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지만 걱정해준 사람들 정말로 고맙다. 


일요일이라 누나가 원래는 운동을 가는 시간인데, 


이번주 동안은 계속 피도 나오고 아프고 그래서 쉬기로 했다.


아점 간단하게 먹었고, 약 먹고 다시 자고있다.



나도 요즘에 계속 바쁘고 피곤했다.


운동하는 시간, 잔업 정리 외에 계속 짬짬이 틈이 나면 곯아떨어지고


그나마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때 안 자고 깨어있을때는 


누나랑 조금 더 시간을 보내려고 하다보니까 그새 또 후딱 지나가버렸다.


걱정만 하다가 나이만 쳐먹는거 아닌가 싶다.



누나는 날도 더웠다가 습했다가 하면서 안그래도 상태가 안 좋을 때가 많았다.


악몽도 엄청 자주 꾸고 울면서 자다 깰 때도 많았다. 


특히 이번에 병원 갔다오고 나서는 누나가 너무 걱정을 많이 했는지 


어제도 자다가 소리지르고 그래서 깨워주고 꼭 껴안아주고 그랬다.


막 울기도 하면서 자기 옆에 있어달라고 그러고 하면서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랬다.



아픈 상태긴 하지만 급하게 수술을 해야한다거나 그런건 전혀 아니다.


아무래도 나도 긴장되고 걱정이 많아진 상태에서


안그래도 남자라서 들어도 정보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있다보니까 


정확하게 설명하긴 어렵다.


지금 내가 듣고 이해한걸로는 다행히 큰 문제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궁내막이 전체적으로 3mm 미만으로 많이 얇아졌고,


특정 위치는 자궁벽에 상처가 생길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인 자궁 내 건강이 좋지는 않았다.


나이에 비해서도 조금 안좋은 편인거 같다고 하더라.


의사선생님은 조금 나이가 있으신 여성분이셨다.


설명을 누나 옆에서 계속 듣고 있었는데, 


병원이라서 그런것도 있고, 누나랑 나랑 닮아보이는걸 조금 줄이려고 마스크까지 쓰고 갔다왔다.


다들 신경도 안쓰고 관심도 없겠지만 


찔리는 사람은 괜히 그렇게 더 행동한다는 말을 나를 보면서 다시금 느꼈다.



병원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어떻게 된 상황인지도 설명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순서가 엉망이지만 그 얘기부터 하겠다.



관계중에 누나가 하혈을 했다.


하혈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 월경 시기도 아니었기에 편하게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누나의 몸에 큰 이상이 생겼을까봐 너무 무섭고 걱정에 휩싸였다.


생리기간 주변으로 관계 가질 때 처럼 조금씩 묻어나오거나 하는게 아니라 


진짜 붉고 어두운 색의 피가 확 배어나와서 뺐는데 피가 흘러나왔다. 


진짜 너무 놀랐다.


바로 누나한테 괜찮은지 물어보려는데


누나도 이런 상황에서 이만큼 흘린건 처음인지 당황한 표정이었다.


안그래도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정말로 심각한 여성질환 등에 시달리거나 할까봐 정말로 무서웠다.



고등학생때는 누나가 생리혈이 너무 심해서 


생리대 밖으로 계속 흘러가지고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조퇴한 적도 있었다.


그날 엄마랑 누나가 같이 집에 들어왔던 날이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엄마가 처음에는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누나한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셨었다.



아무튼 그러고 바로 다음날 나도 누나도 급하게 반차를 쓰고 병원을 찾아갔다.


그동안 딱히 월차나 반차를 내가 잘 쓰는 편도 아니라서 


어디가냐고 물어보지도 않아서 다행이었다.


반차만 딸랑 쓴거라 이후에 다들 잘 기억도 못하는 것 같아서 더 좋았다.



내 예상과 다르게 산부인과에 부부나 커플이 정말 많았다.


왠지 여자들만 있거나 그러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었다.


다만... 그 중에선 내가 제일 나이가 적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 광경이 조금은 불편하면서도 현실을 마주한 느낌마저 들더라.



잠깐 의사분과 가벼운 진료 면담 후에 누나가 검사를 받으러 혼자 들어갔다.


남들에게는 그냥 우리는 평범한 커플로 보이겠지만 


내심 병원이라는 곳이 주는 분위기가 내 마음을 조금 불안하게 했다.


괜히 비밀스러운게 드러나는 장소도 아닌데 쫄리는게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누나한테 안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그런 얘기를 듣게 될까봐 너무 걱정됐다.



