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한테나 예의를 지켜야 예의지국이지

쉽게 말해서 힘 쎈 놈한테만 예의를 지킨 거야

그게 무슨 예의지국이야 강약약강지국이지

윗사람한테 지키는 예의도 있지만 아랫사람한테 지키는 예의라는 것도 있는 거임

이를테면 아랫사람이 내게 절을 올리면 서있거나 누워서 절을 받지 않는 것이 아랫사람에게 지키는 예의임

근데 조선시대라고 해서 하대하는 예의가 있었느냐

양반들이 상놈들한테 얼마나 오만하게 굴었냐

의식 있는 양반들이야 이보게 저보게 했겠지만 대부분 양반들은 이놈아 저놈아가 일상이었는데


인조 때의 조선은 명나라한테나 예의를 지키던 나라지, 다른 국가한테는 오만불손하기 이를 데가 없었음

청나라 쪽에서는 전쟁 일으키기 전에 여러 번 조선에 화친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인헌왕후(인조의 엄마)가 죽었을 때 친히 사신을 보내 조문케 하기도 했는데, 인조는 이 사신들을 추운 날 바깥에 한참을 세워놓고 문상도 안 받음

(인헌왕후는 설 좀 지나서 죽었으니 엄청 추운 때였음)

이게 상가의 도리냐?

일반 상갓집에서도 이렇게 하면 욕 먹는 판에 하물며 한 국가의 사신을 그냥 오랑캐라고 바깥에 세워놨음


청나라를 얼마나 오랑캐라고 개무시를 했냐

그런데 청나라는 우리가 아는 오랑캐 이미지도 아니고 꽤나 신사적인 국가였음

광해군이 명군 측에 원병은 보내지만 당신들과 싸울 뜻이 없으니 살려서 보내달라고 하니까, 포로들은 정말로 살려서 돌려보냈고, 장군 강홍립만 붙잡아놨는데, 강홍립에게도 극진한 대우를 한 것으로 알려짐


결국 조선이 먼저 깐족거린 게 전쟁의 원인이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