도둑질을 눈치챘음을 알아차렸고, 환심을 잘 사는 눈치로 신들의 용서를 구하려 연회를 열고 신들을 대접하기로 함


하지만 사람이 한 번 선을 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법


여전히 오만했던 탄탈로스는 신들이 정말 뭐든지 아는 건지 자기가 운이 나빠서 도둑질을 걸린 건지 시험하겠다는 생각에 끔찍한 짓을 저지름


바로 신들을 대접할 음식으로 자신의 어린 아들인 왕자 펠롭스를 살해해서 스튜로 끓여낸 것임



연회에 찾아온 신들을 환대한 탄탈로스는 신들에게 각종 요리와 함께 스튜를 대접했고, 신들이 과연 모든 것을 안다면 스튜를 먹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음


과연 신들은 스튜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먹었고, 오직 페르세포네를 잃은 슬픔으로 제정신이 아니던 데메테르만이 스튜를 한 숟갈 퍼먹었음


그리고 연회가 끝날 무렵, 신들은 탄탈로스를 부른 뒤 스튜 냄비를 뒤엎어서 그 안에 든 인육과 손발가락, 뇌와 눈알 등을 내보이며 탄탈로스를 꾸짖음


감히 신들의 음식을 훔친 죄, 그를 눈감아 주었음에도 뉘우치지 않고 같은 죄를 여러 차례 반복한 죄, 신들을 기만하기 위한 모략을 꾸민 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모략을 위해 친족을 살해해 요리한 죄를 하나하나 물은 신들은 곧바로 탄탈로스에 대한 형벌을 정함



탄탈로스는 전령신 헤르메스에게 붙들려서 산 채로 타르타로스에 처박혔고, 그곳에서 영원히 음식이 눈 앞에 있어도 잡지 못하고 물이 턱 밑에 있어도 숙여서 마시지 못하는 형벌에 처해짐***


그리고 스튜가 된 펠롭스는 운명의 여신 중 하나인 클로토에 의해 되살려짐, 이때 데메테르가 스튜에서 어깨 고기를 먹어버려서 그 부분이 소실되었기에 미안했던 데메테르는 상아를 가공해 어깨의 빈자리를 때워줌




*로마에서는 하데스를 플루토라고 부르며 저승의 신이자 재물의 신이라고 여겼는데 아마 신화 전승 과정에서 이 재물의 여신 플루토의 신격이 섞여들어간 듯함


**혹은 훔쳐간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직접 만들기 위해 그 레시피를 연구하려 했다는 설도 있음


***가만히 서있으면 목이 물까지 차있고 머리 바로 위에 무화과가 열려 있는 곳에 갇혔는데, 배고파서 무화과를 따려 하면 낚싯대로 장난치듯이 무화과가 스르륵 위로 올라가고 목말라서 물을 마시려 하면 수위가 저절로 낮아져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