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엄마는 그 아이가 원래 우리 가족이었던 것처럼 빠르게 받아들였고

우리는 아무 일이 없었던 일반적인 가족처럼 화목하게 지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이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은

마음의 벽을 허물어버렸고

오히려 그 아이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끔 만들 정도로

강력했으니깐


그 아이와 나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다른사람이 봤을 때 재혼가정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화목한 오빠, 여동생 관계였다.

매일 그 아이는 삐악삐악 거리는 병아리처럼

"오빠 오빠" 하며 나를 졸졸 따라다녔고

나는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쩔땐 피곤하기도 했지만)

손 잡고 다니기도 하고, 자주 업어주기도 했다.


언제는 모두가 잠든 밤에

무서운 꿈을 꿨다며

나랑 같이 자고 싶다고 내 방을 찾아왔는데

나는 그 아이를 내 침대에 눕히고는

백허그를 해주고,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했는데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내품에서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행복했다.



그렇게 남들 눈에는 너무나도 화목해보였던 우리 가정

겉은 정말 화목해 보이는 가정이었지만

남들 눈에는 안보이는

우리 가정의 내부에서는

조금씩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내가 16살때, 그리고 그 아이는 10살때

밤 11시쯤 거실에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듯한 목소리, 오고가는 언성과 욕설

물건이 박살나는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새아빠와 엄마는 일주일에 1번씩은 꼭 싸웠다.

특히 술을 마신 날은 더 심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방에서 공부하고 있던 나는

시끄럽고 폭력적인 소리로 인해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고

머리를 감싸며 얼른 싸움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으으윽


내 방 문이 열리는 소리

뒤를 돌아보니

그 아이가 배개를 들고 서 있었다.


"오빠...."


그 아이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사라지고

공포와 무서움이 자리잡고 있었고

곧 있으면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울먹거리고 있었다


"나... 무서워..."


부모님의 싸움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그 아이에게

공포심을 일으킨 것이다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꼬옥 안아줬다.


"괜찮아... 오빠가 있잖아."

"곧 있으면 부모님도 그만 싸우실거야."


내 품에 안겨있는

사랑스럽고 조그마한 생명체는

공포에 질려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토닥토닥 두르려주며 진정시켜줬다


"오빠랑 같이 잘까?"


"응... 나 무서워"


나는 그 아이를 내 침대에 눕혔고

그 옆에 같이 누웠다.


"이러면 안 무섭지?"


"응..."


그 때 다시 들려오는

무언가 날라가며 깨지는 소리


나는 그 아이가 그 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하도록

그 아이의 귀를 두 손으로 막아주었다

그리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그 아이가 오늘의 공포를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덧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끝이 났고

부모님의 싸움도 끝이 나는 듯해

그 아이의 귀를 막고 있던 내 손을 땠고

그 아이는 어느새 잠에 들어

내 품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에 들었다


나는 그런 그 아이를 꼬옥 안아주면서

그 아이의 삶에

오늘 같은 어둠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같이 잠에 들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는 줄 알았지만...


"오....빠...."


응?


갑자기 나를 깨우는 그 아이


"무슨 일이야?"


잠에서 깨어나 그 아이를 바라보자

그 아이는 울먹이고 있었다


"왜왜왜 무슨일인데?"


"나... 무서운 꿈을 꿔서..."


"응응. 그랬어?"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나... 오줌 싼 거 같아...."


"응?"


그 말을 듣고 밑을 확인해보자

이불과 침대시트

그리고 그 아이의 잠옷과 팬티가 모두 물에 젖어있었다


"미안해...."


미안하고 부끄러운 감정에 어쩔 줄을 몰라하던 그 아이를

나는 꼬옥 안아주며 안심시켜주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그 아이를 들어 화장실에 옮겼고

오줌에 젖은 잠옷과 팬티를 벗겼다


"괜찮아. 오빠도 너 나이 때 밤에 오줌 싸고 그랬는걸?"


"진짜?"


"응응. 너보다 나이 많았을 때도 싼 적 있어"


"히잉..."


옷을 벗기자 나타나는 그 아이의 몸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아이의 얼굴처럼

그 아이의 몸은

하얗고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웠다

마치 내가 힘을 잘못 주면 부서질것만 같았다


나는 그 몸에 조심스럽게 비누칠을 하고

물로 씻겨주었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새 팬티와 잠옷을 입혔다.

그리고 오줌에 젖은 옷과 팬티, 침대시트와 이불을 모두 세탁실에 옮겼고

새 침대시트와 이불을 깔았다


그리고 다시 그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웠고

그 아이가 다시 잠에 들 수 있게 꼬옥 안아주었다


"오빠... 미안해..."


"많이 무서웠어?"


"응... 꿈에서도 무서웠어..."


"옆에 내가 있으니깐 이제 무서운 꿈 안 꿀거야. 걱정하지마"


"응"


"오빠. 고마워"


그렇게 그 아이는 내 품속에서 잠에 들었고

난 잠에 든 그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 행복한 날만이 있기를 바라며

함께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 바람이 무색하게도

오늘의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될 정도의 일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