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2-12. 사라진 산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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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겁먹은 연구원이 소리쳤다.


“아까 기둥 속 사내 산타나는 슈트로하임 소령님…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고… 공기공급관을 통해 놈에게 들렸던 거예요!”


“이 방과 연결돼 있었나?!”


슈트로하임은 공기공급관 옆에 서 있던 병사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이봐, 거기! 공기공급관 옆에 서 있지 마라, 위험해!”


그러나 조금 늦고 말았다. 공기공급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 병사가 공기공급관 안을 바라본 순간, 내부에서 나타난 산타나가 병사의 미간을 뚫고 병사의 내부로 침투했다.


“으아아악! 놈이! 산타나인가!”


산타나에게 잠식당한 병사가 말했다.


“슈트로하임 소령님~ 왜들 그러십니까~~ 어두워서 암~것도 안 보여요~ 왜… 불을 끄신 겁니까아”


스피드왜건이 소리쳤다.


“놈이 병사의 몸속에 들어갔다!”


“다들~ 어디써~? 나 혼자 두지 마아~!”


그 모습에 다른 병사들도 공포에 질렸다. 곧이어 병사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군복을 찢으며 마치 괴물과도 같은 몸이 되었다. 전신이 부푼 모습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뭔진… 모르~지만 이렇게… 홀가분한 기분 처음이야~”


‘이럴 수가! 이런 놈이 밖으로 나갔다간… 조국에 크나큰 위협이 될 거다! 죽여야만 한다! 말살해야만 해!’


그렇게 생각한 슈트로하임은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상관없으니 쏴라! 마구마구 쏴 죽여라!”


겁에 질린 병사들의 총이 불을 뿜자 그는 총에 맞은 충격에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총알구멍에서 피를 흘렸다.


“으히히~ 간지러워~”


그러나 놈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히이이익! 역시 살아있어!”


“흐윽~! 예상 대로야~ 기관총 같은 걸로 쏴봤자 안 죽어…”


병사들은 더욱 겁에 질렸다. 산타나가 잠식한 병사는 앞으로 기어와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펴서 병사들을 겨누었다.


“뭐…뭐지, 저 손가락 모양은?! 뭘 의미하는 거지?”


병사들이 술렁일 때, 슈트로하임이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자… 잠깐 권총이랍시고 내민 것 아닐까?! 우리 흉내를 내고 있는 거야! 조… 조금 전에도 말했던 것은 내 이름뿐이었지. 내 이름을 앵무새처럼 따라했을 뿐이었어! 놈은 흉내를 내는 거다! 의미 따윈 없어! 단순한 원숭이 짓거리… 그, 그렇다면! 놈의 지능은 낮다! 원숭이 수준의 지능이라면 우리 인간이 놈을 이용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아바아!”


산타나가 잠식한 나치 병사의 턱이 뜯겨 나가며 원래 병사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네놈들이냐! 나의 잠을 방해한 것이?!”


그 모습에 방의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특히 슈트로하임은 산타나가 말을 한 것에 크게 놀랐다. 


“마… 말했다!!”


스피드왜건이 거들었다.


“지능이 낮은 게 아니야. 놈은… 고도의 지능을 가졌어!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말을 학습해버린 거야!”


다른 병사들도 그의 말에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죽어라!”


산타나의 외침과 함께 병사들을 겨눈 손가락의 끝이 찢어지더니 그 자리에서 병사들이 쏘았던 총알이 발사되어 손가락을 겨눈 위치의 병사에 명중했다. 머리를 맞은 병사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우리가 쐈던 탄환을 손끝에 모아 다시 날렸다!”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가만히 앉아 있던 스피드왜건에게 철모를 쓴 한 병사가 다가와 스피드왜건을 붙잡고 뒤쪽으로 당겼다.


“이봐, 할아버지! 위험해! 이쪽으로 숨어! 놈은 손가락으로 아까 그 탄환을 전부 쏠 거라고!”


“됐다! 누가 나치의 도움 따위를 받는다고!”


그러자 그 병사는 스피드왜건의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었다.


“나 원! 여전하셔, 이런 비상시에도 고집부리는 벽창호 영감 같으니라고.”


병사의 말에 스피드왜건은 의문을 품었다. 그 순간, 병사의 육신이 찢어지며 산타나가 뛰쳐나왔다. 무기로 상대조차 되지 않는 위력에 슈트로하임은 공포에 질렸다.


“히이익~ 내… 내가 감당할 존재가 아니야~!”


그때, 철모를 쓴 병사가 슈트로하임의 모자를 벗기더니 그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움켜쥐었다.


“야, 너! 머리카락 좀 빌리자! 좀 많이 필요해. 아픈 건 잠깐이야.”


“아야야~ 뭐 하는 거냐~! 뭐… 뭐냐 네놈! 상관에게 감히!”


슈트로하임이 무어라 하든 병사는 그의 머리카락을 잔뜩 뜯어갔다. 그 막무가내에 스피드왜건은 병사의 정체를 짐작했다.


“누구지? 저 성격은 서… 설마!”


병사는 슈트로하임의 머리카락을 오른손에 쥐고는 자세를 잡았다.


“이름하여 파문 헤어 어택!!” 


파문에 손에 쥐고 있던 머리카락이 뻣뻣하게 세워지더니 이내 병사의 머리카락 역시 곤두서며 철모가 날아갔다. 덕분에 스피드왜건은 그 병사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아아! 너는! 너는! 죠셉 죠스타!”


산타나가 날려보낸 총알들이 다른 병사들과 연구원들을 쓰러뜨리자 죠셉은 파문을 실은 머리카락을 공중에 날렸다.


“배리어다!”


총알이 머리카락에 막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살아남은 이는 배리어에 보호받은 스피드왜건과 죠셉, 그리고 우연히 그 뒤에 있던 슈트로하임 뿐이었다. 산타나는 가만히 죠셉을 바라보았다. 죠셉은 슈트로하임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말했다.


“이 머리카락, 약간 건성인 것 같은데? 관리 잘 안 하면 나중에 대머리 되겠어, 나치 아저씨?”


“너… 어느 틈에 이곳에…?”


“여, 할아버지!”


산타나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워 만지작거렸다.


“Hai…r…”


죠셉은 그런 산타나를 바라본 뒤 군복을 벗었다. 죠셉의 왼쪽 어깨에 있는 별모양의 반점이 드러나자 죠셉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거이거… 생각지도 못한 수라장에 말려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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