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2-31. 파문 고수 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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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용해까지 앞으로 7일

에이자의 적석이 상상도 못한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안 죠셉은 가만히 생각하다가도 깜짝 놀랐다.


‘와무우와 놈의 패거리는… 놈들은 태양을 극복하기 위해 수천 년이나 이 적석을 찾아 헤맸다고 그랬어… 언젠가 그 셋은 이 적석의 소재를 밝혀내, 이 적석을 가진 자 앞에 나타날 거야!’

“에이자의 적석을 당신이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죠셉의 물음에 리사리사가 답했다.


“그래요. 이것이 절대로 놈들에게 넘겨줘서는 안 되는 ‘적석’. 이것을 지키는 것이 나의 사명!”


리사리사가 적석을 옷 안으로 넣으려 하자 죠셉이 말했다.


“자… 잠깐만, 넣지 마! 그 돌 좀 자세히 보여줘!”


죠셉은 실수로 리사리사의 가슴을 보고 말았다.


“오오오오~!”


리사리사가 돌아보자 죠셉은 붉어진 얼굴을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어… 역시, 그냥 그대로 넣어두는 게 낫겠어… 아… 아니, 역시 넣지 마! 자… 자세히 좀 보여줘! 아니! 그게 아니라!! 잘 보여달라는 건 어디까지나 적석 얘기야, 리사리사 선생님!”


죠셉이 당황하자 리사리사는 의문을 표했다. 당황스러움에 고개를 돌리던 죠셉은 불쑥 나타난 시저의 코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Oh No!!”


둘은 그 충격에 쓰러졌다. 죠셉이 화를 내며 말했다.


“시… 시저 너어~ 갑자기 뒤에서 고개 내밀면 어떡해!”


시저도 코를 붙잡으며 말했다.


“흐그극, 너 이 자식! 나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냐?”


리사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항구 쪽으로 발을 옮겼다.


“자… 쇼핑은 끝났어요. 에이자의 적석 이야기는 섬으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설명하지요.”


배에 탄 리사리사는 적석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에이자의 적석에 얽힌 전설은… 카즈! 에시디시! 와무우! 그들은 언제! 어디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어떤 일족인지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인간 역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5천 년 전이라고 전해지지요. 그들이 만들어낸 도구! 돌가면과 함께! 세 사람은 인간을 붙잡아선 돌가면의 인체실험을 되풀이했어요… 남자! 여자! 어린아이! 노인! 수만 명을, 수십만 명을. 가면의 골침이 어떤 이론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현대 과학으로도 알 수 없지만, 인간의 뇌에서 미지의 능력을 이끌어내, 인간을 어둠의 흡혈귀로 바꿔버리지요! 그리고 가면을 쓴 인간은 그 강한 파워와 칼로리로 인해 그들의 식량이 되었던 거에요. 그러나! 그들의 인체실험에는 진정한 목적이 있었어요! 자신들이 가면을 써서 태양을 극복하고! 궁극의 생물이 되기 위한 도구인 돌가면을 완성시킨다는 최대의 목적이!”


어느 날, 카즈가 말했다.


“이 돌가면의 골침은 인간의 뇌를 누를 수는 있다! 인간을 흡혈귀나 좀비로 변신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뇌를 누르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불사신의 육체 탓인지 가면에 더욱 큰 힘이 팔요하다!”


카즈는 자그마한 적석을 촛불 가까이에 가져갔다. 촛불의 빛이 적석에 모이더니 그대로 광선처럼 뻗어져 에시디시의 손등을 관통했다. 에시디시는 감탄했다.


“오오! 이것은…?”


카즈가 말했다.


“이 적석은 에이자라고 하며, 자연계에서도 극히 드문 아름다운 보석. 빛은 결정 내에서 수억 번이나 반사를 되풀이해 증폭되고 한 점에 모여 뿜어져 나온다. 자연이 만들어낸 기적의 힘이지! 이 힘을 이용해보자!!”


카즈는 돌가면에 적석을 끼운 뒤 얼굴에 썼다. 그러나 돌가면의 골침은 이번에도 그들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으음… 이론은 옳다. 그러나 안 돼! 부족하다! 이 조그만 적석의 힘으로는 아직 골침의 누름이 약하단 말이다!!”


분노한 카즈는 두 손가락으로 적석을 분질러버렸다.


“완전한, 한 점의 티끌도 없는 적석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 지구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슈퍼 에이자’를!”


죠셉과 시저는 그 이야기에 몸서리쳤다.


“돌가면을 발명한 것은 세 사람 중 가장 높은 지능을 가졌다는… ‘카즈’! 카즈는 슈퍼 에이자를 찾아… 와무우와 에시디시를 데리고 대서양을 건넜죠. 그리고 유럽에서 세 사람이 들은 것은! 당시 로마 황제가 소유했던 이 슈퍼 에이자!”


