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에 대한 분노, 세상에 대한 원한이 눈에 잔뜩 서려 있었다. 교통사고의 영향으로 분홍빛 드레스에 흐트러진 금발 머리는 물론이고, 얼굴과 몸뚱이에 피칠갑을 하고 달려오는 꼴이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을 실제로 체험해보는 것 같아 더욱 소름이 끼쳤다.



" 씨이발, 거꾸로 매달린 채로 달려오니까 완전 엑소시스트잖냐 저거?! "


" 조용히, 빌. 지금만큼은 상황에 집중해. 말장난 할 타이밍은 나중에 잡도록 하고. "



섬뜩한 외형으로 다가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드윌리와 그걸 진정시키는 노암, 당장에 눈앞의 위험을 피하는게 우선이었다. 저 여자에게 닿는다면 당장 우주 바깥으로 떨어지는거니까. 정신줄 꽉 붙잡고, 이 거꾸로 된 시야에서 익숙해질 동안 그녀를 피해다니기로 하였다.


어떻게든 그녀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드윌리는 어떻게든 땅바닥을 쳐내어 높이 뛰어올라 주변 건물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노암과 게리는 어떻게든 그녀를 멀리하려 끝까지 달려갔다. 어느 정도 멀리 떨어졌을 즈음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야는 여전히 거꾸로지만 숨통이 잠깐은 트였다 싶었다.



" 좆됐네. 노암... 일단 저 여자의 손만 안 닿으면 되는 문제니까, 어떻게든 이 시야에 익숙해질 틈에 족치러 가자고. "


" ...당장엔 무리다. 공중에 매달리는 기분인지라 메스꺼워지고 심장이 벌벌 뛰고 있거든, 진정할 틈이 있어야할 것 같다. "


" 뭐? 씨이발, 너 고소공포증이라도 있는거냐? 니하학, 상황 좆같네 이거... 어떻게 하지? "



참 사람 심리라는게 이상한 것 같다. 동영상으로 1인칭 롤러코스터 영상만 보는 것도 무섭다 하는 인간들도 존재하기 마련이었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시야가 바뀐 것만으로도 예민해지는 인간들도 있었기에, 하지만 씨발 그게 지금이어야 되냐고. 게리는 절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어떻게든 진정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 했다.


주요 딜러 두 명이 당장 곤경에 처한 상태였으니, 여기선 이쪽이 나서야 했다. 한 놈은 떨어져있고, 한 놈은 몸뚱이가 정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마냥 심한 증세를 보이고 있었으니. 결국은...



" 일단, 준비되면 내가 나가볼테니까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노암. 보아하니 제대로 움직일 정신 상태도 아닌 것 같으니까. "


" 뭐? 안된다, 게리. 스탠드마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뭘 한다고 그러는거냐, 가만히 있어라. 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 "



아직 알릴 준비조차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생로랑은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나은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내가 나서서 무의식적으로 '능력'을 꺼내게 된다면, 광신도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문이 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사건을 해결할 주요인물 하나가 허무하게 죽는 꼴을 보게 될거다.


결국 잠깐동안 심각하게 고민을 한 끝에, 게리는 역시 손해가 적은 더 나은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나서서 돕는 것, 어차피... 언젠가는 제 능력의 진실을 알렸어야 했던 건 맞았으니까 말이다. 


고민에 대한 결정을 내렸던 그 순간에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욕설을 울부짖는 저 멀리 드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엄청난 기세로 우주 바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건물 잔해들과 그 위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드윌리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 세상은... 썩어버렸고, 누군가의 죽음은 그저 남들의 관심 유도를 위한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렸네. 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변한걸까, 응? 거기 윗쪽에 있는 구레나룻 돼지새끼! 내가 너한테 묻고 있잖아!!


세상 믿을 새끼 하나도 없어, 다들 겉으로는 안타깝다, 정말 안됐다. 고작 말 뿐이고, 정작 진짜로 뒈졌을 때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사람은 하 - 나도 없잖아! 모두가 휴대폰을 들고 사진만 찍고 있을 뿐이야! 뉴스도, 기자 새끼들도, 인간년놈들도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도 존나 이기적이야! 이런 잔인한 세상따위 다 뒤집혀 죽어버려!! "



사람 한두 명 뒤집을까 말까 싶었던 그녀의 능력이 어느새 건물 하나를 통째로 뒤집어 엎어버리는 수준까지 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위로 솟아오르는 건물 잔해들에 드윌리마저 빠져나오기 애매한 상황이었지.


건물 잔해들이 거의 쏟아져 천장만이 남아 흔들릴 때, 드윌리는 결국 무게 중심을 못 버티고 미끄러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운 좋게도, A.D.D를 이용해 옆 건물 틈새를 잡아내긴 했지만... 이 건물도 곧 얼마 가지 못할거란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건물마저 거꾸로 솟게 만들어 버리는데, 옆 건물이라고 불가능할 건 없었으니.