누나가 여러 검사를 받으러 왔다갔다 했고 나는 그걸 기다리는 동안 


혹시 내가 누나의 건강에 뭔가 좋지 못한 행동을 했을까 기억을 되짚어보고 그랬다.


아랫배가 조금 따끔하듯이 아프다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혹시 그때부터 문제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날이 더워지고 하면서 상한 걸 먹거나 그래서 아픈게 아닐까 하고 


과하게 짐작하려 하지 않고 넘어갔던거 같다.


괜히 뭔가 큰 병을 조기에 진단하지 않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하면서


마음이 답답해지고 하면서 누가 말이라도 걸면 울어버리지 않을까 싶었다.



검사복으로 갈아입고 왔다갔다 하는 누나를 보니까 


병으로 입원한 환자같이 보이면서 더 걱정되고 그랬다.


기본적으로 내시경도 하고 자궁 형태 확인하는 초음파랑 자궁 경부암 검사도 하고 그랬다. 


이후에 영수증 보니까 비용도 좀 나오긴 하더라.



기다리는동안 40대 정도 되어보이는 정장입고 있는 남자분이 나한테 말을 거셨다. 


나한테 아내 검사하는거 기다리냐고 그러더라. 


그렇다고 했는데 몸이 좀 안좋아보여서 왔다고 그러면서 얘기했다.


그분은 시험관 아이를 준비하고 그러신다고 돈 많이든다고 나한테 푸념을 하시더라.


그치만 대화를 하다보니 본인 아내를 엄청 사랑하시고 긍정적인 분으로 보였다.


내 얘기 듣고는 별일 아닐거라면서 표정 너무 어두우면 


오히려 배우자가 불안해할테니까 얼굴 피라고 그러더라.


그리고 애 낳을거면 경제력 생각하지 말고 빨리 결정하라고 


인생훈수였지만 불쾌하지 않고 유쾌하게 말하셨다. 


어짜피 애한테 어릴때부터 돈 많이 쓴다고 나중에 커서 알아주냐고 하시면서 


낳아준게 어디냐, 알아서 크게 내버려두면 된다는 얘기를 


자꾸 웃기게 얘기하시고 그래서 듣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그러다가 그분의 아내분이 먼저 끝나고 나오셔서 같이 계산하고 나가시는데 


진짜 두분 다 눈빛에서 굉장한 따뜻함이 느껴지더라.


나갈 때 나한테 웃으면서 손 흔들고 따봉날리고 가셨다.



그분이 떠나고 잠깐 혼자서 기다렸다. 


검사가 끝나고 보호자도 같이 오라고 해서 설명해주시더라.


정말 천만 다행이었다. 


누나의 생명이나 생활에 지장이 생길 큰 병은 아니라고 했다.


자주 일어나는 기능성자궁출혈에 기본적인 자궁 건강의 약화가 있다고 하더라.


단어는 무섭지만 자궁내막 용종같은건 전혀 없다고 그랬다. 


앞서 말했듯이 자궁건강이 좋은 편은 아닌것 같다고 하더라.


경부질환의 의심까지는 없는데 2~3주 후에 다시 확인하면 좋겠다고 그러더라.


급작스러운 계절 변화도 있고 각종 스트레스와 신체의 시기적인 문제로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고 그러면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그랬다.


단어들이 익숙하지 않고 조금 어려웠다. 


자세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생리 이후에도 


자궁내벽이 분비기를 계속 겪는 상황으로 신체가 인식하는 상황이라는 것 처럼 이해했다.


심지어 누나가 피임약을 복용했다 안했다를 불규칙적으로 이행하면서 


오용으로 인해서 그런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고 하더라.


결과적으로 그래서 누나가 정말 아픈건지 아닌지만 나한테 중요했다.


꼭 약 빼먹지 말고 날짜랑 횟수 맞춰서 잘 챙겨먹으라고 하더라


그나마 근육량도 부족하지 않고 운동 잘 하는거 같고 


혈당 수치가 조금 높지만 괜찮을거라고 하더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게 역시나 가장 중요하다고 그랬다.


수면패턴 잘 지키도록 노력하라고 그러고 배 따뜻하게 만들고 등 


당연히 하면 좋은데 귀찮고 더워서 안하는 것들을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처방을 통한 경구피임약으로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거랑 


자궁내장치나 피하이식 시술 등도 고려해보라고 그랬다.


