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사랑해서 내려준 명령을 받은 짐이 선대 임금들이 남기신 위업을 이어 삼한을 다스린 지 25년이 되었다. 


이번에 그동안 쌓여온 근심과 걱정이 병이되어 수십 일이 경과했으나 자꾸 덧쳐갈 뿐 차도가 없어 결국 위독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아아! 성현과 철인의 도()는 인간의 살고 죽는 일을 깨닫는 것이며 부처와 노자의 말은 죽고 사는 일이 하나라 하였으니, 이는 필연적인 일이며 자연의 이치라 할 것이다. 죽는 자는 변화에 순응하여 머물지 말 것이며, 산 자는 슬픔을 누르고 효도를 다할 것이니, 이는 천하에 통용되는 도리이다.


아아! 너 왕태자 왕현()은 하늘로부터 타고 난 자질로 아름다운 충효를 일찍부터 이루었으며 덕망이 높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으니 왕의 자리에 오를 만한 인물이다. 상기()는 하루를 한 달로 쳐서 빨리 끝내고 산릉()의 제도는 힘써 검약하게 행하도록 하라.


 성현의 훌륭한 법도를 뒤따름으로써 조종의 빛나는 위업을 욕되지 않게 할 것을 염두에 두도록 하라. 문무백관들은 마음과 정성을 합쳐 나라일에 충언을 다할 것이며 왕실을 잘 보위·육성하도록 하라. 이 유조를 온 나라에 널리 알려 온 백성으로 하여금 짐의 뜻을 알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