" 건물을 붙잡는다고 뭐가 되는줄 알고? 이것도 우주로 떨어뜨리면 그만이야, 떨어져 뒈져버려! "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옆건물까지 건드려 전부 우주로 떨어뜨려버리자, 그제서야 잡고 있던 건물마저 놓아버렸고, 높이 떨어진 순간 A.D.D로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였다.


여전히 바닥에 세게 넘어진 듯한 충격으로 골골 앓는 건 마찬가지였고, 눈앞에서 여자가 다가오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드윌리는 찢어진 피부에서 나오는 피를 바라보며 다시금 지금 상황을 인지하였다.


눈앞의 여자에게 잡히지만 않으면 된다. 여자가 그 밤하늘 별자리를 따온 듯한 스탠드를 앞세우며 걸어오고 있던 그 순간에, 그대로 A.D.D의 엄청난 스피드로 명치를 한 대 가격해보였다.



" 케헥, 컥... 하, 하... 방금까지 교통사고로 생사를 왔다갔다하던 환자한테 주먹이 잘도 날아오는걸? "


" 미안해, 이쁜 아가씨. 난 웬만해선 나보다 약한 사람은 때리질 않는데... 당장 그쪽은 강해보이잖아. 한 번 닿으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당장 내 동생이랑 비슷하게 생겨선 말이야... 왜인지 죄책감이 드는걸. "



낄낄... 자기 딴에 신사답게 웃어보이면서 나름의 말장난을 해보였다. A.D.D로 충격을 흡수한 것마저도 부족했던건지, 먼저 부딪혔던 팔 한쪽이 그대로 부러져버린 것 같았다. 이래서야 A.D.D도 팔 한쪽을 못 쓰게 될텐데, 거기다가 시야까지 뒤집힌 상태에서 저 여자의 주먹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대로 뒈지길 기다리는 수밖엔 없을까. 생각한 순간 뒤에서 엄청난 충격 소리와 함께, 여자는 허벅지에 엄청난 충격을 받으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뒤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게리 생로랑, 둘이 서로에게 정신을 팔렸을 즈음에 허벅지를 다리로 가격한 것만 같았다.


때린 쪽도 아팠는지, 허벅지를 가격한 게리 쪽도 정강이를 부여잡고 골골거리며 입을 열었다.



" 아으, 썅... 정강이야. 미스터 라르손? 설마하고 여기서 허무하게 뒤질 생각은 아니시죠? 우린 아직 해야할 거리가 남아있다니깐. "


" 내가 여기서 쉽게 뒈질줄 알았냐, 힐러 새끼야? RPG 게임 파티에서 딜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데, 내가 그냥 퇴장할 수야 없지. "



허, 참... 게리가 대답대신 콧방귀를 뀌며 빌을 바라보았다. 딜러가 두 명 있다는 이야기로 반박하는 건 당장엔 안하기로 하고, 그렇게 시야가 뒤집힌 답없는 남자 둘과 위험한 여자 하나의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잡히면 이대로 우주의 먼지가 되리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 드윌리와 게리는 서로 눈빛 교환만을 이어갔다. 방금의 충격으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소녀가 소리쳤다.



" 씨이발새끼들! 개좆같은 새끼들이 사람 다리를 걷어차놓고 무슨 눈빛을 교환하고 있어!! 텔레파시냐? 게이새끼들이야?! 야마가 확 돌아버렸으니까 니네 둘다 저세상으로 날려보내줄게! " 



소녀가 일어서서 가장 먼저 노렸던건, 가까이 있는 게리 쪽이었다. 어떻게든 그녀의 손길을 피하고, 그녀의 스탠드가 뻗는 손까지 능숙하게 피해보이며 당장엔 잘 피해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방금까지 거꾸로 뒤집힌 시야에 익숙해졌던 게리는, 갑작스럽게 바뀐 시야에 놀라 몸에 중심이 흐트러지며 앞으로 쏠려 넘어져버렸다.


드윌리가 상황을 인지하고 뒤늦게나마 A.D.D의 손을 뻗어보였으나 이미 때는 늦어버렸고, 넘어져버린 게리의 발을 끝내 만져버린 소녀의 스탠드가 섬뜩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꺄 ㅡ 하하하하!! 이걸로 한 놈 뒈지는구나! 이걸 어쩌니, 쬐그만 땅꼬마가 저 하늘로 먼저 떨어지게 생겼는걸?! 그래도 걱정마, 팔병신 구레나룻! 먼저 날아간 친구가 외롭지 않게끔 너도 하늘로 보내줄테니까 말이야! 우주의 별자리가 되어주면 참 좋겠는데에 ㅡ ? " 



여자의 섬뜩한 소리와 함께, 게리의 몸이 점차 붕 떠올라 우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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