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게 수정란을 착상시키고 10달 정도가 지난 어느날,

돼지는 미처 배를 가르기도 전에 홀로 출산하여 털없이 매끈한 연분홍색 살덩이 속에 꿈틀거리는 아기를 품고 있었다.


내가 돼지의 품에서 아기를 꺼내려 하자, 입을 쩍 벌리고 "꾸왜액~!"하는 괴성을 내지르는 돼지.

그런 돼지의 기세에 눌려 멈칫하고 있을때, 아이는 놀라 울기 시작한다.


"으아앙~!"


내가 울음소리에 놀란 것처럼 돼지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돼지는 고함을 지르는 것을 멈추고 넓적한 코로 아기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유두로 유도하였다.

돼지처럼 돼지의 품을 파고들어 돼지젖을 먹는 아기.

내 눈에는 이 아기가 돼지의 몸에서 태어난 최초의 인간이 아닌, 그저 자궁을 재공했을 뿐인 돼지와 닮은 한마리의 돼지처럼 비쳐졌다.

사람처럼 울고 사람처럼 생긴 돼지말이다.


나는 시선을 최초로 인간을 낳은 돼지에게로 옮긴다. 

긴 속눈썹이 난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킁킁거리는 코로 아기를 어루만지는 돼지.

연분홍색 매끈한 피부가 마치 사람의 그것인 것처럼 보였기에, 내 눈에는 마치 이 돼지가 마치 사람처럼 비쳐졌다.

사람을 낳고 사람을 안은 채 돼지 젖을 먹이는 사람.


그렇기에 이 돼지가 더 역겨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돼지에게 풍기는 돼지냄새도 역겹고, 무언가 이질적인 돼지의 울음소리도 역겨웠다!

무엇보다 역겨운건 아기를 내려다보는 돼지의 자애로운 눈빛이다!

아기가 돼지의 젖을 먹을수록 돼지와 사람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역겹기도 하지!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던 내가 전기충격봉을 집어들자, 돼지는 그저 조용히 촉촉한 눈망울을 끔뻑이며 나를 올려다본다.

마치 호소라도 하는 듯이.


돼지의 시선에 내 시선과 겹친다.

내 시선이 돼지의 시선과 겹친다.

깜빡이는 푸른 눈동자.

사람처럼 깜빡이는 돼지의 눈동자.

그 너머에서 느껴진 희미하지만 선명한 빛을 본것만 같은 나는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돼지인간은 인간인가, 돼지인가?"




개 산책하면서 생각했을 때는 존나 무서웠는데, 막상 쓰니 별로네.

암튼 난 사람가지고 하는 금단의 실험이 그렇게 무섭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