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보통 가위를 되게 잘 눌리는 체질이라 가위눌림에 대한 공포심은 전혀 없었음.
(가위눌리면 휙휙 움직여서 풀고, '아 ㅅㅂ 그런갑다' 하고 다시 자는걸 거의 매일 반복했지.)

근데 예전에 너무 생생하고 소름돋았던 경험을 해서 여기에 한번 풀어보려고.
아마 고1때 다니던 독서실이었을 거야.
한여름이었고, 저녁 8시 정도에 1인실에서 공부중이었는데 그날따라 내 호실에 사람이 없었어.
(그렇게 시설이 좋진 않은 독서실이라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공부하다 보니 너무 졸려서 왼쪽팔을 베고 오른손은 허벅지에 올려놓은 채 쪽잠을 잤지.
바로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꿈 속에서 난 넓은 초원 위의 어떤 벤치에 앉아있었어.
순간 왜인진 모르지만 꿈이란걸 바로 자각했지.
뭔가 해보려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
그저 자각만 한 상태로 벤치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옆에 와서 앉더니 내 귓가에 뭐라뭐라 속삭이면서 내 오른손을 악수하듯이 스윽 잡더라고.

근데 이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와 내 오른손을 잡은 그 사람의 손의 촉감이 너무 생생한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같은거야.
순간 깜짝 놀라서 깼는데, 제기랄 엎드린 채로 가위에 눌린 상태였음.
바로 옆에선 그 꿈에서의 누군가가 그 차갑고 매마른 손으로 계속 오른손을 잡고 귓가에 뭘 속삭이고 있더라고.
한평생 가위에 눌려오면서 이렇게 생생한 경험은 처음이라 순간 너무 패닉해서 깨려고 노력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책상에 엎드린 상태로 가만히 있었음.

시간이 얼마나 지난진 모르겠는데 어느순간 속삭임이 사라지고 가위가 풀리면서 확 일어나 앉아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생각하며 가만히 멍 때리다가 ,
진짜 누군가 왔다갔나 싶어서 여기저기 확인하고 다녔는데 아무도 없더라.

아직까지도 가끔 꿈 속의 그 사람 같은 존재가 누구였을까에 대해 생각해.
키가 큰 남성이고 검은 정장에 중절모를 썼었던거 같아.
피부색은 거의 하얗다 할 만큼 창백했음.
체온도 굉장히 낮고 수분도 전혀 없는 꽤 큰 손이었고.
그 후로 가위눌림 및 자각몽 속의 존재 관련 주제로 여기저기 검색해보니까 드림워커 디스맨 괴담이 나오더라.
그 존재의 얼굴까지는 정확히 보지 못해 좀 아쉽네...


그냥 한여름 저녁의 독서실에서의 기묘한 경험에 대해 두서없이 적어봤어.
너무 현실같고 소름돋았던 경험이라 아직까지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네...
계속 눈팅만 하다 내 경험도 조금 써보고 싶었음.
필력이 딸려서 글로 설명하려니 어렵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