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존재감 없는 나, 용사의 암부가 되다.

산에서 내려와 도시까지 왔것만, 보기에 입국심사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신분이 없는 나는 아마 저길 통과하지 못하겠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여신이 내게 준 검은 병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저히 인간의 목소리라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목소리였으나 그 뜻만큼은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는 기이한 소리였다.


"그분께서 너의 기척을 다른 이들이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몸을 어둠속에 숨기면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그녀는 내게 '너의 기척은 어둠속에 흩어져 사라질 것이다.' 같은 말을 했었지.


"잠입은 그분의 사도로써, 그리고 용사의 암부로써 필수적인 기술이니, 여기서 익숙해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입고 있던 후드의 모자를 더욱더 눌러쓰고 심사 대기 줄에서 벗어나 길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시간은 밤을 향하고 있었기에 내 몸을 숨기기 좋았으며, 경비원들도 헤이해져 있었다.


허나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정문을 제외하면 단 한곳밖에 없었는데, 그 샛길은 경비들이 사각없이 배치되어 있었다.

근처 덤불에 숨어 어떻게 들어갈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


"사도여, 어둠은 너의 의무 수행을 위한 것들을 내줄 준비가 되어있다, 우선 기본적인 무기인 단검을 꺼내들어라."


단검? 그리 생각했더니, 어느센가 눈치채지도 못한 틈에 기이한 형상의 단검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어... 죽이라는 겁니까? 싸워본 적도 없는데..."


그때 당시에는 현실감이 너무 없던지라 죽이는 것에 거리낌이 없던 모양이다.


"안심해라, 그분께서 너의 몸에 축복을 새겼으니, 싸우려 한다면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잔뜩 숙인채 조용히 경비병 하나의 등 뒤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그때, 그 축복이란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갑옷을 입고 있는 병사들의 약점인 관절 부위 및 목이 짙은 붉은색으로 강조되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경비병을 공격하려 하자, 그 즉시 몸이 저절로 움직여져 아주 능숙하게 왼손으로 내 앞에 있는

경비병의 목을 찔러 즉사시켰다, 나는 오른손잡이 임에도 왼손으로 칼을 다루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 경비병과 마주보고 있었던 경비병이 허리춤에 있는 나팔을 불려하자 몸이 반응해,

그 경비병에게 도약해 쓰러트리고, 수차례 목을 찔러 죽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기에 꽤나 당황하고 있었으나 병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빠르게 성벽 내부로 들어가라 말했다.

성벽 내부는 몸을 숨길 틈이 없어보였으며, 빛 또한 밝아 들키기 딱 좋았다.


"등불을 부숴 어둠을 만들어라, 그리하면 내 너의 모습을 바꿀 수 있으니."


나는 말을 듣자 마자 맨주먹으로 옆에 매달려 있던 유등을 깼다.

유리조각이 박힐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유리 조각은 내 피부에서 튕겨져 나갔다.


"위대하신 분이여, 이자의 형상을 그 무한으로 감싸 변모하게 해주소서."


순식간에 내 모습이 어둠에 휘감겨 변하기 시작했고, 내가 죽였던 경비병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것은 형상만을 바꾸는 주문이기에 갑옷의 기능은 없다, 또한 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효과를 잃으니 주의하도록."


... 뭔가 익숙하다 했는데, 이거 게임 튜토리얼 아니야?

그때는 그리 생각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너무나 현실감이 없었다.


어찌되었건 나는 변모한 모습으로 빠르게 위병들 사이를 지나쳐 갔다.


끝내 도달한 도시로 이어지는 문은 열쇠로 잠겨있었다.


"열쇠구멍을 손으로 가려라, 내가 문을 열테니."


문고리를 잡은채 몇초가 지나자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렸다.

문을 열고 나아가자, 꽤나 거대한 도시의 풍경이 나를 반겼다.


서양의 양식이라기 보다는 중동의 것이라 생각되는 양식의 건축물들이 즐비해 있었고,

야자나무 같은 것들 또한 거리를 매우고 있었다.


이미 밤이 찾아와서 그런지, 거대한 거리의 풍경에 걸맞지 않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우선 너가 이곳에서 댈 이름과 신분을 구하러 가지, 어둠의 인도를 따라가라."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유독 어두운 부분들이 길에 생겨 점점 어느곳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말을 따라 그것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둠은 나를 더욱더 어두운 곳으로 이끌었고, 건물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니 앞이 한치도 보이지 않았다.

허나 어째서인지 불안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안한 느낌조차 들었다.

나는 그저 계속해서 어둠속을 걸어 나아갔다.


그렇게 계속 걸은 끝에, 어느순간 자연스레 내 발걸음이 멈추었다.

시야가 순간 트이고, 나는 이내 내가 그 도시가 아닌 어딘가에 도달해있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주변은 온통 어둠뿐이고, 특별한 것은 오로지 검게칠된 나무문 뿐, 나는 그 문을 열어 들어갔다.


"누구지?!"


들어가자 마자 나를 맞이하는 것은 젊은 여성의 고함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앉아있던 모든 이들이 

일어나 무기를 꺼내들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해라."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여신, 크레푸스의 명을 받아 이곳에 당도했노라."
"내...내 여신, 크... 크레푸스의 명을 받아 이곳에 당도했노라."


"떨지말고."

"떨-"


이건 따라하면 안되겠지...


"나는 그분께서 친히 이 땅에 내리신 사도니, 그 무기를 거두도록 하여라."

"나는 그분께서 친히 이 땅에 내리신 사도니, 그 무기를 거두도록 하여라."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그들은 모두 무기를 거두었으나 여전히 서있었다.

허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