리사리사가 슈퍼 에이자를 하늘 높이 들자 태양의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죠셉과 시저는 크게 감탄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모아진 빛은 그대로 적석의 반대편으로 마치 레이저처럼 발사되어 배의 엔진을 터뜨렸다.


“조, 조심해!”


폭발을 간신히 피한 죠셉과 시저는 그 엄청난 위력에 경탄했다.


“이것이 한 점 티끌도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기적의 완전결정체! 슈퍼 에이자!!”


“우와!”


죠셉은 리사리사가 적석을 조금 높게 들자 몹시 당황했다.


“이봐, 위… 위험하잖아! 이쪽으로 돌리지 말라고, 바보야!”


“야! 너 이 자식, 선생님께 바보라니 무슨 말버릇이야!”


리사리사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돌과 세 사람의 목적을 알아낸 파문전사들은… 이 적석을 둘러싸고 공방을 되풀이한 끝에 그들에게 멸망당하기는 했지만, 간신히 이 슈퍼 에이자를 지켜내 내가 ‘수호의 사명’을 이어받은 거예요.”


“그러다 잠이 와서, 2천 년 동안 잠들었단 말이군.”


죠셉은 그렇게 말하며 크게 웃었다. 그러자 시저가 말했다.


“죠죠, 웃을 일이 아니야!”


시저는 떨고 있었다. 그것은 공포 같은 것이 아닌… 분노였다.


‘시저, 네 마음 이해한다… 나도 잊지 않았어! 과거 우리 할아버지와 너의 할아버지까지… 수많은 인간을 비극으로 몰아넣었던 돌가면! 그걸 만들어낸 놈이 그 셋 중 카즈라니!’


죠셉은 대뜸 리사리사에게 말했다.


“부숴버려!”


“네?”


“그 적석을 부수라고, 파괴해버리면 놈들이 울면서 이를 갈 것 아니야.”


“그건 전승 때문에 그럴 수 없어요.”


“뭐어~?”


“에이자의 적석을 파괴하면 오히려 놈들 셋을… 쓰러뜨릴 수 없게 된다는 전승이 있지요.”


“전승~? 뭔데, 그게?”


“모르지요… 하지만 나는 내 사명을 지켜 나가야만 해요. 죠죠, 시저. 섬에 도착하면… 두 사람에게 최종 시련을 내리겠어요.”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최… 최종 시련?!”


그리고, 죠셉이 물었다.


“그런데 리사리사 선생님. 엔진이 망가졌는데 섬 까지는 어떻게 가지?”


다음날 새벽, 죠셉은 에어 서플레이나 섬에 연결된 작은 섬으로 걸어갔다.


“죠죠, 시저… 지난 3주 동안 나의 혹독한 수련을 잘 견뎌주었어요. 여러분의 실력은 이미 사범대리와 호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리사리사가 그렇게 말했다.


“흥! 호각이라고요? 이 로긴즈가 혼쭐을 내주겠습니다!” 로긴즈가 그녀의 말에 그렇게 답했다. 죠셉은 투기장의 입구에서 생각했다.


‘이것이 나의 최종 시련! 로긴즈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버거운 상대지… 물론 투기장도 평범하지 않으며 나름의 취향이 가미되어 있다던데…’


투기장에 도착한 죠셉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로긴즈가 보이지 않자 죠셉은 생각했다.


‘이제 곧 동이 트겠지만 동틀녘이 제일 어두워. 로긴즈 그 인간! 대체 어디 숨어있담… 하지만 방심은 안 할 거다! 지옥훈련의 원한을 풀어야겠어!”


그때, 죠셉의 발에 무언가 걸렸다. 그것은 바로 로긴즈의 모자였다.


“뭐지? 이상 한데? 이건 로긴즈 사범대리의 모자잖아!”


죠셉은 모자에서 끈적한 무언가 만져지자 깜짝 놀랐다.


“피… 피가 묻었다!”


그 순간, 죠셉의 눈에 무언가 보였다. 구름 사이로 나타난 달빛이 한 발로 사자상을 밟고 다른 발로 무언가를 떠받치고 있는, 곁눈질로도 죠셉보다 커 보이는 사내를 비추었다.


“아니?! 로긴즈 사범대리?! 인가?!”

‘아… 아니, 이상해. 두 사람이 있다… 아… 아니야! 저, 저건 로긴즈가 아니라고… 으윽… 기이하다. 저건… 도대체 뭐지?’

“한 사람이 한쪽 다리로 다른 사람을 떠받치고 있잖아!!”


발 끝에 매달린 것은 다름아닌 로긴즈였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그는 눈이 이미 풀려 있었다.


“로긴즈 사범대리! 주… 죽었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그 사내가 고개를 돌려 죠셉을 마주보자 죠셉의 온몸에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하얀 머리카락, 미간을 중심으로 나 있는 X자 형태의 문신, 코에 달린 피어스, 어깨에 박혀 있는 가죽 옷… 예상보다 일찍 만나버린 그를 보며 죠셉이 소리쳤다.


“에… 에시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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