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떠올라 사라지지 않는 긍지 높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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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노인을 알고 있다! 아니! 이 눈빛과 얼굴의 흉터를 알고 있다!


시간이 흘러 중년의 모습이 된 스트레이초가 호위 파문전사들과 함께 스피드왜건을 찾아와 합장했다.


“오랜만입니다, 스피드왜건 씨. 미국으로 건너가 석유로 성공을 거두셨다지요.”


스트레이초와 달리 머리가 하얗게 새고 깊은 주름이 잡힌 노인 스피드왜건도 똑같이 합장을 하며 말했다.


“뭘요, 별것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스트레이초 씨는 변함없이 정정하시군요. 도저히 동갑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파문법은 생명의 에너지… 정말 부러운걸요. 그러면 출발 하실까요…?”


두 사람을 태운 비행기는 멕시코를 향해 날아갔다.


죠나단의 죽음으로부터 49년 후, 세월은 흘러 세대도 바뀌었다! 톰페티 노사의 후계자 스트레이초와 그 일파! 석유왕이 된 스피드왜건! 그들은 이제부터 멕시코에 어떤 것을 보러간다. 그것은 스피드왜건이 세운 재단에서 파견한 유적발굴대가 찾아낸 어떤 것! 아직까지 세간에는 공표하지 않은 그들 만이 아는 어떤 것이다!

멕시코의 유적에 들어간 일행이 가장 먼저 본 것은 재단에 바쳐진 미라였다.


“미라군요!”


스피드왜건이 말했다.


“이 미라가 당시 어떤 인물의 유골인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그보다도 이곳을 보십시오… 얼굴 옆에 새겨진 것을.”


미라의 얼굴 옆에 새겨진 것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던, 그런 문양이었다.


“돌가면! 이 유적에 돌가면의 자취가!”


1938년 미국 뉴욕!

한 상인이 덩치 큰 청년에게 코카콜라를 팔고 있었다, 청년이 콜라를 모르는 눈치를 보이자 상인이 말했다.


“뭐라고? 당신, 이 음료를 모른단 말야? 형씨, 억양을 보니 영국인인가 보네? 관광 왔어? 뭐? 이제 막 이사 왔다고? 흐음. 아무튼! 마실 거면 돈을 내. 이 나라에선 돈이 곧 법이지.”


그때, 지나가던 흑인 소년이 청년의 지갑을 훔쳐 달아났다. 상인과 청년은 가만히 소매치기를 바라보다가 상인이 놀라서 입을 열었다.


“영국 형씨! 당신 지갑이잖아! 안 쫓아가고 뭐해?!”


“헹, 얼간이! 별거 아니구만.”


지갑을 훔쳐 달아나던 소년은 거대한 손에 뒷덜미를 잡혔다.


“앗!”


소년이 자신을 붙잡은 이를 돌아보았다. 경관 두 명이 그를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크헤헤헤헤헤헤헤! 여어, 스모키! 마침내 붙잡았다~ 널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뚱뚱한 경관이 그를 붙잡아 경관봉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다. 스모키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뚱뚱한 경관은 스모키를 벽에 처박으며 말했다.

“이 깜둥이 새끼가! 이 죄만 가지고도 20년은 썩게 해주마!”


“요, 용서해주세요~ 난… 지갑을 가져온 것뿐이라고요!”


뚱뚱한 경관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치기 자식!! 난 너 같은 깜둥이들이 제일 싫어! 하지만 난 착한 사람이지! 앞으로 매주 20달러씩 가져와! 그리고 훔친 돈 절반하고! 그러면 빵에 보내는 것만은 봐줄 테니까~!”


뚱뚱한 경관은 뒤에 서있던 청년을 보고 말했다.


“이봐, 거기 도둑맞은 멍청이! 넌 그만 다른 데로 꺼져! 그리고 이 지갑은 내가 맡아두겠어!”


그 말에 청년은 머리를 정리한 다음 다시 모자를 쓰며 덩치에 비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그 뭐랄까, 그게 말이죠. 그 지갑은… 내가 그 친구에게 준 거거든요, 경찰 아저씨.”


그 말에 스모키는 물론이고 두 경찰도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니까 뭐냐… 지갑도 그 친구도 놔주셔야 할 것 같은데…”


뚱뚱한 경관은 스모키를 놓고 청년에게 다가왔다.


“애송이, 뭘 모르는 모양인데… 냉큼 잊어버려!”


옆에 있던 수염을 기른 경관도 거들었다.


“그러다 혼나, 멍청아.”


하지만 이 청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뇨, 정말 줬어요. 친구거든요, 저 아이는… 그러니 놓아주시죠.”


