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툼 점령으로 제2차 포에니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한니발은 한겨울에 알프스를 넘고 한여름에 목까지 올라오는 늪지대를 건너가면서 맞붙은 로마군을 보이는 족족 박살내고 다녔음
칸나이 전투의 패전까지 해서 스물이 넘는 군단을 날려먹은 로마는 이를 박박 갈며 저새끼는 어떻게든 잡아 족친다고 천명했고, 다음해부터는 군단을 25개씩 뽑아서 굴리는 정신나간 병력펌핑을 선보임
로마군은 그 이후로도 털릴 때마다 그보다 더 많은 물량을 뽑아오길 반복했는데, 이 물량은 얼마나 뽑아낼 수 있던 것일까
당대의 그리스 역사가 폴리비우스는 평시 로마군의 구성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상당히 상세한 기록을 남겨둠
공화정 로마의 군대는 그 해 선발되어 군역을 담당하는 상비군과 선발되지는 않았으나 유사시 소집될 예비군으로 나뉘었음, 그해 복무 순번 아니면 전부 다 예비역
먼저 상비군을 보면 이들은 세 가지 부류로 나뉨, 1)집정관 휘하에서 복무하는 병력, 2)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로마 방어를 전담하는 병력, 3)주요 거점인 시칠리아와 타렌툼에 주둔한 병력
1)의 경우 2명의 집정관은 각각 시민병 군단 2개와 동맹시 군단 2개를 통솔함
시민병 군단은 보병 4000~6000명에 기병 300기, 동맹시 군단은 보병 5000~8000명에 기병 500~900기로 편성되었는데, 폴리비우스는 기원전 225년 동원군단 기준으로 계산함
그에 따라 1)은 시민병 4개 군단 22000명(기병 1200기 포함)과 동맹시 군단 4개 32000명(기병 2000기 포함)으로 구성됨
2)의 경우 대개 1)과 비슷한 규모의 병력을 대기시키는 편이고, 기원전 225년 기준 이 규모는 시민병 21500명(기병 1500기 포함)과 동맹시 군단 32000명(기병 2000기 포함)이었음
3)은 시칠리아와 타렌툼에 각각 로마 시민병 군단이 하나씩 배치되었고, 각 군단은 보병 4200명에 기병 200기로 정규부대에 약간 밑도는 규모로 편성되었음
즉 공화정 로마는 상비군으로 116300명(기병 7100기 포함)을 굴린 것
예비역의 경우 로마는 그 동맹시와 나이 제한을 다르게 두고 있었음
로마의 경우 17세부터 45세까지는 현역으로 그해 대상자가 아닌 인원은 전부 예비역에 포함되었고, 46세부터 60세까지는 상비군 동원 없이 전시에만 예비역으로 투입되는 식이었음
그에 비해 동맹시에게 요구된 것은 17세부터 45세까지의 인원을 예비역으로 유지하는 것뿐
그렇기에 로마와 그 동맹들의 동원력에도 큰 차이가 있었고, 폴리비우스는 당대의 지역별 동맹시 동원 역량에 대해서도 조사하여 기록해둠
로마와 캄파니아 지방은 로마의 동원 범위가 좀 더 넓었고, 로마를 제외하고 가장 풍족한 도시인 카푸아가 있던 탓인지 무려 보병 25만 명과 기병 23000명을 예비역으로 유지하는 기염을 토함
이탈리아 북부의 몇 안되는 우호적인 갈리아 부족들인 베네티족과 케노마니족의 경우 합쳐서 최대 2만 명의 전사들을 동원할 수 있었고, 베네티족의 경우 칸나이에서 동맹시 군단병으로 싸운 적도 있음
루비콘 강 이남의 갈리아 부족인 움브리족 또한 기록상 2만 명의 전사들을 파견해준 적이 있음
로마 바로 북쪽의 사비니족과 에트루리아족은 보병 5만 명과 기병 4000명을 동원할 수 있었으며, 로마를 떠난 이들이 세운 로마 바로 남쪽의 라틴계 식민시들은 유사시 보병 8만과 기병 5000명을 보내줄 역량을 갖추었음
로마와 가장 격렬히 싸웠던 삼니움족과 삼니움 연합에 가담했던 군소 도시들은 그 로마와 맞짱떴던 지역들답게 보병 9만 명에 기병 11000기라는 상당한 규모의 군대를 갖추었으며
장화 발부리쪽 아풀리아와 칼라브리아 지역에 정착한 일리리아계 민족들은 5만 명의 보병과 1600기의 기병을 끌어모을 수 있었음
마지막으로 캄파니아의 그리스인들과 경쟁하던 루카니아인들은 보병 3만 명과 기병 3000명을 동원할 수 있었음
그에 따른 예비군 총원은 보병 59만 명에 기병 47600명, 총 637600명이고
그에 따라 로마는 기원전 2세기에 이미 70만 명이 넘는 대규모 군대 풀을 굴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그러니까 한니발한테 군단 20개어치 털리고서도 25개 더 뽑아오는 미친 짓이 가능하지
위대한 로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