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3년 12월 25일, 화요일.

옆집 화장실에서 계속 물소리가 난다.
어제부터 계속.
거슬려. 존나 신경쓰여.
첨벙첨벙 하는 소리가 거의 하루종일 난다.

씨발.. 여자 신음소리도 난다...

옆집 문을 두드리면서 화장실에서 작작 쳐하라고 소리쳤다. 내일도 또 이러면 관리실에든 경비실에든 연락할 거라고도 했다.

그 집 사람, 끝까지 안 나오더라..?

그래도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그만하겠지.
내일은 휴일도 아니고..

시발 가뜩이나 방음도 안 되는데.

이사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생기냐.







■■23년 12월 26일, 수요일

옆집 화장실에서 자꾸 물소리가 들린다.
또!

이번엔 물을 계속 틀어놓기까지 한다.

첨벙첨벙 하는 소리는 좀 줄었는데.

문을 쾅쾅 두드리니 흠뻑 젖은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나왔다.

화장실에서 대체 뭘 하시는 거냐고, 자꾸 이러면 진짜 관리사무소에 연락할 거라고 잔뜩 화냈더니 남자는 의외로 쉽게 사과했다.

애인분과 한창 좋을 때인 건 알겠는데, 크리스마스라도  집에서는 적당히 해 달라고 했더니 미친놈 보듯이 보더라.

뭐지?








■■23년 12월 27일, 목요일.

그 남자가 찾아왔다.

사실은 이사 가는 친구가 키우던 커다란 물고기를 맡기는 바람에, 둘 데가 없어서 욕실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어제는 물을 갈아 줘야 했다나?

그럼 여자 목소리는 뭐였지? 물고기 수조 옆에서 섹■를 했다고?

하여튼 곧 다른 둘 데가 생긴다니 다행이야.
저 지긋지긋한 소음이 사라진다니.

저녁 내내 소리가 심하게 났지만 곧 끝난다니 참았다.

저 사람도 곤란했을 텐데 좀 미안하네.







■■23년 12월 28일, 금요일

갑자기 비린내가 존나게 난다.
아침에도 그것때문에 새벽에 깼다.

씨발 좆같이 불쾌한 냄새다.

옆집에 항의하려고 나갔더니 그 남자랑 마주쳤다.

수돗물이라 그런지 물고기 상태가 안 좋아져서, 몇 마리 죽었다고 했다.

되도록 빨리 처리하라고 화내고 돌아왔다.

오전 내내 샤워기 소리가 계속 났다.

다행히 첨벙첨벙 하는 소리는 거의 없었다.

설마 다 죽은 걸까?







■■23년 12월 29일, 토요일

오늘은 웬일인지 별 소리도 냄새도 없었다.

점심 먹으려고 나가는 길에 락스랑 세제, 방향제 같은 것들을 잔뜩 사들고 가는 옆집 사람을 만났다.
집에서 비린내가 안 빠진다고 곤란하다더라.

집을 다 청소하고 나면 밥이라도 사겠다고 하던데,
바깥에서 보니까 생각보다 잘생겼었어.







■■23년 12월 30일, 일요일

고백받았다. 그 옆집 남자한테.

밥 사겠다더니 이렇게 되네

이름은 김성환이래.
이름까지 잘생겼다...






■■■■년 12월 31일, 월요일

성환씨 집에서 홈데이트 하기로 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애인 집에서 보낼 수 있다니.

살아있길 잘했다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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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생각이랑 좀 달라져 버렸다
ㅋㅋㅈㅅ...

 안전안내문자 특) 겨울인데 폭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