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시각각 닥쳐오는 죽음에 의연하게 대치하려 노력한다. 돌이켜보건대 북남조선시대에 평탄치 않은 생애를 살아왔으나 내가 걸어온 길을 두고 후회하지 않는다. 감방에서도 하루 몇 차례씩 남조선 해방전쟁 전후 혁명전사로서 젊었던 한 시절, 무지개 같았던 나날과 너와 피아노를 연주하던 즐거움을 되새겼기에 그 긴 날들을 평상심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너희들은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서 초심에 흔들림 없었던 친구, 가족, 인연으로 나를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