뚱뚱한 경관은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코를 파며 말했다.


“호오, 친구라고? 그럼 친구 이름을 말해보시지. 잘 들어, 얼간아! 우리한테 거짓말은 안통해… 우린 이 동네의 신이거든! 피차 백인이잖아? 너도 빵에 가고싶냐? 응? 등신아.”


경관은 청년의 얼굴에 코딱지를 묻혔다. 두 경관이 그 모습에 큭큭거리자 청년이 물었다.


“좀 물어봐도 될까? 도통 모르겠는데, 왜 이런 짓을 하지? 이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다는 거야?”


뚱뚱한 경관은 다른 쪽 코를 파며 청년을 비웃었다.


“의미는 개뿔! 속이 후련하니까 그러는 거다, 멍청아! 성경 말씀에도 있지! 오른뺨에 코딱지를 묻히면 왼뺨에도…”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청년의 주먹이 그 경관의 코에 날아들었다.


“어디서 기어오르고 난리야, 이 양키새끼가!”


어찌나 쌔게 때렸는지 경관의 이가 2개나 부러지고 손가락이 그대로 코를 뚫어버렸다. 뚱뚱한 경관이 고통에 몸부림치자 수염이 난 경관이 총을 뽑아 들었다.


“아앗! 이 자식, 저항하는 거냐!”


“흥! 쏠 테면 쏴봐! 하지만 각오해야 할 걸! 격철이 움직이는 순간 네놈의 손가락을 부러뜨릴 테니까! 성냥개비처럼!”


“이 거리에서 무슨! 대가리를 날려주마!”


경관의 리볼버의 해머가 작동되는 순간, 청년이 들고 있던 콜라병에 노란 빛이 일더니 그 자리에서 콜라가 폭발하듯이 솟구치며 뚜껑을 날려보냈다. 날아간 뚜껑이 그대로 경관이 방아쇠에 건 검지 손가락을 분질러 버리자 경관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 엄청난 광경에 스모키는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1938년 가을 저녁에 일어난 일이었다… 내 앞에 나타난 키가 가뿐히 190cm는 넘어 보이는 영국인은 무슨 마술을 썼는지, 건드리지도 않고 콜라병의 뚜껑을 날렸다! 기분 탓인지, 그때 내게는 그의 몸이 살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병뚜껑은 압도적인 위력으로 악덕 경찰관의 손가락을 가격… 완전히 부러뜨리고 살점마저 날려 버렸다!!’


청년은 병에 남은 콜라를 전부 마신 뒤 숨을 헐떡이다 자신이 벌인 상황을 보고 당황했다.


“허윽! 허윽! 허윽! 헉! 나도 모르게 발끈해서 또 저질렀네!! 어… 어떡하지…? 에리나 할머니에게 야단맞겠어! 야, 거기 날치기! 얼른 내빼자!”


청년은 스모키와 함께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경관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달리면서 스모키는 또 생각했다.


‘뭐야?! 어떻게 이런 녀석이 있단 말인가, 경찰관을 이렇게 만들어 놨으면서, 에리나 할머니인지 하는 사람에게 야단맞는 것만 두려워하다니! 나는 거한과 정신없이 도망쳤다…’


둘은 브루클린 대교 밑 에서야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스모키는 청년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다.


“헉, 헉, 헉… 이봐, 너, 한 가지만 물어보자… 경찰관에게 한 거! 그건 대체 뭐야? 콜라 병뚜껑 말야!”

‘그는 모른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됐다고 한다. 동물을 건드려 재우거나 출혈을 멎게 하거나… 그가 말하기로는 요절한 그의 할아버지가 똑 같은 일을 할 수 있었다나… 파일럿으로 전사한 아버지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고도 했다. 어머니도 안계시는 모양이었다.’


스모키는 다시 입을 열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날치기까지 한 흑인한테 ‘그 지갑은 준거’라고 했지. 네게 빚을 지고 말았는 걸. 나는 스모키라고 해. 네 이름은 뭐지?”


청년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활기찬 미소를 지었다.


“죠스타. 죠셉 죠스타. ‘죠죠’라고 불러줘, 에리나 할머니와 런던에서 막 이사 온 참이지… 아무쪼록 잘 부탁해!”


한껏 폼을 잡던 죠셉은 지나가던 여자들을 보며 껄떡거렸다.


“어허! 미국 girl들은 죽여주는데! 스커트 들추고 싶다야!”


죠셉의 언행에 스모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야, 이 녀석은? 뭐가 이리 경박해? 이러고도 영국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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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man in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