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습도가 느껴지며 곰팡내가 나는 공기, 아주 약간의 빛을 제공하는 기분 나쁜 초록빛 조명,

그리고 도대체 언제부터 방치된건지 가늠할 수 없게 하는 불규칙한 콘크리트벽의 관리 상태.


나는 어째서인지 이 정체불명의 밀실, 혹은 거대한 건물에서 눈을 떴다.

어제에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다만, 분명 나는 집에 있었을 터인데...


나는 생전 입어본 적도 없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허나 납치됐다기에는 내 몸을 보아하니 그 어느 흠짓도 없고, 오히려 깨끗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공간에서는 어느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창문은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있어 밖을 볼 수도 없다.


주변을 뒤져보아도 발견되는 것은 오로지 이곳이 어떤 곳인지 더욱더 혼란케 하는 것들 뿐이였다.


잠겨진 철문, 무엇인지 구별할 수 없는 시약병, 수술대와 조명, 그리고 어디의 회장님이 쓸 것 같은 화려한 의자와 책상.

무언가 한 곳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것들이 모여있었다.


책상 위에는 낡으면서도 새것 같은 노트가 있었다, 몇몇 페이지는 수백년은 된 것 같았고,

몇몇 페이지는 바로 방금 쓴 것 처럼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다.

별 수가 없던 나는, 그 노트를 열어 첫번째 페이지 부터 읽기 시작했다.


'많이 혼란스러울 걸세, 그대가 갇힌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는 내 알 수 없으나, 이 필기의 내용을 숙지하여 나쁠 것은 없을것이니 계속해서 읽게나.'


첫줄은 약간은 정중하며 고풍스러운 말투의, 정갈한 글씨체의 글씨가 적혀있었다.


'첫번째, 빛 밖으로 저어얼대 나가지 마! 빛은 그대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세, 빛 밖에 있는게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말게나, 아는 것 자체가 엄청난 문제가 되니까!'


어린아이가 휘갈긴 것 같은 글씨와 위의 정갈한 글씨가 섞여서 적혀있다,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을 보니 같이 썼나?


'두번째, 바닥 이외에 곳에는 앉거나 눕지 말게, 수술대, 화려한 의자, 벤치, 무엇이 되었든간에 말이야, 그것들이 무슨 기능을 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걸세.'


'세번째! 최대한 행복하게 있어! 엄마 아빠 생각도 좋고, 아니면... 생일파티도 좋겠다! 기억하게, 행복은 마음의 빛일세, 녹색 전구가 몸은 지켜주어도 마음은 지키지 못하니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게나.'


계속해서 노트를 읽으려는 찰나, 철문이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그곳에 정신이 팔렸으나, 시야가 돌아가는 찰나에 보인 '문이 흔들린'이라는 문장이 보였기에 다시 노트에 시선을 고정했다.


'네번째, 이쯤 읽다보면 굳게 닫힌 철문, 혹은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나무문, 어찌되었건 출입구가 될만한 것이 외력에 의해서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걸세, 절대, 열지, 마, 이곳에 인간 중 자신 말고는 정상이 없다고 생각하게, 그것이... 인간이 아닐 수도 있고.

철문에 경우에는 나을 걸세, 밖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부술 수는 없을테니까, 허나 그대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 나무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네,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생각을 비우게, 긴장을 풀고 어디든간에 숨어있게나, 그러지 못하겠다면 대항할 준비를 하게, 뭐 어차피 죽을테지만!'


나는 점점 지금 사태를 파악해가려 시도하고 있었다, 어느 부자의 악질적인 취미인가? 아니면 내가 초자연적 현상에 휘말린 것인가?

어찌되었건 내게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닐것이다, 내 문은 철문이였기에 나는 뛰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며 계속해서 노트를 읽어갔다.


'다섯번째, 이 상황을 타개하려 시도하지 말게, 모든 시도는 끔찍하게 끝날테(지우개로 지운 듯 번져있다), 너를 보호할 수 있는 무기를 찾아, 어떻게 해서든 이 거지같은 곳을 빠져나(지우개로 지운 듯 번져있다), 그대가 있는 방에 그대로 머물게, 배고프지도 졸리지도 않을테니 몇날몇일이고 버틸 수 있을걸세.'


'망할 다섯번째! 위에 있는 미친 영감의 밀은 믿지 마, 철문이 버티는 것 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뜯길거고 어둠속에서는 시야가 줄어드는 것 말고는 별거 없어, 굳이 행복하려하지마, 그건 절망만 찾고 있는게 아니니까, 어떻게 해서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여섯번째,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마, 여기선 아무것도 안죽어, 좋다만 어느면에선 불행이지, 너를 위협하고 고문하는 것들도 죽지 않을테니까.'


'일곱번째, 만약 방에서 나갔다면 언제나 경계하게, 너무나 다양한 위협이 그대를 찾아올테니, 너무나 끔찍해 적을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그대에게 고통을 주려할 걸세, 허나 버티게나, 정확히는 버텨야만 하네, 자네는 이 끔찍한 공간에서 죽을 수 조차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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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 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