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방패의 전설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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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탐욕의 화신


카이저가 명령했다.


“링케 경, 지금부터 도시에서 난동을 피우는 용 숭배자들을 모두 붙잡게.”


“명을 받들겠나이다.”


올리버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전원! 카이저의 명에 따라 용 숭배자를 체포한다. 개시!”


올리버 주위에 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다. 아인이 중얼거렸다.


“이제 로베르트, 그 놈만 찾으면.”


“아, 로베르트 공이라면 방금 왕궁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올리버는 아인의 말에 답하고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저 사람 내가 중얼거린 걸 잘도 들었네. 어찌됐든 가자!”


아인은 휘파람을 강하게 불었다. 다행히도 여기까지 타고 온 말은 살아서 아인의 앞으로 달려왔다. 아인이 말에 올라타려 할 때, 카이저가 말했다.


“나도 황궁에 데려가 주게!”


“카이저 님, 당신은 저희를 따라가기에는 위험합니다.”


“아니, 상관없네. 내가 반드시 끝을 보겠어!”


아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아인이 말을 타자 카이저는 아인의 뒤에 앉았다. 잔과 마리는 벌써 잔이 소환한 말을 타고 있었다.


“갑시다!”


두 말이 소리를 내며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의 시야에 로베르트와 그의 부하들이 검은 빛의 반투명한 말을 타고 달려가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잔이 소리쳤다.


“찾았다! 거기 서라, 로베르트!”


“끈질기군, 죽어라!”


로베르트가 손을 펼치자 허공에서 길고 날카로운 얼음 창이 생겨나 아인 쪽으로 날아들었다. 


“숙이세요!”


로베르트의 공격이 아인과 말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어느새 로베르트의 말이 황궁의 입구에 다다랐다.


“나는 로베르트 폰 고레츠카다! 길을 비켜!”


아직 황국 쪽까지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는지 경비병은 별 의심 없이 길을 터주었다. 그 직후 아인 일행이 입구에 도착했다.


“멈춰라! 외부인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카이저가 말했다.


“카이저다. 이들은 내 손님이고, 로베르트 공… 아니, 로베르트 폰 고레츠카가 짐을 배신했노라! 당장 성의 모든 경비병을 불러라!”


“카이저 님! 알겠습니다!”


아인 일행은 황궁 내부로 들어가 황궁의 이곳 저곳을 뒤졌으나 황궁은 아인의 생각보다 훨씬, 심지어 카이저조차 헷갈릴 만큼 복잡했다.


“이 넓은 곳에서 로베르트를 어떻게 찾지?”


카이저가 말했다.


“아마 놈은 성 꼭대기의 자기 방으로 갔을 걸세. 놈은 일이 없을 때는 거기서 살다시피 했지.”


마리가 말했다.


“카이저님, 죄송하지만 앞장서주십시오. 저희가 길을 잘 모릅니다.”


카이저는 몹시 당황한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이… 이 몸이 카이저인데… 나보고 죽으라는 건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카이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알았네, 날 따라오게.”


복잡한 계단을 수없이 오르고, 분명 왔던 것 같은 복도를 수없이 지나쳤다. 그러면서 카이저의 호위 병 들은 늘어갔고 어느새 모두가 로베르트의 방 근처에 다다랐다.


“저 모퉁이만 돌면 로베르트의 방이다.”


카이저가 말했다. 그 순간…


폭발음과 함께 황궁이 진동했다. 당황한 아인이 소리쳤다.


“뭐야?”


잔이 무언가 느낀 듯 답했다.


“이 소리, 이 냄새! 마법이야!”


모두가 일제히 로베르트의 방 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모퉁이를 돈 순간, 눈앞에 보인 풍경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경악한 마리가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방의 입구 앞은 그야말로 난장판 이였다. 검게 그을린 벽과 바닥 위로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새카맣게 타버린 경비병들의 시체가 즐비해 있었다. 비위가 약한 카이저는 벌써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아인은 간신히 구역질이 올라오려는 것을 참았다.


“빨리… 문을 열 개나.”


카이저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잔이 주문을 외워 문을 부수다시피 강제로 열어 젖히며 10여명의 경비병과 아인 일행이 들이닥쳤다. 반대편 창가에 부하들과 있던 로베르트가 뒤돌아 아인 일행을 바라보면서 평소처럼 무미건조하면서도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


“왔군, 카이저. 그리고 네놈들까지,”


카이저가 그 어느때 보다도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로베르트 경! 도망칠 곳은 없다, 항복해라. 내 특별히 경과의 인연으로 사형만은 면해주지!”


잔이 더 화가 난 듯 소리쳤다.


“로베르트! 네 음모는 끝났어! 이제 이 짓거리도 여기서 끝이야!”


“아, 그때 우리들의 비밀 모임에 몰래 들어온 불청객 엘프로군, 그래… 난 네 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


파울은 오른손에 불덩이를 만들며 모든 분노를 드러내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소리쳤다.


“네 년 때문에 내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으니까!”


파울이 집어 던진 불덩이가 그대로 잔에게 날아들자 그보다 더 빠르게 아인이 뛰쳐나와 방패를 꺼내 들었다. 불덩이는 아인의 방패를 뚫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져 나와 오히려 로베르트가 있는 쪽의 벽에 부딪혔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 전체가 진동하고, 연기가 잦아들었을 땐 불덩이가 부딪힌 곳의 벽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아직 로베르트 일행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리자 아인이 번개처럼 달려들어 로베르트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항복해라 로베르트,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어.”


카이저를 호위하던 병사들도 로베르트와 그의 부하들에게 칼과 창을 겨누고 있었다. 로베르트는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니? 내 뒤에 저 넓은 도주로가 있는데!”


누구도 말릴 틈 없이 로베르트와 부하들은 탑 아래로 몸을 날렸다. 어느 병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돼, 죽음을 택하다니!”


다른 병사가 말했다.


“해치웠나?”


그 순간, 태양보다도 밝은 빛이 탑 아래에서 뿜어져 나왔다. 마리가 소리쳤다.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눈을 똑바로 뜰 수 없을 만큼 찬란한 빛이 주변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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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나는 지금보다도 글을 못 썼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