한동안 위생 주의하고 생리대 잘 착용하고 상황 지켜보자고 그랬다.



다른건 모르겠고 큰 문제는 없는건지 선생님께 재차 여쭤보니까 


큰 문제 아니고 여자분이 나이가 아얘 어린건 아니고 


일하면서 바쁘게 살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하시더라.


주의하고 처방대로 잘 지내면 좋아질거라고 그랬다.


조금 나아지는게 더디다 싶으면 그때 치료하는거 다시 생각해보라고 그러셨다.


그거 들으니까 눈물이 나올거 같았다.


그 와중에 누나는 민망하게 혹시 관계 가지는거 피해야하냐고 물어보더라.


그거 듣고 선생님이 아주 미세하게 웃더니 


며칠간은 하지 말고 좀 기다려보라고 그러시더라.


너무 민망해서 도망가고 싶었다.


약 잘 먹고 반드시 깨끗하게 씻고 좋아지고 나서 관계 가지라면서 


그리고 그때는 콘돔도 꼭 쓰라고 그러시더라. 


혹시 뭔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중단하고 반드시 병원 와서 다시 검사 받으라고 그랬다.


사족이지만 의사분이 엄청 안도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누나한테 능력있는 여자라면서 산부인과까지 따라오는 


어리고 착한 남자친구를 뒀다는 말을 하더라.


머쓱했지만 누나가 엄청 좋아했다.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었지만 누나가 좋으면 됐다 싶었다.



집에 돌아오는 차에서 누나가 검사받느라 디게 힘들었다고 그러면서 눈물 줄줄 흘리면서 나한테 설명해줬다.


부인과 검사가 이거저거 할게 많은 편이더라.


누나는 하면서 불편하고 힘들고 아팠다고 그러더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다리 벌리는 의자 앉아서 준비하는 것도 무서운데


내시경 넣고 확인하고 그러는데 기계가 안에서 휘적거리는 게 


느낌도 정말 안좋고 엄청 무섭고 아프고 그랬다고 얘기해줬다.


옆에 확인할 수 있게 모니터도 있는데 못 쳐다봤다고 그러더라.



나 몸이 정말 망가진걸까 


이제는 어리지도 않은데 괜찮은걸까 


ㅇㅇ이(나)가 나 아프다고 섹스도 피하고 그러지 않을까 


이제 아이도 못 낳는 여자가 된걸까 


하는 생각하면서 엄청 괴로웠다고 그랬다.


집에 오는동안 누나가 여러가지 얘기하면서 엉엉 울었다. 



안 그래도 하늘도 우중충하고 당장이라도 비올것 같은 날씨였던 기억도 난다.


너무 크게 울길래 오다가 중간쯤에 갓길에 차 세우고 


토닥거리면서 누나가 편해질때까지 시간 보내다가 다시 출발했다. 


누나가 떡볶이 먹고 싶다고 그래서 지나가다가 죠스가 보여서 


떡튀순 세트로 된 거 하나 포장해서 사서 차에서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검사 받은 누나가 당연히 더 힘들었겠지만 


나도 갑작스럽게 반차내고 와서 운전도 하고 걱정도 해서 그런지 


집에 도착했을땐 힘이 쫙 빠지더라.



누나가 엄마와 통화를 하길래 나는 먼저 샤워하러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까 엄마랑 전화를 마무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대충 말리고 있었는데 누나가 옆으로 와서 나를 꼭 안아줬다.


내가 옆에 있어줘서 정말 행복하다고 그랬다.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또 그런 말 하면서 글썽거리고 그래서 누나랑 키스했다.


걱정도 많이 됐지만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다시 깨달았다.


나도 누나한테 사랑한다고 계속 말했다.



식사하러 나가기도 귀찮았고 너무 피곤해져서 


도시락 배달시켜서 저녁을 해결했다.


쇼파에 앉아서 누나가 핸드폰 만지면서 내 다리에 머리를 밴 채로 조용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랫 배에는 핫팩 대고 누워있었다.


누나는 어릴때 결혼할 사람이랑 같이 산부인과 손잡고 가서 


다른 커플보다 더 사이 좋은 모습을 과시하는 유치한 꿈이 있었다고 그러더라.


오늘 예상했던 상황이랑은 전혀 달랐지만 가장 사랑하는 남자랑 


산부인과에 같이 갔다왔으니까 그래도 꿈 하나는 이룬거 아니냐더라.


