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리꼴레리 치이는 괴물이래요 괴물이래요






치이는 괴물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너 지난번에 해물비빔소스 같은것도 맛있다고 먹고, 팔도 막 늘어났잖아 그게 괴물이지 괴물 아니면 뭐야?





하지만... 해물비빔소스는 맛있는걸... 그리고 치이는 괴물아냐...!!






자꾸 거짓말하는거보니까 진짜 괴물이구나!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랬어! 에잇!






아얏!!!






치붕쿤 너어어어!!!!






하하하 나 잡아봐라!!!!





치이와 나는 그냥 이런 사이였다. 같은 동네,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 내 인생에서 항상 치이는 옆에 있었다.

치이 역시 항상 내 옆에 서있었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왔기에 어느 순간 치이를 이성으로 의식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난 솔직해질 수 없었다.

왠지 말하는 순간 놀림받을 것 같다는 치기어린 불안감, 그리고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가 우리의 관계를 편한 친구 관계로 유지시키고 있었지만 매일 치이와 함께하는 삶이 행복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국방의 의무라는 저주스러운 굴레에 갇혀 치이와 멀어지게 됐다. 하지만 그런 굴레 속에서도 날 지탱해준건 치이의 작은 편지들이었다.





안녕 치붕쿤? 열심히 훈련받고 있지? 

난 대학교에서 이번에 신입생 OT 장기자랑에 나가게 됐어.

헤헤 사진 이쁘지.

빅캣이라는 옷을 입고 춤춰본건데 되게 재밌더라. 다들 친절해!

치붕쿤도 나중에 꼭 나와서 봐줬으면 좋겠다.






이거 봐 치붕쿤 친구가 새로 사준 옷이야.

조금 헐렁하지만 그래도 귀엽고 재밌어서 매일 입고 다녀.

치붕쿤은 잘 지내고 있니?






안녕 치붕쿤, 지금 별을 보면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겠구나.

힘내.






치이...



조금씩 편지가 짧아지긴 했지만 그건 그만큼 치이가 열심히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리라. 나는 군대 속에서 치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전역하면, 치이를 다시 한 번 만난다면 치이에게 꼭 고백하리라.

지금까지의 인생을 함께했듯 치이와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었, 아니 치이가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군대를 다녀오고 어느 날 오래간만에 치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치이! 오래간만이야!






치붕쿤! 이게 얼마만이야? 옷도 되게 깔끔하게 차려입었네? 멋진걸?






ㅎㅎ 그래? 고마워. 근데 너도 많이 바뀌었는데? 예전엔 옷 되게... 대충 입지 않았었나...?






아무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다보니 좀 옷을 신경쓰게 되더라구. ㅎㅎ 아 미안 나 술은 사양할게.





오래간만에 본 치이는...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있었다.

예전의 귀엽고 발랄한 치이라기보단... 그래 성숙하고 고혹적인 누나에 가까운 매력.

새삼 치이가 더욱 이쁘게 보였다.





흠흠... 그, 근데 어쩐 일로 먼저 연락한거야? 한동안 연락 뜸하더니. 시험기간이었어?







뭐 시험도 시험이지만 다른 일들도 있었거든. 사실 치붕쿤한테 제일 먼저 축하받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







? 축하? 무슨 일인데? 지난번에 팀업 과제로 준비한다던 공모전 말하는거야?







어머 뭐야 치붕쿤, 그런 것도 기억하고 있었어? 







우리가 알고 지낸게 몇년인데. 치이에 대한 일이라면 뭐든지 알고 있지. 엄청 좋은 일인거 같은데 1차는 내가 쏠게!








정말 멋져 치붕쿤. 사실 이렇게 따로 부른건 말이지 치붕쿤한테 축하도 받고 소개시켜줄 사람도 있어서야. 치붕쿤도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서.








치이가 소개해주는 친구라면 당연하지!







아 저기 왔다! 이쪽이야~!!!







안녕~ 치이! 오늘 옷 되게 이쁘게 입고 왔네? ㅋㅋㅋ지난번처럼 이상한 옷 아니어서 다행이다. 오늘은 속옷 제대로 입었지?







아앗! 하루 너... 너 진짜...!! 






처음보는 여자. 치이와 단짝친구인것일까?

