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수십년째 "흑인이 경찰한테 부당하게 쳐맞거나 사살당함->시위->폭동과 약탈->진압->끝". 싸이클 무한반복 중이다. 


폭동에 약탈까지 더해지는 순간에 인종차별과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에 대항한다는 대의가 퇴색되기 시작하는데, 반대로 공권력 측에는 "국민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명목이 완성된다. 시위에서 내세우는 대의를 지지하던사람들도 내세우는 가치와 현실의 괴리에 고개를 돌리게 되면 점점 시위는 점점 모멘텀을 잃어가고, 관심이 떨어진 다음엔 공권력이 눈치안보고 신나게 진압하고 또 다른 흑인/유색인종 폭동으로 기록되고 흐지부지 되는거다. 


체인 업체들은 매장 수십 곳이 수십번 털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약탈의 주요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일단 한번 당하면 실제로 가장 크게 데미지를 받고 삶이 무너질 수 있는 또 다른 취약계층들이라는걸 잊으면 안된다.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해도, 공공기물 파괴에 정당성을 부여해도, 심지어 약탈행위에 어느정도 정당성을 부여해도, 결국에는 정당화 할 수 없는 선이 존재한다. 개개인마다 그 선은 다르겠지.


지금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모멘텀을 잃는 것이 두려워서 "폭력과 약탈은 극히 일부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폭력과 약탈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주제를 돌리려는 의도이며, 너는 생명보다 재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이라는 반증이고, 결국 인종차별을 묵인하는 기득권일 뿐이다"라고 몰아간다.  하지만 이건 지극히 얄팍한 눈가리고 아웅이다. 폭력과 약탈을 정당화하려는 논리 자체가 절대적으로 감정에 호소하고 있으며 온갖 논리적 오류를 골고루 범하고 있기 때문에. 따라서 그러한 억지 흑백논리는 대의에 동의하던 사람에게도 오히려 반감을 사는 법이다. 


한국의 좌파들이 어떻게 반세기도 안되어서 "반공 권위주의"가 팽배하던 갓 민주주의가 도입된 국가에 사회주의, 민중주의를 사회 담론으로 퍼트리고, 주류 정치세력이 되어 헌법마저도 바꿀 수 있었을까? 그들이 내세운 가치들이 모두 진정으로 정의로웠는가에 대해서 논하려는게 아니다. 그들이 취한 전략이 얼마나 효율적이 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점진적으로,

사회 전반에 거쳐,

쉼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퍼트리고,

설득하고 포섭한다.


이 과정이야 말로 거의 궁극적인 전략이다. 이런 체계적 전략 없이 주요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않다. 예외적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총대를 매거나, 혹은 급진주의적 접근법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낼 수야 있겠지.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낸다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후일 또 다른 문제가 그로부터 파생되기 쉽상이다. 뭐든지 전략과 장기적 비전이 중요한 법이다.


이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좌파들의 전략은 실로 명민하고, 미국의 인종차별/폭력경찰에 대응한 사회운동은 참으로 조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