뭔가 웃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라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누나의 송골송골 땀이 그새 맺힌 머리만 쓰다듬으면서 


누나가 아프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전에 누나한테서 도망치고 너무 힘들었을때 


신이 존재한다면 시발 엿이나 먹으라고 그랬는데


오늘 일로 신이 있다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랬다.


누나가 그걸 듣고는 웃었다.


솔직히 웃긴 얘기 하나 없었지만 서로 긴장도 풀리고 기분도 풀리고 


별거 없어도 기분좋게 웃을 수 있었던거 같다.



누나가 아까 나 씻을 때 엄마랑 통화하면서 엄마가 뭐라고 그랬는지 아냐고 물어보더라.


엄마한테 산부인과 갔다왔다고만 딱 말했는데 몇주냐고 그랬댄다.


그거 듣는데 나는 뭔가 피부에 털이 쭈뼛서는 느낌이 들었다.


누나가 그래서 엄마한테 임신한거 아니라고 그러니까 


엄마도 그냥 장난친거라고 그러셨댄다.



그걸 듣는데 뭐가 뭔지 더는 모르겠더라.


엄마 말로는 너는 몰라도 니 동생이 더 믿을만한 녀석이라서 


기집애 니가 정말 임신했으면 너가 아니라 니 동생이 먼저 전화했을거다 그러셨댄다.


누나가 그래서 엄마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 알았다면서 섭섭했다고 하더라.



그걸 듣는데 머쓱했지만 참 엄마는 뭔가 다르구나 싶었다.


뭐든 빨리 받아들이시고 누나가 마음 편하게 농담하시듯이 말하고 그러신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누나가 병원에서 자초지종 있었던거 얘기했더니 엄마도 진심으로 걱정 하셨다고 그랬다.



이 얘기들을 같이 나누다가 


반대로 누나는 나한테 아이 가지지 않겠냐고 물어보더라.


물론 누나도 지금 당장은 아니고 지금 가족들과도 서로 이해를 하고 있고


비교적 안정된 상황이라 아이 가지면 어떨까 하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어느새 그걸 물어볼때는 내 무릎베개에서 일어나서 쇼파에 똑바로 앉아있었다.



지금 당장 몸이 아파서 걱정인 상황인데 왜 이런 얘기를 하는가 싶어서 조금 답답했다.


저번 글을 쓸 때 까지만 해도 절대 아이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족과 조금씩 회복되어가면서 마음이 조금 바뀌어가는 느낌이 들긴 하더라.


여전히 아이를 키우면서 생길 맞이할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서 확신은 못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나한테 솔직하게 대답했다.


용기가 없어서 아직은 정말로 두렵다고.


분명 누나를 닮은 예쁜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것도 가장 큰 축복이겠지만 


그 아이의 아픔을 내가 같이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아직은 누나랑 둘이서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누나는 내 말을 듣고 조금 생각을 하는건지 


서로 잡고있는 손만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계속 까딱까딱 움직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또 확 끌어안으면서 알겠다고 그러더라.


누나도 지금은 급하게 욕심부리지 않겠다고 그랬다.


둘이서 여행도 자주 가고 섹스도 많이 하면서 즐겁게 지내자고 말하더라.


그리고 말 끝나자마자 키스했다.


누나가 너무 노산하지는 않게 해달라고 웃으면서 그러더라.



방금 살짝 확인했는데 아직 누나가 일어날 생각이 없는것 같다.


이야기하고 싶은게 많아서 조금만 더 쓰겠다.



병원 가기 전에 일을 조금 더 얘기하자면 


장마도 있었고 날씨도 더워지면서 누나가 머리를 싹둑 짧게 자르고 왔다.


생소했다고 해야하나...


고등학생 이후로 누나의 헤어스타일이 지금정도 길이가 된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단발 정말 예쁘다. 잘 어울린다.


그렇게 하고 뒤로 묶어서 생긴 꽁지머리가 귀여워서 자꾸 손으로 건드리고 그럤다.


누나의 목 뒷선이 드러나니 더 섹시해보이기도 했다.


목 뒤가 시원하고 머리 무게가 가벼워졌다고 누나가 굉장히 즐거워했다.



다한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누나는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어릴때는 신체활동도 많이 하고 잘 하는 사람이었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신체의 변화와 함께 땀흘리는 모습을 보이는게 싫어서 


그런 것에 대해서 예민해졌다고 그랬다.