서로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고 거리낌없이 친근감을 표출하는 것이 굉장히 가까워보였다.






아 맞다, 소개할게 이쪽은 치붕쿤이야. 내 소꿉친구고 최근에 전역했어. 그리고 치붕쿤은 아마 기억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쪽은 하루야.








반가워 치붕쿤. 나 기억할지 모르겠네? 라이언 고등학교에서 댕라랑 지민이랑 닌니랑 마리랑 같이 다녔었는데 기억나?






아... 아아...! 그 하루... 하루 에스티아...?!







기억 속 깊숙한 곳에서 떠오른 그 이름. 하루 에스티아.

분명히 사귀는 여자를 1달마다 갈아치우다가 나중에는 한꺼번에 여러명이랑 사귀게 됐다는 그 사람 아닌가.






아 기억하는구나 역시! 맞아 그 하루 에스티아야. 그나저나 치붕쿤은 하나도 변한게 없네?







그, 근데 니가 왜 여기 온거야...?







그거야 당연히~ ㅋㅋㅋㅋ... 아 ㅋㅋㅋ 치이 네가 대신 말할래?







으응... 조금 부끄러운데 알겠어... 치붕쿤 사실 있잖아... 우리... 사귄지 오늘로 1년째야.






뭐?







자,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하루랑 사귄다고...? 그것도 1년째 사귀고 있다고...?







맞아... 하루는 말이지... 항상 친절하고 술에 취한 사람들을 끝까지 챙겨주고, 재밌는 장난도 많이 치지만 항상 날 먼저 배려해줘.

치붕쿤처럼 날 놀리긴 하지만 그 속에 애정과 사랑이 느껴졌어...

날 괴물이라고 놀리지도 않았고 함부로 때리지도 않았어... 치붕쿤보다 훨씬 착하고 친절해.

그리고 침대에서 얼마나 대단한데.







잠깐만...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치붕쿤은 고등학생때 내가 옷 갈아입는거 몰래 훔쳐봤지...?

그리고 군대 가기 전에 술에 취해서 내 앞에서 드러눕고 바지 벗었을때 다 봤어. 치붕쿤의 허접뻔데기자지. 심지어 내가 싫다고 했는데 치근덕거렸잖아.








그... 그건...







뭐 놀랄 것도 없어. 쉽게 말하자면 치이는 이제 내 여자라는거지.








마쟈... 난 하루의 여자야... 하루는 말이지 수컷으로서도 암컷으로서도 대단해...

나한테 암컷의 기쁨을 알려줬어...

나한테 행복을 알려줬어... 치붕쿤은 재밌고, 착하지만 단지 그것 뿐... 하루처럼 날 암컷으로 복종시키는 수컷은 아냐.







치... 치이...








그러고보니까 치붕쿤이 1차는 쏜다고 했었나? 근데 어쩌지 1차에서 끝날거 같은데. 난 치이랑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해놨거든.





하루가 차키를 꺼내자 바깥에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가 우렁찬 배기음을 내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하루의 차를 구경하고 있었다.







걱정마 치붕쿤. 내가 치이를 버릴 일은 없다고. 그도 그럴게 지금 치이 뱃속에는...







그만, 그만해!!!!!!















어컥...!!!








수컷으로써 패배했다고 그렇게 주먹부터 나가다니 치붕쿤은 정말 기대 이하네. 치이, 난 먼저 나가있을테니까 천천히 나와.







으 치붕쿤... 예전부터 맘대로 안되면 땡깡 부리는건 알고 있었지만...

실망이야. 앞으론 연락하지 말아줘.








치이... 가지마... 치이...







그렇게 치이와 하루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사라졌다.








10개월 뒤 전자청첩장 속에서 보이는 치이는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었다.

하루의 뒤에는 스텔라, 릴리, 마리, 지민이, 나비, 그리고 행복한 듯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어윈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단지 치이를 추억하는 것 뿐.

액자 속 치이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빛바랜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조금만 더 솔직했다면,

조금만 더 상냥하게 대해줬다면,

아니 놀리지 않았다면...

치혐을 멈췄더라면 난 지금쯤 치이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 않았을까...


부질없는 이야기였다.

치붕쿤은 눈물을 흘리며 오늘도 소주를 까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