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부르는 외국 왕실 호칭은 다 구한말~일제강점기 때 태어난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부 초기에 붙인 이름인데

이 시기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선시대 제후국 용어가 익숙하니까 그렇게 번역해서 붙였겠지

고려시대에 독립국 용어가 어떻게 되는지는 몰랐을 것 같음

그럴만 한 게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고려시대 사극이 처음 나온 것이 2000년에 나온 태조 왕건이었을 정도니까 민간인들이 고려시대에 대해서 얼마나 무관심했겠냐

하물며 고려시대 때 썼던 독립국의 왕실 용어 등을 어찌 알았겠어

(구한말에 잠깐 조선도 칭제건원 하기 전에 독립국이 되어서 왕후폐하, 왕태자전하, 왕태자비전하 등으로 부른 기록이 있긴 해도 기록을 상세히 당시에도 갑작스런 체제 변환에 호칭에 혼란이 상당했던 것 같음)


특히나 다이애나 왕세자비 같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제후국인 조선에서는 왕세자빈이라고 하였지 왕세자비라는 용어는 사용한 적이 없음

그러면 이런 혼종은 어디서 파생되었을까?

한국사에서 유일하게 '왕세자비' 칭호를 달고 계셨던 분이 있는데 바로 이왕세자(영친왕)의 부인인 이방자 여사가 이왕세자비라는 칭호를 달고 있었다

'빈(嬪)'이라는 계급이 없었던 일본의 특성상 이왕세자의 부인도 이왕세자비라고 불렀던 걸로 보임

즉, 이게 완전히 조선시대 왕실 용어도 아니고 일제강점기 당시의 이왕가에서 쓰던 용어를 갖다 쓴 거지


이런 이유 때문에 아마도 찰스 왕태자가 찰스 왕세자가 되었고, 다이애나 왕태자비는 다이애나 왕세자비로, 메리 대왕태후는 메리 대왕대비로 번역된 게 아닌가 싶음


안 그래도 이것 때문에 영국대사관에 한국인들이 칭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영국대사관에서는 동아시아의 체제가 어찌되는지 잘 몰라서 그러는 건지 그냥 그대로 왕세자, 왕세자비 호칭을 써달라고 답변을 해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