처음 대학가고 그랬을때는 당연히 여성스러운 옷도 입고 싶고 그래서 


겨드랑이나 목에 스프레이 엄청 뿌리면서 지낸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런게 다 싫어지고 귀찮아지고 그랬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스포티하거나 편한 옷 위주로 입는 쪽으로 누나의 스타일이 된 것 같다.


물론 그게 분명 더 섹시하게 보이는 포인트가 되는건 본인도 잘 안다.


여러 이유가 겹쳐서인지 여름이 오는걸 정말로 싫어한다.


기본적으로 체형도 예쁘고 그래서 자신을 자랑하고 싶었을텐데 


누나는 그런 걸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 것 같다.


섹스를 할 때도 내 위로 자기 땀이 떨어지는거 엄청 민망해하고 


머리카락이 땀에 다 젖어가지고 머리가 무거워져서 나중에는 목이 아프다고 한 적도 있다.



해수욕장도 그래서인지 가본 적도 거의 없다고 한다.


대학다닐때 같이 가자고 꼬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더 가기 싫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바다구경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최근에 그러면서 누나 태우고 운전해서 종종 갔다오고 그랬다.


바다를 싫어하는게 아니라 그 외향적인 문화가 뭐든지 잘 맞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싶다.


더운걸 싫어하니까 주로 저녁에 출발해서 밤에 도착해서 시간 보내다가 


바로 돌아오는 당일치기 하거나 아침에 다시 돌아오거나 하는 식으로 다녀왔다.


운전을 아무래도 내가 주로 하다보니 피곤하고 그랬지만 누나가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걸로 좋았다.


차 타고 가다보면 누나가 잠들어버릴때도 많아서 


누나가 많이 미안해하고 그랬지만 


최소한 아직은 나는 누나가 좋아하면 그런건 얼마든지 괜찮았다.



부모님이 아실 건 다 아시고 우리가 힘들면 당연히 도와주시겠지만 


세상에 완전히 의지할 사람이 서로밖에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서 무서울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에겐 매일 비밀을 꽁꽁 싸매고 살아가야하고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거짓말 하고 싶지 않아서, 


들키고 싶지 않아서 연락도 점점 줄게 됐다.



이러나저러나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나는 남자고, 


어떻게든 악으로 버티려고 하겠지만 


누나는 나보다 더 취약한 상태였기에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분명 나보다 비교적 외향적인 사람이었는데 


그동안 많은 고통 속에서 소극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정말 아프다.


여자라서 더 신체적으로 복잡한 일이 많아서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 속에서 부모님과 얘기도 나누고 조금은 마음이 편해져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건지 


누나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와 관계를 가지길 원했다.


당연히 사랑하는 여자에게 요구받는 건 너무 기쁘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을 찾기보다 마치 급하게 자위를 하듯이 


관계를 가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 같았다.


절대로 싫은 건 아니다. 나도 남자다. 


누나는 너무 예쁜 사람이고 나도 누나를 안는건 언제나 좋고 행복하다. 


오죽하면 일시적으로 발기부전까지 겪던 내가 


다시 누나 곁으로 돌아왔을 때 누나의 부끄러움을 이겨내는 노력으로 회복되었겠는가 싶다.



모든 면에서 건강한 관계였다면 누나는 나한테 언제나 너무나 과분한 존재였다.


그런 나에게도 이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서로 식사도 제대로 안 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다음날 몸이 아프고 피곤하고 힘들 때도 누나가 요구하고 그랬다.


그러다가 이번주 있었던 일들이 생기고 그러니 


혼란스럽고 또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랬다.


그래도 금요일부터 어제 오늘 아침까지 누나랑 같이 있으면서


절대로 포기 못하는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계속 임플라논 시술이나 그런걸 누나가 알아보고 그러더라.


모두닥 같은 어플도 계속 찾아보고 


토요일에 짧게라도 오픈하는 산부인과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랬던거 같다.


엄마랑도 누나가 통화하면서 얘기도 했던거 같다.


아마 내가 솔직하게 대답했던 것 때문에도 있을거고


누나도 생리 문제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기에 찾아본게 아닐까 싶다.


자궁 출혈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이다.


진짜 누나에게 큰 고통 없이 넘어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다음 생리 시기가 오면 시술을 받으려고 마음을 이미 먹은 것 같았다.


정말 나쁜 일 더는 없이 누나가 아프지 않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그래도 정말로 계속 힘들다고 징징대는 놈한테 힘내라고 해준 사람들 고맙다.


하찮은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은 당신들밖에 없을거다.


정말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