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 그는 완벽주의자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미완성곡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때는 1992년, 대마초 복용 혐의로 교도소에 갔다가 출소한 그는 교도소에 있던 내내 자신에게 편지를 써준 김재기라는 청년을 부활의 3대 보컬로 영입한다.

24살 김재기와 27살 김태원은 정말 마음이 잘 맞았고, 마약으로 나락까지 떨어진 김태원은 그의 도움으로 음악을 다시 하겠노라 마음 먹었다.


그렇게, 부활의 세 번째 앨범 '기억상실'의 제작에 들어간다.

김재기는 앨범의 곡 두어개 정도를 기본 녹음하고 다른 곡을 녹음하려던 1993년 8월 11일 밤, 김태원에게 전화가 온다.

불법주차로 자신의 현대 포레스토가 견인되어 과태료 34000원이 필요하다는 것. 당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던 김태원은 최대한 돈을 구해볼태니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아침에 전해줄 생각으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김재기의 죽음이었다. 새벽에 돈을 어떻게 구한 김재기는 자신의 차를 찾아 파주로 향하던 중 현재는 철거된 홍제동 고가도로를 달리다 마주오던 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넘어와 충돌, 그대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김태원은 자신의 노트에  "아... 재기가 바람으로 떠났다."라는 말을 남겼고, 현재도 그날 당장 돈을 구해다 주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라고 밝혔다.


그의 장례식 날, 김재기의 아버지가 김태원에게 직접 그의 동생 김재희를 소개시켜주며 목소리가 비슷하니 부활의 보컬로 써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장례식 이후로도 실의에 빠져 있던 김태원은 김재희에게 전화를 걸어 생전 김재기가 자주 부르던 '무정 부르스'를 불러달라 했고, 김재희는 덤덤하게 불러줬다. 이때 김태원은 다시 희망을 보았고, 3집 녹음도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게 나온 부활의 3집, '기억상실'은 무려 100만 장이 팔렸지만, 김재기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는 단 3곡 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김재기에 대한 추모 뿐.


그 노래가

후렴구와 코러스만 김재기의 목소리고, 나머지는 김태원이 그의 목소리를 따라 부른 '흑백영화'


김태원이 앨범 타이틀곡으로 정하려 했던 노래이자 부활에 처음 들어온 보컬들이 무조건 부르고 시작하는 '소나기'


시험삼아 불렀던 데모 트렉, '사랑할수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