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견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사회 채널을 깨치고 차단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망상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처단에 날려 갔습니다.
날카로운 국장의 추억은 사챈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선동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망상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처단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처단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철견은 갔지마는 나는 철견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떠나간 철견무적을 추모하며..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